예보 보니까 오늘을 끝으로 이제 30도 넘는 날은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마침내 드디어 결국 오늘이 여름의 끝이다.
..... 저랬다가 방금 다시 예보 보니 내일 최고 기온 31도로 예보된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모레부터는 30도 이하인데 또 모르지, 내일 되면 다르게 예보될지.
오랜만에 씁니다.
그 동안 더위로 격심히 고생하고 그리고 (그 와중) 불어 공부를 빡세게 해보았. 사전이 있으면 거의 해독할 수 있을 만큼은 했으니 더 안해도 되고 지금 급한 게 불어가 아니라 논문이지, 논문을 써야지 불어 공부를 왜 해, 같은 생각이 있었다. 안개 낀 생각. ;;;; 가치 없는 생각. 이런 걸 생각이라고 했었.
자유를 얻고 나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치의 재평가. ㅎㅎㅎㅎㅎ 이것이 진행 중이다.
하튼 재평가의 시작과 함께 불어 각잡고 공부하고 싶어졌고 몇 주 동안 좀 진짜 그렇게 해보았는데, 아 이거 정말 너무 좋은 것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함은 무엇이냐에 대해서 자극되는 생각들도 많았고 네이버 사전에는 "퀴즈"가 있는데 말입니다, 불어 단어장에 저장한 단어들 놓고 삼지선다 (사실 선택 답안들이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긴 한데 뭐 그래도) 퀴즈 풀고 있으면 더위도 견딜만해지고 더위 외의 부정적인 것들이 견딜만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뭘 이것저것 한 곳에 많이 모으고 모은 거 깨고 그런게 취향이라면, 취향 저격이 됩니다.
몇 년 전 사서 모셔 오기만 했던 푸코의 이 책 꺼내다가 불어 공부 진척 확인 목적으로 곁에 두고 있는데, 어렴풋이 더듬더듬 읽었을 문장들을 더 선명히 더 가까이에서 읽게 된다는 건 그건 정말 존재의 색조가 바뀌는 ;;;; 경험이지 않나 하게 됩니다.
지난 몇 년 세월은 얼마나 순수히 낭비된 세월이냐.
이걸 절감하니까 지금 보내는 시간 속에 그 세월의 시간들을 끌어다 다시 살고 싶은, 낭비된 몇 년의 세월들을 지금 이 순간 다시 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건 지금 나의 시간은 순수히 내 시간이고 나는 나를 위해 내 방식으로 이 시간을 보내겠다, 보낼 수 있다는 짜릿함과 함께 하는 거 아니냔 생각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하기. 이러기 위해서 필요한 수입. 이게 올해 남은 몇 달 동안
해결해야 할 일인데 그 해결에 골몰하느라 서재에는 자주 못 올 수도 있겠. 이게 해결되면 그건 정말 거의 천국의 성취일 듯. ㅎㅎㅎㅎㅎㅎ 하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