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씹을 때

최원종(자운초 1)

새콤달콤
맛있는 껌

달콤한 냄새가 난다

친구랑
신나게 씹고 있는데

선생님이 수업시간이라고
'껌 뱉어'라고 한다.

아이고 아까워라
아직 새껌인데.

학 교

황지민(경복 1)

학교는 힘들다.
숙제가 많다.

학교는 힘들다.
공부를 많이 한다.

학교는 힘들다.
학교 가방이 무겁다.

학교는 좋다.
5반 선생님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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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화석과도 같다.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묻혀있을 뿐.

지나간 시간들의 어느 한 순간이 섬광처럼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그리움도 애탐도 없이 이제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듯 지나갈 뿐이다. 그때 그 자리, 그리고 나와 함께 있던 이들.

나는 내 역사를, 내 화석을 끌면서 살아간다. 누군가 지나간 모든 기억들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내 기억들은 이미 말(言語)을 잃어버렸다. 아름답지도 슬프지도 않은..., 그저 천연사진처럼 뇌리에 찍혀있을 뿐이다.    

모든 기억 중에서도 왜 사랑의 기억이 가장 강렬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外人이었고 이방인이었다. 불안하게 떠돌거나 지나치게 혼자 도취되어 있어, 남들이 다 아는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불쑥 덤벼들었다. 무식한 이가 용감하다는 식으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머리부터 디밀었다. 속내는 텅텅 무식쟁이이면서 아는 척을 하여 모두를 속였다. 몇몇은 알았으리라. 저 앤 정말 깜깜소식이로구나... 나는 그 몇몇 중의 몇과 사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어하면서 속을 태우고, 그 생각을 하다가 버스에 우산을 놓고 내리며, 종내 아무 소식 없어도 해를 넘겨가며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아. 소식이 없어도 사랑을 할 수가 있더라. 그 흔한 접촉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도 눈물을 폭포처럼 쏟을 수 있더라. 말이 통하지 않아 외국인인 양 더듬거려도 사랑을 할 수가 있더라...  

나는 내가 보낸, 혹은 내가 떠난 사랑들을 이따금 기억해낸다.

개구리알들처럼 아직 그 푸른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내 사랑들, 벗어놓은 내 허물들. 나는 몸이 커져버려 이젠 그 허물 속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한 때는 내 것이었으되 이젠 내 것이 아닌, 내 현실이 아니게 되어버린 그 집들.

길을 가다가 문득, 예전에 벗어놓은 내 허물을 발견하게 되면 웃음이 난다. 정다운 친구라도 만난 양 반가워진다. 그래그래..., 그렇게 내 기억과 악수하고 헤어지는 날에는 조금, 아주 조금 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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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눈이 내렸다. 펑펑...퍼엉펑...

"어제는 비가 내렸네, 키 작은 나뭇잎 새로..."가 아니라 어제는 눈이 내렸다.

오랜만에 보는 눈이 포실포실 살찐 도톰한 모양으로 하늘에서 무작정 쏟아지고 있었다.  

눈 앞을 새하얗게 덮는 눈 속에서 잠시 내 머릿 속도 하얘졌다. 

요때만큼은 세상이 이대로 멈춰도 좋으리라.

너도 정물, 그리고 너를 바라보는 나도 정물이다.

 

아이는 눈 속에서 잠을 잤다.

창 밖으로 펄펄 휘날리는 눈 속에서 아이는 잠을 잤다.

눈 속에 기이하게 피어오른 아름다운 꽃이 있다면 이와 같으리.

매일 바라보면서도 이렇게 기적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니

 

사방에 눈 쌓이는 소리만 가득한데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눈처럼 오랫만인 어느 知人의 목소리,

나직하고 조용한 그 목소리가 말한다.

으응, 눈이 와서 걸었어. 지금 뭐하고 있니?

눈처럼 오랫만에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으응, 그냥...

 

아름다운 눈, 그리고 그 눈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眼)

또 눈(眼)들...

어제는 충분히 아름답고 고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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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1-1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리는 것만 보라고 모든 것이 멈춰버려서 그렇게 조용한가 봅니다.
눈이 온다고 비가 온다고 알려주는 지인이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에요.
 

새벽에 깨어 책을 읽었다. 속독이 아닌, 오히려 책을 읽는 데서도 남보다도 느린 내가 책 한 권을 읽는 데 두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글이 반에 삽화가 반이다.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

책 내용이 새삼스러워서가 아니라 문득, 그저 새삼스럽게 말이 하고 싶어졌다.

결혼한 뒤 언젠가,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말했다.

결혼할 때 넌 마치 칼을 버리고 투항하는 장군 같았어.

친구의 표현이 왠지 조금 위안이 되었다.

내게 버릴 칼이라도 있었니?

그 친구의 말대로 나는 이제 무장해제된 군인이었다. 나는 여전히 퍼런 갑옷을 입고 있는 친구가 부러웠고 그 앞에 허여멀끔하게 빈 손으로 서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나는 그 날 그 친구에게, 우리 앞으론 만나지 말자 했다. 질투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었고 그 친구의 세상을 더이상은 공유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미 조금씩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에 코끼리도 나온다. 발목에 줄이 묶여있는 서커스단의 코끼리. 어렸을 때 사슬에 묶여 절망을 경험한 어린 코끼리는 나이가 들어서 발목을 가는 줄로 묶어놓아도 도망갈 염을 내지 않는다. 그의 마음 속에는 이미 포기가 깃들어 있어, 발목의 가는 줄도 쇠사슬처럼 무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코끼리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포기해버린 것일까. 아니 그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내 발목의 줄은 언제든 끊어버릴 수 있다는 것만 자각할 수 있으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그 줄은 왜 이리 무거운 것일까. 왜 나는 줄을 끊고 숲으로 뛰쳐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추위와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 낯선 세상에 대한 공포, 그리고  한 가정을 꾸리게 된 순간부터 내가 짊어지게 된 책임감...  그것을 모두 끌어안고도 나는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무지 내 칼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란 말이냐. 그리고 어디서 되찾아야 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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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1-0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아님, 새해 둘째 날입니다. 새벽에 깨어 책 읽고 글 쓰는 기분, 다시 느끼기 시작해야겠습니다. 요즘 잠이 좀 많아졌거든요. 내게도 버릴 칼이라도 있었던가, 싶네요. 그리고 저도 보이지 않는 가는 끈이 제 발목을 온통 묶게 하고 그걸 핑계삼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이 두려워 이리 틀 속에 갇혀 사는지... 새해엔 뭔가 다른?, 이런 생각은 안 하겠습니다. 그저 내 감정에 조화로운 질서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집중하고 몰입하고 싶습니다. 새해 첫날, '몰입의 즐거움'으로 새해 즐독 시작했는데요, 느낌이 좋습니다. 소아님, 소아님의 칼의 정체를 찾아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기 바래요. 저도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해야겠어요. 복도 많~~이 받으세요. ^^

소호 2004-01-0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말씀에 기운이 솟네요. 혜경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취하지 않고 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취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취하지 않으려고 무진 노력을 한다.

남들처럼 정상적이라는 게 취하지 않는 것이라면, 나도 취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맨날 더듬거린다. 잘 보이지 않아서 더듬더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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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2004-01-1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다. 남들이야 어떻든 난 취해야 산다.
내가 그렇다는데 어쩔 것이냐.
취해야 그림을 그렸던 장승업처럼 나도 취해야 명징하게 보인다는데 어쩔 것이냐.
그래, 취하긴 취하되 좋은 것에 좋게 취하자.
그래야 그 향도 취할 만한 것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