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 - 전3권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이태수 외 지음,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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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출판사에서 나오는 세밀화 그림책이 좋다더라'는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첫 눈에, 손바닥에 잡히는 크기로 읽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책장을 펼쳐보니 왼쪽엔 만화 같은 필치의 일러스트가, 오른쪽엔 세밀화가 그려져 있고 그림들을 설명해주는 짤막한 문장들이 왼쪽 상단에 적혀있다. 세밀화와 일러스트의 어울림, 그리고 단순하고 리듬감 있는 짤막한 문장!

사실 난 이 책을 보기 전까진 세밀화 그림책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좀 고루하고 답습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통해 세밀화 그림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이젠 우리 그림책도 외국 그림책들에 비해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리 출판사의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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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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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은 제목 그대로 양계장을 나온 암탉의 이야기이다. 먹이의 걱정도 없고 안전하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양계장을 떠나 세상 속으로 나온 이 암탉은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그의 소원을 이루고 마침내 당당하고 우아하게 생을 마감한다.

동화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자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고, 작은 숟가락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주와 교감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이해하는 '우주'란 모든 개개의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 그것들과의 교감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교감과 울림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이 동화를 어른인 나도 몰입해서 읽었다. 후반부에는 구석에 앉아 쫄쫄 눈물까지 빼면서.

하나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이 적절한 비유로 우리의 삶을 되비춰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신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알을 품고 병아리를 길러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 암탉 '잎싹'은 모든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양계장이라는 현실은, 아이들에게는 학교공부와 숨막히게 꽉 짜여진 생활일 터이고 어른들에게는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매일의 노동과 지루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강요일 터이다.

양계장에서 알을 낳아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우리는 수시로 '자유로움'을 동경하고 양계장 너머 바깥 세상을 기웃거린다. 과감하게 양계장을 박차고 떠나지 못하는 것은, 쉬운 동경으로 자리를 박차기에는 자유로움의 대가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꾸고 그 꿈에 대한 미련을 쉬 버리지 못한다. 떠나든 떠나지 못하든 무슨 상관이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비루한 삶 속에서도 보석 같은 꿈을 마음 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꿈이, 초라하게 구멍 숭숭 뚫린 이 일상의 삶을 기워줄 수 있음을 믿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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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 꿈꾸는 나무 18
홀리 미드 그림, 민퐁 호 글, 윤여림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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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작가 '민퐁 호'가 쓴 이 책은 확실히 이국적인 냄새를 풍풍 풍긴다. 엄마의 옷 차림새에서부터 등잔의 모양, 아기가 잠을 자는 그물침대, 천장 위를 기어다니는 긴꼬리 도마뱀, 물소와 원숭이,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마치 한 권의 작은 풍물 기행책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실상 이 책은 귀여운 아기를 잠재우는 책, '태국의 자장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풍물은 다르다지만 엄마의 마음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전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표지그림에서 잠자는 아이를 안은 엄마는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를 향해 '쉿!' 하고 손을 입에 대고 있다. 미소를 머금게 하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마음이 단박에 읽히는 사랑스런 그림이다. 이 한 컷의 그림만 보아도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잠자는 아이가 깨어날까 봐 소리 내는 모든 것들에게 '쉿!' 조용히 하라고 다독이는 엄마, 온 세상이 고요해진 뒤 엄마도 깜빡 잠이 든다. 그제야 홀로 잠이 깨어 눈을 깜박이고 있는 아기. ...이쁘고 정다운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외국의 풍물을 재미있게 이해시킬 수 있으면서도,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잘 느끼게 해줄 것이다.

다만 하나 흠을 잡자면, 비슷한 어감의 말이 너무 되풀이되고 있어 읽어주기에 조금 지루하다는 것이다. '아기가 자고 있쟎니?',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라', '우리 아기가 자고 있단다' 등등. 이것은 엄마의 재량으로 적당히 줄여 읽어주면 될 것이다. 3천원도 안 되는 값으로 이 작고 사랑스런 책을 가질 수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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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3
존 버닝햄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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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아이들 책 그림이 원색적이고 화려한 데 비해 이 책의 그림은 섬세한 펜화의 느낌이 살아있어 담백하고 이색적이다. 강가에 사는 검피 아저씨가 뱃놀이를 하는데 아이들과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함께 배를 타고 노는 이야기. 태워달라고 조르는 아이들과 동물들에게 아저씨는 주의사항을 일러두지만 결국 모두가 주의사항을 어겨 배가 기우뚱, 물에 빠지고 만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림이 더욱 매력적인 책. 여러 동물들의 묘사며 풍경들을 그린 필치가 눈에 쏙 들어온다. 그림이 말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마지막 장에서 검피 아저씨는 둥근 달빛 아래 서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뒷모습에 손을 흔든다.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타러 오렴' 나도 그 아이들과 동물들 틈에 끼어 대답한다. 아무렴요, 또 오고말구요. 이 책을 읽으면 나는 아이를 데불고 전원 속에서의 평화롭고 유쾌한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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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달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4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외 지음, 이연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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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독자리뷰를 믿고 샀지만 직접 보기 전까진 솔직히 좀 불안한 마음이었다.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책 치고는 색깔들이 너무 강한 것 같았고 (알라딘 검색창으로 보았을 때) 그림도 좀 유치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책을 직접 받아보고 나니 기대 이상이었다. 방의 주조 색깔인 녹색은 톤 다운된 색감이라 눈에 거슬리지 않았고 흑백과 칼라 그림이 번갈아가며 나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방 안에는 아기토끼가 침대에 누워있고 할머니는 흔들의자에 앉아 뜨게질을 하고 있다. 작가는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주면서 (여기 고양이 두 마리/ 벙어리 장갑 두짝/ 조그만 장난감 집 하나/ 생쥐 한 마리/ 빗 하나/ 솔 하나...) 어느 순간 우리를 이 방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어서 할머니가 "쉿!" 나지막이 속삭이고 나면 잘 자라는 인사가 반복되면서 녹색 방이 차츰 어두워진다. 벙어리 장갑아, 고양이야, 생쥐야, 그림 속의 암소야, 스탠드야, 빗아, 옥수수죽아, 별들아, 먼지들아, 잘 자. 소리들도 잘 자... 방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하나하나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넨다는 설정이 정답고도 따스하다.

이렇게 모두에게 나직나직 인사하고 나면 우리 아이도 코- 잠들어 있다. 굳이 잠자리용이 아니라도 참 잘 만든 책이다.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데 아이도 좋아하니 금상첨화다. <벌레가 좋아>의 바로 그 작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작품으로 선택함에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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