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책 풀빛 그림 아이 22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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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다른 아이 엄마들이랑 책을 보는 눈이 좀 틀린가 보다. 이 책, 엄청난 찬사 속에 파묻혀 있는데 내겐 아무래도 그럴 맘이 들지 않으니 말이다.

잠자리에서 읽어주기 그냥 괜찮은 책이다. 서정적이고 포근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림들과 소박한 시귀같은 글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읽기에 부담없고 편안하다. 그러나 그냥 그 정도이다. 있으면 괜찮은, 그러나 없어도 뭐 크게 아쉽지는 않은.
(독자 리뷰에서는 상당수 엄마들이 '무척 환상적'이라고 했는데 무엇이 그런지 난 아직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표지 그림이다. 아이가 책에 엎드려 자고 있고, 그 책 여기저기에 거북이와 풀벌레, 고양이와 나비 등이 붙어있거나 기어오르고 있다. 나는 이 표지그림 한 장이 책의 내용 전부보다도 더 마음에 든다. (이 책값이 내게는 표지그림 값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잠자리에서 읽어주기 좋은 서정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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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비룡소의 그림동화 23
고미 타로 / 비룡소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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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이 책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책이다. 악어와 치과의사가 만나 서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인데, 만나는 상황에서 악어와 치과의사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무서워' '무서워' 등등)

말은 쉽고 단순하지만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똑같은 상황이라도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즉 같은 말이라도 입장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책의 권장나이처럼 만 4세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아이가 아직 그 정도 나이를 거치지 않아, 그 나이면 그 정도 이해가 가능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 아이는 지금 30개월을 조금 넘겼다. 그래서 역시나 이 책은 조금 무리인 듯 하다. 지금은 그냥 '악어가 치과에 갔다, 그래서 의사를 만났다, 치과 가기 싫어, 무서워' 정도의 인지에만 만족하고 있다.

아 참, 그리고 모든 동물들을 친근하게 여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시각에서 '악어는 무섭다'라고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왜 그렇게 설명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는 사자도 무섭다기보다는 친근한 존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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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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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리뷰의 찬사(!)들에 혹해서 직접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주문하게 된 책이다. 사실 그런 책은 한두권이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역시 성공했다' 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택배로 받아들어 내용을 확인하면서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일단 그림이 뭐랄까...너무 선명하고 도형적이라 눈에 거슬렸다. 부드럽게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시야에 팍 꽂혀서, 그 느낌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페이지마다 '안 돼', '못 써', 또는 '...하지 마' 같은 부정적인 금지어들이 줄줄이 적혀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이런 금지어들을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되풀이해 환기시켜야 하다니, 반갑지가 않다.

물론 어떻게 읽어주느냐 하는, 읽어주기에 따라서 내용을 조금은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부드럽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식으로. 그러나 어떻든간에 나는 내 아이가 부정적이거나 금지하고 있는 말들을 통해서 행위를 규정짓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너무나 선명하고 자극적이라 공격적인 느낌마저 받게 되는 그림 역시 싫은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는 이 책에 그다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처음에는 싫다고 밀쳐냈는데 한 두달 시간이 지나자 이젠 별 거부감 없이, 읽어달라며 책을 가지고 온다. 이 책을 좋아하나 싶게도 보인다. (아마도 그 이유엔, 싫어하는 느낌이 들어갈까봐 갖은 애를 쓰면서 책을 읽어준 내 노력도 한 몫 하지 않을런지.^^)

내 맘에 별로 마땅찮으면서도 이 책을 다른 책으로 바꾸지 않은 것은,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책에 대한 내 편식에 아이를 젖게 하기 싫어서였다. 내가 싫다 뿐이지 나름대로 장점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니, 아이가 그 장점들을 찾아내 소화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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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 - 전3권 세밀화 보리 아기 그림책
이태수 외 지음,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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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출판사에서 나오는 세밀화 그림책이 좋다더라'는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첫 눈에, 손바닥에 잡히는 크기로 읽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책장을 펼쳐보니 왼쪽엔 만화 같은 필치의 일러스트가, 오른쪽엔 세밀화가 그려져 있고 그림들을 설명해주는 짤막한 문장들이 왼쪽 상단에 적혀있다. 세밀화와 일러스트의 어울림, 그리고 단순하고 리듬감 있는 짤막한 문장!

사실 난 이 책을 보기 전까진 세밀화 그림책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좀 고루하고 답습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통해 세밀화 그림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이젠 우리 그림책도 외국 그림책들에 비해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리 출판사의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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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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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은 제목 그대로 양계장을 나온 암탉의 이야기이다. 먹이의 걱정도 없고 안전하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양계장을 떠나 세상 속으로 나온 이 암탉은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그의 소원을 이루고 마침내 당당하고 우아하게 생을 마감한다.

동화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자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고, 작은 숟가락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주와 교감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이해하는 '우주'란 모든 개개의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 그것들과의 교감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교감과 울림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이 동화를 어른인 나도 몰입해서 읽었다. 후반부에는 구석에 앉아 쫄쫄 눈물까지 빼면서.

하나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이 적절한 비유로 우리의 삶을 되비춰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신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알을 품고 병아리를 길러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 암탉 '잎싹'은 모든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양계장이라는 현실은, 아이들에게는 학교공부와 숨막히게 꽉 짜여진 생활일 터이고 어른들에게는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매일의 노동과 지루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강요일 터이다.

양계장에서 알을 낳아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우리는 수시로 '자유로움'을 동경하고 양계장 너머 바깥 세상을 기웃거린다. 과감하게 양계장을 박차고 떠나지 못하는 것은, 쉬운 동경으로 자리를 박차기에는 자유로움의 대가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꾸고 그 꿈에 대한 미련을 쉬 버리지 못한다. 떠나든 떠나지 못하든 무슨 상관이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비루한 삶 속에서도 보석 같은 꿈을 마음 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꿈이, 초라하게 구멍 숭숭 뚫린 이 일상의 삶을 기워줄 수 있음을 믿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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