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리뷰의 찬사(!)들에 혹해서 직접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주문하게 된 책이다. 사실 그런 책은 한두권이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역시 성공했다' 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택배로 받아들어 내용을 확인하면서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일단 그림이 뭐랄까...너무 선명하고 도형적이라 눈에 거슬렸다. 부드럽게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시야에 팍 꽂혀서, 그 느낌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페이지마다 '안 돼', '못 써', 또는 '...하지 마' 같은 부정적인 금지어들이 줄줄이 적혀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이런 금지어들을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되풀이해 환기시켜야 하다니, 반갑지가 않다.

물론 어떻게 읽어주느냐 하는, 읽어주기에 따라서 내용을 조금은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부드럽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식으로. 그러나 어떻든간에 나는 내 아이가 부정적이거나 금지하고 있는 말들을 통해서 행위를 규정짓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너무나 선명하고 자극적이라 공격적인 느낌마저 받게 되는 그림 역시 싫은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는 이 책에 그다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처음에는 싫다고 밀쳐냈는데 한 두달 시간이 지나자 이젠 별 거부감 없이, 읽어달라며 책을 가지고 온다. 이 책을 좋아하나 싶게도 보인다. (아마도 그 이유엔, 싫어하는 느낌이 들어갈까봐 갖은 애를 쓰면서 책을 읽어준 내 노력도 한 몫 하지 않을런지.^^)

내 맘에 별로 마땅찮으면서도 이 책을 다른 책으로 바꾸지 않은 것은,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책에 대한 내 편식에 아이를 젖게 하기 싫어서였다. 내가 싫다 뿐이지 나름대로 장점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니, 아이가 그 장점들을 찾아내 소화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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