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평소 여행기나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라면 에세이, 자기계발서 종류를 잘 읽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읽다보면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저는 허구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읽는 데는 영 흥미를 못 느끼나 봅니다. 그래도 개중에는 의외로 저를 잡아끄는 책들도 몇 있었고, 인생작이라 여길만한 책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뭐라고 해야 할까요,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와 같은 에세이에는 잘 공감하는 편이 아닙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감상이니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떤 분은 이 책을 읽고 지금 자신의 상황과 겹쳐져서 크게 감동받기도 했을 거고,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괜찮군, 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혹은 저는 그저 별로정도였지만,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하신 분도 계실 수 있으니, 작가님, 부디 하나하나의 평에 상처받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런 에세이 종류를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전 자기연민에 빠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과거 이야기, 겪었던 이야기, 상처받았던 이야기를 풀어낸 배경에는 나도 힘들었다, 지금은 그 시간을 지나쳐왔다, 결론은 난 이런 사람이므로 어떠냐-는 감정의 흐름이 존재하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런 감정을 남에게 내비치는 것도, 그런 감정들을 마주하는 것도 불편해졌어요. 누구나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고, 그 고비고비를 넘겨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죠. 그 힘든 시간들을 견디고 살아낸 사람들 모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데, 나만 특별하게 그 일을 해냈다고 말하는 것 같은 책은, 자기연민과 자의식 과잉에 빠져 있는 것 같아 공감하기가 힘들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 제가 아니었던 것 뿐. 그런데 또 모르죠. 어느 날 이 책을 다시 펼쳐들었을 때는 심하게 공감하며 내가 왜 이런 감상을 남겼을까 후회할지도요. 그러니 이 책이 궁금하신 분은 주저없이 펼쳐 읽으셔도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무 살 생일에 무얼 했는지 기억하나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분이 계실지 궁금해요. , 물론 제 나이대에 해당하는 분들입니다. 쿄쿄. 안타깝게도 전 기억이 나지 않네요. 스무 살 생일뿐만 아니라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양, 오히려 기억하고 있는 것이 더 적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나 곰돌군이 태어난 이후로는 어제 뭐 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스무 살 생일이라니요. 나의 스무 살은 어디로 간 것이냐, 스무 살이 뭐 그리 중요하냐! 라고 오기로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려. 하지만 가끔은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그렇다면 그 때와는 다르게 살아보겠다, 지금에서야 부르짖어봅니다.

 

오우, 책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읽어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 가장 얇은 것 같습니다. 카트 멘시크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특별 콜라보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독특한 책을 펴냈네요. 책날개 뒤편을 살펴보니 이미 [], [빵가게를 습격하다], [이상한 도서관]을 함께 작업한 전력이 있습니다. 큼지막한 그림과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인 책이에요.

 

스무 살 생일날 그녀는 평소와 똑같이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생일이라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날짜를 바꿔달라고 했었지만 그 친구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결국 출근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 날, 늘 사장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던 매니저가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그녀가 우연히 사장에게 식사를 배달하게 되었습니다. 604호실, 정확히 8시에 식사를 배달하러 간 그녀는 사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고, 스무 살 생일선물로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 소원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둘인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누구나 에엥?’ 할만한, 그런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가 스무 살 생일에 빈 소원은 드러나지 않은 채,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 라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마지막을 장식할 뿐입니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읽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다 읽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도무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거든요. 제가 도달한 결론은, 스무 살 생일에 무엇을 빌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저도 그 때는 틀림없이 어떤 소원을 빌었을 것이며, 그 소원을 바탕으로 지금의 제가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어떤 소원을 빌어도, 그 소원을 빌게 된 것은 그 때의 상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모든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저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작가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는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이런 작품도 좋은 것 같습니다. 짧지만 강렬하고 읽은 뒤 많은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어요. 표지에 등장한 여성의 얼굴도, 그 얼굴 위 적힌 숫자조차도 단순하게만은 다가오지 않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셀레스트 잉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아무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탄탄한 진행과 마지막 반전, 사람들의 심리가 돋보인 소설이었다고 기억해요. 그래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궁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는 클리블랜드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지역사회인 셰이커하이츠를 배경으로 리처드슨 가()와 그들이 소유한 집에 세 들어오게 된 미아와 펄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도로 구획과 주택 외벽 색깔, 주민들의 생활습관까지 모두 획일적이고 성공의 척도까지 정해져 있는 셰이커하이츠. 변호사인 남편 리처드슨, 기자로 일하는 부인 엘리나 리처드슨,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딸 렉시와 트립, 두 남매에 비해 자신감은 떨어지지만 생각이 깊은 무디와 집안에서 별난 존재로 취급받는 이지가 생활하는 리처드슨 가에 미혼모 미아가 딸 펄을 데리고 그들이 소유한 집에 세들어 옵니다. 펄과 무디는 점차 친구로 가까워지고 늘 방랑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펄은, 리처드슨 가 사람들의 매력에 이끌려 그들이 속한 사회를 동경하게 되죠. 막내딸 이지는 자신들의 부모와는 달리 자신의 마음 속 불꽃을 이해해주는 미아에게 끌리게 되고, 미아의 동료인 중국인 베베가 얽힌 한 사건은 리처드슨 부인에게 그녀의 과거를 파헤쳐볼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그 계기는 중국인인 베베가 자신의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소방서 앞에 두고 온 것이었는데요, 그 아기가 리처드슨 부인의 친구 부부에게 입양되면서 양육권 소송이 벌어지면서 미아의 과거와 펄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법이야 어떻든, 저는 이 분쟁을 지켜보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어요. 형편이 안 된다는 이유는 있었지만 어쨌든 한 번 자신의 아기를 두고 왔고, 어쩌면 그 부부에게 입양되는 편이 아이에게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엄마와 자식인걸요.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미아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맞물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것처럼 결국 미아와 펄은 그 마을에서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리처드슨 가에는 큰 불이 일어나고 그 결과 모든 것이 다 타버립니다. 처음에는 비극적으로만 느껴졌던 그 사건이 결국에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는 걸 암시하는데요, 그것은 불을 낸 당사자인 이지뿐만 아니라 리처드슨 부인에게도 획기적인 사건이었을 거예요. 늘 마음 속 어딘가에서 읽어버릴 것만 같은 예감을 느꼈던 딸 이지, 그리고 삶은 이래야만 한다는 기준이 집에 난 그 불과 함께 모두 사라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딸이므로, 이지만은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입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의 사건, 사연이 전부가 아니라 자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베베의 아기를 누가 키우게 되는가, 미아와 펄의 관계는 무엇인가, 렉시의 선택은 과연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이지는 돌아올 것이며 리처드슨 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요. 각자의 선택 속에서 그녀들은 자신의 선택의 무게를 느끼며 앞으로의 삶을 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의 가슴 속 불꽃은 무슨 말을 하는가를 들어보기를 권하는 작품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교 다닐 때 신병주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3시간짜리 강의였는데 거의 쉴 틈도 없이 필기하고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렇게 강의하시려면 교수님도 힘드셨을 텐데 전혀 그런 내색 없이, 마치 대본을 보고 말씀하시는 듯 막힘없이 술술 수업을 진행하시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었죠. 수업이 끝나면 뭔가 하나 이루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참 좋았었는데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마음 한 구석이 가득 차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은 그 수업 내용이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해도 역사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였던 건 아마도 그 시간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후로 교수님이 쓰신 책이나 방송은 가급적 챙겨보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신병주 교수의 조선산책] 역시 그 관심 덕분에 읽게 된 책입니다. -민초의 삶부터 왕실의 암투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챕터 하나하나가 짧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방대한 500년의 역사를 어떻게 전부 책 한 권에 넣을 수 있겠어요. 그 동안 읽어왔던 조선관련 역사책이 대부분 왕실의 역사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왕과 시대의 위인, 현재를 되새기게 하는 사건과 현장, 조선의 빼어난 기술과 문화재, 풍류가 넘치는 일상생활사, 조선의 정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선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배의 육아일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16세기의 학자 이문건이라는 사람이 지은 [양아록]이란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아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손자의 양육 일기입니다. 제 자신이 현재 육아 중이고,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인지 보자마자 바로 관심이 갔어요. 아이들 대부분을 천연두로 잃고 그나마 유일하게 장성한 둘째 아들도 어릴 때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얻은 손자이니 얼마나 귀하게 여겼겠어요. 이에 손자가 자라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는데-손자 아이가 커 가는 것을 보니 내가 늙어가는 것을 잊어버린다-고 하며 큰 기쁨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할아버지의 양육 일기인데, 그 안에는 손자를 생각하는 큰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손자가 13세 때부터 술을 탐하여 이 할아버지로 하여금 매를 들게 하였으니, 육아의 고충 또한 엿볼 수 있었답니다.

 

이 외에도 살인 코끼리와 관련된 일화, 세종대왕 시대에 있었던 국민투표, 임금님이 선물한 한강 얼음, 기억해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들 등 흥미로운 내용이 다수 실려 있습니다. 사진과 기록 관련 자료도 풍부하게 첨부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각각의 내용 끝에 날짜가 적혀 있는데 강의하신 날인지, 집필하신 날인지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교수님의 책을 읽었더니 마치 다시 그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강의를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진 학생 여러분, 즐거운 수업 시간이 되기를 바라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한 지인인 이석의 소개로 선도병원의 관리부 구매담당으로 근무하게 된 무주. 이석은 개원초기부터 선도병원에서 이런 저런 일을 맡아 진행해온 경험도 있고, 누구보다 빨리 출근해서 환자들과 인사도 나누며, 다섯 종의 조간신문까지 읽어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아픈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의 수술을 원장이 집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의사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아버지이기도 했죠. 그런 이석이 무주의 정의감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병원에서 해고당했다, 는 소문이 돕니다. 반은 진실, 반은 사실무근이라 할까요. 그 일을 진행한 건 무주가 맞지만 그것이 정말 이석의 해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 일 이후로 무주는 이석을 배신했다는 자책감, 자신은 옳은 일을 했다는 정의감 사이에서 힘들어하며 병원 내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이인시는 호황이던 조선 사업의 불황으로 위기를 맞이하여 폐업이 속출, 이탈 인구수가 급증했고, 도심에는 빈집이 늘어난 상태예요. 그 안에서 선도병원 또한 위태위태하고요. 쇠락해가는 도시와 병원은 이석의 명성과도, 이석을 고발한 후 차츰 무너져가는 무주의 생활과도 같아 보입니다. 병원에 입원해있던 이석의 아이가 결국 잘못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무주는 그마저도 전부 자신의 탓인 듯 여겨지죠. 그리고 무주에게도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기의 죽음이 찾아오고, 이석을 고발한 이후로 소원했던 아내는 서울의 친정으로 떠나버립니다. 어느 날, 다시 병원에 나타난 이석. 무주는, 이석은 각자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책의 뒷면에는 위태로운 오늘의 시대, 문학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작가 편혜영님이 보는 한국사회의 진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평도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런 문학적 의미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겠어요. 제가 독서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재미. 어떤 장르, 어떤 분야의 책이든, 책은 저에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로 다가올 뿐이라 사회적 의미, 문학이 감추고 있는 그 무엇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을 크게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이 작품이 저에게 준 것은 각 개인의 삶의 모습일 뿐이었어요.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이석을 고발할 수밖에 없었던 무주의 마음, 무주를 떠나간 그 아내의 마음, 그리고 안개처럼 가려져 있는 이석의 마음만을 감히 짐작할 따름입니다.

 

저에게 문학은 사회적으로 가지는 커다란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일이었어요. 저는 문학을 통해, 부족하나마, 사람의 마음 속 어둠을 들여다보는 것, 아픔을 추측해보는 것,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일들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책도 많이 읽으면서 왜 그러냐등등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더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는 은근히 책도 많이 읽으면서 이상한 평가를 받는 사람들도 꽤 있었거든요. 혼자만의 세상에 갇히지 않고 타인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법을, 책은 가르쳐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이 부족한 자신을 봅니다.

 

그러니 이 [죽은 자로 하여금] 이 갖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나 거창한 문학적 의미는 작품 뒤 해설을 참고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각각의 개인이 가진 고민, 외로움, 이인시와 더불어 쇠락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일 뿐이라, 깊은 지식을 원하시는 분은 제 리뷰가 많이 부족하게 여겨지실 겁니다.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는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