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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ㅣ 근현대사 100년 동화
박지숙 지음, 이광익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평점 :
[아파도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
출판사 풀빛에서 나오는 <근현대사 100년 동화>. 요즘 관심있게 지켜보는 어린이 역사 동화입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 모두 좋았지만, 저는 이 [이웃에 괴물이 산다]를 보고 정말 제대로 만든 역사동화 시리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사 책에서 일제강점기 시대를 물론 다루고는 있고, 1920년대의 일제의 정책 특징 등도 나와 있지만 저희 학교에서 쓰는 책에는 '간토대학살'을 다루는 부분이 빠져 있더라고요. 제가 세계사나 동아시아사 교과서까지 검토해보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한국사 책에도 등장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냥 묻어두고 살아가기에는 정말 너무나 아픈 역사거든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은 나무로 지은 허름한 판잣집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 중에는 일본 이름은 아스카, 조선 이름은 '원'이라는 아이도 있었죠. 원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일본 아이들의 놀림과 구타를 견뎌야 했어요. 그런 원의 친구는 장애를 가진 류스케와 예전 천민에 속했던 직업을 가진 모모코 둘 뿐으로, 이 두 명은 일본인이었지만 원과 처지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발생한 강진. 건물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일본인 조선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바로 1923년 일어난 간토대지진이었어요.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고,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극에 치달았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화살을 조선인에게 돌리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트립니다.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했다는 둥,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둥의 소문을 들은 일본인들은 결국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죠.
간토대지진 이후 살해된 조선인들은 무려 6천여명.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이나 사과도 없이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희생자에 대한 사과와 애도는, 늘 그렇듯 없었죠. 이 역사동화는 어린 소년 원의 눈을 통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단순히 대학살이 있었다는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행위 바탕에 존재하는 '혐오'라는 감정에 대해, 거짓이 진실을 어떻게 압도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있어요. 당연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 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해야 하겠죠.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런 잔인하고 안타까운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요.
역사동화를 좋아하는 저희 첫째는 제목만 보고 그만 저 멀리 도망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괴물이 뭐냐고 물었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줬더니 지금은 읽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픈 역사에는 눈을 돌리고 싶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아프고 비통한 일일수록 우리가 가슴에 새기지 않으면, 그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거짓이 진실을 덮어버리는 일은 또 일어날 겁니다. 이 책이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오래 기억되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풀빛>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