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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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인한 세상에 진정한 몬스터는 누구인가]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의 동명 원작소설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이 작가의 스릴러는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불리며 등장인물 중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기라도 한 듯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출간되었는데요, 이번 작품의 소재는 특히 더 흥미롭습니다. 잔인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 가해자들은 그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일정 기간 동안의 수감 생활이 지나면 금방 사회로 복귀하는 경우가 흔하죠. 그런 가해자들을 향한 사적 복수. 마음 아프고 복잡한 소재를 작가는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하얀 눈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된 소녀 라리사 뵐레벨트.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약간의 갈등으로 인해 원래의 약속을 취소하고 홀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던 소녀는 그 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립니다. 누군가가 덮어준 것처럼 상체와 머리가 재킷으로 덮여 있던 소녀의 시체. 누군가는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던 걸까요. 라리사의 옷과 몸에서 확보한 남성의 DNA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자 성폭행 혐의로 1년 넘게 미결 구금되었다가 사흘 전 석방된 파바드 마흐무디의 것이었습니다. 라리사의 살인사건은 난민과 통합 문제로 번져가며 언론을 타게 되고, 어느 때보다 예민한 상황 속에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사건 해결에 집중합니다.

딸을 잃은 어머니 앞에 누군가 나타납니다. 딸을 죽인 범인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그 범인에게 직접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노라고. 과연 이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한쪽에서는 한 남자가 심한 상처를 입고 도주하다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과연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상처입은 가족들의 틈을 파고들어 복수를 도와주겠노라 속삭이는 의심스러운 집단. 이 집단이 원하는 것은 정말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었을까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이가 어찌 감히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상상할 뿐이에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희생된다면 저라도 가만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범인도 범인이지만 그 주변 인물들에게 더 가소로움을 느꼈어요. 친분이 없었음에도 라리사의 죽음을 슬퍼하는 척하는 소녀들, 관심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의 친구들,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마음대로 떠드는 언론과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가십. 어쩌면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요. 진정한 '몬스터'는 누구인지 생각해볼만한 문제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북로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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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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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심리가 현실처럼 느껴지는 스릴러]

헬레네 플루드의 작품 [테라피스트]를 읽은 것은 약 4년 전입니다. 한참 심리스릴러 붐(?) 이 일어났던 때였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은 좀 열정이 식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릴러라면 무작정 읽었던 저로서는 사실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어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지쳐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헬레네 플루드의 작품을 읽고나서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인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가 출간이 무척 반가웠어요.

어느 일요일, 아파트 이웃인 요르겐이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그와 불륜 관계였던 리케는 요르겐의 죽음에 절망하고 슬퍼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안심을 느껴요. 사실 요르겐이 살해당했다고 여겨지는 그 시각, 리케는 연락 없는 요르겐을 궁금해하며 그의 집을 찾아갔었습니다. 닫힌 서재 문을 바라보며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던 리케. 더 이상 요르겐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강한 예감에 그의 집을 빠져나오지만, 그녀는 이제 요르겐과의 불륜 관계를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결백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해요. 범인을 찾아내는 것만이 이 답답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고 두려움은 깊어질 뿐입니다.

작품은 굉장히 느린 속도로 진행됩니다. 빠른 전개를 자랑하는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 답답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심리스릴러는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좀 속이 터지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심리스릴러이기에 등장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덕분인지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는 리케의 심정이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와요. 저조차도 이 사람이 범인인지, 저 사람이 범인인지 헷갈렸던 데다 마지막에 밝혀진 결말 부분조차도 정말 그가 범인이 맞는지 머리가 뱅뱅 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 말 그대로 심리스릴러의 진한 맛을 보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합니다. 초반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견디다 보면 리케의 내면 세계로 여행을 떠나실 수 있을 겁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푸른숲>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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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법학자 -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
김현진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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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는 미술서!!]

<미술관에 간> 시리즈는 제가 미술 관련 도서 중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 전부 읽었어요. 물론 화학이나 수학, 물리학, 의학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전부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미술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밑줄 좍좍 그어가며 읽었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미술관에 간 법학자] 예요. 진실을 밝히는 미술과 법에 얽힌 불꽃논쟁들. 과연 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았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포문을 연 작품은 카유보트의 <마루를 깎는 사람들>입니다. 세 명의 건장한 일꾼들이 웃통을 벗고 마루를 깎는 그림이에요. 카유보트가 인상파 화가였던 덕분에 빛과 원근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있어 창문에 비치는 빛으로 마루가 반짝이고 인부들의 근육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카유보트는 1875년 이 작품을 살롱전에 출품했지만 낙선하게 되는데요, 그 이유가 '고된 노동이라는 저급하고 천박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지금 저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낙선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본질에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도미에의 <삼등칸>과 <일등칸>을 예로 들며 더 쉽게 설명을 이어가요. 그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니 생각보다 계급과 노동을 다룬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혹시 콜리에의 <고디바 부인>이라는 그림을 아시나요? 벌거벗은 부인이 말 위에 올라앉아 마을을 도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요. 이 작품은 11세기 초 영국 중서부의 코번트리 지역을 통치하던 봉건 영주 레오프릭 백작의 높은 세금 부과에 반대한 고디바 부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녀는 영주의 젊은 아내로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소작농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죠. 남편에게 세금을 낮춰 줄 것을 간청하지만 영주는 '당신이 정오에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모를까...' 라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이에 고디바 부인이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동받은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벌거벗고 마을을 돌 동안 집의 창문을 모두 닫아놓기로 약속해요. 저는 이 그림을 '관음'의 측면에서 바라본 해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관음증을 일컫는 '훔쳐보는 톰'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왔죠. 그런데 '조세저항'이라는 시각에서 살펴보니 고디바 부인의 행동이 무척 숭고해 보입니다. 여기에서 관습과 상식을 깨는 정치적 행동을 뜻하는 '고다이바이즘'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사회의 여러 현상과 사건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합니다. 전쟁법과 양심적 병역거부, 장애와 차별에 관한 오해와 편견들, 거장들이 그린 성폭력과 보복의 미술사, 뇌물의 역사, 대리모와 익명출산에 대한 논쟁 등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일들이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앞서 읽은 다른 <미술관에 간> 시리즈 때도 느꼈지만 이번 법학자 편을 읽으니 주변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한층 깊어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단순히 아름다움과 독특함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삶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어바웃어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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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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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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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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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세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다!!] 


<쿡재단> 의 상속자이자 유명 정치가의 아들이 로리 쿡과 결혼해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클레어.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로리의 폭력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어린 시절 친구인 페트라와 함께 탈출계획을 세우고 푸에르토리코로 출장을 떠나는 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하죠. 하지만 출장 당일, 갑작스럽게 로리가 자신과 클레어의 출장지를 바꾸고 클레어의 탈출은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절망에 빠진 클레어에게 접근한 한 여자. 그녀의 이름은 이바로, 클레어의 옆에 앉아 병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요. 하지만 이바는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다가 이제는 그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이었어요.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비행기 표를 맞바꾸고, 운명에 도전합니다. 과연 그녀들은 남자들이 지배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될까요? 


제 눈에는 클레어에게 접근한 이바가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생활이 클레어에게 전혀 도움을 줄 것 같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클레어를 더 불행 속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이바는 마약 중독자 어머니에게 태어나 가족들에게 버려지고 수녀원에서 생활하다가 버클리에 입학했어요. 화학을 전공하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약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이 일이 발각되어 이바만 학교에서 쫓겨났죠. 그런 그녀의 사정을 빌미로 접근한 덱스의 제안으로 약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겁니다. 하지만 마약단속국의 감시로 인한 불안함과 옆집으로 이사온 리즈의 영향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해요.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클레어. 그녀에게 거짓을 말하고 표를 바꾼 이바였으니 제 눈에 곱게 보일 리가요. 


그런데 원래는 클레어가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사고로 탑승자들이 사망하게 됩니다. 과연 이바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바도 이바지만 클레어는 로리가 자신이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언젠가는 로리가 자신을 찾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죠. 여기에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눈길들, 거짓이었던 이바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 전달되는 긴장감으로 제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았어요! 결국 그녀는 용기를 내어 로리와 자신의 쇼윈도 부부 생활, 로리의 폭력성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로 결심합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 당일을 기점으로 과거에서부터 진행되는 이바의 이야기와 미래로 나아가는 클레어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데요, 단순히 사기꾼이라 생각했던 이바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놀랍기도 했지만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을 이바의 간절함이 가슴 아팠어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 저에게 이 이야기는 스릴러이자 두 여성들의 성장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출판사 <밝은세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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