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기 국가 사전 - 국기를 보면 국가가 보인다! 사회탐구 그림책 1
실비 베드나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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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사실 결과를 떠나서 이번 월드컵에는 그리 큰 관심을 갖지 못했어요. 육아만으로도 너무나 바쁜 것, 매일매일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오늘 곰돌군 반찬을 뭐 해줄까이기 때문입니다. 모 광고의 카피문구에서처럼,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 이 엄마라는 자리는, 한 때 거리에 나가 열성적인 응원을 펼쳤던 저의 피도, 육아 외에는 사소한 일로 치부할 정도로 차갑게 만들었나 봅니다. 히힛. 그래도 경기가 있는 날은 곰돌군을 재워놓고 짝꿍과 함께 열심히(?) 관람했습니다. 그 와중에 제 눈에 똭!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각 나라의 국기였어요. 올림픽에서도 개회식 때 여러 나라 선수들이 자신들의 나라 국기를 펄럭이며 입장해서 저 국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궁금하곤 했는데요, 마침 [세계 국기 국가 사전] 이라는 책을 읽다보니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국기를 보고 무슨 나라인지 맞추는 놀이도 했었는데, 요렇게 국기에 담긴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은 처음 읽어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태극기를 먼저 언급할 수밖에 없겠네요. ‘태극이란 중앙에 있는 음양의 상징을 가리키는 것으로 음양은 무한함, 완벽함, 영원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두 개의 큰 쉼표 모양이 하나로 합쳐져 완전한 원을 형성하죠. 4괘 혹은 건곤감리라 불리는 검은 줄무늬들은 사계절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하며,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라는 오래전 유머가 생각나는 설명입니다. 이렇게 의미를 알고 나면 익숙했던 것도 새롭게 보이고, 더 큰 애정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책에는 우리나라 태극기를 비롯, 유럽과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국기가 담겨 있습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와 맞붙었던 스웨덴, 멕시코, 독일은 물론 처음 들어보는 나라의 국기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맨 뒤에는 색인도 있어서 먼저 알고 싶은 나라부터 찾아볼 수도 있고요. 각 나라의 국기마다 차이점은 물론,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저의 경우는 여행도 좋아하고 역사도 좋아해서 한 나라의 기원이 담긴 국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이 책이 무척 유익했어요. 물론 한 번 읽고 다 기억은 못하겠지요.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곰돌군이 어느 정도 자라면 같이 지구본도 돌려보고 한 나라 한 나라 짚어보면서 여러 번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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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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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부터 읽을까 말까 무척 망설였던 작품입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명석한 두뇌로 타이베이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2주만에 우울증이 악화되어 휴학, 세 번의 자살 시도 뒤에 2012년 대만정치대학 중문과에 다시 입학했지만 3년 후 우울증으로 다시 휴학, 20122[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을 발표하고 두 달 뒤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 그녀의 약력만으로도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해서 과연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하나, 무척 고민스러웠어요. 저는 지금 임신 9개월째의 임산부, 책을 받아든 순간부터 태교에 절대 좋은 내용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읽는 스릴러나 추리소설과는 다르잖아요. 그런 작품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볼 수 있고, 그저 비밀과 사연, 혹은 트릭에 당하는 재미로 즐길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오랫동안 잊히지 않으니까요.

 

살구빛 표지와 깃털의 부드러움으로 표현된 표지와는 달리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은 굉장히 잔혹하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팡쓰치가 같은 건물에 사는 교사 리궈화에게 오랫동안 성폭력을 당하면서 그 괴로운 시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소설이에요. 절친한 사이였던 친구 류이팅조차 그녀의 아픔을 알 수 없었고, 후에 팡쓰치가 결국 정신을 놓아버린 시점에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 그 일을 당했을 때 왜 할 줄 모른다고 했을까? 왜 싫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안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야 이 모든 일이 그 첫 순간에 결정되었다는 걸 알았다. 억지로 욱여넣은 건 그인데 내가 죄송하다고 말한 그 순간에.’라는 일기장의 구절에는 겉으로 드러내놓고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수 없었던 팡쓰치의 후회와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뭘 알 수 있었겠어요. 십 대 소녀가, 그저 문학을 좋아하고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꿈도 명확하게 그리고 있지 않았던 아이가. ‘사랑이라고 아름답게 포장해서 더럽고 추악한 면모를 팡쓰치 뿐만 아닌 다른 많은 소녀에게 드러낸 리궈화라는 악마를 만났다는 것 뿐, 아무 잘못 없는 그녀가 정신을 놓아버리는 허구 아닌 허구에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그녀의 부모가 성교육에 조금만 더 진취적이었다면, 자신의 딸과 성인 남자를 한 공간에 두는 것에 조금만 더 경각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남아요. 작가 린이한의 실제 이야기에 바탕을 두었다고 부모가 밝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팡쓰치의 부모가 그러했던 것처럼 작가의 부모들도 그랬던 걸까요. 그렇게 딸이 무슨 일을 당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이 이야기가 소설로만 다가오지 않아 더욱 가슴에 사무쳐요.

 

읽으면서 이렇게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욕을 한 적이 많이 없는데 말이죠. 내 눈 앞에 리궈화가 있었다면 당장 달려들어 머리를 쥐어뜯어버리든, 마구 때리든 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저희 아들들 성교육을 확실히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날개를 잔인하게 꺾어 좁은 공간 안에 가둬버리는 일은 생명을 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폭력은 폭력이라는 것을요.

 

하이고. 정말 읽기 힘들었던, 리뷰 쓰는 것조차 버거웠던 그런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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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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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완벽한 줄 알았던 남편의 반전 모습을 소름끼치게 그려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B.A.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 작가는 여름은 역시 스릴러!라는 것을 입증하듯 [브레이크 다운]으로 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해요. 한 순간의 선택이 불러온 죄책감으로 급기야 치매와 망상증 환자로 의심받으며 사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여성의 불안한 심리를 섬세한 묘사로 탁월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폭우가 몰아치는 여름밤, 남편 매튜의 말을 무시하고 지름길인 숲으로 들어선 캐시. 비는 억수로 내리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 밤, 그녀의 심장은 터질 듯 뛰는 가운데, 저 앞에 멈춰 서 있는 자동차 한 대가 보입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가 싶어 잠시 차를 멈추고 기다려보지만 운전석에 앉아있는 여자는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캐시 역시 무섭고 두려워 별 일 없을 거라 여겨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지만, 다음 날 아침 매튜로부터 간밤 숲길에서 한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여자를 도왔어야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캐시에게 언제부터인가 정체 모를 전화가 걸려오고, 정신은 피폐해져가는 가운데, 치매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경우를 떠올리며 자신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게 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경악할만한 진실을 목도하게 됩니다.

 

[비하인드 도어] 에서 다정하고 따뜻한 성품의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의 불안을 그려낸 작가는, [브레이크 다운]에서도 역시 순간의 자신의 선택을 질책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선량한 여성 캐시를 통해 매력적인 심리스릴러 한편을 완성했습니다. 어머니가 치매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얼핏 비치며, 캐시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묘사하면서 그녀가 겪고 있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들죠. 독자는 등장하는 인물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하필 그날밤 숲길로 오지 말라고 했던 매튜도, 그녀의 곁을 지키는 친자매같은 친구 레이철도, 매튜와 결혼하기 전 캐시에게 연정을 품었던 존도, 살해당한 여자의 남편도, 심지어 주인공 캐시조차 모두 의심스럽게 여겨집니다. 과연 이 가운데 누가 캐시를 괴롭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캐시의 망상인지 마지막 50페이지를 읽기 전까지는 무엇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스릴러인 이상 스포를 남기면 안 되므로 더 길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으핫, 결말 부분을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어요. 나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상에서 그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더불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랑과 배려, 우정이나 따뜻함이 아니라 결국 그것이었나 싶어 허탈함도 밀려왔습니다. 소설 속 인물임에도 캐시에게 느껴지는 연민을 멈출 수 없었고, 그녀가 부디 좋은 날들을 맞이하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다음 작품을 접해봐야 알겠지만, 작가가 다음에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심리스릴러를 발표한다면, 시리즈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단순해보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었어요. 아기가 일찍 일어나는 육아맘에게 새벽에 잠드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인데, 등을 긁어달라는 짝꿍의 말도 무시한 채 결말까지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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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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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행복한 왕자] 는 한 번쯤 읽어보셨을 겁니다. 그 동화의 작가가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저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쩐지 [행복한 왕자]와의 조합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동일 작가가 작품을 썼다고는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로서 영국 문학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거기에 악마와의 거래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요소, 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 동성애적인 소재로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와 연극, 무용으로도 공연되었을 정도로 그 인기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질 홀워드의 화실에서 그림의 모델과 화가의 친구로 만난 도리언 그레이와 헨리 워튼. 화가의 도리언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직접 확인한 헨리 역시 도리언에게 그의 매력을 찬양하며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해 한바탕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그의 화술에 심취한 도리언은 헨리의 말대로 젊음과 아름다움이야말로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완성된, 바질이 그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그 초상화를 보며 그림은 언제까지나 그대로겠지만 자신은 늙어갈 것을 한탄하는 도리언. 급기야 그는 그림이 대신 늙어가고 자신은 언제까지나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 초상화의 변화를 감지한 그 날, 도리언은 그림을 자신의 양심으로 삼아 올바른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지만, 혼자만 확인할 수 있는 나약한 양심 앞에 그의 삶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요.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하는 도리언. 초상화는 아름다운 그와는 반대로 점점 추하게 변해갑니다.

 

아름답기 때문에 더욱 기묘하고 퇴폐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자신이 가진 것이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삶을 더욱 타락시켜 가는 도리언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헨리의 입을 통해, 도리언의 변해가는 초상화를 통해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줘요. 더불어 문학의 힘을 빌려 당시 영국의 사회상을 묘사하고, 예술과 현실 사이, 무한과 유한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굉장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도리언 그레이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는 이대로 계속 젊음을 유지하게 되는 것인가, 초상화가 대신 늙고 추악하게 변해가는 것을 도리언은 과연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는 것인가. 그가 초상화를 자신의 양심으로 선택한 이상, 그의 삶이 지속되는 내내 그림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계속 불안하고 두렵고 그 그림이 누군가에게 발각되지는 않을까 공포에 떨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때문에 더 쾌락과 욕망에 빠져 살 수 밖에 없는 인생이 아니었나, 초상화가 있었기 때문에 도리언이 더 망가져버린 것은 아니었나, 역설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출간되는 했지만, 이번 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인 박희정님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도리언 그레이의 매력적인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퇴폐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 작품에 매혹당하는 데 큰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박희정님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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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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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내용으로 포문을 연 이 작품은 늙어가는 속도가 타인보다 현저히 느린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1890년대에 명성이 자자한 한 의사에 의해 에너제리아라는 이름이 붙은 이 병에 걸리면, 노화속도가 대개 정상인들보다 15배쯤 느려지게 되고, 면역체계가 강화되어 거의 모든 바이러스성 감염과 세균성 감염으로부터 안전해진다고 합니다. 겉은 소년처럼 보여도 속은 7-80대인, 보통 사람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사람이 존재하는 거예요.

 

톰 해저드는 에너제리아에 걸린 이후, 마녀재판에 의해 어머니를 잃고 런던에서 로즈와 그레이스 자매를 만납니다.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결국 로즈와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 딸 매리언까지 두게 되죠.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소문은 결국 그들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고, 톰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떠납니다. 여러 곳을 방황하다 전염병에 걸린 로즈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딸 매리언이 자신과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사라져버린 딸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내요.

 

그 와중에 만난 헨드릭은 톰에게 접근해 자신도 그와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 중 하나라며,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에 들어올 것을 권유합니다. 딸 매리언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면서 접근한 그를 뿌리치지 못하고, 톰은 8년에 한 번 삶의 터전을 옮기며 조직이 원하는 일에 협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그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그의 존재를 위협하는, 그에게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게 하는 여자 카미유와 함께.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 제작 확정이라는 매우 반가운 소식과 함께 출간된 [시간을 멈추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노화 속도가 느린 그가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셰익스피어, 스콧 피츠제럴드 등-과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결코 현재에 온전히 발붙이고 살아갈 수 없는 톰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뱀파이어 판타지물인 줄 알았습니다만, 그와는 달리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조금은 다른 존재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한 곳에 정착하는 일은 피해야 하지만, 로즈 이후로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톰은 마치 운명처럼 카미유에게 빠져들어요.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기억해주기를 바라죠. 하지만 기나긴 인생, 특히 톰과 같은 사람들에게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버티며 살아갈 수 있겠어요.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곁을 먼저 떠나버리는 커다란 고통은 겪겠지만, 사랑했던 추억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감내하며 긴 시간을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영화가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무척 궁금해요. 뒷심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톰이 만났던 셰익스피어, 스콧 피츠제럴드, 로즈와의 사랑이라는 소재 만으로, 무엇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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