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검토하다 책상에 오른쪽 손등을 세.게.부딪혔다. 워낙 여기저기 찧으며 돌아다니는 나라고 해도, 오늘은 정말 꽤 세게 부딪혔는지 손등이 금방 부어오른다. 또 워낙에 팔랑귀를 지닌 나인지라 '금 간 게 아닐까=ㅅ='라고 하는 옆자리 선생님의 말에 겁이 덜컥 났다. 또또 워낙에 아픈 것에 대해 엄청난 공포와 무한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지라 금은 금방--->부러짐으로 발전한다.
헥헥대며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던지자마자 '엄마! 이것 좀 보소' 하며 어무니 눈 앞에 손등을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셨으나 금방 무심한 얼굴이 된 울엄마 '그냥 부었네. 파스나 발라 =ㅅ=' 하신다. 또 워낙에 팔랑귀를 지닌 나는 금방 또 '그럴까나?'하며 파스를 척척 바르고 잠깐 잠이 들었다.
어라? 일어났더니 손등에서 팔꿈치까지 아프다. 숟가락질도 대충, 젓가락질도 대충하며 밥을 먹고 나서 한가득 쌓인 설거지통을 보니 왠지 더 아픈 것 같았다. 갑자기 도진 걱정병 =ㅅ= '엄마! 병원 안 가도 될까?' 했더니, '설거지 하기 싫어서 그러지!'하신다. 갑자기 드는, 이 보낼 곳 없는 서운한 마음. 파스를 팍팍 바르고 이미 퐁퐁을 시작하신 엄마 등뒤로 가서는 '내가 할테야!' 하며 격하게 설거지를 시작했다. 나중에 엄마 아프면 나도 심각하게 안 받아들일거야! 궁시렁거리며. 미안하셨던지, 금새 다가오셔서는 '미안해' 한 마디 하시는 그 모습에, 금방 또 마음이 녹아버렸다.
맞다. 나 설거지 하기 싫었다. 아픈 거 핑계대고, 바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절대절대절대 그런 마음은 없었던 듯, 아픈 마음 알아주지 않는다며 책임을 엄마에게 떠넘겼던 거다. 아, 이 철없음. 나는 언제나 철이 들려나.
그런 마음을 또 아셨는지 엄마가 결론을 내리셨다. '그러니까 빨리 시집 가!' 이상한 결론. ㅡㅠㅡ
#2.
저번 페이퍼에서 올린 책들을 아직도 구입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중. 정신줄 놓고 막상 지르려고 보니, 과연 컵이 모든 것 위에 놓인 이 구매가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거기다 새로운 책의 출현 =ㅅ=
조금 무서운 제목이지만, 꽤 재미있을 듯한 소재인 듯.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싶고, 컵은 과연 가질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놓고 며칠 째 고민 중. 누가 대신 결정 좀 해줬으면 =ㅅ=
#3.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 상태인 건가요.
이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것도 내가 아직 덜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급 우울해졌다.
나의 이 모든 철없음들을 곧 끝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