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셀레스트 잉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아무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탄탄한 진행과 마지막 반전, 사람들의 심리가 돋보인 소설이었다고 기억해요. 그래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궁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는 클리블랜드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지역사회인 셰이커하이츠를 배경으로 리처드슨 가()와 그들이 소유한 집에 세 들어오게 된 미아와 펄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도로 구획과 주택 외벽 색깔, 주민들의 생활습관까지 모두 획일적이고 성공의 척도까지 정해져 있는 셰이커하이츠. 변호사인 남편 리처드슨, 기자로 일하는 부인 엘리나 리처드슨,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딸 렉시와 트립, 두 남매에 비해 자신감은 떨어지지만 생각이 깊은 무디와 집안에서 별난 존재로 취급받는 이지가 생활하는 리처드슨 가에 미혼모 미아가 딸 펄을 데리고 그들이 소유한 집에 세들어 옵니다. 펄과 무디는 점차 친구로 가까워지고 늘 방랑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펄은, 리처드슨 가 사람들의 매력에 이끌려 그들이 속한 사회를 동경하게 되죠. 막내딸 이지는 자신들의 부모와는 달리 자신의 마음 속 불꽃을 이해해주는 미아에게 끌리게 되고, 미아의 동료인 중국인 베베가 얽힌 한 사건은 리처드슨 부인에게 그녀의 과거를 파헤쳐볼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그 계기는 중국인인 베베가 자신의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소방서 앞에 두고 온 것이었는데요, 그 아기가 리처드슨 부인의 친구 부부에게 입양되면서 양육권 소송이 벌어지면서 미아의 과거와 펄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법이야 어떻든, 저는 이 분쟁을 지켜보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어요. 형편이 안 된다는 이유는 있었지만 어쨌든 한 번 자신의 아기를 두고 왔고, 어쩌면 그 부부에게 입양되는 편이 아이에게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엄마와 자식인걸요.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미아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맞물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것처럼 결국 미아와 펄은 그 마을에서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리처드슨 가에는 큰 불이 일어나고 그 결과 모든 것이 다 타버립니다. 처음에는 비극적으로만 느껴졌던 그 사건이 결국에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는 걸 암시하는데요, 그것은 불을 낸 당사자인 이지뿐만 아니라 리처드슨 부인에게도 획기적인 사건이었을 거예요. 늘 마음 속 어딘가에서 읽어버릴 것만 같은 예감을 느꼈던 딸 이지, 그리고 삶은 이래야만 한다는 기준이 집에 난 그 불과 함께 모두 사라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딸이므로, 이지만은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입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의 사건, 사연이 전부가 아니라 자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베베의 아기를 누가 키우게 되는가, 미아와 펄의 관계는 무엇인가, 렉시의 선택은 과연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이지는 돌아올 것이며 리처드슨 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요. 각자의 선택 속에서 그녀들은 자신의 선택의 무게를 느끼며 앞으로의 삶을 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의 가슴 속 불꽃은 무슨 말을 하는가를 들어보기를 권하는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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