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작은 책
호세 안토니오 미얀 지음, 유혜경 옮김, 페리코 파스토르 그림 / 큰나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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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름없는 작은 책'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책이고, 책의 세상에서 책의 시선으로 쓰여진 책.

주인공 '이름없는 작은 책'은 멋진 시민법전 시리즈인 아빠와 유명한 과학잡지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훌륭한' 부모밑에서 난 이 이야기 책은 어쩐 일인지 자랄 생각을 하지 않고 '옛날 옛적에……' 그리고 '끝' 이렇게 단 두 줄뿐이다.

자라지 않는 아이 때문에 엄마 아빠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이야기책도 고민이 많다.

유모인 요리책과 나들이를 다녀오던 이야기책은 요리책이 통행법과 수다에 빠진 사이에 백과사전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백과사전이라면 자신의 고민을 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이름없는 작은 책은 책장을 이리저리 헤매며 백과사전을 찾아 나서는데…….

 

이 작고 귀여운 이야기책은 그래서 자신의 고민을 잘 해결했을까?

지금은 자신 안에 단 두 줄 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우리는 안다. 저 두줄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옛날 옛적에……'라는 말이 가져다 주는 두근거림과 기대감을.

나도 그렇고 우리의 부모님도 그랬고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랬고,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 '옛날 옛적에……'와 '끝' 사이에 들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꿈을 꾸었고 자랐고,

또 다음 세대에게 그 이야기들을 물려주었다.

저 두 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이름없는 작은 책'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 어떤 모습으로도 자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가 또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것이라는 것.

 

 

이 책은 깜찍한 발상의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이에 곁들어진 그림도 멋지다.

책을 의인화해서 그려놓은 그림들이 참 재미있다.

우리의 이야기책이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훌륭한 책으로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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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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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2016년.

고작 7년 뒤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2016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 이후 5년'째인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 뒤인 2011년에 통일이 되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이란 얘기다.

(아무래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만 여겨진다.)

 

이야기는 한 사내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된다.

화창한 봄날, 북한군 출신 조직폭력배의 장례식이 기독교식으로 치뤄지고,

그 사내의 죽음에서 의혹을 느끼는 또 다른 사내 리강이 있다.

리강이 그 죽음의 의혹을 풀려는 과정 곳곳에서는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섬찟하게 드러난다.

 

'공포란 본색을 파악할 수 없을 때 무한대로 팽창한다.'(21)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릴 때의 공포.

그런 공포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것이다.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소리였는데,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상상력이 더해진 공포는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나는 이 책에서 몇번이나 그런 극에 달한 공포를 느껴야했다.

무서웠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 이후의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이.

이 책에서 그려진 모습에 내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꾸 암울한 색을 덧칠해 나갔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떨지 그 본색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한히 커지기만 한 나의 공포심.

 

이 책은 평소에 내가 즐겨 읽는 분위기의 글은 아니었지만,

'이응준'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를 떨쳐버릴 수 없어 읽게 되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이다.

(매 장면 장면이 끊임없이 며칠 단위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등장인물 이름도 꽤 많은 편이었다-내 기준으로는.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공교롭게도 내가 책을 읽을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통일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배경이 주는 흥미로움과 인민군 출신 폭력 조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는 긴장감으로

한번 펼친 책은 쉽게 덮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책의 맨 뒷장에 실려 있는 56권에 달하는 '도움받은 책들' 목록이었다.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작가의 말에 '쓰면서 겪어야 했던 고통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모두가 재미있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라고 씌여 있던 게 생각났다.

어찌되었든, 나는 작가의 그 고통과는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통일 이후 대한민국은 진짜 어떤 모습일까?  왠지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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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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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었다. 역시 재미있다!

 

요즘은 밤이 깊어야 겨우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책도 밤에 펴들게 되었다. 조금 고민했다. 표지의 그림이 무서워서 밤에 읽고 탈나지 않을까(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을 꾸거나, 아예 무서워서 잠을 못 자거나) 적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에는 읽을 틈을 낼 수가 없으니, '저질 심장 강화용'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밤중 데이트를 즐겼다.(다행히, 생각만큼 무섭지 않았다.)

 

이 책은 살인사건 담당 형사인 구나사기와 대학교수 유가와가 함께 묘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몇 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장편이면서 단편의 느낌이다.) 구나사기는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듯한 묘한 사건을 맡게 되고, 평소에 '괴현상' 등에 관심이 많은 친구 유가와 교수에게 사건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사건 추리 과정을 따라가며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이 사람, 정말 똑똑하구나..."하는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한 남자가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인연이라고 말해 온 이름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이름을 가진 소녀를 만나 그녀에게 접근하다가 자동차 뺑소니로 경찰에 잡힌다. 도대체 그 남자는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일본인 이름을 잘 모르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흔치 않은 성과 이름인 듯 했다) 그녀가 그에게 보냈다는 편지는 어떻게 된 사연일까. 둘이 정말 맺어질 운명이었던 걸까?('꿈에서 본 소녀') 자신과 삼각관계에 있는 남자의 집에 찾아갔다가 창문 너머로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는 남자. 황급히 뛰어나가보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잠시 후 그녀가 살해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집에서 살해 당한 여자가 어떻게 같은 시간에 남자 앞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그녀가 보내는 어떤 메시지였을까?('영을 보다') 한 남자가 실종되고, 그 남자의 실종 장소로 추정되는 집에서는 매일 저녁 8시 괴현상이 벌어진다. 바로 '폴터가이스트' 즉 '시끄러운 영' 현상. 지진도 아닌데 집이 흔들리고 탁자위의 물건이 쓰러지는 이 현상, 정말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떠드는 소리일까?('떠드는 영혼') 한 영세 공장의 사장이 오래 전 빌려준 돈을 받으러 나갔다가 사체로 발견된다. 그의 딸은 아빠가 죽기 전 날, 아빠에게 도깨비 불이 날아드는 걸 봤다는 진술을 하고, 사체가 발견된 호텔 방에서도 미심쩍은 흔적이 발견된다. 그런데 죽은 남자의 아내의 알리바이가 어딘가 미심쩍다. 아내가 이 죽음에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그녀의 알리바이') '연인'에게 당장 부인과 헤어지라며 협박하던 여자가 그의 눈앞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단지 겁을 주려던 뿐이었을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정말 그녀는 죽고 만다. 그리고 건너편 아파트에서는 며칠 전에 그녀가 죽는 모습을 봤다는, '예지몽'을 꾼 소녀가 있다. 소녀는 어떻게 그녀가 죽는 꿈을 꾼 것일까?('예지몽')

 

모든 이야기가 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이야기들은 정말 귀신이 부린 조화일까?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되겠으므로 여기서 그만. 하지만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 그 흥미로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보면 좋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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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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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 김점선 / 2009 / 시작
 

 

도서관에 갔다가 독특한 느낌의 책을 한 권 만났었다. 김점선 님의 <기쁨>이었다. 책 내용 등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빌려 읽으면 이런 후유증이 간혹...궁금한데 다시 들춰볼 수 없으니 답답하다), '김점선'이라는 이름 석자가 확실히 머리에 박히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 엄청난 감흥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앞서 말했지만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 이름은 머리에 오래오래 남았다.

 

그러다 온라인 뉴스에서 다시 그 이름을 보게 되었다. 부고 소식이었다. 깜짝 놀랐고 많이 슬펐다. 단지 책 한 권의 인연이었을 뿐인데, 그것도 내용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있을 뿐인데,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식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많이 아프셨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아픔에서 해방되셨다.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건강하게 마음껏 그림 그리며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고,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표지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지금 하늘나라에서 꼭 이렇게 웃고 계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전의 그녀에 대해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일생'이 들어 있다. '옥단춘뎐', '숙영낭자뎐'처럼 김점선의 전기 '점선뎐'이다.

 

아픈 몸으로 수술 침대에 올라, 이왕 배를 열 거면 '쓸데없이' 길기만한 창자들 다 잘라내고 간단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 몇 년 동안 머리에 빗질 한 번 안 하고 '자유분방' 할 수 있는 사람, 어느날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향해 결혼하자고 외치고는 정말 바로 결혼해 버리는 사람, 싸우던 중에 소변이 마려우면 그 자리에서 그냥 오줌 줄기를 흘려 보내더라도 끝까지 결판을 내고야 마는 사람, 남들 다가는 수학여행 거부하고 그 시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 팔이 아파 붓을 잡을 수 없으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림에 미쳐 그림과 한평생 열애 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김점선이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수식어로는 그녀를 백 분의 일도 다 나타내지 못하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녀의 인생을 어린시절부터 주욱 따라 가면서, '특별함'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그녀의 삶은 정말 무언가 특별해 보였다. 평범함을 거부했기에, 그녀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나올 수 있었겠지.) 이 책에 내게 준 것은, 나와는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서 오는 신선한 놀라움, 이 생을 뜨겁게 살았던 사람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커다란 기쁨, 마지막 생을 불살라가며 이런 책을 남겨준 저자에게 느끼는 뜨거운 고마움. 이후에 다시 <기쁨>을 읽게 된다면, 이제 그 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그리는 손길에 어떤 것이 담겨 있는지, 그 그림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때보다 조금 더 알게 되었으니까. 그녀의 그림들을 감상해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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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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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지금까지의 내 생애에서 가장 활동적인(!)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해 4월에 내게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라는 게 생겼고, 나는 경치 좋은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으며,

학교에는 지천으로 꽃이 피어있었다.

졸업 시험과 논문 등으로 밤잠도 모자라게 공부를 하던 대학원 시절이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숨구멍이 필요했다.

그때 사진기가 없었다면, 학교에 그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있지 않았다면, 내가 그 힘든 시절을 어떻게 이겨냈을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아무튼, 모두들 통역실에, 스터디룸에, 도서관에 자리 잡고 앉아 피 터지게 공부하고 있을 때,

나는 틈틈이 카메라를 들고 교정으로 나갔다. "나도 숨 좀 쉬자!"를 외치며.

내성적이고 남들 눈에 띄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남들이 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잔디밭이고 풀밭이고 언덕이고

아무데나 멈춰서서, 혹은 쪼그리고 앉아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바닥에 좀 더 밀착하기도 하며) 꽃들을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았다.

(그렇게 찍은 꽃 사진은 포털 사이트 야생화 카페에 올려 이름을 물어보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처음으로 나만의 카메라가 생기고 사진을 찍다보니, 당연히 잘 찍고 싶어졌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몇 권의 사진책을 빌려다 봤었다.

도서관에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제목의 책들이 참 많았다. 그 중에 어떤 책을 봐야 할까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책들을 넘겨보며, 예시로 실려 있는 사진이 마음에 드는 책, 설명이 조금 더 쉬워보이는 책 들을 골라다 보곤 했다.

하지만 사진에 있어서는 그렇게 착실한 학생이 아니었기에, 그저 책을 보는 것으로만 그쳐 나의 사진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다.

뭐든지 중요한 것은 실천, 반복 연습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한 셈이다.

 

학교를 떠난 후 나는 다시 상당히 정적인 모습으로 되돌아 왔고, 카메라는 곰팡이가 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책 정리를 하느라 일주일에 몇 번씩 책 사진을 찍어 올리지만.)

얼마 전에 카메라가 고장나서 상당한 돈을 주고 수리를 했는데, 비싸게 고친 게 아까워서라도 다시 카메라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주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사진 찍는 법도 찾아보고, 사진 카페에도 가입하고,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이제 본론이다. 사설이 참 길었다.)

 

이 책은 참 독특하다. 지금까지 본 중에 이런 책은 없었다.

그림 없는 그림책은 본 적 있다만, 사진 없는 사진책이라니!

이 책에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책의 구성도 간단하다. 왼쪽에는 (사진 대신) 그림을, 오른쪽에는 그 그림에 관한 글을 실어 놓고 있다.(글은 간단명료.)

내용도 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 이 기능은 뭐고 저 기능은 뭐다, 이 사진기는 어떻고 저 사진기는 어떻다, 등등

흔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사진의 역사에 관한 글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사진 찍는 마음가짐은 이러함이 마땅하다고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 주의할 점을 지나가는 말처럼 쓰윽 일러주기도 한다.

책을 뚫어져라 보며 아하 이건 이렇군, 저건 저렇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으로 읽기보다는,

사진 선배 혹은 스승과 나들이 나가 그들이 한두 마디 툭툭 흘려주는 조언들을 주워듣는다 생각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물론 그런 조언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게 아니라, 까먹을 새라 마음속으로 되뇌거나 잽싸게 메모 해야 한다.)

 

나 같은 초보자가 이 책 한 권을 읽고 사진에 힘이 생겼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겠지만,

앞으로 사진 찍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조언들은 가슴 깊이 새겨 두었다.

(특히, 목표물에 가까이 가기보다 줌 당기기를 좋아하던 나는, 이 책을 읽은 뒤 줌보다 내 몸을 움직이게 되었다.)

식상하고 진부한 사진책에 질렸다면, 이렇게 독특한 책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초보자는 초보니까 당연히 봐야하고, 사진 고수라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이미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기 위해.

아, 까먹기 전에 당장 UV필터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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