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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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봄날, 엄마랑 근처 산에 산책을 갔다. 계단 틈에 꽃마리가 가득 피어 재잘거리고 있었다.

"어머! 꽃마리네!"

반색을 하며 허리를 굽히는 나를 엄마가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뭐가 있다고 그래?"

지금 우리 발밑에 아주 작고 예쁜 꽃이 피어 있으며, 이 아이 이름은 '꽃마리'라고 내가 엄마에게 알려주었다.

함께 허리를 숙여 돌계단 틈을 쳐다본 엄마도 그제서야 어쩜 이렇게 작고 예쁜 꽃이 다 피었느냐며 좋아하셨다.

꽃마리는 아주 작은 꽃이다. 그 존재를 알고 의식해서 찾아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하지만 그 존재를 알고 나면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연한 하늘색과 가운데 노란색 동그라미가 아주 귀여운 꽃이다.

정말이지, 이 책의 제목처럼 '알면 사랑한다'!

 

이 책은, 받아들자마자 품에 꼬옥 품었을 만큼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요즘 가장 예쁜 '짝꿍 색'이라 생각하는 초록과 노랑이 돋보이는 사진이 이 책의 띠지라는 점도 무척 사랑스러웠다.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을 한가득 담은 책이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인 지은이 최병성 님이 숲속 생활에서 보고 느낀 점을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들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지은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자연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계절마다 때론 현란하게 때론 소박하게 자기만의 색채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숲.

봄은 진달래, 여름은 초록, 가을은 단풍, 겨울은 헐벗음이라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내 머릿속 숲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바꿔 놓아 준다.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지은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아주 작은 꽃을 보기 위해 바닥에 납짝 엎드리면서는, 이렇게 시선을 낮추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나타남을, 씨앗이 작은 싹을 틔우고 싹이 자라 꽃이 되고 나무가 되는 모습에서는, 우리 모두의 '씨앗' 안에는 이렇게 거대한 세계가 숨어 있음을, 늘 익숙하게 보아오던 것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나서는, 색다른 시각에서 보면 매일 같다고 생각하던 일상도 더 이상 똑같지 않음을…….

자연은 이토록 위대한 스승이다. 그 안에서 가르침을 찾는 자에게는 말이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고 깨닫지 못했던 나의 닫힌 마음과 어두운 눈길을 이 책이 활짝 열어주었다.

이 책 제목 '알면 사랑한다'가 정말 얼마나 훌륭한 가르침인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가슴 깊이 깨달았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자연도 사람도 우리 사는 이 세계도. 모든 것이 알고 싶어졌다.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어졌다.

 

 

- 작은 도토리 한 톨 안에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숨겨져 있듯이, 내 안에는 어떤 모양의 우람한 나무가 감춰져 있을까요? 새싹이 하루하루 쉬지 않고 자라듯, 나도 오늘을 참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리라 다짐합니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비바람이 불어온다 할지라도 말입니다.(16쪽)

 

- 하루하루가 반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찾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지루한 이유는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세상을 습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우리네 눈과 마음 때문입니다. 눈높이를 조금만 달리하면,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우리 곁에 기다리던 새롭고 즐거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130쪽)

 

- 씨앗에게는 자신이 뿌리 내릴 곳을 선택할 능력이 없습니다. 옥토이든 거친 자갈밭이든 한번 뿌리 내리면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다른 곳을 넘보거나 신세를 탓하지 않습니다. 그에겐 그곳이 최고의 자리인 것입니다.(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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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
멕 로소프 지음, 박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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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에 말이지…… 끔찍한 운명을 패해 달아날 수 있다면?"

 

어느 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동생이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 한 걸 구하면서 데이비드 케이스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칫 잘못했으면 동생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맞닥뜨리고 나서 '운명'이라는 놈의 존재가 갑자기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만약에 그때 2초만 늦었더라면, 동생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2초. 매일의 평범한 삶과 총체적 파멸 사이에 가로놓인 건 이 2초 뿐이었다.'(10쪽)

2초라는 짧디짧은 시간으로 생사가 갈리는 현장을 겪고 보니, '끔찍한 운명'이 가져다 주는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그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데이비드 케이스는 운명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한다. 먼저 이름을 바꾼다. 데이비드 케이스는 이제 저스틴 케이스가 된다. Justin Case. Just In Case.

 

  내 소개를 하겠다.

  내 이름은 키스메트Kismet, 터키어다. 페르시아어로는 키스마트qismat, 아라비아어로는 키스마qisma인데, '나누다, 할당하다'라는 뜻의 카사마qasama에서 파생되었으며, '운'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비슷한 말로는 우연, 신의 섭리, 운명이 있다.

  운명.(28쪽)

 

운명. 저스틴이 맞서고자 하는 상대다. 책의 중간중간에 굵은 글씨체로 등장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자신을 피해 달아나려는 저스틴을 비웃는다. 아주 잠깐의 등장이지만, 이 '운명'이 내는 목소리는 조금 섬뜩하다. '운명'이라는 게 어떤 실체가 되어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나를 비웃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불쾌함과 두려움이 함께 치밀어 올랐다.

 

평소에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적잖이 생각하고 있는 나이기에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외향을 바꾼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운명일까?(왠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가끔 "운명에 맞서라!"라는 말을 보는데, 운명은 어떻게 해야 맞설 수 있는 것일까?

 

  운명은 그저 원인과 결과가 가득한, 매 순간 하나가 다른 수많은 것들을 건드려, 무수히 많은 행위들을 촉발시키는, 무수한 도미노 현상들로 가득한 운동장일 뿐이야.(296~297쪽)

 

그렇다면 우리 앞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어느 순간에 도미노의 어떤 패가 쓰러질지도 알 수 없다.

괜히 운명을 피해 조심조심 돌아가려다가 휘잉 불어오는 바람에 옷자락이 날려 옆에 있는 패를 쓰러뜨릴지도.

그게, 내가 쓰러뜨리도록 되어 있던 패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물론 더 좋을 수도 있겠고.)

어차피 복불복인가?

그렇다면, 얼마전 작고하신 장영희 교수님의 말씀대로 운명을 깨우며 쿵쾅쿵쾅 걸으련다.

네놈 따위 겁나지 않는다고, 어디 날 잡으려거든 마음껏 잡아보라고 쿵쾅쿵광!

 

이름을 바꾸고, 외면을 바꾸고, 운명을 피해 달아나는 저스틴과 함께 '도주'하며, 나도 다시 한 번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의 생명체가 번데기 상태를 벗어날 때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점이, 충분히 성숙해서 새로운 정체성을 얻은 것도 그렇다고 과거의 모습을 탈피한 것도 아닌 시점이 있다. 날개는 아직 끈적끈적하게 접혀 있으며, 빛깔도 감춰져 있다. 에메랄드색이나 군청색을 띠게 될지, 아니면 진흙빛을 띠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나를 미치도록 황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소리 없는 기나긴 기다림의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만개하기를 기다리는 그 조마조마한 순간.(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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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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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이다.

영화로 <연인>을 만나보았을 뿐, 그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얀에게.

그냥.

하늘은 텅 비어 있다.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여러 해째다.

내가 아직 이름 짓지 않은 어떤 남자.

내가 사랑하는 어떤 남자.

나를 떠날 어떤 남자.

그 나머지는, 내 앞뒤의 일이든, 내 전후의 일이든, 나와 무관하다.

나는 널 사랑해.(21쪽)

이 책은 뒤라스가 그녀의 연인 얀에게 바치는 연서(戀書)이자, 죽음을 앞두고 삶을 돌아보며 쓴 유서(遺書)인 듯 하다.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향한 열정은 이 책을 쓸 당시의 그녀의 나이마저 잊게 만든다.(이 책은 그녀가 여든한 살 때 씌여진 것이라 한다.) 사랑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서(이 책은 보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두 번 읽었다.) 마침 문학 라디오에 나온 한 작가를 통해 뒤라스를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작가는 뒤라스를 사랑해서 프랑스까지 날아갔고, 뒤라스에 몰두해서 뒤라스만 읽었다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뒤라스의 연인 얀에 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다. 뒤라스가 '나를 떠날 어떤 남자'라고 했던 그 남자, 얀은 뒤라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를 추억하는 글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뒤라스만 보였다. 한 남자를 향한 뒤라스의 열렬한 사랑만 보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이제는 얀이 느껴졌다. 짧은 편지를 써서 뒤라스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얀이지만, 이 글들의 뒤에 숨어 있는 얀의 뒤라스를 향한 사랑이 느껴졌다. 뒤라스의 죽음 이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녀를 추억하는 글을 쓰고 있는 얀의 마음을 떠올려서인지 글들이 하나하나 더욱 깊게 가슴을 울린다.


죽을 때까지 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너무 일찍 죽지 않도록 힘써볼게요.

내가 해야 할 건 그것뿐이에요.(42쪽)

 

뒤라스는 여든둘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얀을 사랑했을 것이다.(일 년 새에 사랑이 식지 않았다면.) 너무 일찍 죽지 않도록 힘써보겠다는 약속이 어느정도 지켜진 것 같다. 생애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을 멋지게 해내고 떠난 그녀, 그리고 그녀의 사랑, 무척 아름답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사랑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너처럼 될 수 없다는 것, 그게 내가 아쉬워하는 그 무엇이지.(77쪽)

 

삶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아무도 그걸 모르지. 살려고 애써야 해.
죽음 속으로 뛰어들어선 안 돼.

이게 다야.

이게 내가 해야 할 모든 말이야.(70쪽)

이게 다예요. 이 한 마디가 주는 깊은 울림이 좋다. 그래요, 이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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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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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작고하신 장영희 교수님의 수필집이다.

제목에서부터 선생님의 '기적' 같은, 하지만 본인에게는 '일상'적이었을 그 삶이 그려진다.

 

영문학 박사이지만 수필가로도 유명한 장영희 선생님의 책을, 사실 나는 한 권밖에 읽어보지 않았다.

그 인연은 바로 『내 생애 단 한번』이다. 그리고 그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필집 중 한 권이 되었다.

이 책은 『내 생애 단 한번』 이후 9년 만에 나온 에세이집이다.

출간 소식을 듣고 무척 좋아했으나, 결국 책 출간을 앞두고 저자가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아 무척 가슴이 아팠다.

책을 받아들고 한동안은 가슴이 아려서 당장 펼쳐볼 수 없었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There's nothing that cannot happen today).'(59쪽)

 

암 판정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본(당시 기고한 글에는 암이 아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었다.

우리의 삶은 누구도 추측할 수 없고, 또 그렇기에 수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다. 별안간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내 앞에 나타날 그 '운명'이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떠나갔던 애인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지나가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벽돌에 맞을 수도 있고, 눈앞에서 건물 한 채가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바로 '오늘'이라는, 짧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 시간에 말이다. 그리고 저자 앞에는 '암'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래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늘 반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61쪽)

 

책은 시종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들로 나에게 힘을 주려 하지만,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저자를 향한 그리움 때문인지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서평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컴퓨터 앞에 앉은 것도 그 때문이다. 너무 처져버린 내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저자도, 독자가 이 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길 바랐을 것이다, 이런 슬픔과 가슴 아림이 아니라.

 

  이 찬란한 계절은 오랜만에 한번 하늘을 쳐다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 마음속 어린아이가 자유롭게 "와!"하고 감탄하도록 내버려 두기 좋은 때 같다.

  "와, 어디선가 빵! 하고 꽃 폭죽이 터졌네. 어디를 보나 꽃 천지네! 하늘은 너무너무 파랗고, 강물은 반짝반짝, 꼬불꼬불, 되게 예쁘네. 와!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74쪽)

 

와, 오늘 하늘은 정말정말 새파랗네! 마당의 꽃 향기도 되게 진하다! 물 뿌린 마당에서 흙 냄새가 섞여 올라와서 엄청 상쾌해! 와와와!!!

나도 오늘은 화창한 날씨에 신난 내 안의 어린아이가 방방 뛰도록 내버려둔다. 이 세상은, 와와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그래서 오늘도 신나게 와와와!!!

 

그래도 어딘가 허전한 마음은, 여전히 지워질 줄 모르는 그리움은, 끝없이 찾아드는 허전함은 저자가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쓴 편지를 보며 위안을 받는다. 우리 모두는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내일'이 하룻밤을 자고 나서일지, 얼마나 많은 밤을 자고 나서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내일'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헤어짐의 아쉬움도 견딜 수 있다.

 

  그 후 LA에 들렀다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우찬이는 내년에 보자는 말 대신에 "이모, 내일 봐"라고 말하곤 합니다. '내일'과 같이 짧은 시간 후에 다시 볼 수 있다면 헤어지는 마음이 덜 아쉽겠지요.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겁속에서 하루는, 1년은, 아니 한 사람의 생애는 너무나 짧은데, 그럼에도 우리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봐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지요.(51~52쪽)

 

 

장영희 선생님, 선생님이 이 세상을 떠나며 우리에게 남겨주신 믿음을 생각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 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52쪽) 사랑하고 이해하고 믿으며, 우리들의 남은 생을 진실되게, 결코 헛되지 않게 보내겠습니다.

선생님, 내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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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마크 트웨인 지음, 린 살라모 외 엮음, 유슬기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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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

마크 트웨인 / 린 살라모 외 엮음 / 유슬기 옮김/

2009 / 막내집게

 

 

책을 고르다 보면 종종 출판사 이름을 보고 선택하게 된다.

이 책도 그렇게 골랐다.

아주 작은 출판사 '막내집게'.

지금까지 출간한 책이 네 권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네 권 중의 한 권이 내가 무척 아끼는 산마오 산문집이다.(『사하라이야기』, 2008) 그리고 올해 산마오 산문집이 한 권 더 출간되었는데(『흐느끼는 낙타』)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곧 읽어볼 계획이다.

 

어찌되었든, 그러므로 출판사의 이름에 이끌려, 그리고 '마크 트웨인'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나는 이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무척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이 책들을 만나보았던가, 아니면 제목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읽은 줄 알고 안 읽었던가, 뭐 그랬다. 그러니까, 부끄럽게도 내가 마크 트웨인을 '제대로' 만난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무척 유쾌한 책이었다. 마크 트웨인의 풍부한 유머 감각을 그대로 전해주는 글들이 엮은이의 손에서 그리고 옮긴이의 손에서 내 눈으로, 마음으로 잘 전달되었다. 마크 트웨인이 '이런 식으로 사시오!'라고 '유쾌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삶 자체가, 아니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 자체가 무척이나 유쾌하다. 그리고 그런 유쾌함은 그의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 실린 그의 글 어느것 하나에서도 그런 유쾌함이 느껴지지 않는 게 없다. 1835년에 태어난 마크 트웨인이 그 당시로는 장수했을 나이인 일흔다섯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밝고 긍정적이고 유쾌한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마크 트웨인은 다음과 같은 올바른 격언을 내게 남겼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길을 걸어서는 유쾌할 수 없습니다.'(책에서는 장수하는 법에 대해 말하며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길을 걸어서는 장수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유쾌하게 사는 법,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착하게 굴어라, 착하게 굴어라, 언제나.

그리고 가끔은 똑똑하게 굴어라.

그러나 너무 착하게 굴지 말고

너무 똑똑하게 굴지도 말아라.

너무 지독하게 착하게 굴면

끔직이 외로워지고,

너무 똑똑하게 굴면

너보다 정신연령 낮은 사람들에게 꺾이고 쏘이고 밟히고, 그 작자들은 더 지적인 사람을 보면 자기네들의 덜떨어짐에 대한 기분 나쁜 거만함으로 여기는 게 원칙이고, 똑똑해 보이는 태도나 그 비슷한 걸 보면 당장 불쾌해하고―그들이 정당하냐고? 아아, 아아, 그들은

 

(더 이상 이어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진정한 시가 되기엔 행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말이야.)

 

-44쪽, 나의 시 "착하게 굴어라, 착하게 굴어라"

 

 

여행은 편견, 고집불통, 편협한 마음에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여행은 꼭 필요하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폭넓고 건전하고 자비로운 관점은 평생 동안

지구의 작은 구석 한 곳에서 서식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으니까. (100쪽)

 

 

애견은 밖에 놔두라.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편파적으로 결정된다. 만약 생전에 세운 공로로써 결정되는 것이라면, 당신이 밖에 있고 개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73쪽, 천국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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