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슨 까닭인지, 무슨 인연인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이언 매큐언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사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더랬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은 기억도, 어딘가에서 보고 '읽어봐야지' 다짐했던 기억도 없는데,

어째서 '모르는 작가'의 책을 겁도 없이 여러 권이나 사뒀지?

지금 생각하니 참 의아하다.

 

벽쪽에 붙어 있어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쪼로록 꽂혀 있던 이언 매큐언의 책들.

어느 심란하던 날 밤, 그 중 한 권을 꺼내들었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자. (설마, 그런 낭만적인 생각을 했을라고!)

여튼, 그리하여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언 매큐언의 책을.

 

그러니까, 그날 나는 조금 심란했던 모양이고, 어지러운 정신을 다른 곳으로 팔아버리기에는 연애 이야기가 최고다 싶어 고른 것이, 이 책이었다.

제목만 보고.

달달한 연애 소설인줄 알고.

그랬더니, 그게 아니었고.

 

이런 사랑 이야기는 처음이다. 어떤 사랑이냐고...? 그러니까, 이런 사랑...(난데없이 말장난은! 사실은, 지금 조금 졸립다...)

 

초원에서 기구 추락사고 현장에 있게 된 사람들 속에 우리의 주인공이 있고, 그 중 한 사람이 주인공을 사랑하게 된다.

이상한 종교, 혹은 개인적인 어떤 종교에 심취한 듯한 이 남자는, (역시 남자인) 주인공에게 스토킹에 가까운 애정 공세를 펼친다.

주인공을 자신의 종교로 귀의시키고자 하며, 당신이 먼저 나를 사랑했다는 둥, '미치광이' 같은 소리를 뱉어내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이런 사랑이다.

 

페이지에 여백이 거의 없이 빽빽히 들어찬 글씨들에 살짝 질렸던 데다,

내가 생각한 달달하거나 혹은 애틋하거나 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어서, 조금 김이 샜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리 이런 사랑,인 걸 알고 읽었더라면 그저 흥미진진하게 빠져서 읽어내릴 수 있었을 것도 같다.

이야기 전개는 굉장히 힘 있고, 긴장이 넘쳐 흐른다.

짧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하룻밤만에 모조리 읽어내렸다.

 

어떤 계기에서였든, 이언 매큐언의 책들을 여러 권 구비해놓은 건, 잘한 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심란하다거나, 연애 이야기로 정신을 분산시키고 싶다거나, 하는 이유들이 아닌,

그냥 이언 매큐언의 이야기가 그리운 날, 또 다른 책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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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여신 2016-04-19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