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점선뎐 / 김점선 / 2009 / 시작
 

 

도서관에 갔다가 독특한 느낌의 책을 한 권 만났었다. 김점선 님의 <기쁨>이었다. 책 내용 등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빌려 읽으면 이런 후유증이 간혹...궁금한데 다시 들춰볼 수 없으니 답답하다), '김점선'이라는 이름 석자가 확실히 머리에 박히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 엄청난 감흥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앞서 말했지만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 이름은 머리에 오래오래 남았다.

 

그러다 온라인 뉴스에서 다시 그 이름을 보게 되었다. 부고 소식이었다. 깜짝 놀랐고 많이 슬펐다. 단지 책 한 권의 인연이었을 뿐인데, 그것도 내용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있을 뿐인데,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식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많이 아프셨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아픔에서 해방되셨다.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건강하게 마음껏 그림 그리며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고,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표지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지금 하늘나라에서 꼭 이렇게 웃고 계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전의 그녀에 대해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일생'이 들어 있다. '옥단춘뎐', '숙영낭자뎐'처럼 김점선의 전기 '점선뎐'이다.

 

아픈 몸으로 수술 침대에 올라, 이왕 배를 열 거면 '쓸데없이' 길기만한 창자들 다 잘라내고 간단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 몇 년 동안 머리에 빗질 한 번 안 하고 '자유분방' 할 수 있는 사람, 어느날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향해 결혼하자고 외치고는 정말 바로 결혼해 버리는 사람, 싸우던 중에 소변이 마려우면 그 자리에서 그냥 오줌 줄기를 흘려 보내더라도 끝까지 결판을 내고야 마는 사람, 남들 다가는 수학여행 거부하고 그 시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 팔이 아파 붓을 잡을 수 없으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림에 미쳐 그림과 한평생 열애 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김점선이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수식어로는 그녀를 백 분의 일도 다 나타내지 못하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녀의 인생을 어린시절부터 주욱 따라 가면서, '특별함'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그녀의 삶은 정말 무언가 특별해 보였다. 평범함을 거부했기에, 그녀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나올 수 있었겠지.) 이 책에 내게 준 것은, 나와는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서 오는 신선한 놀라움, 이 생을 뜨겁게 살았던 사람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커다란 기쁨, 마지막 생을 불살라가며 이런 책을 남겨준 저자에게 느끼는 뜨거운 고마움. 이후에 다시 <기쁨>을 읽게 된다면, 이제 그 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그리는 손길에 어떤 것이 담겨 있는지, 그 그림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때보다 조금 더 알게 되었으니까. 그녀의 그림들을 감상해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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