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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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2016년.

고작 7년 뒤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2016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 이후 5년'째인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 뒤인 2011년에 통일이 되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이란 얘기다.

(아무래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만 여겨진다.)

 

이야기는 한 사내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된다.

화창한 봄날, 북한군 출신 조직폭력배의 장례식이 기독교식으로 치뤄지고,

그 사내의 죽음에서 의혹을 느끼는 또 다른 사내 리강이 있다.

리강이 그 죽음의 의혹을 풀려는 과정 곳곳에서는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섬찟하게 드러난다.

 

'공포란 본색을 파악할 수 없을 때 무한대로 팽창한다.'(21)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릴 때의 공포.

그런 공포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것이다.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소리였는데,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상상력이 더해진 공포는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나는 이 책에서 몇번이나 그런 극에 달한 공포를 느껴야했다.

무서웠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 이후의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이.

이 책에서 그려진 모습에 내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꾸 암울한 색을 덧칠해 나갔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떨지 그 본색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한히 커지기만 한 나의 공포심.

 

이 책은 평소에 내가 즐겨 읽는 분위기의 글은 아니었지만,

'이응준'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를 떨쳐버릴 수 없어 읽게 되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이다.

(매 장면 장면이 끊임없이 며칠 단위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등장인물 이름도 꽤 많은 편이었다-내 기준으로는.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공교롭게도 내가 책을 읽을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통일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배경이 주는 흥미로움과 인민군 출신 폭력 조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는 긴장감으로

한번 펼친 책은 쉽게 덮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책의 맨 뒷장에 실려 있는 56권에 달하는 '도움받은 책들' 목록이었다.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작가의 말에 '쓰면서 겪어야 했던 고통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모두가 재미있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라고 씌여 있던 게 생각났다.

어찌되었든, 나는 작가의 그 고통과는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통일 이후 대한민국은 진짜 어떤 모습일까?  왠지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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