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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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도 통찰력이 남다른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사색하고 사유를 하길래, 마음을 건드리는 표현을 나오는지 늘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들을 닮고 싶어서, 그들이 쓰는 말을 들여다봅니다. 그들이 쓰는 말을 보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내가 동경하는 여러 사람 중에 이적이 쓴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읽고, 이적만이 창의력과 창작력에 감탄했습니다.



● 이적의 단어들 구성


이 책은 1부) 인생의 넓이 2부) 상상의 높이 3부)언어의 차이 4부)노래의 깊이 5부)자신의 길이,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의 제목과 관련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단어로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 짧은 글들이 인상적입니다.



● 느낀점


<이적의 단어들>을 이적의 인스타로 처음 접했습니다. 특정 단어를 적어두고, 그 단어를 다른 관점을 해석하거나, 단편적인 소설을 연상케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철학도 담겨있으며,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하이 코미디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단어와 글을 보면, 그간 방대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사색하고, 섬세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적을 <패닉>으로 데뷔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이 아닌, 사회학 전공자라는 것. 그런 반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당시엔 표현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뇌가 아주 유여한 사람이였던 겁니다. 두뇌와 마음에 한계가 없는 사람인 것이지요. 늘 열려있는 깨어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그가 많이 부럽기도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단어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인생, 지혜, 멀미, 고스톱, 시간, 영화관, 라면, 가르마, 좀비, 기차, 친절, 칫솔, 층간소음, 멀티태스킹, 씨앗, 짜증, 솜사탕, 삼시 세끼, 자유, 근심 등 각각의 단어들로 단편을 담았습니다. 소설같기고 하고, 노래가사 같기도 하며, 철학과 코미디 같기도 한 단편들. 1차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소사한 단어들을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다양하게 많은 걸 주입하는 것이 내가 똑똑해지는 지름길이라 여겼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는데요. 한 단어로 관점을 전화하고 확대하고 확장해나가는 훈련이 어쩌면 지혜롭고 통찰력 깊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 각 단어에 담긴 단편들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좀 길긴합니다.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각각의 단편에 여백이 있습니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는 여유의 공간인 것 같습니다. 여유를 두고, 이 단편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은 이적만의 창작력과 창의력도 돋보이기도 하고, 독자들 스스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권하기도 합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



p. 30-31 <악순환>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p. 38-39 <가치>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p. 50-51 <송년> 한 해 한 해 갈수록 귀하다. 한 달 한 달이 더없이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뼈저리게 아쉽다. 그런데 왜 꼭 연말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나.


p. 82-83 <물방울> 수도꼭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텼다. 그는 몰랐다. 그 또한 먼저 떨어진 물방울 덕에 서서히 물방울로 자라났음을. 그가 떠난 뒤에 역시 그와 닮은 물방울 하나가 같은 자리에 자라날 것을. 낙하의 순간이 다가온다.


p. 116-117 <원만>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중략)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p. 118-119 <변화> "너 변했어"라는 말은 힐난이지만 "몰라보게 바뀌었네"라는 말은 찬사일 때가 있다. (중략)변하지 않으면서 변화할 수 있을까. 둘은 다른 것일까. 변화는 불가피하게 무언가와의 단절을 수반할 터인데, 단절된 쪽에서 보기엔 '변해버린' 것 같겠지만, 단절한 쪽에선 '변혁을 일으킨' 것이다.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p. 208-209 <욕심> 욕심 없어 보이려는 것도 나의 욕심. 어쩜 가장 정직하지 못한 못난 욕심. 그렇다고 누가 마냥 욕심부리는 건 참지 못하겠으니, 욕심을 참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


p. 218-219 <근심> 마음엔 근심의 방이 있지. 늘 무엇으로든 꽉 차 있어. 한두 가지 근심을 겨우 떠나보낸 뒤, 혹시나 들여다보면 새 근심이 차오르고. 방을 없앨 수 없단 건 나도 알아. 방문을 열지 않으려 애쓸 뿐. 다만 얄궂게도 잠기질 않아서 매일 밤 삐거덕 소리와 함께 근심은 또 슬그머니 흘러나오네. 오늘도 우리 모두, 건투를 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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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 세상을 바꾸는 잠재된 힘
버네사 본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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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한마디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생각치도 못한 동기를 제공해서 힘이 되는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반대로 누군가가 나로 인해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내가 전한 말 한마디가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길 들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만약 이러한 경험을 했다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허나, "영향력"이라고 한다면, 이미 공인이나 잘 나가는 사람들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없는 것이라고 여기며, 우리의 말 한마디와 행동을 과소평가한다고, 버네사 본스의 <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 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내용


이 책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영향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여러가지 실험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보이지 않는 영향력 2)설득의 힘 3)당신이 부탁했으니까 4)"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5)잘못된 정보, 부적절한 요청 그리고 미투 운동 6)힘과 지각된 영향력 7)우리가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기로 총 7챕터로 크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점


이 책의 내용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영향력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표현은 "과소평가"입니다. 이는 우리의 존재감이 낮아서 말과 행동에도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인지한다는 뜻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진행된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우리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줍니다.

 

"우리 스스로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약에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 그들 모두는 우리의 요청을 다 거절할까요?"

 

우리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의 요청이 거절 당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고, 거절을 당하면서 느껴지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미리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과소평가"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할 때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을까요?"

 

그런데 우리의 요청 수용이 안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음에도, 막상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보면 그들은 우리의 요청을 수용해줍니다. 그들이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는 이유는 첫째로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둘째는 거절했을 때 느끼게 되는 어색함이나 창피함을 외면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권력이 있는 자들이 청하는 부적절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느끼기에 영향력이 상당해보이는 권력자들은 자신이 부적절한 요청을 할 경우에 상대방은 자기처럼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고 합니다. '내가 이런 부당한 요청을 하면 상대방이 싫으면 거절하겠지..'라는 무의식적 판단에, 상대가 받아들이기엔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깊이 고려하지 않고 부적절한 요청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의 아랫사람일 경우엔, 자신의 거절로 인한 부당한 대우가 두려워서, 부적절한 요청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된다고 해요. 이로 인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억울한 사람들이 많았고, 몇 년 전엔 "미투운동"으로 권력있는 사람들의 수치스럽고 잔인한 횡포가 폭로되기도 했지요.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요청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을까봐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도움을 청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게되고, 누군가로부터 도움 요청이 들어오면 쉽게 거절하지 못해서 망설입니다. 게다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서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즉,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힘이 약하다보니,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 아무 말이나 쉽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영향력이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니, 아무말 대잔치를 하게 되고, 이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반대로 부적절한 요청을 거절하면 자신이 감당해야할 부당한 상황과 수치심과 마주 하길 두려워해서, 스스로를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지하는 힘이 필요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 것을 저자는 제안합니다. 

 

이 책 제목만 봤을 땐 "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니, 자신감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라"라고 잘못 판단할 뻔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낸, "영향력 행사"에 대한 명확한 혜안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답답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의 목적에 조금더 집중해서 읽어보니, 우리 자신의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부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그냥 무심코 하는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도 누구에겐 아무나 일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향력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영향력이라는 것은 권력과 인기가 주어졌을 때만 부여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영향력은 한 사람으로 존재할 때 이미 부여되는 것입니다. 영향력이라는 것은 잘 다듬고 잘 다뤄야 하는 무기와도 같습니다. 잘못 휘둘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제대로 휘둘면 누군가를 살려주기도 하니까요. 그만큼 우리 속에 내제된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입니다.

 

 

● 책글귀


p. 14 스스로 무능하다거나, 보이지 않는다거나, 어설프다고 느끼더라도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는 우리의 말과 행동, 나아가 우리의 존재 자체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가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p. 20 우리가 지닌 영향력을 깨달으면 힘이 나고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어찌 보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생각보다 쉽고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남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자기가 가진 영향력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영향을 미칠 때가 훨씬 많다.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남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p. 26 우리가 가진 설득의 힘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시작점은 남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주목하는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p. 35 정상화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때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남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남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대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중략) 따라서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존재를 더 알아챌 뿐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보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p. 39 낯선 사람이 가득한 공간에서 연설하든, 친한 친구와 둘이서 대화를 나누든, 청중에게 가닿을 만한 문구를 신중히 고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친구에게는 의견을 좀 더 세게 말하지만, 상대의 의견을 모를 때는 좀 더 순화해서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청중 조율'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실용적인 이유부터 친목을 도모하려는 이유와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이유까지 여러 이유로 청중에 맞춰 메시지를 조율한다.

 

p. 50 우리의 행동은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간과하기 쉽다. (중략)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알아채고 주목하고 순수한 호기심을 느끼는 정도를 과소평가한다. (중략) 한마디로 우리는 우리의 영향력의 가장 큰 부분, 즉 사람들이 우리의 행위를 보고 따라 하는 행위의 간접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p.  58-59 스스로 평균보다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평균적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사교성이 남달리 뛰어난 인물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이 책의 목적과도 관련있는 이유는 우리가 지닌 설득의 힘을 스스로 평가할 때도 이런 식으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SNS 인플루언서나 트렌드세터, 구루, 유명인사와 같은 영향력의 전형적인 인물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런 인플루언서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자신을 평균 이하라고 판단한다. 

 

p. 65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를 좋아하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람들의 호감도를 과소평가하면서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래서 무슨 싸움이라도 준비하는 양 바짝 긴장하고, 무슨 말을 할지 집착하고,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고, 의견을 큰 소리로 표현하지만, 사실은 몇 단계 강도를 낮춰도 된다. 

 

p. 70 어떤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하자. 진심이 담겨 있고 완전한 거짓말이 아니라면(중략) 아무리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 같아도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상대는 쌩뚱맞고 어색한 표현에 집중하기보다 당신이 전하려는 말의 요지를 중심으로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당신이 한 말에 반박하기보다 동의하려고 할 것이다. 

 

p. 79-80 남들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거나 메시지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목소리를 높인다. 더 크게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향력이 과하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 (중략) 우리는 흔히 영향력이 미묘한 힘을 과소평가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려 한다고 생각히자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탓에 주장을 과격하게 펼친다. 

 

p. 82-83 재정비가 필요하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망을 종합해보자. 당신이 스스로 남에게 어떤 인상을 준다고 생각하든, 그보다는 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자. 남에게 어떤 반박을 받을 거라고 예쌍하든 강도가 그보다는 덜할 거라고 예상하자. 남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자.

 

p. 105 우리는 사람들이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요청을 수행하는 데 얼마나 큰 노력을 기꺼이 들이려 하는지도 과소평가한다.

 

p. 111 현실을 직시하자. 남들이 우리를 알아봐주거나 우리 말을 들어 주기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를 원할 때도 있다. (중략) 결국 우리는 삶을 수월하게 하거나, 더 낫게 만들어줄 일인데도 부탁하지 않으려한다. 남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이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져서다. 게다가 미리부터 거절당할 것라고 예상한다. 또 협상할 때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p. 133-134 도움을 구하는 상대의 시선을 외면하는 것보다 대놓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에게 "노"라고 답하는 것이 훨씬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점을 우리는 안다. (중략) 결과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어떤 행동을 유도할 때 창피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면 남에게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영향력 전략의 개념이 왜곡된다. 그래서 계속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남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 덜 효과적인 방법으로 요청하게 된다.

 

p. 142 사람들이 창피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갖가지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게다가 창피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우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정도를 과소평가한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p. 143 사람들은 남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싶어 한다. 남을 도우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기분을 얻고 싶어 한다. 따라서 남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상황을 상대를 곤혼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에게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p. 177 어떤 사람에 대한 강한 의견이 있다면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말고 일단 말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덜 판단하고 더 믿어주려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이런 방식은 당신을 안심시키고 용기나게 할 수는 있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딱히 할 말이 없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일에 의견을 낼 필요는 없다. 헛소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p. 179 우리가 남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낮게 판단하는 성향에는 그늘이 있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나쁜 생각과 부적절한 요청 그리고 헛소리를 세상에 퍼트리면서 남들이 알아서 나쁜 생각을 거부하고, 부적절한 접근을 뿌리치고, 헛소리를 걸래낼 거라고 (잘못) 가정할 수 있다. 우리의 제안이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하고 거부할 수 있다며 그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우리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축소하려 한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각종 병폐와 관련된 현상들이다. 잘못된 정보와 성희롱, 인종차별, 주직의 위법 행위, 그 밖에 온갖 문제와 싸우려면 우리 도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용납되는 데 일조했던 점을 자각하고 작가의 영향력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p. 240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방법이 그 사람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생각하고 느끼는지(특히 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도움이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중략) 연구에서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데 조금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지만, 우리가 관점을 형성하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 240 관점을 형성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그냥 그 사람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 자신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모른다고 해도, 일단 상대와 대화를 나눠보면 우리 자신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중략)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적인 정보를 더 많이 나누고 싶어 한다.

 

p. 241-242 우리는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점을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상대의 마음을 직접 알아보는 방법만큼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 242 우리가 남에게 미치는 우리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타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단순히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방법으로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다. 남들이 우리의 설득과 간청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할 때 우리 판단의 근거는 그들의 의지와 감정에 대한 우리의 가정뿐이다. 

 

p. 256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현상은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명확히 입증된 효과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고 우리가 남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남에게 영향력을 미치려 하다가 실패한 기억은 반복해서 떠올리지만, 성공한 기억은 금방 잊어버린다.

 

p. 265 당신이 이미 가진 영향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영향력을 더 자신 있게 발휘함과 동시에 더 자신 있게 그 영향력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 더 많이 부탁해야 할 수도 있다. 더 적게 부탁해야 할 수도 있다. 당신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와 타인을 중심으로 관점을 형성하고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보이지 않은 영향력의 현명한 활용법을 배우기 바란다. 남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듯이 우리의 말과 행동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의미있게 말하고 더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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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
이지나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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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벗어난 여행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신,쉽지 않은 결심을 세우고 여행을 떠나고픈 갈증이 있습니다. 이지나 작가의 《어린이의 여행법》을 읽어보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동경하게 됩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이는 부모가 지켜야 하는 작은 존재가 아니라,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 동반자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 어린이의 여행법 내용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십여년간 아이와 함께 국내외 여행을 다닌 스토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블로그나 인스타의 사진 단면으로 보이는 환상적이고 평화로운 여행이 이나라, 여행의 과정에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다이나믹한 여정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는 글귀로 가득합니다. 특히, 아이를 통해서 말이죠. 아이 입장에선 힘겨울 수도 있는 여행. 그러나 아이는 여행 중 희노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 느낀점


아장 아장 걷는 아이와 집 밖을 나가도 무심히 놓였있는 돌맹이와 솔방울,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아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이 많아집니다. 아이 낳기 전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자연의 존재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자연이 주는 장난감(돌, 흙, 나뭇잎, 나뭇가지 등)으로 아이는 감각을 익혀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휴식을 취하며 햇살이 전하는 따스함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는 날도 많았지요. 아이와 함께하면, 그동안 무심히 봤고 무관심하게 봤던 것들이 면밀히 바라보는 집중력이 생기며, 지금 존재하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는 순수함을 잃어가는 어른들에게 구분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힘이 있습니다.

《어린이의 여행법》에 나오는 저자의 아이 얼이도 그런 존재입니다. 책 속에서 묘사된 여행의 여정은 진심에 MSG를 조금 더해서 표현하자면, 블럭버스터급 다이나믹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몰입하지 않을 수 없을정도로 사실감있게 잘 묘사되어서, 마치 나도 아이와 함께 그런 상황에 놓인 것처럼 심장이 쫄깃했지요.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이 싫어질 만큼 지칠법한 상황에, 아이 얼이는 엄마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합니다.

"엄마, 우리 오늘 행복한 하루 보내자.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았던 생각을 해봐.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 거야(p. 33)"

이 글귀만 봐도,아이는 더이상 부모가 지키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도 때론 부모를 지킬 수 있으며, 껴져있는 부모의 마음의 불을 켜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동반자입니다.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요. 저자도 언급했지만, 낯선 곳을 가면 부모도 결국 아이와 똑같은 입장이되고, 낯선 곳에서 아이와 함께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똑같은 시선에서 똑같이 적응하는 분위기, 아이에겐 어쩌면 스릴 넘치는 모험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행 과정 중에서, 부모혼자서만 허덕이기만 한다면, 그 여행은 의미가 없겠지요? 아마 얼이는 부모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눈으로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본 것들을 공유하며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할 때, 아일 동반자로 여기고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머릴 맞대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같이 겪는다면, 아인, 여행이 즐거울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단면적으로 바라보는 부모가 생각치도 못한 말을 전하면서 감동과 위안을 전하겠지요? 그러면 여행은 정말로 즐거운 여정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의 제목만 접할 땐, 사사로운 일상 속에서 아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조금더 광범위한 여행을 즐기면서 그 속에서 아이의 순수함을 마주하게 합니다. 아이와 하는 여행은 아일 힘겹게 하는 것이 아닌, 모험처럼 여겨지는 한치 알길 없는 인생의 흐름을 서핑하듯 즐기는 방법을 배워가는 여정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한동안 아이와는 동네에서, 동네 주변을 거닐면서 세상을 구경했고, 좁은 범위지만 아이는 자기 스스로 느끼는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제 형아가 되었다고, 동네 주변을 벗어나서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우리 가족도 얼이네처럼 더 넓은 곳으로 여행을 즐길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나봅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


p. 38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수한 생의 방식을 배워간다는 의미다. 공공장소에서싀 예절과 타인에 대한 예의를 배우지 않고 아이와 여행을 지속할 수는 없다. 내가 얼이와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매일 함께 하면서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아이도 어른도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다.

p. 39 아이들의 실수는 아직 모르기 때문일 때가 많다. 아이의 미숙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배우고 자라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p. 53-54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하던데. 아닌가?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건가? 그러나 얼이와 함께 해와 비를 맞으며 여행하는 동안 알게 된 것은, 내가 어른이 되는 동안 마음대로 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누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p. 60 아이는 배울 게 참 많다. (중략)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아는 것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야 익힌다.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그래서 자꾸만 나도 모르게 혼내듯이 말하게 된다. 그런데 얼이는 물을 쏟고도, "앗 몰랐어. 미안해. 가르쳐줘서 고마워."하고 대답한다. 두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매번 산뜻하게 사과하고 순수하게 고마워한다. 그때마다 오히려 내가 얼이에게서 배우게 된다. 매번 나는 작은 것을 알려주고 훨씬 큰 것을 배운다. 아이에게는 배울 게 참 많다.

p. 68 사유와 경험을 엮어 글을 지었고 여러 계절이 지나 나의 첫 책이 세상에 태어났다. 벅찬 경험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하나를 선택했기에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삶은 그런 게 아니었다. 묻어두었던 꿈은 때가 되자 여물어 단단한 지면을 뚫고 나와 싹을 틔웠다. 책은 작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수고와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의 수 많은 것이 그렇게 자라고 태어나듯이.

p. 92-93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려면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우리가 소유와 마음을 쓰는 동안 완성되는 미학과 서사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된다.

p. 105 비행기에 타고 난 뒤에는 아이들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데 얼마나 탁월한 재능이 있는지 알게 된다. 케냐 나이로비까지 가는 데에는 환승시간을 포한해서 꼬박 스물네 시간이 걸렸다. 만약 우리가 나이로비에 도착해야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면 그 시간을 견디기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 중이었다. 나는 얼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여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미 이 모든 과정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곤 했다.

p. 112 아이와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사람들에게 기억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언제쯤 아이를 데리고 여행해야 아깝지 않은지, 교육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아이가 정말 '기억'하는지. 여행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책은 길고 어떤 책은 짧고, 어떤 책은 지루하고 또 다른 책은 깔깔대며 읽는다. 뭉클한 순간이 많아서 두고두고 다시 들춰 보는 책도 있지만, 어떤 책은 한 번 읽은 후엔 책장에 꽂혀 잊혀진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도 모든 장면을 기억할 수는 없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만 모든 책이 다 배울 것이 있고 내게 무언가를 남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읽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 있다. 때로는 실패한대도, 읽고 나서 모두 잊혀버린다 해도.

p. 113 세계는 한 권이 책이고 여행을 할 때 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모든 책이 읽은 순간 전부 이해되고 매번 우리 삶을 바꿔놓지는 않는다. 우리는 계속 여행하고 새로운 책장이 펼쳐지지만 그 순간에는 읽히지 않는 여행도 있다. 기억나지 않는 문장과 이해할 수 없는 페이지도 있다. 어떤 책은 모든 것을 바꾸어버릴 힘을 지녔음에도 시간이 지나서야 의미를 갖는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지구를 돈다.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p. 124 끝이 없는 것은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떠나는 우리처럼. 언젠가는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한다.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

p. 141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짊어질 수 있을 만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없다. 너무 무거우면 지치고, 너무 가벼우면 지루해진다. 지루할 때는 새로운 무언가로 채울 수 있지만 지치면 여행을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벼운 가방을 집어든다. 그리고 웃음, 추억, 기록, 예술, 장난 같은 것들을 담았다가 덜어내며 짐을 꾸린다. 무엇이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지 확인해볼 기회다. 가방 안은 하나의 집이고 세계지만, 이것만큼은 언제든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있다. 앞으로도 연습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

p. 148 사진을 찍는 것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지금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다시 그 시간을 여행하는 것처럼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시간을 돌아보며 지금을 여행하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시간을 잘라서 프레임에 담아 간직한다.

p. 154 누군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건 행복하다. 사랑의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다르고 또 모두 닮았다. 때로는 길고 때로는 짧은, 그러나 삶에서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시기를 공유한 이들은 평생 서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산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온전히 돌보고 사랑한 경험은 나부터 구원한다.

p. 191 여행책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다뤄야 잘 팔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을 더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하긴 내가 갔던 곳이 방송이나 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SNS에라도 보이면 그렇게 친근하고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맛본 음식, 귀에 익은 음악과 익숙한 내음, 내가 겪은 일, 눈앞의 풍경, 우리는 그렇게 경험과 공감의 테두리를 넓혀간다. '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된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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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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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자연이나 사물들이 전하는 소릴 갑자기 듣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것 같나요? 현대 세상의 기준에선 분명히 비정상적인 증상이라 여기며, 혼란스러울 겁니다. 심지어, 자신의 존재 자체도 부정하고 싶은 심정에 이르기도 하지요. 하지만,우리의 감각이 이미 죽어있어서, 그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고 인지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용한 공간에 가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보며, 자연과 사물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집중해보면, 제법 흥미로울 것 같아요. 여기, 사물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단절될 뻔한 세상과 다시 연결되어 진정한 소통을 배워가는 소녀의 이야기 《우주를 듣는 소년》 있습니다.



● 우주를 듣는 소년 줄거리


아빠 켄지를 갑작스럽게 잃은 10대 소년 베니. 베니에겐 남편을 잃은, 저장강박증이 심한 엄마 애너벨만 남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빠와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베니가 갑작스럽게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다며 과민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를 보고 흐느끼는 유리창의 울음소리, 선생님을 가해하라고 지시하는 사악한 가위의 목소리까지, 베니의 귀와 마음을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엄마 애너벨은 베니의 증상이 심각하다는 걸 눈치채곤, 소아정신과병동에 입원을 시키게 됩니다. 베니의 증상을 정신과적인 측면에서 비정상적으로 바로보는 시선들. 소아정신과 멜러니 박사를 비롯해서 학교 관계자들과 친구들에겐 베니는 이상한 존재입니다. 마음과 집 안팎으로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움에 힘겨워하는 베니. 베니의 도피처는 도서관이였습니다. 사물과 책들은 도서관에선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아서, 베니는 여름방학 내내 도서관에서 생활했고, 개학 후에선 무단결석을 자처하면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만난 알레프와 철학자이자 시인 부랑자 슬라보이를 만나면서,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 느낀점


소설의 제목만 봤을 땐 환타지 소설일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심오한 인생철학소설이라는 걸 감지할 수 있었지요. 이야기 전개를 위해 등장하는 장르들도 다채롭습니다. 심리, 역사, 철학, 사회, 환경과 인류애적인 관점이 방대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이런 방대한 맥락의 소설임에도, 이야기의 흐름은 잘 연결되어 몰입감을 더합니다.

소설은 베니와 책의 입장이 교차되면서 전개됩니다. 참 독특한 전개인데요. 이런 전개는, 책이 마치 베니의 삶을 만들어가는 느낌이기도 하고, 베니 자신의 자산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서 책으로 만들어가는, 두 가지 느낌을 다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베니는 어린시절부터 추억을 만들어준 사랑하는 아빠 켄지의 죽음 이후로,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현대정신의학적인 관점으로 봤을 땐, 베니의 감각은 비정상적입니다. 그런 시선때문에, 베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엄마 애너밸과 소아정신과 담당자 멜러니에겐 함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과 오해가 더 증폭되고, 베니는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거리의 부랑자 슬라보이와 미지의 소녀 알레프를 만나면서, 베니가 사물이 이야기를 듣는 것은 베니만이 고유한 능력이자 재능이라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베니과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자신을 받아들이며, 세상과 타협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인연생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연결 매개는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인연들이,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는 베니와 베니의 엄마 애너벨에게 도움을 손길을 전하면서, 고립될 뻔한 그들이 세상과 연결되어,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우리 각자 서로 구분짓지 않고, 서로서로 연결되어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이 소설의 메시지가 그렇게 친절하게 와닿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베니를 보고, "과연 베니가 비정상일까? 베니를 이상하게 몰아가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주변사람들이 비정상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더해졌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귀를 기울리고 자연과 주변이 전하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있는가?"라고요. 갓난 아일 키우고 아이의 감각을 키우고 감각을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감각과 본능에 집중하게 되고,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를 자연에 가장 먼저 데리고 갑니다. 즉,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베니는 감각이 잘 발달한 아이이고, 자신의 감각을 어찌 다룰줄 몰라서,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어른들은 그를 비정상으로 몰아갔지요. 감각을 잃은 베니가 비정상이 아니라, 베니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각을 잃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베니의 말에 조금더 귀를 기울여본다면,그들이 잊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더 면밀히 살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재는 이미 미래세상이라고 여겨질만큼, 기술문명이 우리 일상에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가 스스로 느끼지 않아도 무엇이든, 아주 자동적으로 얻으며, 시각적으로 혹사 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몰입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꺼려합니다. 이미 자본주의에 기반한 미래기술문명이 편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지요. 편리해진 삶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감각에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썩 편치 않아보입니다. 부정적인 얘기만하는 것 같아,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으려하지요.

허나, 자신의 감각과 마음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차가운 기계가 되어, 우리는 미래사회 속에 부속품으로 살게될지도 모릅니다. 미래사회에 도태되지 않으려고 인간 본연의 감각과 본능을 무시하게되고 편견과 선입견은 극대화될 것이며 차별은 일반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감각을 다시 깨우지 않는다면, 물질문명과 풍요 속에 살아도 편협해지는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인간인 우리는 감각에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하며, 마음의 시야를 넓혀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되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각기 다른 입장이나 환경의 사람이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인연생기>를 한번쯤 생각한다면, 우리는 시공간을 넘어서 함께 존재한다는 걸 알게될 것입니다. 다양하고 다채로울 수 있으나, 현대 삶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누군가를 배척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한 공간에서 존재하고, 떨어져있어도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만 가져도, 지금을 살아가는데 호기심을 잃지 않게됩니다. 아무리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도 함께 살아가는 힘도 생겨날 수 있거든요.

우리는 우리 자신이 타고난 오감과 본능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더 절실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맘에 와닿는 글귀


p. 55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책의 존재 이유도 그거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표지와 표지 사이에 최대한 오랫동안 안전하게 간직하는 것. 우리는 당신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에 대한 당신들의 믿음을 지속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당신들의 기분에 관심을 쏟고 당신들을 완전하게 믿는다.

p. 55 책에게도 기분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비운의 여인들에 대한 이 낭만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어떤 기분일지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로 끝나고 '너'로 시작하는 경계선이 피부에 표시되어 있다면, 열정적으로 그 경계를 넘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런 순간들에 사실 우리는 당신들을 부러워한다.

p. 64 다른 목소리들은 꿈속에서도 나타났어. 그렇게 시작된 거야. 마치 한 목소리가 문을 열자, 나머지가 따라 들어온 것 같았어. 꿈을 문과 같아. 또 다른 현실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거지. 그리고 일단 그 문이 열리면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p. 65 어두운 면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쪽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아. 그보다 사람들은 밝은 면에서 안전하게 머무는 편을 선호하지. 하지만 예술가와 작가와 네 아버지 같은 음악가들은 어두운 매력에 저항할 수 없어. 그건 책들이 잘 아는 영역이고, 좋건 싫건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게 우리의 임무야.

p. 95-96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내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심지어 그런 일이 시작되었을 떄도 당장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미친짓을 하는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온갖 일상적인 물건과 옷, 심지어 저녁 식사까지 입과 눈, 태도와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치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행동한다면 결국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유의지. 물건들은 정확히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돼지갈비와 플란넬 셔츠. 포춘쿠키와 고무 오리. 심지어 젖가락도 뭔가 하말이 있었다.

p.96 -97 처음에는 그것이 목소리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목소리는 인간이 내는 소리다. 아, 맞다. 동물도, 새들도 목소리가 있다. 그러니 목소리는 생물에게서 나온다고 치자. 그리고 보통의 경우 목소리가 말을 할 때는, 뭔가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소리들은 그냥 아무렇게나 지껄였고, 설령 그런 소리가 뭔가를 의미한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독히 답답했을 것이다.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누군가가 나타났는데, 하필 그것이 멍청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들이 항상 짖어대는 것 같고 짜증 내는 것처럼 들렸던 것도 놀랍지 않다.

p. 97 처음에는 목소리들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떨 떄는 생각이 머리와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는데 실은 머리 안에 있는 것이지 않나? 음, 그런데 그 목소리는 내 생각이 아니었다. 그건 외부에 있었다. 그것은 달랐다.

p. 98 내가 목소리에 귀를 맞추는 법을 배운 건지, 아니면 사물들이 내가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아마 우리가 서로를 훈련시켰을 거다. 그리고 그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 몇 달동안 목소리가 왔다 갔다 했고,몇 주씩 들리지 않고 지나가기도 했다.

p.181 사물들은 여전히 속삭였다. 그들은 여전히 말했고, 나는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은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이곳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이곳은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는 모든 것에 제자리가 있고, 사서들이 그렇게 되도록 관리한다.

p. 191 그리고 오래지 않아 단어들이 그 의미로 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려면 시작으로, 문장과 문단과 장, 그리고 책의 첫머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책은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첫 장의 첫 음절에서 시작해서, 그는 입술을 움직여 단어들을 읽었고 단어들이 결합하여 문장이 될 때 입밖으로 소리 내어 발음했다. 마치 단어들이 그의 입술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의 혀를 빌려서 세상에 속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p. 248 도서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지. 공공도서관은 꿈의 사원이고, 사람들은 늘 여기서 사랑에 빠지지. 어쩌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이야. 책은 결국 사랑의 작품들이야. 우리의 몸이 육체적 결합의 신비를 즐기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라도, 우리 중ㅇ에 가장 재미없고 딱딱한 책들, 가장 낭만적이지 않은 책들조차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어.

p. 275 몇 년 동안 나는 어조와 목소리를 이해하는 데 능해졌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 조금 힘들었는데, 사람들의 거짓말과 농담은 내게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아서 처음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음절을 소리 내어 읽어야할 때처럼 연구하고 연습해야 했다. 우선 사람들의 말소리를 익힌 다음 기계적으로 암기해야 했다. 사물들은 정직해서 더 쉬웠다. 그것이 사람과 사물 간의 차이였다.

p. 301 어쩌면 늙은 부랑자 취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말은 이상하게 말이 되는 것 같았고 갑자기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백만 개쯤 생겼다. 정확히 철학적인 질문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용적인 질문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당신은 어떤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나요? 목소리가 당신에게 뭐라고 말하고, 당신은 목소리가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나요? 목소리가 친절한가요, 잔인한가요? 그것이 자해를 하라고 말하나요? 늘 목소리를 듣나요? 목소리가 특정한 사물에서 나오나요, 아니면 그냥 허공에 무작위로 떠다니나요?

p. 328 내가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해서 꼭 창의적이지 않은 건 아니었어. 보틀맨이 그렇게 말했고, 그는 시인이기 때문에 알아. 그는 내가 과민하고 초자연적인 청력을 지녔으며 그래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라고 말했어. 내게 필요한 건 그저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그것을 이용해 스스를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했지. 그것이 보틀맨이 하는 일이야.

p. 354 (등장인물 부랑자 시인 슬라보이의 말) "어린 학생, 내가 시에 대해 말을 좀 하겠네. 시랑 형상과 공백의 문제야. 내가 빈 종이에 어떤 단어를 쓰는 순간, 나는 혼자서 문제를 만들어낸 것이네. 거기서 나오는 시는 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형상이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결국 해결책은 없어. 더 많은 문제가 있을 뿐이지. 하지만 이건 좋은 일이네. 문제가 없다면, 시도 없을 테니까."

p. 356 (등장인물 부랑자 시인 슬라보이의 말) "나는 자네를 믿는다네. 그건 그 의사의 문제야. 자네는 자네의 문제만을 처리할 수 있어. 자네가 목소리를 듣는다면, 도와주는 게 자네가 할 일이야. 자네는 비서가 되어야 해. 대필자가 되는 거지. 혹시 대필자가 뭔지 아는가? 그건 받아쓰는 사람이야. 받아쓰기가 뭔지 아는가? 그건 말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적는 것이지. 어쩌면 그게 시야. 어쩌면 그게 이야기이고. 남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자네가 목소리에 형상을 부여하는 걸세."

p. 359 사물들의 꿈 이야기가 바로 그래. 사물들의 느낌 혹은 목소리는 말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게 하려고 시도하자마자 이야기가 증발하기 시작하지. 그래서 내가 받아 적은 것이 그토록 형편없는 거야.

p. 360 나는 목소리가 들릴 때면 대체로 목소리를 차단하거나 대체카드를 이용해 쫓아버리려 했어.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 내가 그 얘기를 했더니, 그의 덥수룩한 눈썹이 이마로 올라갔어. 그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어. 내가 목소리를 드는 것은 재능이라고, 그것들을 차단하거나 쫓아버리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어. 그리고 내가 식탁 다리 이야기를 잘하는 걸 보니 재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면서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했지. 자기가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으니 닥담할 것 없다고 했어. 나는 글쓰기에 대해 잘 모르고 국어 과목을 잘해본 적도 없어. 그래서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몰라. 너는 알거야. 너는 책이니까. 아는게 마땅하지.

p. 458 그것은 이상한 감각이었다.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 이래로, 그는 진짜로 귀 기울이는 습관이 사라졌다. 목소리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듣거는 되지만, 굳이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부분은 그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그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게 다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너무나 단순하고 아름다웠다. 상승했다가 하강하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가 점점 줄어들었다가 다시 커졌다. 그것은 진짜였다.

p. 571 그리고 우리도. 넌 우리도 안에 받아들였고, 일단 네 안에 들어가니 우리는 너의 감각의 관문에 도달하여 마침내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 코로 냄새 맡는 것, 혀로 맛보는 것, 피부로 만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지. 결국 책이 원하는 건 바로 그거야. 우리는 몸을 원하고, 우리는 처음으로 몸이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있었지. 우린 몸이 불러일으키는 의식을 지각할 수 있었어. 우리가 너에게 묶이지 않은 세상을 주었다면, 이건 네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어.

p. 610-611 여자들은 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이 충분한 존재가 아니라는 지속적인 두려움을 떨여낼 수 없는 걸까? 그들은 왜 늘 뒤쳐져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왜 그들은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느끼는가? 그들이 티셔츠를 개키고 아이들을 키우고 경력을 관리하고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통제하기 위한 단순한 규칙들을 원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은 옳은 방법과 그른 방법이 있다고 믿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 것이 있어야만 했다! 옳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을 찾고 규칙을 배울 수 있다면, 삶의 모든 부분들이 제자리를 찾고 그들이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p. 616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책은 단 하나의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책'이라는 개념은 그저 편리한 허구일 뿐이며, 우리 책들은 그것이 출판업계에서 경리 담당자의 필요와 두말할 필요없이 작가의 에고를 충족하기 때문에 그 개념을 따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물론 개별적 책들이 존재하며, 어쩌면 당신은 지금 손에 한 권을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자만심 덩어리처럼 보일 위험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이기도 하고 다수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변하는 다수이며, 무형의 흐름이다. 형태를 바꿔가며, 우리는 책장 위의 검은 표시로 인간의 눈을, 그리고 소리의 분출로 인간의 귀를 만난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당신네 인간의 마음속을 여행하고, 따라서 우리는 융합하고 증식한다.

p. 664 우린 진짜여야 해. 그리고 그건 '네가'하고 있는 일이야. 그것이 너의 철학적 질문이었잖아. 기억나? '진짜란 무엇인가?' 모든 책은 가슴에 질문을 하나 품고 있고, 그게 너의 질문이었어. 일단 그 질문을 던졌으니, 네가 답을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야. 그래, 맞아. 우린 네 책이야, 베니. 하지만 이건 너의 이야기야. 우린 널 도울 수 있지만, 결국 네 삶을 살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네 엄마를 도울 수 있는 것도 너뿐이야.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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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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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이 세상에 닿기 위해, 나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진 적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한 책, 최인아 작가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입니다. 일을 해야하는 의미를 잃어버리고, 오랜 시간 백수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육아맘. 생계를 위한 돈과 결부된 일을 놓아서 세상 편했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 못하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는 한 사람. 그게 바로 나입니다. 남들이 인정해주고, 내가 인정하는 나의 능력이 있음에도, 나의 장점은 세상에 닿지 않는 것 같아서 나에게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허나, 최인아 작가의 일과 삶에 대한 혜안이 내가 나에게 품은 의문이 풀리게 했습니다.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구성


이 책의 구성은 1부) 일 2부) 삶으로 아주 간단 명료합니다. 1부) 일에서는 1장 왜 일하는가, 2장 일은 성장의 기회다, 3장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 4장 태도가 경쟁력이다, 2부) 삶에서는 5장 나에게 질문할 시간, 6장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건너는 법, 7장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총 7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구성은 아주 심플하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나를 중심으로 일과 삶을 받아들이게 하는 질문과 혜안으로 가득합니다.


● 느낀점


나는 영어를 전공했고, 호주유학으로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주민센터 사회복지부에서 3년을 일했고, 대학교 6여년간 교직생활을 한 이력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선 꽤 괜찮은 스펙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이 스펙은 무용지물입니다. 나는 마음과 감정, 그리고 심리에 더 관심이 많아서, 지금은 타로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전경험을 통해서 내공을 쌓는 중입니다.

괜찮은 스펙을 두고도, 스펙을 활용하지 않고, 전혀 다른 분야인 심리와 타로와 관심을 쏟은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펙을 등에 업고 일을 할 땐, 일에 대한 의미와 사명감보다는 "생계를 위한 돈벌이"를 위한 것이였습니다. 나의 가치가 일에 반영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원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사명과 의미 찾는 걸 포기한 나의 잘못도 있습니다. 현실과 적당한 타협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믿었지만, 그 판단은 현명하지 못했습니다.

최인아 작가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잠시 잃고 있었던 내 삶의 방향감각을 다시 찾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가 의미를 부여했던 일들에 몰입하고 무조건 직진해야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일에서도 의미가 부여되어야 일을 해내는 동기가 큰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의미와 동기가 사라지면 일을 힘들어하고, 일을 하는 내내 불만을 가득 품게됩니다. 불만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그땐 번아웃.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남들이 봤을 때 돈이 안되는 일이라도 묵묵히 해내고, 보람을 느끼며, 그 속에서 답을 찾고 삶의 방향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 있던 사람이, 왜 이렇게 전락한 것일까요? 나의 의견이 조직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내가 밀어붙이는 가치는 돈이 안되서, 가족의 생계에 위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대로 현실적 타협을 선택했던 것이지요. 허나, 현실적 타협이 몸에 맞지 않아서, 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조직으로부터등을 돌리고, 가족 생계 책임부담을 내려놓게됩니다. 나의 길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벗어서 홀가분했습니다. 자유롭기까지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의미있는 일에 대한 갈증이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갈증이 존재했으나, 최인아 작가의 책을 읽고선 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결국 나의 길이라 생각해다면,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나의 핵심에 닿아야 했던 것입니다. 내가 나의 핵심에 닿지 못한 것은 현실과 타협했고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나의 사명이 무엇이며, 일이 왜 중요하며 의미는 왜 그렇게 중요하게 따지는지 꾸준히 물어봐야했습니다. 그렇게 내 안에서 답을 구해야했습니다. 지금껏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세상의 트렌드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용을 썼습니다."나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세상이 알아볼까? 어떻게 하면 돈이 될까?"라는 생각에만 빠져있었습니다. 현실과 타협한 것도 잘못된 것인데, 질문부터도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나의 가치를 어떻게 갈고 닦을 수 있을까? 나의 장점에 힘이 실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어떤 사명을 따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왜 마음공부에 몰입하고 있는가? 마음공부가 사람들에게 도움되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현실의 속도를 맞추는 걸 버거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위와 같이 꾸준히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 행동에 옮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주체적인 삶을 주도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을 말이죠. 그럴려면 나를 시작으로 다시 질문을 시작하고, 또 질문해야하며, 돈이 되지 않아도, 나의 능력을 갈고 닦을 겁니다. 그러다보면, 세상은 내가 가진 것에 관심을 가지겠지요?

나는 사명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몰입하고 노력하는데 시간을 계속 투자해야, 비로소 나의 가치는 빛이 날 것이고, 나의 장점과 능력에 힘이 실리 것이며, 이는 타인을 돕는데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나의 20대에 부여했던, 일의 의미를 찾고 동기를 되찾기까지, 최인아 작가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나에게 무수한 힌트와 혜안을 주었습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들


p. 40 누군가 이미 해놓은 것을 누리면서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이 제겐 있는데, 그것은 저의 생각과 에너지룰 접어 넣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충족되었고, 저는 그때 비로소 충분히 기쁘고 충만해졌습니다. 핵심은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며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그것이 곧 생산자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p. 51 자신이 하는 일에서 확고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든든한 '백'을 가진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p. 56-57 자신의 일을 붙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나아자기 위해서 어제의 자신을 부정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겉에선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기만의 관점, 시선이 생기는 겁니다. 이건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선물이에요. 그렇게 얻은 시선과 관점은 오래도록 자신의 일을 잘하게 하는 에너지일 뿐 아니라 당장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에도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그러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아직 명확한 관점이 생기지 않았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고민해 보세요. 이건가 저건가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머잖아 '아, 내 일의 가치는 이것이구나'하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p. 76 프로가 되고 싶고 프로로 인정받고 싶다면 프로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나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기여하겠다'라는 생각입니다. 조직이나 세상이 우리의 노력을 즉각 알아주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오히려 마음속에 이런 오기, 배짱 하나쯤 풀으면 좋겠어요. '당신들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군. 하지만 좋아. 언젠가 나를 인정하게 해주지!'라는.

p.94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도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들입니다. 당장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해도 내가 맡아서 한 업무를 통해서 누군가 도움을 받고 기뻐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심지어 행복해질 때가 있죠. (중략) 나의 의도와 기호, 취향만이 나를 성장시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떄론 내가 싫어했던 일, 혹은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진 않는 일이 나를 키우죠. 그것을 해나가다 보면 그 길 어딘가에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 발견하는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안의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일이 해주는 겁니다.

p. 105 자신이 곧 브랜드라는 관점을 갖게 되면 이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걸 얻게 될까요? 우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지금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지죠.

p. 107 여러분은 무언가를 살 때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시나요?(중략)'내가 브랜드라면 고객은 나를 선택할까?' (중략)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인데, 여러분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p. 110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그 답을 찾으려 애쓰기 시작하기 마련이죠. 자신을 브랜드로 여기는 일의 유익함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어떤 가치를 갖는지, 어떤 가치를 생간해 제공할지를 따져 묻고 좀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점 말입니다. 그런 노력은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줄 테니 누군가를 원망하고 화내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p. 111 브랜딩에 관한 여러 정의 중에서 저는 이 정의를 좋아합니다. 브랜딩이란 '시간과 함께 가치를 축적해 나가는 작업'이라는. (중략) 당장 열매를 얻기는 어렵고 또 단기적으론 오히려 이전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가치를 축적해 종래는 큰 가치를 이룬다는 것이 브랜딩 작업의 전제입니다.

p. 125 일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일로써 승부를 봐야 합니다. 브랜딩의 목표가 그저 재미로 끝나지 않고 본인의 영역에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돈을 더 많이 벌며 기회 또한 더 많이 얻는 거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 본캐로 경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글로, 마케터는 마케킹으로 말이죠.

p. 127 개인이 의미 있는 브랜드가 되는 일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잘 해보려 애쓰는 것, 거기서 작더라도 성과를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합니다. 브랜딩이란 어찌 보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존중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일을 잘하지 않고선 일터에서 존중받는 것은 물론 인정받는 브랜드가 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일로써 승부를 보시고 그것으로 브랜드가 되십시오. 자신의 본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제안합니다.

p. 129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 못지않게 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나는 어떤 것을 욕망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다운 방식으로 준비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을 알지 못하면 자기와 맞지 않거나 잘하기 어려운 것도 그저 따라 하게 됩니다.

p. 134 저는 브랜드 콘셉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신의 강점이자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고유의 가치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혹은 언제 할지 잘 모르겠거나 헷갈릴 때 돌아볼 기준 같은 거라고.

p. 135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분명한 콘셉트가 있는가, 다른 이들도 그걸 인정하는가, 자신이 콘셉트로 내세운 것을 실제로 제공해 퍼포먼스로 만들 수 있는가일 겁니다.

p. 157 누누이 강조하지만 일은 자신을 위해 하는 겁니다. 창업가나 자영업자만 그런게 아닙니다. 직장인도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거예요. 내가 일의 주인이라 여기는 태도와 노력으로 시간의 밀도를 높이세요. 그럼 그만큼의 자기 역량, 자산으로 쌓일 겁니다.

p. 188-189 어떤 인상적인 성취를 한 사람이 하는 '그냥 했다'라는 말 속에도 하기 싫은 유혹, 아팠던 몸, 악평에 주저앉을 뻔한 경험, 된다는 보장이 없어 그만 두고 싶었던 외로움 등이 한가득입니다. 그걸 다 건너 비로소 어느 지점에 다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저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 없이 지낸다는 것뿐 아니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현실과 마음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p. 214 주체적으로 산다는 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가는 대로 말하는 대로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나는 뭘 하고 싶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왜 하필 그걸 원하는지 자꾸 스스로 묻고 알아차려서 그걸 중심에 두는 삶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저 세상의 흐름을 좇기 전에 자신의 뜻을 물으세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그 뜻에 따라 인생을 운영하는 겁니다.

p. 215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하는 것은 늘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는 회사에서 혹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상사를 모시고 일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남들이 해주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실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중요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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