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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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도 통찰력이 남다른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사색하고 사유를 하길래, 마음을 건드리는 표현을 나오는지 늘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들을 닮고 싶어서, 그들이 쓰는 말을 들여다봅니다. 그들이 쓰는 말을 보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내가 동경하는 여러 사람 중에 이적이 쓴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읽고, 이적만이 창의력과 창작력에 감탄했습니다.



● 이적의 단어들 구성


이 책은 1부) 인생의 넓이 2부) 상상의 높이 3부)언어의 차이 4부)노래의 깊이 5부)자신의 길이,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의 제목과 관련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단어로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 짧은 글들이 인상적입니다.



● 느낀점


<이적의 단어들>을 이적의 인스타로 처음 접했습니다. 특정 단어를 적어두고, 그 단어를 다른 관점을 해석하거나, 단편적인 소설을 연상케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철학도 담겨있으며,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하이 코미디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단어와 글을 보면, 그간 방대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사색하고, 섬세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적을 <패닉>으로 데뷔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이 아닌, 사회학 전공자라는 것. 그런 반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당시엔 표현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뇌가 아주 유여한 사람이였던 겁니다. 두뇌와 마음에 한계가 없는 사람인 것이지요. 늘 열려있는 깨어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그가 많이 부럽기도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단어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인생, 지혜, 멀미, 고스톱, 시간, 영화관, 라면, 가르마, 좀비, 기차, 친절, 칫솔, 층간소음, 멀티태스킹, 씨앗, 짜증, 솜사탕, 삼시 세끼, 자유, 근심 등 각각의 단어들로 단편을 담았습니다. 소설같기고 하고, 노래가사 같기도 하며, 철학과 코미디 같기도 한 단편들. 1차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소사한 단어들을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다양하게 많은 걸 주입하는 것이 내가 똑똑해지는 지름길이라 여겼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는데요. 한 단어로 관점을 전화하고 확대하고 확장해나가는 훈련이 어쩌면 지혜롭고 통찰력 깊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 각 단어에 담긴 단편들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좀 길긴합니다.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각각의 단편에 여백이 있습니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는 여유의 공간인 것 같습니다. 여유를 두고, 이 단편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은 이적만의 창작력과 창의력도 돋보이기도 하고, 독자들 스스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권하기도 합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



p. 30-31 <악순환>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p. 38-39 <가치>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p. 50-51 <송년> 한 해 한 해 갈수록 귀하다. 한 달 한 달이 더없이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뼈저리게 아쉽다. 그런데 왜 꼭 연말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나.


p. 82-83 <물방울> 수도꼭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텼다. 그는 몰랐다. 그 또한 먼저 떨어진 물방울 덕에 서서히 물방울로 자라났음을. 그가 떠난 뒤에 역시 그와 닮은 물방울 하나가 같은 자리에 자라날 것을. 낙하의 순간이 다가온다.


p. 116-117 <원만>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중략)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p. 118-119 <변화> "너 변했어"라는 말은 힐난이지만 "몰라보게 바뀌었네"라는 말은 찬사일 때가 있다. (중략)변하지 않으면서 변화할 수 있을까. 둘은 다른 것일까. 변화는 불가피하게 무언가와의 단절을 수반할 터인데, 단절된 쪽에서 보기엔 '변해버린' 것 같겠지만, 단절한 쪽에선 '변혁을 일으킨' 것이다.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p. 208-209 <욕심> 욕심 없어 보이려는 것도 나의 욕심. 어쩜 가장 정직하지 못한 못난 욕심. 그렇다고 누가 마냥 욕심부리는 건 참지 못하겠으니, 욕심을 참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


p. 218-219 <근심> 마음엔 근심의 방이 있지. 늘 무엇으로든 꽉 차 있어. 한두 가지 근심을 겨우 떠나보낸 뒤, 혹시나 들여다보면 새 근심이 차오르고. 방을 없앨 수 없단 건 나도 알아. 방문을 열지 않으려 애쓸 뿐. 다만 얄궂게도 잠기질 않아서 매일 밤 삐거덕 소리와 함께 근심은 또 슬그머니 흘러나오네. 오늘도 우리 모두, 건투를 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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