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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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자연이나 사물들이 전하는 소릴 갑자기 듣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것 같나요? 현대 세상의 기준에선 분명히 비정상적인 증상이라 여기며, 혼란스러울 겁니다. 심지어, 자신의 존재 자체도 부정하고 싶은 심정에 이르기도 하지요. 하지만,우리의 감각이 이미 죽어있어서, 그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고 인지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용한 공간에 가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보며, 자연과 사물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집중해보면, 제법 흥미로울 것 같아요. 여기, 사물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단절될 뻔한 세상과 다시 연결되어 진정한 소통을 배워가는 소녀의 이야기 《우주를 듣는 소년》 있습니다.



● 우주를 듣는 소년 줄거리


아빠 켄지를 갑작스럽게 잃은 10대 소년 베니. 베니에겐 남편을 잃은, 저장강박증이 심한 엄마 애너벨만 남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빠와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베니가 갑작스럽게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다며 과민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를 보고 흐느끼는 유리창의 울음소리, 선생님을 가해하라고 지시하는 사악한 가위의 목소리까지, 베니의 귀와 마음을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엄마 애너벨은 베니의 증상이 심각하다는 걸 눈치채곤, 소아정신과병동에 입원을 시키게 됩니다. 베니의 증상을 정신과적인 측면에서 비정상적으로 바로보는 시선들. 소아정신과 멜러니 박사를 비롯해서 학교 관계자들과 친구들에겐 베니는 이상한 존재입니다. 마음과 집 안팎으로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움에 힘겨워하는 베니. 베니의 도피처는 도서관이였습니다. 사물과 책들은 도서관에선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아서, 베니는 여름방학 내내 도서관에서 생활했고, 개학 후에선 무단결석을 자처하면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만난 알레프와 철학자이자 시인 부랑자 슬라보이를 만나면서,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 느낀점


소설의 제목만 봤을 땐 환타지 소설일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심오한 인생철학소설이라는 걸 감지할 수 있었지요. 이야기 전개를 위해 등장하는 장르들도 다채롭습니다. 심리, 역사, 철학, 사회, 환경과 인류애적인 관점이 방대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이런 방대한 맥락의 소설임에도, 이야기의 흐름은 잘 연결되어 몰입감을 더합니다.

소설은 베니와 책의 입장이 교차되면서 전개됩니다. 참 독특한 전개인데요. 이런 전개는, 책이 마치 베니의 삶을 만들어가는 느낌이기도 하고, 베니 자신의 자산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서 책으로 만들어가는, 두 가지 느낌을 다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베니는 어린시절부터 추억을 만들어준 사랑하는 아빠 켄지의 죽음 이후로,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현대정신의학적인 관점으로 봤을 땐, 베니의 감각은 비정상적입니다. 그런 시선때문에, 베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엄마 애너밸과 소아정신과 담당자 멜러니에겐 함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과 오해가 더 증폭되고, 베니는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거리의 부랑자 슬라보이와 미지의 소녀 알레프를 만나면서, 베니가 사물이 이야기를 듣는 것은 베니만이 고유한 능력이자 재능이라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베니과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자신을 받아들이며, 세상과 타협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인연생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연결 매개는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인연들이,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는 베니와 베니의 엄마 애너벨에게 도움을 손길을 전하면서, 고립될 뻔한 그들이 세상과 연결되어,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우리 각자 서로 구분짓지 않고, 서로서로 연결되어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이 소설의 메시지가 그렇게 친절하게 와닿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베니를 보고, "과연 베니가 비정상일까? 베니를 이상하게 몰아가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주변사람들이 비정상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더해졌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귀를 기울리고 자연과 주변이 전하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있는가?"라고요. 갓난 아일 키우고 아이의 감각을 키우고 감각을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감각과 본능에 집중하게 되고,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를 자연에 가장 먼저 데리고 갑니다. 즉,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베니는 감각이 잘 발달한 아이이고, 자신의 감각을 어찌 다룰줄 몰라서,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어른들은 그를 비정상으로 몰아갔지요. 감각을 잃은 베니가 비정상이 아니라, 베니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각을 잃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베니의 말에 조금더 귀를 기울여본다면,그들이 잊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더 면밀히 살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재는 이미 미래세상이라고 여겨질만큼, 기술문명이 우리 일상에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가 스스로 느끼지 않아도 무엇이든, 아주 자동적으로 얻으며, 시각적으로 혹사 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몰입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꺼려합니다. 이미 자본주의에 기반한 미래기술문명이 편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지요. 편리해진 삶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감각에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썩 편치 않아보입니다. 부정적인 얘기만하는 것 같아,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으려하지요.

허나, 자신의 감각과 마음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차가운 기계가 되어, 우리는 미래사회 속에 부속품으로 살게될지도 모릅니다. 미래사회에 도태되지 않으려고 인간 본연의 감각과 본능을 무시하게되고 편견과 선입견은 극대화될 것이며 차별은 일반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감각을 다시 깨우지 않는다면, 물질문명과 풍요 속에 살아도 편협해지는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인간인 우리는 감각에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하며, 마음의 시야를 넓혀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되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각기 다른 입장이나 환경의 사람이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인연생기>를 한번쯤 생각한다면, 우리는 시공간을 넘어서 함께 존재한다는 걸 알게될 것입니다. 다양하고 다채로울 수 있으나, 현대 삶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누군가를 배척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한 공간에서 존재하고, 떨어져있어도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만 가져도, 지금을 살아가는데 호기심을 잃지 않게됩니다. 아무리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도 함께 살아가는 힘도 생겨날 수 있거든요.

우리는 우리 자신이 타고난 오감과 본능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더 절실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맘에 와닿는 글귀


p. 55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책의 존재 이유도 그거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표지와 표지 사이에 최대한 오랫동안 안전하게 간직하는 것. 우리는 당신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에 대한 당신들의 믿음을 지속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당신들의 기분에 관심을 쏟고 당신들을 완전하게 믿는다.

p. 55 책에게도 기분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비운의 여인들에 대한 이 낭만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어떤 기분일지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로 끝나고 '너'로 시작하는 경계선이 피부에 표시되어 있다면, 열정적으로 그 경계를 넘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런 순간들에 사실 우리는 당신들을 부러워한다.

p. 64 다른 목소리들은 꿈속에서도 나타났어. 그렇게 시작된 거야. 마치 한 목소리가 문을 열자, 나머지가 따라 들어온 것 같았어. 꿈을 문과 같아. 또 다른 현실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거지. 그리고 일단 그 문이 열리면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p. 65 어두운 면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쪽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아. 그보다 사람들은 밝은 면에서 안전하게 머무는 편을 선호하지. 하지만 예술가와 작가와 네 아버지 같은 음악가들은 어두운 매력에 저항할 수 없어. 그건 책들이 잘 아는 영역이고, 좋건 싫건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게 우리의 임무야.

p. 95-96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내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심지어 그런 일이 시작되었을 떄도 당장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미친짓을 하는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온갖 일상적인 물건과 옷, 심지어 저녁 식사까지 입과 눈, 태도와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치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행동한다면 결국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유의지. 물건들은 정확히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돼지갈비와 플란넬 셔츠. 포춘쿠키와 고무 오리. 심지어 젖가락도 뭔가 하말이 있었다.

p.96 -97 처음에는 그것이 목소리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목소리는 인간이 내는 소리다. 아, 맞다. 동물도, 새들도 목소리가 있다. 그러니 목소리는 생물에게서 나온다고 치자. 그리고 보통의 경우 목소리가 말을 할 때는, 뭔가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소리들은 그냥 아무렇게나 지껄였고, 설령 그런 소리가 뭔가를 의미한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독히 답답했을 것이다.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누군가가 나타났는데, 하필 그것이 멍청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들이 항상 짖어대는 것 같고 짜증 내는 것처럼 들렸던 것도 놀랍지 않다.

p. 97 처음에는 목소리들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떨 떄는 생각이 머리와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는데 실은 머리 안에 있는 것이지 않나? 음, 그런데 그 목소리는 내 생각이 아니었다. 그건 외부에 있었다. 그것은 달랐다.

p. 98 내가 목소리에 귀를 맞추는 법을 배운 건지, 아니면 사물들이 내가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아마 우리가 서로를 훈련시켰을 거다. 그리고 그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 몇 달동안 목소리가 왔다 갔다 했고,몇 주씩 들리지 않고 지나가기도 했다.

p.181 사물들은 여전히 속삭였다. 그들은 여전히 말했고, 나는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은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이곳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이곳은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는 모든 것에 제자리가 있고, 사서들이 그렇게 되도록 관리한다.

p. 191 그리고 오래지 않아 단어들이 그 의미로 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려면 시작으로, 문장과 문단과 장, 그리고 책의 첫머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책은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첫 장의 첫 음절에서 시작해서, 그는 입술을 움직여 단어들을 읽었고 단어들이 결합하여 문장이 될 때 입밖으로 소리 내어 발음했다. 마치 단어들이 그의 입술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의 혀를 빌려서 세상에 속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p. 248 도서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지. 공공도서관은 꿈의 사원이고, 사람들은 늘 여기서 사랑에 빠지지. 어쩌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이야. 책은 결국 사랑의 작품들이야. 우리의 몸이 육체적 결합의 신비를 즐기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라도, 우리 중ㅇ에 가장 재미없고 딱딱한 책들, 가장 낭만적이지 않은 책들조차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어.

p. 275 몇 년 동안 나는 어조와 목소리를 이해하는 데 능해졌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 조금 힘들었는데, 사람들의 거짓말과 농담은 내게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아서 처음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음절을 소리 내어 읽어야할 때처럼 연구하고 연습해야 했다. 우선 사람들의 말소리를 익힌 다음 기계적으로 암기해야 했다. 사물들은 정직해서 더 쉬웠다. 그것이 사람과 사물 간의 차이였다.

p. 301 어쩌면 늙은 부랑자 취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말은 이상하게 말이 되는 것 같았고 갑자기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백만 개쯤 생겼다. 정확히 철학적인 질문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용적인 질문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당신은 어떤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나요? 목소리가 당신에게 뭐라고 말하고, 당신은 목소리가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나요? 목소리가 친절한가요, 잔인한가요? 그것이 자해를 하라고 말하나요? 늘 목소리를 듣나요? 목소리가 특정한 사물에서 나오나요, 아니면 그냥 허공에 무작위로 떠다니나요?

p. 328 내가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해서 꼭 창의적이지 않은 건 아니었어. 보틀맨이 그렇게 말했고, 그는 시인이기 때문에 알아. 그는 내가 과민하고 초자연적인 청력을 지녔으며 그래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라고 말했어. 내게 필요한 건 그저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그것을 이용해 스스를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했지. 그것이 보틀맨이 하는 일이야.

p. 354 (등장인물 부랑자 시인 슬라보이의 말) "어린 학생, 내가 시에 대해 말을 좀 하겠네. 시랑 형상과 공백의 문제야. 내가 빈 종이에 어떤 단어를 쓰는 순간, 나는 혼자서 문제를 만들어낸 것이네. 거기서 나오는 시는 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형상이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결국 해결책은 없어. 더 많은 문제가 있을 뿐이지. 하지만 이건 좋은 일이네. 문제가 없다면, 시도 없을 테니까."

p. 356 (등장인물 부랑자 시인 슬라보이의 말) "나는 자네를 믿는다네. 그건 그 의사의 문제야. 자네는 자네의 문제만을 처리할 수 있어. 자네가 목소리를 듣는다면, 도와주는 게 자네가 할 일이야. 자네는 비서가 되어야 해. 대필자가 되는 거지. 혹시 대필자가 뭔지 아는가? 그건 받아쓰는 사람이야. 받아쓰기가 뭔지 아는가? 그건 말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적는 것이지. 어쩌면 그게 시야. 어쩌면 그게 이야기이고. 남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자네가 목소리에 형상을 부여하는 걸세."

p. 359 사물들의 꿈 이야기가 바로 그래. 사물들의 느낌 혹은 목소리는 말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게 하려고 시도하자마자 이야기가 증발하기 시작하지. 그래서 내가 받아 적은 것이 그토록 형편없는 거야.

p. 360 나는 목소리가 들릴 때면 대체로 목소리를 차단하거나 대체카드를 이용해 쫓아버리려 했어.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 내가 그 얘기를 했더니, 그의 덥수룩한 눈썹이 이마로 올라갔어. 그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어. 내가 목소리를 드는 것은 재능이라고, 그것들을 차단하거나 쫓아버리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어. 그리고 내가 식탁 다리 이야기를 잘하는 걸 보니 재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면서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했지. 자기가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으니 닥담할 것 없다고 했어. 나는 글쓰기에 대해 잘 모르고 국어 과목을 잘해본 적도 없어. 그래서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몰라. 너는 알거야. 너는 책이니까. 아는게 마땅하지.

p. 458 그것은 이상한 감각이었다.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 이래로, 그는 진짜로 귀 기울이는 습관이 사라졌다. 목소리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듣거는 되지만, 굳이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부분은 그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그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게 다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너무나 단순하고 아름다웠다. 상승했다가 하강하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가 점점 줄어들었다가 다시 커졌다. 그것은 진짜였다.

p. 571 그리고 우리도. 넌 우리도 안에 받아들였고, 일단 네 안에 들어가니 우리는 너의 감각의 관문에 도달하여 마침내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 코로 냄새 맡는 것, 혀로 맛보는 것, 피부로 만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지. 결국 책이 원하는 건 바로 그거야. 우리는 몸을 원하고, 우리는 처음으로 몸이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있었지. 우린 몸이 불러일으키는 의식을 지각할 수 있었어. 우리가 너에게 묶이지 않은 세상을 주었다면, 이건 네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어.

p. 610-611 여자들은 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이 충분한 존재가 아니라는 지속적인 두려움을 떨여낼 수 없는 걸까? 그들은 왜 늘 뒤쳐져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왜 그들은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느끼는가? 그들이 티셔츠를 개키고 아이들을 키우고 경력을 관리하고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통제하기 위한 단순한 규칙들을 원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은 옳은 방법과 그른 방법이 있다고 믿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 것이 있어야만 했다! 옳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을 찾고 규칙을 배울 수 있다면, 삶의 모든 부분들이 제자리를 찾고 그들이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p. 616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책은 단 하나의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책'이라는 개념은 그저 편리한 허구일 뿐이며, 우리 책들은 그것이 출판업계에서 경리 담당자의 필요와 두말할 필요없이 작가의 에고를 충족하기 때문에 그 개념을 따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물론 개별적 책들이 존재하며, 어쩌면 당신은 지금 손에 한 권을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자만심 덩어리처럼 보일 위험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이기도 하고 다수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변하는 다수이며, 무형의 흐름이다. 형태를 바꿔가며, 우리는 책장 위의 검은 표시로 인간의 눈을, 그리고 소리의 분출로 인간의 귀를 만난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당신네 인간의 마음속을 여행하고, 따라서 우리는 융합하고 증식한다.

p. 664 우린 진짜여야 해. 그리고 그건 '네가'하고 있는 일이야. 그것이 너의 철학적 질문이었잖아. 기억나? '진짜란 무엇인가?' 모든 책은 가슴에 질문을 하나 품고 있고, 그게 너의 질문이었어. 일단 그 질문을 던졌으니, 네가 답을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야. 그래, 맞아. 우린 네 책이야, 베니. 하지만 이건 너의 이야기야. 우린 널 도울 수 있지만, 결국 네 삶을 살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네 엄마를 도울 수 있는 것도 너뿐이야.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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