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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 도시 생활을 접고 여생을 시골에서 살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압니다.
오직 모순 덩어리인 이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십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타협에 타협, 인종에 인종을 했습니다. 악전고투하며 너무나도 반인간적이고 굴욕적인 도시생활을 어쩔 수 없이 해 왔습니다.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기고, 혼마저 너덜너덜해진 시점에서 간신히 정년을 맞습니다. 인생의 전부였던, 가정보다 더 절실한 공간으로 여겼던 직장에서 완전히 내몰렸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세상은 마치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빛을 볼 것 같은 '인생2막'이니 뭐니 떠들어 댑니다. (6쪽)
많은 사람들이 알법한 마루야마 겐지. 그의 책중 뭘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이름은 아주 익숙한 작가다. 그런작가의 책이기에 궁금했다. 제목부터가 전원생활을 꿈꾸는 그들에게 싫을 소리를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작가는 시골에서 자랐고 도시에서 다시 시골로 돌아와 살고 있으며 시골에 살아보지 않아본 사람이 미쳐 헤아리지 못하는 시골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살 만큼 살았다. 할만큼은 했다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힘쓸 기운도 생각도 없다라며 이제는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작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자신의 능력을 하나도 남김없이 발휘했는지. 실제로는 뇌의 20퍼센트밖에 쓰지 않음으로 다양한 재능과 가능성을 잠재우고 물렁물렁한 육체처럼 정신또한 단련하지 않은건 아니냐고 그럭저럭 나태한 세월을 보낸것은 아니냐고 묻고있다.
만약 남김없이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왔다면 60세을 맞이해 홀로서기를 한 어른으로 이후의 인생목적이나 삶의 보람등을 마음에 명확하게 품고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완전 찔린다. 어느덧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나로서는 무지하게 찔리는 물음이다. 지금도 난 아무것도 한게 없다는 생각, 그저 어영부영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60세에는 과연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보라니 매우 뜨끔하다. 도대체 뭘 제대로 한게 없고 인생자체가 온통 두리뭉실하기만 하니 말이다. 명확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있는 그런 상황.
시골에 가서 살면 마음 편하게 자연을 벗삼아 행복한 삶을 살아갈것이라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시골 생활이 얼마나 참혹할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싼값에 나온 땅을 사서 살게될 경우 온갖 자연재해로부터 어떻게 대처할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것. 작가 역시 그런 마음이 들었었고 그런 상황에서 그런 곳을 가보고는 현실을 명확히 알게된적도 있다는 것이다.
텃밭을 가꾼다는게 등산 같은 운동과는 달리 체력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 이건 우리 시댁에서 해봐서 안다. 정말 힘들다. 어머님 텃밭에서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 주려고 그리고 어머님 드시려고 하는 양도 정말 만만치 않은 힘든 일이라는 걸 갈때마다 깨닫게 된다. 그리고 구급차를 기다리다가 숨 끊어진다는 작가만의 과감한 표현력. 조금만 나가면 병원이 즐비한 도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걸 알 수 있다. 집에 틀어박혀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어도 눈이 많이 오면 나가서 제설 작업을 해야하고 태풍이 잦은 지역에서는 태풍이 올 때마다 대응을 해야한다는 등등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이렇게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를 보여줄수 있다는게 신선하고 좋았다.
책의 말미에 소설가인 미우라 시온이 책을 읽고난 소감을 썼다.
어디에서 살고자 하든 한결같이 진지하게 살고, 바깥 세계와 대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진정 빛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이외의 길은 없다고 이 책은 일러 줍니다. - 206쪽
도시를 벗어나 시골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뿐만 아니라 작가만의 매력적인 글을 또 하나의 수확으로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