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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ㅣ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2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2월
평점 :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_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근간에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 빈 미술사 박물관 특별전>에 다녀왔던 터라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나카노 교코의 미술 이야기들 꽤 여러 권 읽었는데 이번에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로 합스부르크에 이어 부르봉의 역사를 이 책에서 다룬다.
부르봉가는 합스부르크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명문중의 명문가이지만 합스부르크가
650년 가까운 시간동안 명맥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약 250년간의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왕 루이 14세가 유럽에 미친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할 수 있다. 베르사유 궁전을 세운 루이 14세,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 문화를 선도했던 절대왕정의 시기부터 시민혁명의 몰락까지 극적
서사를 명화와 함께 풀어가는 과정이 익숙한 작품들에 다른 시각들을 더하고,
부르봉가의 가계도와 합스부르크의 가계도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참고하기 좋은 도표가
수록되어 있다.
부르봉가와 관련된 명화 12점을 기준으로 관련된 그림들이 소개되고, 명화가 탄생한 배경과
그림 속의 이야기들이 서사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얼마 전에 합스부르크 걸작들을
직접 보고 느낀 점은 그림의 크기와 섬세한 묘사가 놀라우리만치 압도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익숙한 명화로서가 아니라 그림 속에 담긴 서사를 따라가는 과정이 더해지니
기존에 알았던 그림과는 다르게 와닿는다.
왕권을 지키기 위한 날조회화가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림 속에 또 하나의 탄생비
화가 되어 그림의 탄생 배경을 들려준다. 실제로는 작은 키를 커다란 그림 속에 길게 담고,
화려하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묵직한 망토를 두른 모습에서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읽으며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백 달러 지폐의 인물 벤저민 프랭클린이 프랑스 귀족처럼 그림에 담긴
이유가 재미있다.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 장 바티스트 그뢰즈의 그림으로 실제 인물에 위엄을
담은 모습으로 포장되어 그려지는 과정에서 탄생한 비화가 소개된다.
고야가 그린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을 담은 그림에는 화가 고야가 숨어있다. 국왕 일가의
인원수가 '13'이라는 불길한 숫자이기에 열네 명으로 늘리고자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 외에도 마리아 루이사의 나이 든 모습이 흉하게 담긴 이유들을 유추한다.
사실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사진과 달리 화가들에 의해 남겨진 그림들에는 정치적
음모와 계략이 담겨 여러 사연들을 만들어낸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들라크루아의 걸작에 등장하는 여성은 인간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이
담겨있다. 그림 속에 깃발과 컬러들을 비롯한 여러 의미들과 더불어 그림을 그린 들라크루아
모습을 유추하게 하는 인물도 그림에 담겨있다.
부르봉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와 작품들 속에는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가 교집합처럼 종종
등장한다. 역사라고 하는 것이 명확한 선 긋기가 아니라 연관되고 이어지다 보니 파생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명화들이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역사적인 이슈들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고 보니
정적인 그림 감상에서 마치 오디오 효과가 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