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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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b, 1953)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공정하다는 착각>은 시의적절하게 출간되며 시대의 배경들과 연결되어 많은 이야기들과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신간은 27년 전 출간된 개정판으로 정치와

경제 두 부분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전체적인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무래도 요즘 프리랜서 계약직인 내가

얼마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 중에 궁금했던 조항들이 생각나서 자유노동과 임금노동

파트를 가장 먼저 읽었다. 같은 듯 다른 경제적인 용어들에 의해 세금률이 달라지거나 소득에

따라 변동되는 여러 세금관계 문제들이 늘 번거롭다고 생각했던 터라 개념 정리가 될까했는

데 여전히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임금노동자라는 말 자체가 자발적인 계약을 맺는 자유노동

이라는 말.... 고용주가 지급하는 임금으로 사는 사람들은 자유시민으로서 결국 도덕적, 정치

적 독립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감을 일깨운다.



 

불평등이 억압의 증거가 아니라 누군가는 많이 성취하고 다른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적게

성취하게 되는 열린 사회의 산물일 뿐이라는 너무나도 날카로운 시선을 확인하며 망연자실

한 현대의 민주주의의 실체들을 실감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악은 노동에 임금이 보상

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이 아니라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일반적으로 노동의 가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대사회에서 임금은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드러낸다.

민주주의의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불평등의 요소들은 점차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커지게 하지만, 막상 해결책이 없다는 쳇바퀴 같은 이야기가 되고 마는 현실적 오류.

자본은 인간 노예주가 노예를 대하는 것보다 한층 더 강력하고 완벽하게 강제력을 행사한다.

 

민주주의에서 집회와 언론의 자유는 이론상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집회의 과정에서

많은 불특정 다수들의 피해 사례가 발생한다. 현실과 이론의 괴리감을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그 외에도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온통 장밋빛 결과만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오히려 더 깨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절망한다.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공정하게 실현하기 위한 각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고민들을 할

여유 마저 의구심이 드는 힘겨운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델의 이런 담론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되어가는 과정은 그나마도 하나의 등불 같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가득한 첨단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오늘을 돌아본다.

아....근데 왜 슬프냐...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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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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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기록하는 일은 내 일상의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즐기는 과정이다. 책 이야기를

담은 책, 서평에 대한 책들이 종종 눈에 띄긴 하지만 크게 와닿는 책이 많지는 않았다.

문학비평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저자의 소개가 솔깃했던 것이 사실이다.

100권이 아닌 99권의 책을 타이틀로 하고, 제의 제목보다 책에 대한 키워드를 강조한 책.

익숙한 책도 있고, 낯선 책도 있다. 아는 책에 대한 저자의 서평이 궁금해서 먼저 몇 개를

읽어본다. 99권의 책 이야기를 담았지만 역시 저명한 저자답게 책을 아우르는 폭이 넓어서

관련 주제의 책들을 소환하고 간단 명료한 정리까지 깔끔하게 담아낸다.



 

위대한 소설은 삶과 개인의 복잡성에 대한 의식과 감수성을 높이며 고정된 선과 악의 공식

으로 도덕을 보는 독선을 막아준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에 나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소개하는 책들에 대한 예찬보다 냉철한 시선들이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아는 책도 다시

보게 하고,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마저 반갑다.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들도

넘쳐나는데 한술 더 뜨게 하는 책이 확실하다.

최고의 문학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며, 확실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우리의 기본 설

정값을 재검토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녀 이야기>로 잘 알려진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을 저자는 증언의 언덕이라는 키워드를 붙였다. 코로나 이전의 나 또한

상상 속의 일과 현실의 일 사이의 분명한 경계의 잣대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 저자의 말이

더욱 공감되는 작품이었다. 애트우드는 시녀 이야기에서 멀지 않은 디스토피아 체제가 미국

을 장악한다고 상상했고, 상상은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평범하다고 정의한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자

의 감상에서도 와닿았던 책 읽기는 우리에게 작은 타임머신으로 작동하여 제약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99권의 책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세상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이

책이 마치 보석 같은 비밀병기 하나를 소장한 느낌처럼 든든하다.

한 권의 책이 마치 하나의 도서관처럼 느껴지게 했던 커다란 세계를 담고 있는 책 속 여행은

언제나 열려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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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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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는 군더더기 없는 서평의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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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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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

바다 같은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아직 출간 전 가제본으로 먼저 읽어본 <모든 삶은 흐른다>는 읽는 내내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다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접 담아온 파다를 옆에 두고 책을 읽었다.

많은 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할 때, 삶이 고단할 때 바다를 떠올린다.??

왜 그토록 바다를 그리워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바로 이 책 속에 답이 있었다.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바다는 인생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그럼에도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

바다에 관한 키워드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 안에 인생이 담겼다.

바다와 관련된 모든 단어들이 우리의 인생을 온통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이렇게 닮아있다니

왜 그토록 사람들이 바다를 그리워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거칠게 몰아치던 폭풍우가 잠잠해지면 바다는 본색을 숨기고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빛을

눈부시게 발산한다. 배경에 따라 바다의 색이 각양각색이지만 사실 물은 색이 없다.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바다 빛.

인생을 바다에 비유한 보석같은 문장들에 밑줄을 파도처럼 이어간다.______________??

열정적인 상어는 같은 바다를 헤엄치지 않는다고 한다. 관성에 빠지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작 사람은 익숙함에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이거나, 때로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자유롭고 싶어 하는 변덕스러운 존재이기도 한 복잡 미묘한 존재.

이 또한 바다와 닮아있다.

 

 


 

3월 22일

오늘은 1992년 유엔 총회에서 선포한 <세계 물의 날>이다.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취지로 제정되었다.

'세계 물의 날'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온 <모든 삶은 흐른다> 바다처럼.

*가제본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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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현대 철학 - 아들러, 라캉, 마사 누스바움… 26인의 사상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현대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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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과 그 대상에 대한 탐구가 주가 되는

학문으로 인간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깊은 고찰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지만

일단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요즘 미술관에서도 작품 해설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

는 캡션이 등장하듯, 철학도 학문적인 해석보다 일상과 연관 지어 풀어내는 책들이 반갑기도

하고 재미있게 와닿는다. 철학의 난해함에 재치 있는 일침을 가했던 물리학자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저자의 책답게 현대적인 관점과 사회적인

현상들을 철학 이론과 연결 지어 풀어낸다.

 

 


 

인간의 진화 자체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명을 발전시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철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방향을 잡는다. 무의식과 실존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욕망을

발견하는 철학을 이야기 한 프로이트를 비롯해 자크 라캉, 원인보다 목적을 보라는 아들러.

집단 무의식의 세계 카를 융 같은 고전 철학자들의 이론을 우리의 일상 속 상황에서 접목해

따라가다 보니 심리 상담처럼 정곡을 찌르는 이슈들이 많다.

 


 

"타인의 욕망을 무작정 따르지 마라. 마음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욕망을 좇아라."

정신과 의사이기도 했던 라캉은 세상이 바라고, 타인이 바라는 바를 아무리 잘 이룬다 해도

공허함을 가지는 인간의 진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방된 욕망이 빚어낸 대표적인 사건으로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과 같은 어이없는 사건

이 사람들의 판단과 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례로 꼽힌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차지하라. 그러면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철학자 지라르의

형이상학적 욕망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잘 와닿는 말이 아닐지.

  


 

복잡한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페르소나. 스스로의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는

페르소나에 대해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카를 융은 페르소나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던 것에 주목해 본다. 페르소나와 그에 따른 그림자. 보이는 것

이 전부가 아니듯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라는 그는 '중년의 위기'라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듬어야 하는 이유다.

 

이 외에도 옳음이 아닌 좋음을 쫓아야 하는 이유, 요즘 우리의 가장 핫이슈 공정과 부모 찬스,

금수저와 차등의 원칙, 의사 봉급이 청소부보다 많은 이유, 정의를 다루는 책이 두꺼운 이유

등등 철학의 개념적인 접근에서 시작해서 다르게 보는 시선을 거쳐 통찰의 시선을 제시하고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좋은 삶을 여는 열쇠로서의 실용적인 철학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발터 베냐민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인류가 '문자의 메뚜기떼'탓에 깊은 생각이 힘든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마저도 이제는 더 짧은 숏츠 영상들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진짜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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