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오, 그런가? 

움베르트 에코는 감히 존경만 하는 작가이고, 김승옥의 단편들은 지금도 국문학상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환상수첩> 같은 설익은 작품을 좋아했다. 샐린저의 다른 책은 읽지 않았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은 사춘기 무렵, 마치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홀든도, 나도 참 어렸다는 생각. 그나저나 테스트 내용과 끌리는 작가가 제대로 상관관계가 있기는 한건가?

테스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내가 참 재미없고 보수적인 독자 같다.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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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1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동족하나 추가요!

깐따삐야 2010-01-14 09:08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엔 사바나 취향이 참 많은가 봐요.^^

마늘빵 2010-01-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툰드라 사막 지대지만, 샐린저를 좋아해요. 투덜이 홀든은 정말 귀엽다니까.

깐따삐야 2010-01-14 09:10   좋아요 0 | URL
우리 남편도 툰드라 사막 취향 나왔어요. 막 놀렸는데.ㅋㅋ 지금의 삼십대들도 홀든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쇼핑 품목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책 위에 앉아있는 먼지들을 털어내고 묵은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나한테 이런 것도 있었나, 하는 크고 작은 물품들을 정리하면서 저 말을 떠올렸다. 그러나 열혈 독서가라기에는 지식과 상상력이 너무 빈천하고 패셔니스타라기에는 내 옷장의 옷들은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그 외에 내가 꾸준히 사들이는 품목이 있었던가. 한때는 음반에 미쳐 있었고 예쁜 가방, 머그잔에 꽂힌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기복 없이 사들이던 책도 아주 띄엄띄엄, 생각과 생각을 거듭해 구입하곤 한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혼할 때 온 식구들을 동원해서 내가 읽어온, 아니 쌓아온 책들을 신혼집으로 옮겼었다. 내가 책을 빼서 내려놓으면 아빠와 엄마가 층층이 쌓인 책들을 묶었다. 이런 책은 왜 가져가니. 다시 읽지도 않을 텐데. 엄마는 할랑한 에세이집이나 케케묵은 소설책 등을 가리키며 혀를 차셨다. 내가 좋아했던 작가 책이라서 버릴 수가 없어. 하지만 지금 책장을 칸칸이 차지하고 있는 그 책들을 보면 어쩐지 안쓰럽고 우울해진다. 엄마의 예상처럼 한 번도 다시 펼쳐보지 않았고 남편 또한 관심을 보이지 않기에 마치 데리고 온 자식 같은 느낌. 하지만 감흥은 덜할지언정 애정마저 변한 것은 아니다. 그래, 내 성장의 이력이야. 그래도 언젠가 애지중지하던 추억의 활자들이 지퍼로 입을 닫은 봉제인형처럼 외롭고 슬퍼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찍이 누군가에게 주어버렸거나, 잃어버렸거나, 두고 왔다면 적어도 주인의 무심함에 잊혀져가는 짐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입으리라 기대는 하고 있지만 허리선이 없어진 요즘 임신 전에 입던 옷들이 남의 옷처럼 보인다. 그 남의 옷처럼 보이는 옷가지들 중 다시는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을 수거함에 버렸다. 안목이 형편없는 것인지, 당시에 무슨 바람이 들어 샀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요즘은 배를 감싸주는 편안한 임부복만 주구장창 입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입게 되는 것만 입는다. 내 성향이 본래 이런 것 같다. 여러 벌을 가지고 바꿔 입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옷 몇 가지를 계속 입는 식. 그런데도 옷장을 쭉 둘러보면 옷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 다시 입지도 않을뿐더러, 어쩌면 다음 쇼핑에도 방해가 되는, 이 또한 짐이다.

  그밖에도 정리하다 보니 펜과 포스트잇은 갖가지 색상별로 왜 이렇게 많고 샘플로 받은 화장품이며 기념품이나 증정용으로 받은 컵은 참 다양하기도 하더라는. 막상 내가 애용하는 것들은 0.7 포인트의 평범한 볼펜과 HB 연필, 기초화장품 두어 개, 알라딘 머그컵인데 말이다. 필요해서 갖고 있기보다는 버리지 못해 하나, 둘 쟁여둔 것들. 새해가 되어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목록도 정리를 했는데 어제 저녁 대학원 후배한테 오랜만에 연락이 왔을 때 하마터면 누구세요, 할 뻔 했다. 연락처 정리는 이따금 그런 미안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대개는 삭제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멀어지는 경우가 더 많지만.

  아기를 갖고 나서 잠도 많아지고 그에 비례하는 것인지 이런저런 꿈을 많이 꾸는데 내가 움켜쥐고 사는 기억이 참 숱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시적인 영역에서조차 나는 무엇 하나 깔끔하게 버릴 줄을 모르는가 보다. 내게 상처를 주었던 이들과 재회해 얼굴을 붉혀가며 싸우기도 하고 학창시절로 돌아가 놓쳐버린 버스, 잃어버린 신발, 열리지 않는 사물함, 다 풀지 못한 시험지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뒤척이다 깨어보면 몸을 꽁꽁 웅크리고 이불 끄트머리를 꼭 쥔 채 힘들어하고 있다. 꿈이라서 다행이야, 안도하다가도 현실처럼 세세하게 펼쳐지는 옛 풍경들에 비만한 나의 기억 창고를 몽땅 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와, 뒷목덜미를 잡고 나를 붙잡으려는 내가 꿈속에서, 무의식의 시공간을 누비며 잠든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남편은 매사 선명하고 논리적인 내가 부럽다고 하면서도 그 이면에 잔걱정, 잔망스러움이 그득한 모순적인 모습을 파악하고는 나를 가리켜 갈팡질팡하다가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인간 유형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종교적인 인간이 되기에는 회의와 의심이 많고 철학적인 인간으로 살기에는 종종 비논리적인 것에 휘둘리는. 나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꽤 적확한 지적이다.

  그래서인지 좀 덜 연연하며 살았으면 싶다. 물리적인 것이든, 그 이외의 것이든, 이제껏 바쁘게 쌓아올리고 모아온 것들이 시시때때로 짐스럽게 느껴진다. 혈혈단신이 아니기에 속세의 속성을 아예 등질 수야 없겠지만 버리지 못하면 못할수록 그만큼 심신을 묶는 고리들이, 보기 좋게 정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다. 개그우먼 이경실이 아침프로에 나와 그런 말을 했다. 뭔가를 계속 사들일 때가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마음이 참 허했던 때라고.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사들인 책이나 옷에서 내 정체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카드 명세서를 보면서 헛헛했던 나를, 나 자신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이미 오래 전 해프닝이지만 그녀의 반성에 공감했다.

  그밖에도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이라든가, 완전히 놓아버리지 못한 꿈, 허영기 어린 계획들, 자질구레한 일상 소품들 외에도 버리고 비워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내가 버리지 못한 것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듯한 이 근질거리는 느낌. 반드시 갖고 가야 할, 또는 앞으로 쌓아가야 할, 소중한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몇 안 되는데 나머지 것들은 대개 군더더기이자 허욕인 셈이다. 자칫 느슨해지거나 자기합리화에 빠지지 않고도 내내 단촐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고의 인테리어는 말끔한 청소, 최고의 사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그렇듯 청신한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로 말이다. 짐정리를 끝내고 가뿐하고 후련해진 기분, 그것 또한 내 마음이 누리는 넉넉한 호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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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은 언제나 조곤조곤, 요란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추천을 누를 수 밖에 없는 글을 쓰시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 추천을 눌러요.
그리고 몇가지를 덧붙일까 하다 관둡니다. 제 요란한 마음에 대한 댓글을 쓰다보면, 이 페이퍼의 차분함에 스크래치를 낼 것 같아요. 방금전까지 방방 뜨는 마음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좀 진정이 되는 것 같아요. 글 내용뿐만이 아니라 분위기로도 깐따삐야님의 페이퍼는 제가 가끔 읽어줘야 할 그런 페이퍼에요.

만약 깐따삐야님이 에세이집을 내신다면, 저는 사서 여러 친구들에게 선물하겠어요.

깐따삐야 2010-01-13 11:44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제 삶에서 감탄이나 환호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고 또 아쉬운데 다락방님의 글에는 느낌표(!)가 살아있어요. 축축 늘어지기 일쑤인 제가 가끔 읽어줘야 할 페이퍼에요.

와... 적어도 세 권은 팔리겠군요! 흐흐.^^

비로그인 2010-01-1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핑이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다 풀린다는 친구가 있었어요. 책을, 옷을, 구두를, 기타 등등을 휘몰아치듯 쇼핑하는 저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생각하다 이 글을 읽었습니다. 타이밍이 무서워질 지경.

전 임부복을 입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그로테스크해 보였어요. 제 모습이 늘 적응이 되지 않았던 때였던 것 같아요.

깐따삐야 2010-01-13 11:5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때가 있었고 지금도 간혹 충동적으로 질러대는 순간이 있어요. 그 묘한 충족감을 대체할만한 것이 있다면 좀 알고 싶어요.

Jude님도 그러셨구나. 정말 그렇죠? 옆모습은 더 이상해요.ㅠ 초음파를 볼 때만 잠깐 현실감이 느껴지고 대부분의 시간은 내 배가 내 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요.

비로그인 2010-01-13 16:11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서 들으셨겠지만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출산 후 바로 살이 빠지진 않아요. 물론 몸무게는 순간 줄어들겠지만 그 전의 체형으로 돌아오는 데에 저는 거의 1년 반은 걸린 것 같아요. 이전의 완벽한 그 실루엣은 아직, 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깐따삐야 2010-01-14 09:14   좋아요 0 | URL
헉! 너무 오래 걸리네요. 일년 반이라니. 과연 임신 전에 입었던 옷들을 언젠가 입을 수나 있을까요. 열심히 모유수유 해야겠어요.ㅠ

Mephistopheles 2010-01-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깐따님을 상상했어요. 불룩하니 이쁘장하게 나온 배를 젖히고 골똘히 생각하면서 키보드 치는 깐따님..^^

깐따삐야 2010-01-13 11:52   좋아요 0 | URL
불룩한 건 맞는데 과연 이쁘장하기만 할까요? ㅋㅋ 엄마가 잡념이 많아서 심란한 아이로 자랄까봐 걱정이에요.

2010-01-12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0-01-1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릴 걸 다 버리고 가는 건 60 정도에 하려구요. 그 전에는 할 수 있는 힘껏 최대한 짊어지고 살아보려구요. 그게 삶의 재미일 수 있고,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싶어요. 페이퍼에 안 어울리는 생뚱맞은 얘기네요. ㅎㅎ

깐따삐야 2010-01-13 12:05   좋아요 0 | URL
저는 애도 낳기 전에 벌써 조로인가 봐요. 이것저것 내다버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니 어째요.ㅋㅋ

레와 2010-01-1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감하게 뭔가를 버릴때 희열이 느껴집니다!! 네네!
몸무게와 상관없이 몸이 가벼워지는 .. 그런 느낌? ^^


아무리 비싼 물건을 사고 오랜시간 쇼핑을해도 허한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 단계에 와 있었어요. 적어 놓고 보니 심각하네요.

깐따삐야 2010-01-14 09: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몸이 무거워지니 더 버리는 지도? ㅋㅋ

레와님 뿐만 아니라 특히 여자들은 그런 심각 단계가 간혹 있는 것 같아요. 후회에 몸무림치지 않으려면 조~오심 하긴 해야죠.^^
 

  시어머니 생신이 낼 모레인데 오늘 우리집에서 미리 모였다. 시누이 가족도 와서 오랜만에 집안이 북적북적했다. 닭찜도 하고 잡채도 하고 미역국도 끓이고, 친정엄마 솜씨에 많이 기댔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평소 소식이 습관화되신 아버님도 모처럼 진지를 많이 드셨다. 임부복 사입으라고 용돈을 주셨는데 며느리한테 얻어먹는 밥값치곤 너무 비싼 것 같다. 내딴엔 무거운 몸을 해가지고 멀리 가는 것보다 집으로 오시라고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말이다.   

  바야흐로,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세대. 그러니까 위로는 시집살이, 아래로는 며느리살이 하는, 낀세대 어머니들의 수난 시대다.  

  남편이 끄적끄적, 새해 소망이라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틈틈이 그림 그리고 붓글씨 쓰면서 나 대신 태교를 한다. 그림 속 아기 호랑이가 깜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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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깐따님 2세는 백호띠가 되는 거네요...
태교대로라면 그림 속 호랑이 같이 귀여운 아기는 확실하겠군요..^^

깐따삐야 2010-01-04 11:05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메피님.^^

이매지 2010-01-0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그림처럼 깜찍한 아이 낳으세요! :)
태그에 쓰신 것처럼 새해엔 더 행복하세요~~

깐따삐야 2010-01-04 11:06   좋아요 0 | URL
네, 고마워요. 이매지님도 좋은 책 많이 만드시고 건강한 한해 되시길요.^^

L.SHIN 2010-01-0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글씨를 엄청 잘쓰시는구나!

깐따삐야 2010-01-04 11:07   좋아요 0 | URL
혼자 글씨 쓰고 그림 그리면서 잘 놉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늘빵 2010-01-0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이 무척 귀엽군요! ^^ 예쁘다.

깐따삐야 2010-01-04 11:10   좋아요 0 | URL
사람이고 동물이고 어릴 때가 귀엽죠. 아프락사스님도 독립생활 잘 시작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스탕 2010-01-0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교 해주는 아빠를 가진 아가는 참 좋겠어요 ^^

깐따삐야 2010-01-04 11:10   좋아요 0 | URL
엄마가 도통 태교를 안 해서 좀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어요.^^

레와 2010-01-0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알라딘에서 소통하시는 것도 훌륭한 태교라 생각됩니다. (힛~)


깐따삐야 2010-01-06 11:03   좋아요 0 | URL
제가 그럼 알라디너 2세를 키우고 있는 건가요? ^^
 

  31일이 한참 남은 줄 알았는데 라디오를 켜니 올해 마지막 날이라며 반성, 사과, 고백 등이 줄을 선다. 사람들 마음이 다 이맘때만 같으면 정말이지 온 누리에 평화가 오겠다. 먼지를 털고, 베란다 유리창을 닦고, 김치볶음밥을 하고. 내 하루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깐따삐야, 나 좋은 일 생겼어. 아침부터 문자. 결혼하니? 라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사귄다는 얘기는 들었어. H는 목하 첫사랑과 열애중이다. 두 사람은 십 년을 돌고 돌아 재회했다. 스무 살의 H가 연모의 대상이었던 J선배를 향해 탄성을 내지르던 모습이 아직도 선연하다. 나의 트리스탄! 내가 보기에는 바람 냄새만 쏠쏠 풍기던 그저 그런 남자였는데 H에게는 가을의 전설, 브래드 피트에 버금가는 멋쟁이로 보였는가 보다. 필시 연예인 사주를 타고난 듯한 H와 그에 버금가는 J선배는 각자 화려한 이십대를 보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고 있다니 놀라운 한편 아슬아슬하다. 얽히고설킨 인연의 그물망 때문에 두 사람의 연애가 공개되면 뒷목 잡고 쓰러질 사람도 몇은 될 것 같다. 하지만 사랑한다는데, 저리 행복하다는데, 부디 서로에게 굳건히 정착하여 고이고이 사랑하기를, 바래본다.

  남편과 나는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어서 쇼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는 “이런 축구 같은...” 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축구가 바보란다. 세밑인데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의 뜻을 전하지는 못할망정 이상한 짓 해놓고 서로를 웃음거리 만들기에 바쁘다. 그러고 보니 올해 서거하신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대통령의 별명도 바보였는데 우리에게는 참 ‘그리운 바보’들인 것 같다. 나는 살면서 나 자신이 바보는 아닐까, 바보이면 어쩌나, 전전긍긍할 때가 많은데 한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덥히거나 적시지 못하고 똑똑한 척 하면 뭐가 남는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나저나 내년에는 진짜 축구, 월드컵이 있다. 중계방송 보다가 이런 축구 같은... 경우가 안 생겼으면 좋겠다.

  친정이나 시댁이나 구정을 쇠지만 신정 지나고 곧바로 시어머니 생신도 있고 해서 방앗간에 가래떡을 맞췄다. 그냥도 먹고, 떡국도 끓여먹고, 싸드리기도 하고.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은 실감이 안 나는데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되었던 관심이 여기저기 분산되는 것을 느끼면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 혼자였을 때나 지금이나 안온함과 쓸쓸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지만 누구의 말마따나 모든 것은 지나가리니, 둔해졌거나 혹은 담대해졌거나.

  뭔가 일을 하거나 움직일 때는 잘 모르겠는데 내 몸이 편안해지면 안에서 꼬물꼬물 아기가 운동을 한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하루 종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커간단다. 지난번 초음파 검사 때는 졸리기라도 한지 눈도 비비고 하품도 하더라는. 나는 아직 씩씩한 발길질 같은 건 느껴보지 못했는데 엄마는 나를 가졌을 때 하도 뻥뻥 차대서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단다. 우리 아기는 아마 온순한 제 아빠를 닮은 모양이다. 남편은 아기에게 자꾸 말도 걸고 이야기도 해주라는데 나는 어째 그 모양새가 낯간지러워서 우리는 다 마음으로 알아듣는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눈짓만 슬쩍 해도 엄마 뜻을 바로 헤아리는 영리한 아이로 키우려면 뱃속에서부터 미리 훈육해야 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간혹 이렇게 낯설고, 어려울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내가 아기를 키우는 동시에 아기가 나를 엄마로 키워야 할 것 같다. 새해에는 그 두려운 모험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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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2-3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이쁜 아가 사진을 올려주시겠네요.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날이 많이 추운데 건강 관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깐따삐야 2010-01-02 20:42   좋아요 0 | URL
출산의 고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렵습니다.ㅠ 남들도 다 하는 일이니 저도 잘할 수 있으려나요.
무스탕님도 새해엔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래요.^^
 

  결혼을 함으로써 가족 내에서 나의 입장이란 것이 생기는 한편 상대방의 입장이 결혼 전과 달리 보이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나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 하는 상황이 곧잘 벌어지곤 한다. 순간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면 얼굴을 붉히거나 차갑게 응대해주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밖’의 일이므로 고민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 자체가 낭비인 것 같아 오래 담아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입장이란 것은 밖의 일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결혼 전, 나는 딸이었고 시누이였다. 지금은 며느리이기도 하고 올케이기도 하다. 또한 내게는 올케도, 시누이도 있다. 성별이 같고, 같은 호칭을 쓰고 있지만 결국 모두 다른 사람들, 다른 여자들이다.

  학교 다닐 때 올케와 비슷한 부류의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매년 같은 반이 되어도 나와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타입. 평균적인 지성에, 말수가 적고, 욕심이 많고, 감수성이 부족한, 잘 빚어놓은 점토 인형 같은 아이. 모든 일에 결코 먼저 나서는 일이 없기에 큰 업적도 없지만, 별 실수도 없는, 고만고만한 모범생. 어느 새 누구도 거절하기 힘든 참하고 반듯한 미인으로 성장한 아이. 굳이 올케와 시누이라는 선을 긋지 않고 그냥 일대일로 놓고 보아도 서로 쉽게 녹아들지도, 섞일 수도 없는 그야말로 남남인 사람.

  스치는 만남이라면 그처럼 첫 이미지를 보고 재단한들 서로에게 마음의 짐으로 남거나 상처가 되지 않지만 가족이야 어디 그런가. 결국 나와 다른 피, 조화할 수 없는 정신이라고 해도 부단히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은 말고 존중이나 배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조차도 그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람과 평생을 나야 하는 내 핏줄을 위한, 혈육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노력.

  그랬는데, 결혼 이후 어느 시점부터 올케에 대해 묘한 양가감정을 갖게 되었다. 과거에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점점 정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친밀감이 들지는 않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올케가 되어보니 그 입장을 잘은 알겠는데 그 입장이 되고 보니 그에 따른 불만도 생긴다고 해야 하나. 요즘 남. 보. 원이라는 개그 코너에서 시위하듯, 먹을 밥도 안 해놓고 들어오라고만 하면 장땡이냐!

  내가 남편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나와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생판 다른 남녀가 함께 살다보면 안 그래도 부딪칠 일이 잦은데 그래도 직업이 같다보면 통하는 점도 많을 테니 자연히 대화도 많아지고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큰 부자로 살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돈을 써봤자 나 버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조언 또한 그러했고 살아보니 아직까지는 처음의 기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올케는 서울내기라 그런지 생각이 달랐다. 본인이 교사이면서도 교사 남편은 싫다고 말하면서 내가 미혼일 적, 전문직 종사자나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들과 선보라고 열심히도 권했었다.

  그런 남자와 안 살아봐서 이러는지는 몰라도 나는 현재의 삶에 자족하는 편인데 어찌 된 일인지 그런 남자와 살고 있는 올케는 뭐가 불만인 모양이다. 우리 남편이야 오가는 길, 출퇴근 시간 일정하고 짧게나마 방학까지 있지만 오빠는 일의 특성 상 그럴 수가 없다. 출장도 많은데다 중요한 자리에 있을 때는 연락이 안 될 때도 많다. 가끔은 남들 다 쉬는 연휴에 출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쁜 만큼 많이 벌고 부지런히 움직인 만큼 승진도 한다. 하는 일이 그런데 올케는 그런 오빠만 턱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은 너무 보고 싶고 좋아해서라기보다 배려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오빠한테 제발 잘 좀 하라고 했다. 이후에 올케가 몸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오빠만 들볶았다. 하지만 그간 올케와의 대화와 꾸준한 관찰 결과, 올케의 감수성 부족, 취미 부재가 눈에 들어왔다. 오빠에게 권했다. 언니한테 재미있는 책이나 좀 색다른 취미생활을 권해보는 건 어때? 하지만 올케는 책도 좋아하지 않는데다 홀로 다양한 취미의 세계를 개척, 탐구할 만큼 적극적인 사람도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엄마는 올케에게 <좋은 생각> 정기구독권을 선물했다. 그래, 언니는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 보면서 좋은 생각을 좀 할 필요가 있어. 하지만 이제는 나 혼자 툴툴거리고 있다. 자기가 좋아서 오빠랑 결혼해놓고 이해는 못해줄망정 왜 뒤늦게 난리야!

  올케는 예쁘고, 알뜰하고, 정직하고... 장점이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생활의 이치를 참 나만큼도 모르는 것 같다. 오빠가 아무리 고집이 세다고 해도 남자들이란 대개 단순해서 여자가 자기 할 일 똑부러지게 해놓고 나서 잘 구슬리면 백퍼센트 까지는 아니어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게 마련이다. 나 같은 성질머리에도 이따금 마음에도 없는 입에 발린 말로 구슬릴 때가 있다. 햇볕정책은 북한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자칫 버르장머리가 나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발뒤꿈치 닳도록 잘해줄 필요까지는 없지만 일단은 아내의 역할을 최대한 하고나서 한두 가지, 중요하다 싶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엄마한테 이제부터 혼낼 것은 혼내고 예전처럼 너무 많이 배려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 그것이 오빠를 위한 일인 줄 알았는데 어째 오빠를 더 피곤하게 하는 일 같다고도 했다. 엄마가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나도 남편한테 잘해주면서 살고 있는데, 올케가 대체 먼데!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한 남자를 선택했다면 이익만 취할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부수적인 불편들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올케는 능력 있고 돈 많이 버는 남자랑 결혼해서 좀 심심한 모양인데 나는 시간 많고 자상한 남자를 택했더니 매 끼니 차려주는 일이 곤욕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사나운 와이프로 보이는 것을 감수해야 하더라는. 어떤 선택이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 앞뒤 안 재고 물불 안 가리지, 올케 같은 사람은 체면 살피고 손익 계산 따지느라 남들 앞에서 참하게 굴어야 하니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우리 시누이는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좀 무섭고, 과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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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2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대신 처가가 있는 결혼한 유부남인 저로써도 많은 공감이 가요. 우리 처형들 저와 너무 다르거든요. 월급쟁이 따분하다고 사업들하지...잘되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지.. 술을 잘 마시지도 않지...만나서 유일한 공통사항이 고스톱, 포카면 정말 말 다했죠. 그래도 사람들이 모나거나 모뙨 구석은 전혀 없어 그나마 참 다행이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죠..

그런데..나처럼 일 많고 돈 많이 못 벌고 시간도 많이 못내주고 자상한가? 한 남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

깐따삐야 2009-12-30 16:06   좋아요 0 | URL
혈육도 다른데 피 한방울 안 섞인 다른 식구야 오죽하겠어요. 결국 어우렁더우렁하다가 공존의 룰을 찾기 마련인데 올케는 늘 제자리라고 해야 하나. 처음엔 나름 고집 있어 보여 좋았는데 이제는 갑갑하네요. 그런 성격을 가진 본인이 어쩌면 가장 힘들 것도 같고.

메피님의 마님은 예술가시잖아요. 스스로 열정을 쏟아부을 무언가가 있는한 주변 사람에게 매달리지 않죠. 더욱이 메피님이 얼마나 자상하셔요!


레와 2009-12-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취미 생활 없이 살고있는 무료한 삶을 본인 탓이 아닌, 타인 탓이라 생각해요. 더욱이 책이나 음악, 영화 보는것도 별로라 하구요. 그럼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재미가 있고 행복하다면 상관없지만, 행복하지 못해 옆에 있는 사람을 들들 볶는 경우가 있거든요.

제 경우엔 결혼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 징징 거리는데, 조목조목 따지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어찌 행복하려고 하니, 라고 물으면 '그러게..'라며 전화를 끊어요.
아놔..;;

만화책도 재미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왜 알려줘도 안할려고 할까요? ^^;

깐따삐야 2009-12-30 16:14   좋아요 0 | URL
공감해요.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도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오래도록 보고 싶었던 연극 한편을 보고 난 뒤 그 힘으로 며칠을 기분 좋게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좋은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죠. 대개 비슷하게 흘러가는 인생인데도 그렇게 차이가 나요.

마치 우리 올케와 엄마의 통화 내용 같군요. 더욱이 서울은 얼마나 혜택 받은 도시에요. 나 같으면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구경 다니느라 바쁠텐데.

그러게나 말이어요. 게으른 사람은 하느님도 못 이길 것 같아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