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생신이 낼 모레인데 오늘 우리집에서 미리 모였다. 시누이 가족도 와서 오랜만에 집안이 북적북적했다. 닭찜도 하고 잡채도 하고 미역국도 끓이고, 친정엄마 솜씨에 많이 기댔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평소 소식이 습관화되신 아버님도 모처럼 진지를 많이 드셨다. 임부복 사입으라고 용돈을 주셨는데 며느리한테 얻어먹는 밥값치곤 너무 비싼 것 같다. 내딴엔 무거운 몸을 해가지고 멀리 가는 것보다 집으로 오시라고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말이다.
바야흐로,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세대. 그러니까 위로는 시집살이, 아래로는 며느리살이 하는, 낀세대 어머니들의 수난 시대다.
남편이 끄적끄적, 새해 소망이라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틈틈이 그림 그리고 붓글씨 쓰면서 나 대신 태교를 한다. 그림 속 아기 호랑이가 깜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