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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첫 발령을 받고 예전 블로그에 끄적이던 글을 모아놓으면 바로 이런 책이 되겠다 싶었다. 빠른 82년생이라는 저자는 언론고시에 여러 번 낙방하고 생각지도 않던 행정직 사무원이 된다. 비교적 직업 선택이 수월했던 시대를 거쳐 온 상사가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자 세상에는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라며 발끈한다. 하긴 그렇다. 저자나 나나 꿈나무란 말을 듣고 자란 세대이지만 지금은 이태백이니, 88만원 세대니, 초라한 이름만 따라붙는다.
기성세대처럼 집단에 완벽히 순응하지도 못하고, G세대라는 신세대들만큼 열린 사고를 갖지도 못한 그냥 80년도 언저리의 세대들은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몰아가고 있는가, 꿍얼거리면서 소심한 반항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꿍얼거림을 엮은 책이다. 자나 깨나 헌신적인 부모님, 해도 안 되는 일에 도전하느니 안정된 직장에 안착하는 현실, 셰익스피어도 읽었고 푸코도 아는데 날마다 문서 폰트에나 신경 써야 하는 절망감, 매번 잘 짜인 쇼 같은 회식 자리, 결혼이라는 변혁기에 대처하는 자세 등 비슷한 세대로서, 여성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책을 참 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음, 그렇군,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책이라는 말이다. 서평단 도서로 앞서 받아보았던 책들도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본인의 삶에 대해, 일상에 대해, 신이 나서 한껏 들뜬 어조로 썰을 풀고 있는데 나로서는 그 시간에『프랭클린 자서전』이나 『월든』같은 좋은 책을 한 번 더 읽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 왜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가, 사무실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바람 등에 대해서도 쓰고 있는데 그런 글은 사적인 블로그의 카테고리 안에서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며칠 이런 책들을 붙들고 있다 보면 묵직한 드라마가 살아 숨 쉬는 잘 쓴 소설, 진짜 문학이 그리워진다. 이 책의 집필의도가 ‘회사 가기 싫어’라니 나도 가기 싫긴 하지만 더 이상 무슨 평을 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