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형태 위픽
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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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위픽시리즈함께읽기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참사 속에서도 모두의 안부를 묻는 작가 김현 신작 소설


#고유한형태

#김현

#위즈덤하우스

#위픽시리즈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던 ‘재오’에게는 피로 이어지지 않은 작은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는 절친한 사이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살뜰히 보살피며 함께 살아간다. 작은엄마의 아들 ‘형태’와 재오는 학교에서는 데면데면하게 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히 친한 척을 하며 너스레를 떨 줄도 안다. 일찍이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재오에게 내색하지도 놀리지도 않던 형태의 이사를 앞둔 겨울, 어느 해변에서 두 사람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낸다.


재오에게는 작은 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 절친한 사이로 진짜 작은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와 작은 엄마는 가족같이 지내며 함께 작은 반찬가게를 하며 살아간다. 재오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희'의 아들 형태는 재오가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놀리지 않았다. 서로는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한 친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미희와 형태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재오와 형태는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태가 재오를 만나러 오기로 한다. 재오와 형태는 다시 만나 어떻게 될까?

#책에서확인하세요


전에 여름에 대한 책 리뷰를 썼는데 어쩐지 이 책도 여름의 냄새가 난다. 소수자인 재오의 이야기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누구나 고유한 형태의 사랑의 모양이 있다. 작가가 제목을 고유한 형태로 지은 것은 각각의 고유한 마음, 사랑, 사람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고 우리는 모두 고유하다. 


위픽시리즈는 판형이 마음에 들고 책커버의 컬러와 표지의 한 문장이 눈에 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음이었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어떤 형태의 사랑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만나는, 지금 사랑하는 눈 앞의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니까 말이다. 누구에게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사람이 있다. 재오와 형태의 그 바닷가의 시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래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설령 아프고 슬픈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럼에도 애틋하고 설렜던 마음이 있으므로.


<책 속 문장 필사>


형태의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두 줄로 나란히 그어지던 선이 하나로 이어졌다. 나와 형태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막대기를 버리고 서로를 향해 마주 섰다.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요란하던 파도가 일순 잠잠해졌고 모래알이 유난히 반짝였다. p.30


그게 두고두고, 이날 이때까지도 마음에서 반짝이더라. 너한테도 그걸 주고 싶었어. 반짝이는 걸? 아니 두고두고를. 두고두고.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에 걸쳐서, 라는 뜻을 가진 말. p.33


강단이 있어서 그 사건 이후에도, 희철을 먼저 떠나보내고도, 학교에 다니며 멸시당하고, 감시당하고, 차별당하며, 살아 있었다. 그게 희철의 몫까지 살기로 한 건지, 그냥 자기 몫의 삶을 살고자 한 것인지 물어보진 않았다. 어느 쪽이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하니까. p.40


“시시하겠지?”

고유가 캡슐을 매만지며 물었고,

“시시할걸.”

나는 대답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손에 쥐고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 빛이 남아 있을 때, 다리가 놓인 곳까지. 천천히. 형태가 오는 중이니까.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p.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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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장수탕 에디션, 양장)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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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에세이




어른이 되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때밀이 타올처럼 

시원하게 벗겨주는 이‘까칠한 할머니’의 농담과 지혜를 보라!


#즐거운어른

#이옥선

#이야기장수





요즘 SNS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휴대폰을 가지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중에서 중년 이상의 영상을 볼 때면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놀라곤 한다. 한동안 핫했던(물론 지금도!) 박막례 할머니는 47년생 100만 유튜버이다. 그렇게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아이든, 어른이든 멋지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다.


여기에 즐거운 어른이라며 나타난 멋진 할머니를 만났다. 76세의 이옥선 작가의 거침없는 글빨(!)에 큭큭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평범한 할머니라고 하기엔 교사 출신에 평생 방대한 독서를 하셨다. 무려 육아일기로 <빅토리 노트>라는 책도 내셨고 그 딸은 김하나라는 유명 작가인 데다 온갖 지식인들의 치부를 다 알고 계시고! 유언을 말할 때 나카스 카잔차키스와 마르크스의 묘비명을 말하고! 꿈의 풀이가 궁금하여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는 분을 평범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역시 76년 내공 엄청납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남성 편향적인 세상이었다며 이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이옥선 작가의 말이 통쾌하다. 가부장적인 사회를 견디며 살아온 여성의 입장에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든든하다. 직접 경험했고 견뎌왔던 70년 이상의 세월을 토로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토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옥선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에 간절히 원하는 것도 없을 것 같다며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라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골든에이지를 살고 있으며 아주 만족하며 산다는 작가는 심장마비로 고독사하고 싶다는 어찌 보면 충격적인 소원을 말한다. 현대의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편히 집에서 자연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노화는 막지 못했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일 또한 힘들어졌다. 이러니 작가는 세상에서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 간병을 받으며 완전히 회복되기도 어려운 상태로 살고 싶지 않으니 죽는 순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냉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테고 자유의지로 평화롭게 죽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죽음과 유언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죽기 직전에 대단히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도 아닌데(예를 들어, 너는 사실 친아버지가 따로 있으니) 유언을 꼭 죽기 직전에 해야 할 필요가 있냐며 의문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신도 생각난 김에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라는 꼭지에 유언이라고 할 만한 글을 썼다.






그냥 나도 생각난 김에 한마디 하자면, 나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 했고(남편의 장례식을 끝낸 것, 뒷정리를 다한 것이 나의 제일 큰 숙제였다)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 73~74쪽, ‘유언에 대하여’)


방비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올 일은 오고야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셨다. 인생살에서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제일 좋지 않냐고 하셨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이라고,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도 하셨다.


할머니는 76세니까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있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알게 되셨겠지요? 엉엉. 저는 여전히 다 별일이고 지나가길 기다리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인간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요?


작가님을 붙들고 하소연하고 싶을 만큼 나는 여전히(20대 청춘도 아닌데) 어렵고 심각하고 복잡한 것투성이다. 그런데 76세의 할머니인 작가님조차 여전히 책을 읽고 유튜브로 세상을 공부하며 매일 요가를 하고 목욕탕을 간다. 솔직하게 요즘 젊은 세대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파서 오래 살기 싫다는 친구에게 "아니야, 나는 좀더 오래 살고 싶어. 내가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그것들을 다 구경하고 싶어. 그러니 좀더 오래 살기 위해서 건강에 힘을 쏟아야겠다." 214쪽 '76세'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이 나이가 많다고 늙는 게 아닌 것 같다. 76세에도 배우고 싶은 것이 있고 건강을 지키며 즐겁게 살 수 있다. 징징대고 자꾸만 나약한 소리를 하던 나를 반성한다. 


이토록 멋진 즐거운 어른을 만나서 반가웠다. 이옥선 작가와 같은 멋진 어른이 앞서서 걷고 있다면 그 든든한 등을 바라보며 뒤따라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니 새로운 판을 짜야 옳다.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교육도 다 잘 받았다. 사태 파악이 빨라 비혼자도 늘었다(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더러 남자들도 비혼을 선호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사는 풍조도 늘어간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니까. 인구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들은 안 봐도 알 것 같은데, 50대 중반을 넘은 고위직 남자거나 남성적 돌파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일 것 같다. 아이 하나 낳는 데 돈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얄팍한 정책 가지곤 먹혀들지 않는다. 제도적 결혼 안에서만 인구를 늘리려는 생각으로는 절대로 인구가 늘지 않는다에 500원 건다. 아니 5천 원 건다. 26~27쪽, ‘새판을 짜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인류에 공헌하겠다거나 다른 인간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 뭔가 더 발전해봐야 지구만 망가진다. 모두 다 저 잘난 맛에 자기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살아왔고, 부수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었거나 또 감당할 만큼만 살아왔다고 본다.  (...)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242~244쪽, ‘다 지나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도서협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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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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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미련도, 후회도 없는 두 친구의 짜릿한 탈출 여행


#데루코와루이

#이노우에아레노

#필름출판사


인생 2회차, 두 여자의 통쾌한 질주


아내를 무시하는 가부장적 남편에 지친 데루코 x 노인 아파트에서의 파벌 싸움에 지친 루이


일흔 살 동갑내기 두 여자는 갑갑한 현실을 박차고 떠난다. 루이는 실버타운에 입주해 살다가 노인들로만 이루어진 공간에서조차 벌어지는 파벌 싸움에 휘말려 따돌림을 당한다. 데루코는 45년 동안 자신을 가정부로 부려먹기만 한 남편과의 삶이 지루하기만 하다. 어느 날, 루이의 도와달라는 전화 한 통으로 두 여자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데루코는 떠나기 전 맛있는 것을 먹어야 힘이 난다면 유부초밥을 정성껏 만들고 슈트케이스에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 남편의 BMW를 타고 루이와 함께 떠난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책은 아주 오래된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살벌한 범죄에 휘말린 그들과는 달리 그저 참기만 하는 노년의 생활에 지친 데루코와 루이의 일탈은 귀엽기만 하다. 


데루코는 집을 나오면서 편지에 이렇게 쓴다.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이제 더 이상 도시로의 부인으로 눈치보면서 머물러 있는 삶은 거부한다.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삶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곁에 루이가 있다면 충분하다.




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생활이라 해도 끝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그렇다. 일흔이 뭐 어때서. 뭐든 할 수 있다고 루이는 외친다. 살아가려는 열의가 가득한 데루코와 루이는 어쩌면 현실에 안주하거나 무언가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누구보다 젊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기는 해도 하고 싶은대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젊어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늙었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실의 인생이 바라던 바와 너무나 달랐던 데루코에게 평생 그저 상상만 하며 일생을 보내왔고 이제는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루이와 함께 일탈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나가노를 향했고 후회는 1미리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데루코와 루이를 보면서 할머니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비어있는 별장에 숨어들어 자신들의 집인냥 살아가고 동네사람들과 어울리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다. 루이는 샹송을 부르고 데루코는 트럼프점을 본다. 데루코는 어째서 나가노로 향했을까?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고 생각하는 루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데루코와 루이의 인생 2회차, 함께라면 이제부터의 인생은 아직 한참 남았다는 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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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제임스 위픽
강화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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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짧은소설




“저 애들은 조금 미친 것처럼 보이고, 

나는 그게 살짝 웃기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어도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기다리는 좋아하는 마음에 관하여


#영희와제임스

#강화길

#위픽

#위즈덤하우스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나와 용희는 '영희'라는 인디밴드를 좋아한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지방 도시에 사는 여고생에게 '영희'를 좋아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었다. 




‘영희’는 우리가 함께 좋아한 인디 밴드였다. 그렇게 대단히 옛날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시절 그 촌구석에서 한없이 진지한 글램록 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기적에 가까웠다. 때문에 나는 용희를 만났을 때 무척 기뻤다. 너도 ‘영희’를 좋아해?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한다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운명이 맞았다. p.16


'나'는 용희와 함께 '영희'를 좋아하는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시시하고 재미없는 일상에서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일이란 얼마나 특별한가. 게다가 용희는 <나의 제임스>라는 블로그의 주인이었다. 그것도 '영희'의 팬들이 따르는 인기있는 블로그. 용희는 직접 서울에 가서 '영희'의 공연을 보고 친필 사인도 갖고 있으며 앨범도 모두 갖고 있었다. 정성과 진심이 가득한 용희, '나'는 그런 용희와 함께 '영희'를 좋아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보았다. 함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했던 경험, 별거아닌 일에도 즐겁고 재미있었던 추억, 우정을 함께한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동경하고 좋아하던 친구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은 어떨까. 용희는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p.28)에도 '그래도 살아가야지, 제임스해야지'(p.28)라고 했다. '나'는 용희가 실망스러워진 순간 그래도 제임스할 순 없었던 걸까. 그래서 멀어지게 된 걸까. 제멋대로 착각하고 확신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했던 마음을 없앨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땐 모두 어렸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마음'(p.61)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고 싶었다. 좋아해서 특별하고 싶은 마음과 실망해도 계속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어리지 않은 지금은 불가능한 일일까. 마음은 언제나 잘 보이지 않으니까 말하고 알려주고 보여줘야 한다. 오래오래 좋아하려면 더더욱.


책속 문장필사






P. 18 용희는 자신의 블로그 〈나의 제임스〉에 이렇게 썼다.

이상적인 사랑과 우정. 관계에 대한 표현들 중 제임스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다. 이것은 새로운 언어다. 나는 영희를 제대로 제임스할 것이다. 그렇게 살기로 결정했다.


P. 22 그날 나는 ‘영희’의 팬 카페를 탈퇴했다. 굳이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내게는 용희가 있었다. 모두가 기다리는 글을 쓰는 용희. 모두가 공유하는 글을 쓰는 용희. 제임스들의 제임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있는 나.






P. 25 하지만 용희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희’를 좋아하긴 했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를 제임스하는 것이 더 좋았다. 함께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는 것. ‘영희’의 건너편에 용희와 나, 그러니까 ‘우리’가 있다고 믿는 것.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존재. 그들을 향한 환희. 그 기쁨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용희와 함께 있을 때면 내 마음은 언제나 충만했다. 그런데 뭐 하러 굳이 ‘영희’를 직접 보러 간단 말인가.


P. 28 나는 오래전, 파스타를 먹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용희는 내게 말했다. 이해한다고, 알고있다고, 자기도 그런 적이 있다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럼 너는 어떻게 해? 내 질문에 용희는 비장하게 말했다.

“그래도 살아가야지. 제임스해야지.”




P. 38 돌이켜보면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어떤 감정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일부러 오래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좋았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시끄럽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용희도 그랬으리라.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손을 뻗어 서로의 입을 틀어막았던 거겠지. 하지만 그 역시도 장난처럼 느껴졌고,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보기 싫었겠지. 소란스러웠겠지. 이해한다. 그래서 오해를 했을 수도 있지. 그래. 역시 이해한다.

그래도 미친년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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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25-03-1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씨체가 좋으시네요*^^*
 
슬픈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이채은 지음 / 레이지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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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에세이





“잊고 싶은 기억을 잊기 위해 아파하는 것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기억을 애써 기억하면 그뿐이야.”


#슬픈기억은행복의홍수아래가라앉게해

#이채은

#레이지북





첫 페이지에 제목의 의미를 적어두었다.


책의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나온 대사인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를 인용했습니다. 나쁜 추억 대신 슬픈 기억이라고 바꿔 쓴 이유는 제게 아프고 슬픈 기억은 있지만, 나쁘다고 말할 추억은 없기에 슬픈 기억으로 대신 하였습니다.


지나간 추억이 아프고 슬플지언정 나쁜 추억은 없다는 작가의 말이 좋았다. 우리는 슬픈 기억을, 아픈 기억을 가슴에 담아두고 그 기억의 힘으로 살아가기도 하니까 말이다.


작가는 이 책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에 대한 기록, 나를 살아가게 하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엮은 책이라고 했다. 기억을 기억하기 위한 서른가지 질문에 대답을 풀어낸 책이다. 질문은 모두 사소하고 평범한 질문들이었으나 우리가 살아가는 보통날을 기억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했고 나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따라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오늘 맛있었던 음식이나 오늘 누군가와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지, 나의 장점이나 단점, 절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나 버킷리스트, 다시 찾아가고 싶은 장소 등 우리의 기억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질문들이었다.


누군가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나 또한 잘 살아가고 싶은 간절함일지도 모른다(p.35)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은 늘 애틋하다. 당신이 잘 살아가야만 나 역시 잘 살아갈 수 있다.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로 흘러갔으므로. 우리가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포갰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설령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이가 되더라도. 그리하여 우리에게 그리움만 남게 되더라도 당신의 안녕을 빈다. 그러나 당신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내 곁에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나의 삶 한가운데에 함께 있기를 바란다. 부질없는 소망이 될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이 오직 슬픔만은 아니길 빈다.


“한낱 꿈에 불과하다 말하는 이 삶 안에 속해 있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살아가는 거야, 살아내는 거야.

어떤 하루는 아프고, 또 어떤 하루는 지치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아프고 지치면서까지

살아야만 하냐고 주저앉게 될지라도.” p.147


슬픈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히고 슬픔이 찰랑거리는 홍수를 온몸으로 마주해도 괜찮다. 슬픈 기억만이 전부는 아니므로. 오롯이 행복만 가득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흘러가듯 이 삶을 살아낸다. 슬픈 기억도 행복한 기억도 전부 담아두면서. 오늘을 소중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책속 문장필사
































아픔은, 아픈 기억은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사라지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희미한 자국은 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쩌면 슬픔을 아예 잃어버리길 소망하는 것보다 그 슬픔에 무너지도록 우는 것이, 그럼에도 기특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p.8

때때로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겐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지 않은 아픔은, 괜한 자존심과 쓸데없는 오기로 덮는 상처는, 분명 사라지지 않고 곪아 썩은 내가 난다. 하지만 꺼내 보인 상처는 필히 타인에 의해서든, 자기 자신으로부터든 어루만져지게 되어 조금은 덜 아프게 될지도 모른다. 아프다고 울 수 있는 건 나약함이 아닌 이다음에는 웃을 수 있을 거라는 그 어떤 희망을 갖게 하니까. p.65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자주 까먹고 마는 "앞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감사하며 살면 좋은 일만 있을 거요. 힘들고 어려울 때 감사하다 생각하면 감사할 조건이 자꾸 생기는 법이라오."라는 말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한참을 내 마음 한 부분에 새기고, 또 새겼다. p.71

그러니까 오늘을 삽시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내일 사무치게 걱정스러워

마음 편히 잠드는 날이 자주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 오늘을 살아요.

오늘을 눈 뜨고,

오늘을 걷고,

오늘을 웃고,

오늘을 애틋하게 사랑하며.

그렇게 당장

내일이 걱정스럽지 않긴 힘들겠지만,

일단 오늘 밤은

좋아하는 단어로 가득 채워

포근히 잠드는 것을 시작으로,



그렇게 오늘을 애쓰며 살아요.

일단은 지금의 순간을 새겨봐요. p.104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니!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라고 목이 터져라 - 외치고 있었다.

그때 알았던 걸까.

행복하다는 말을 여태 내가 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 삶이 불행해서가 아닌, 행복한 삶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라는 것을.

행복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도, 누군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이유는, 어쩌면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이번 생을 살아가는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p.111

단단하지만 따스한 사람을 좋아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마음을 좋아하고

느리지만 치열한 하루를 좋아하며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삶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나는 단단하지만 따스한 사람이 되기를,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마음을 품고,

느리지만 치열한 하루를 살아내며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를. p.125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막막하지만,

그래도 이젠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려고 해.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언전게 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말이야.

그즈음에는 나도 너처럼 빛을 품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

오랜만에 만난 네가 나에게

"더 반짝이는 사람이 되었구나."

라고 말해줄 수 있도록. p.131

그러니 때론 불행하고,

어쩌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그저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면 그뿐이야.



잊고 싶은 기억을 잊기 위해 아파하는 것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기억을 애써 기억하면 그뿐이야.



그렇게 지나간 후회와 다가올 불안에

상처받을지라도,

오늘을 살아낸 기특함에 웃을 수 있다면 그뿐이야.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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