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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형태 ㅣ 위픽
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평점 :
#오늘의책 #하리뷰 #위픽시리즈함께읽기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참사 속에서도 모두의 안부를 묻는 작가 김현 신작 소설
#고유한형태
#김현
#위즈덤하우스
#위픽시리즈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던 ‘재오’에게는 피로 이어지지 않은 작은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는 절친한 사이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살뜰히 보살피며 함께 살아간다. 작은엄마의 아들 ‘형태’와 재오는 학교에서는 데면데면하게 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히 친한 척을 하며 너스레를 떨 줄도 안다. 일찍이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재오에게 내색하지도 놀리지도 않던 형태의 이사를 앞둔 겨울, 어느 해변에서 두 사람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낸다.
재오에게는 작은 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 절친한 사이로 진짜 작은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와 작은 엄마는 가족같이 지내며 함께 작은 반찬가게를 하며 살아간다. 재오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희'의 아들 형태는 재오가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놀리지 않았다. 서로는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한 친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미희와 형태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재오와 형태는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태가 재오를 만나러 오기로 한다. 재오와 형태는 다시 만나 어떻게 될까?
#책에서확인하세요
전에 여름에 대한 책 리뷰를 썼는데 어쩐지 이 책도 여름의 냄새가 난다. 소수자인 재오의 이야기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누구나 고유한 형태의 사랑의 모양이 있다. 작가가 제목을 고유한 형태로 지은 것은 각각의 고유한 마음, 사랑, 사람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고 우리는 모두 고유하다.
위픽시리즈는 판형이 마음에 들고 책커버의 컬러와 표지의 한 문장이 눈에 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음이었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어떤 형태의 사랑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만나는, 지금 사랑하는 눈 앞의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니까 말이다. 누구에게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사람이 있다. 재오와 형태의 그 바닷가의 시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래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설령 아프고 슬픈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럼에도 애틋하고 설렜던 마음이 있으므로.
<책 속 문장 필사>
형태의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두 줄로 나란히 그어지던 선이 하나로 이어졌다. 나와 형태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막대기를 버리고 서로를 향해 마주 섰다.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요란하던 파도가 일순 잠잠해졌고 모래알이 유난히 반짝였다. p.30
그게 두고두고, 이날 이때까지도 마음에서 반짝이더라. 너한테도 그걸 주고 싶었어. 반짝이는 걸? 아니 두고두고를. 두고두고.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에 걸쳐서, 라는 뜻을 가진 말. p.33
강단이 있어서 그 사건 이후에도, 희철을 먼저 떠나보내고도, 학교에 다니며 멸시당하고, 감시당하고, 차별당하며, 살아 있었다. 그게 희철의 몫까지 살기로 한 건지, 그냥 자기 몫의 삶을 살고자 한 것인지 물어보진 않았다. 어느 쪽이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하니까. p.40
“시시하겠지?”
고유가 캡슐을 매만지며 물었고,
“시시할걸.”
나는 대답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손에 쥐고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 빛이 남아 있을 때, 다리가 놓인 곳까지. 천천히. 형태가 오는 중이니까.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p.6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