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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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이 소설 안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삶 속ㅇ에 깃든 어둠과 그림자. 그리고 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 소설은 서로 대비되는 존재를 토대로 우리의 삶을 자연스레 풀어내고 있었다.


밝은 에너지로 언제나 빛을 내는 수민과 그 옆에 그림자와 같은 '나' 일본에서 만난 미노리와 테츠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노리와테츠) '나'는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p.30)'이라고 하는 것처럼, 빛나는 존재 앞에서 짙어지는 그림자라는 것을,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진다(p.31)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사랑이라고 말한다. 친구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회사와 맞서싸웠지만 결국 소송에서 지고만 민주와 '나' (#변산에서)민주의 남편이기도 하고 '나'의 친구이기도 한 승민의 죽음으로 인해 기나긴 소송이 시작되었고 결국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이 바로 지금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서서히 시야가 밝아진다. 그렇게 캄캄한 마음을 들여다보는(p.61) 일이 사랑이라고, 그렇게 시간을 견뎌내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직장에서 꾸역꾸역 일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서른 직전이 된 '나' (#너무늦지않은어떤때) 직장을 그만두고 연애도 끝내고 인도로 떠났다. 불편한 인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 그곳에서 만난 안와. 나이도 많고 부인도 두 명이나 있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는 불편하지만 어딘가 친근했던 것은 자신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가끔씩 내 삶이, 필름이 들어 있지 않은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느껴져. P.147' 그렇게 그곳에서 시간과 안와를 통해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어떤 오늘도 너무 늦지 않았다(p.150)는 것을 깨닫는다.


오롯이 밝기만 한 것도, 무작정 어둡기만 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우러져 섞일 때 삶도 자신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가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니 어두운 마음도 시간을 견디면 서서히 보이게 된다고.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하고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며 어떤 오늘도 늦지 않았다고. 삶 속으로 끌여당겨지고 싶은 표류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마음도 괜찮다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잠시 누웠다가 천천히 일어나고 그러면서 살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나를 닮은 그림자는 내 몸만한 어둠이 아니라 빛의 잔해처럼 보인다던 엘로이즈의 인터뷰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빛도 어둠도 나와 함께 있으며 어둠이 전부가 아니라 빛의 잔해라는 것.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최은영인데 여성서사가 주를 이루기도 하지만 사회에 뿌리박힌 문제들이나 우리의 삶을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게 표현한다. 또한 누군가를 악한 인물로 몰아가거나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의 면면들을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풀어낸다. 


이후로 좋아하게 된 작가를 보면 김헤진 작가 백수린 작가 김화진 작가 또한 그런 느낌인데, 이제 문진영 작가도 넣어야겠다.



#미노리와테츠

너에게 사과를 빚졌어, 하고 미노리가 말했다. 너를 좋아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you and me, 미노리가 말했다. We are like, 음, we are like…… 미노리는 그뒤에 붙일 단어를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알아.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지. I know, 나는 말했다. 

미노리는 천천히 단어를 고르며 이야기를 계속 했고, 언제부터인가 온전히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지만, 무슨 말인지 다 알았다. 미노리는 이야기하고 이는 것이다. 빛이 환할수록 더 짙어지는 그림자에 관해.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지는 마음에 관해. P. 30-31



#변산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P. 61



#오상그리아

커다란 유리병이 다 비어가도록 둘 중 누구 하나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 엄마에 그 딸이었다.

내가 삼대째 물려받은 것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 돌아온다는 약속, 어쩌면 사랑.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말에 오랫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P. 89~90



#내할머니의모든것

다만 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날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최선의 것들을 몸에 걸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최선의 것들이자 유일한 것들을. 단 한 벌의 코트, 하나의 모자, 하나의 목도리, 한 켤레의 장갑.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 P. 96



#너무늦지않은어떤때

그리고 나는, 천국과 지옥을 믿지 않아.

그는 나를 보지 않은 채 고해성사하듯 허공에 대고 말했다.

방금 신을 믿는다고 했잖아.

안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지만 내가 믿는 신은 천국에 살지 않아. 나는 지금, 여기의 아름다움만을 믿어.

나는 상상했다. 지금, 여기의 신. 작은 것들의 신을. 안와가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가끔씩 내 삶이, 필름이 들어 있지 않은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느껴져. P. 146~147





#고래사냥

진공 상태로 떠오를 때가 아니라 붙잡혀 돌아올 때. 지구는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구나. 놓아버리지 않는구나. 기울어진 채 멀리 수평선에 돋아 있는 낮은 섬들을 바라보노라면, 발 딛고 있는 대지가 얼마나 단단하고 안온한 것인지 깨닫게 되곤 했다고.

언젠가 룸메씨가 내게 해준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지금이, 룸메씨가 바이킹을 타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도.


한껏 끌어당겨지고 싶었다. 삶 쪽으로. P. 159



#지나가는바람

우린 아마 평생 이러고 살겠지.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근데 갈대 괜찮지 않나. 지나가는 바람에 한껏 몸을 누이면 되니까. 한참 엎어져 있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고, 또 엎어지고. 누가 누구를 일으켜줄 수는 없지만, 같이 엎어져 있는 건 참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림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속으로 생각만 했다. P. 225



#한낮의빛

검고 두꺼운 암막 커튼을 쳤는데도 이 방안은 왜 이렇게 어둡지 않을까. 눈을 감고 안대를 썼는데도 왜 어떤 잔상이 망막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걸까. 묻고 싶었다. 우리가 잠들 수 없는 것은 그래서일까. 우리가 우리에게서 빛의 기미를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자리에 누운 채 어슴푸레한 사물의 윤곽을 눈으로 더듬는 동안, 어디선가 읽었던 니체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낮의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밤의 어둠도 한낮의 빛을 알지 못한다. P. 2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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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유영만 지음 / 이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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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험난한 인생아 비켜라, 용기 있게 내가 간다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익숙한 것이 편하고 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좋지만 집도 좋아해서 가만히 앉아서도 오랜 시간 혼자서 잘 놀곤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한데, 어느날 마음이 고장났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 때 참 많이 걸었다.


교수님의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내가 왜 걸었는지 알겠다. 무너지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세우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든든하게 알려준다. 인생은 언제 어떤 장소에서 기회를 맞이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절망과 희망, 걸림돌과 디딤돌, 내리막과 오르막, 슬픔과 기쁨.(p.81) 다양한 이중주가 순환하고 있다고.

문제 생겼을 때 회피하고 도망치고 탓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 문책형 질문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문제에서 벗어날 대응을 위한 학습형 질문으로 안정감을 찾았어야 했다. 자전거 길 위가 아니더라도 내가 나아가는 삶 속에서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 


내 삶의 주름은 자글자글하겠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인생의 주름(p.225)이 생긴다고 해으니. 그러나 주름이 많은 인생이야말로 저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하니 교수님 말 믿고 씩씩하게 걸어가겠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p.283


인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지루한 일상이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이라서 그 안에서 특별함이나 소중함을 느끼기는 어렵게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인생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인 것이다. 지금 당장 나가서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먼저 해야할 것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 


우선 건강한 몸으르 견뎌야 한다(p.81)고 하니 체력을 키워야만....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며 국토종주를 하는 교수님의 여정을 함께 달렸더니 숨이 찬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상상하며 달렸기에. 교수님의 국토종주에 함께한 다양한 시인과 작가들의 책이 더 눈에 띄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이현승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다음 책은 이현승 시인의 시집이다.


문제가 생길 때 두 가지 대응 방식이 있다. 하나는 문책형 질문으로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며 누구 잘못인지 따져 묻는 방식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대응 방식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난국을 돌파할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문제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학습형 질문 방식을 채택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응 방식을 찾아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구사한다. 문책형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걱정에 휩싸이면서 상황은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만, 학습형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다짐과 노력이 필요한지 배운다. p.136


'온전한 사람'을 떠올리면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 인간적으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게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반면에 '완전한 사람'은 완전무결하거나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완전한 사람이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온전한 사람이 되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 인식의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가능한 일이다. '완전함'을 추구하는 여정은 '목표'를 달성하는 피곤하고 지루한 반복이지만, '온전함'을 추구하는 여정은 숭고한 '목적'으 향하는 자기 발전과 자기 재창조의 과정의 과정이다. 자전거 국토종주과정은 완전함을 추구한 '결과'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의 '과정'이다. 끝까지 '종주(縱走)'하고 '완주(完走)'하는 것도 목표지만 길 위에서 내가 '온전(穩全)'히 주인이 되는 '온주(穩走)'를 해서 더욱 행복하고 경이로운 기쁨을 맛보았다. p.159


주름은 마치 구겨진 종이와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삶이 많이 구겨진다.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바깥의 뜻하지 않는 힘에 굴복 당할 때도 있고, 멀쩡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 장애물에 의해 넘어질 수도 있다. 우여곡절의 삶을 살다가 겹겹이 쌓이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구겨진 종이처럼 내 몸에 얼룩으로 남는다. 종이가 많이 구겨질수록 정석대로 접은 비행기보다 멀리 날아간다. 우여곡절이 많은 구겨진 종이일수록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날아간다. 똑바로 접은 비행기는 내 마음대로 날릴 수 없지만 종이를 구겨서 만든 종이비행기는 내 의지와 방향대로 멀리 날아간다. 시련과 역경을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 몸에 각인된 다양한 주름은 세상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p.225


내가 매일 하는 일이 나를 결정하듯, 내가 매일 보내는 순간순간이 이전과 다른 나를 탄생시키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지금 일몰을 바라보는 시간도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다. 아름답고 황홀했던 찰나의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쉽고 그리워질까. 모든 순간이 다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이 되는 이유다. p.286



지금, 여기서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내일 저기 가서도 여전히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다. 남은 나이가 몇 살인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말은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내일 다른 순간을 위해 오늘의 행복한 이 순간을 희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결정적인 순간은 격정적인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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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청춘문고 19
안리타 지음 / 디자인이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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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안리타


 



 


보내지 못한 편지를 씁니다.


다를 거라 믿고 싶었고, 확신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불안이 되어 이별로 가는 길인줄도 모르고 말이에요.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을거예요.

마음의 무늬가 달랐고,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이 달랐고,

나의 사랑이, 당신의 사랑이 되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사랑이 될 줄 알았으나

결핍과 결핍이 만나 서로를 채워줄 줄 알았으나

사랑을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잃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눈물이 달라서 우리는 몰래 울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눈물은 서로에게 가닿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몰랐던 그 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나는 몰랐던 날들을 잊었고 자주, 오래오래 아팠습니다.

얼마나 부서져야 그날이 올까요.


불면의 밤은 오래도록 나를 붙들고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을 씁니다.

당신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공허한 밤이,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가 길었습니다.

외로운 밤이, 그렇게 흘러가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공허하고 외로운, 그래서 쓸쓸하고 슬픈 밤.


그렇게 하루하루가 닳고 닳았습니다.

그런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밤이, 꺼지지 않는 별빛처럼 빛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 새벽이 참 행복했었는데 말이죠.


숱한 밤이 지나가고, 걷고 또 걸으며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이렇게 당신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프고, 슬프고, 이상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의 바다, 나의 밤, 나의 외로움, 나의 공허,

이 모든 나의 당신.

당신은 어디에도 있고, 당신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작가님의 문장을 바탕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은 다를 거라 믿고 싶었던 거야.
사랑은 그러니까
당신만이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었던 거지.
단지 믿고 싶었던 거고
확신하고 싶었던 거야.
내 마음이, 계속 그리 지시하는 거야.
그래,
그때부터
우리는 이미
이별이 시작되었지.
p.33

너도 나도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했을 것이다.
각자가 지닌 모양대로 마음대로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서로가 가진 마음의 무늬가 달라 맞지 않았을 뿐
마음의 방식이 서로에게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

마음을 나눈 사이란 어쩌면 상대가 지닌 마음의 생태와
모양까지도 그려해야 하는 일이다.

나의 사랑 하나로 너의 사랑이 될 수는 없더라. p.35

어리석은 밤.
서로의 마음을 감추느라 한참을 떠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렇게 잡음만 쌓인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사랑이 될 줄 알았는데,
상처와 상처가 만나 또 다른 상처가 되어간다.

우리는 결코 우리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숱한 밤을 떠들고 밤새 열병을 앓을 것이다.

사랑할 줄 모르는 자들이 만나
사랑을 꿈꾸다가 사랑을 잃고,
또 아프다고 말하는 밤.

결핍과 결핍이 만나 결핍을 확인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야 할까? P. 39

서로의 눈물과 눈물은 결코 만날 수 없어서,
단지 우리는 보이지 않게 울었겠지.
서로 섞일 수 없는 눈물을 지닌 탓에
자꾸만 몰래 울어야 했겠지.
p.41

이별 후에 이별이 있고 이별만 있어
매일매일 다짐해도 몇 번을 더 이별해야 할까.
그러니까 이별은 몇 번 만에 성사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우리를 모르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뿐인데,
여기 남아 계속되는 마음은

당신을 잊기 위해
나는 또 한번 죽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부서져야 하나. P. 43

잠이 오지 않는다.
당신을 쓴다. 당신을 지운다.
당신의 얼굴을 떠올린다.
떠오르지 않는다. p.65

당신을 오래오래 떠올렸다.

그렇게 흘러가는 공허가 많고 많았다.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가 닳고 닳았다. P. 117


우리의 마음은
결코 꺼지지 않는 별빛이어서
세상이 잠든 새벽에도 밤새 빛났다. P. 140

먼 당신의 아주 작은 일부가
이곳을 스치고 있구나,
당신의 마음이 조용히 지나가는구나, 생각할 때면

조금은 아프고, 슬프고, 이상했다.

진짜
아프고
슬프고
이상했다. P. 141

네가 있는데, 네가 없어서
걷고 걸었다.
내가 떠나고 내가 돌아오는
긴 긴 새벽마다. P. 143


이 밤, 이 공허를, 이 침묵을
당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아.
당신은 어디에도 있고, 당신은 어디에도 없어서.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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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 청춘문고 22
손현녕 지음 / 디자인이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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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 손현녕






사람의 마음이 항상 공평할 수 없기에 무언가를 더 편애하게 될 수밖에 없다.

책을 산지는 오래 되었는데 조금씩 읽다가 이제야 다 읽었다.

작가가 편애하는 것은 제주와 가족, 시간, 그리고 사랑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편애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나는 바다를, 비를, 눈을, 숲을 편애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편애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을 편애한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편애한다.

나의 결핍을, 부족함을 안아주는 사람을 편애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편애한다.

나는 당신을 편애한다.

내가 편애하는 당신이 나를 좋아해주면 좋겠다.



손현녕 작가가 어떤 책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참 좋았다.

나의 편애하는 책장에 넣어두고 싶은 책. 여운이 남아 오래도록 생각나게 하는 책.



2017년에 나온 책이니 그 사이 마음이 바뀌었을까?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그 마음으로 책을 쓰고 있겠지.


이 책이 나에게 아주 소중한 책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작가의 다음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 이후로 어떤 책을 썼는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저는 사람을 잘 볼 줄 알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났다. '사람을 본다'는 것은 마음속의 주관적 기준으로 호불호를 가리는 일이다. 하지만 상대를 직접 격기 전에 사람을 '본다'는 것은 관계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지보다 더 무서운 건 편견이다. p.19 사람을 잘 본다는 것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야기하지 말아요. 내 마음 다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을 안다는 듯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요. 당신 마음은 당신만 알듯 내 마음과 감정 그때의 내 선택은 나만이 알고 있는 결과예요. 그러니 가끔은 "그래, 그렇구나."해주세요.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기로 해요. 얼마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좋아할 수는 없을까요. p.21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곁에 좋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마음이 악한 사람은 곁에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곁에 몇 없는 사람들이 모두 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이들을 너무도 편애한다. p.54 편애









누군가 내게 "앞으로 어떤 책을 쓰고 싶으세요?"라고 물어왔다.


"거창한 책이 아니라요, 제가 힘들었을 때 쓴 글로 많은 공감을 얻고 위로를 얻는 책을 쓰고 싶어요. 저는 이미 그 글을 쓸 때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왔을지라도, 그렇게 글을 써두었으니 혻시나 같은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이 제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저보다는 조금 덜 아파하고 제가 겪은 시간보다는 조금 더 빨리 헤어나오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어요.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가장 편애하는 책이 되었으면 해요. 게걸스럽게 빨리 먹어치우는 책보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남고 잠시나마 사색을 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p.55 희망 사항


당신의 결핍이 무엇인지,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는 사실 묻고 싶지 않아요.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무 말 없이 들어줄게요. 그 결핍을 내가 다 채워주지 못한다 해도 곁에 있어 줄게요. 저는 그저 지금의 당신이 좋아요. 나를 만나기 이전의 당신에 대해 원망하거나 부정하지 않을게요. 나를 만난 이후의 당신이 중요하니까요. 나와 당신의 지난 아픔과 결핍이 우리 관계를 망치지 않게끔 서로 노력해요. 서로의 작은 구멍쯤은 포근히 안아서 덮어주기로 해요. p.72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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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 개정판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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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누군가와 안다, 친하다는 기준이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내가 당신을 알고 있는 것이 진짜 제대로 알고 있는게 맞는지 오해하는 건 아닌지 더 조심스러워지는 날들이다.


p.3 안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확신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모른다고 믿었던 것들이 나를 끈질기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 안다고 믿는 것. 그것을 확신할 때 오만해지기 쉽다. 내가 아는 너를 이렇다, 내가 알고있기로는 이렇게 해야 해, 내가 널 잘 알아서 하는 말이야, 걔는 이런 거 좋아해, 이런 거 싫어해 등등 누군가를 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얼마나 많이 착각했을까. 함부로 아는체 하는 것만큼 경솔한 일이 또 있을까.


당신을 알아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알아가며 알게 되는 모습을 좋아하고 그렇게 가까워지는 사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의 우리가,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우리와 같을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변하고, 그 순간의 풍경과 계절과 냄새가 달라진다. 


p.72 우리가 대체 서로의 어떤 모습에 반했던 것이었고, 서로의 어떤 모습에 싫증이 나버렸던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지녔던 서로에 대한 상상력이 너무 지나쳤던 걸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만약 서로에게 다른 모습을 봤었더라면, 그건 과연 서로의 진짜 모습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겠습니까.


(...)

서로를 알았었다는 말보다는 서로에게 우리가 뭘 원했었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몰랐던 당신과, 몰랐던 나. 우리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속에 새로운 사람의 이미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겠지요. 부다 우리 지금은 그때보다 자신과, 그리고 상대방에게 조금 더 솔직한 이미지로 남겨지길 바랍니다. 



- 매 순간 우리가 진심으로 대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때의 마음과 기분이다. 그래서 지나고서나 후회하기도 그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겠다. 무엇을 원했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시간을 되새기고 다시 알아가고 지우고 그렇게 살아간다.



p. 81 우리는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만나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라는 존재의 곁을 맴돌지만 마주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실명을 모르고 서로의 민낯을 모른다. 우리는 서로가 꾸며놓은 각자의 방을 구경하며 그것이 서로라는 존재의 느낌이라고 믿고, 그것이 바로 서로의 본모습의 일부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미지는 자신을 대변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p.82 현실 속의 사람들은 자신의 방문을 좀처럼 열려하지 않는데 온라인 속 가상의 이미지를 향한 마음의 문은 느낌만으로 열릴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우리는 숱한 이미지와 낱말들을 공유하고, 따로는 현실에서 만나 서로의 상반되는 모습을 들키며 신인류의 관계에 적응해간다. 우리는 언저네처럼 서로에게 스치듯 머물고, 머물 듯 스치고야 만다. 그러다가 가끔씩은 내가 온라인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렇게 매력적인 당신의 이미지가 정말 당신일까 생각한다. 어찌됐건 우리는 서로 적잖이 연결되어 있는 이미지들이기 때문이다. 이별한 적 없지만 이별했던 것 같아서 이곳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좋아하는 취향을 드러내고 취미생활을 한다. 인스타그램이 하나의 사회가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만날까말까 하는 친구나 지인보다 인스타그램 속 팔로워들과 더 소통하고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걸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바탕으로 한 나의 작은 세계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들과 소통하는 짧은 시간동안에는 서로가 결이 맞는 비슷한 사람이라 믿게 된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면서. 그러나 또 너무나 잘 알아채기도 하면서.



p.160 사람들이 첫 만남에서 외모를 가장 먼저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마음에도 각자의 모양이 있어서 그것을 마치 얼굴의 형태처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애초부터 외모와 더불어 서로의 마음의 모양을 보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마음의 모양을 알고 시작한 만남이기 때문에 서로를 괜히 의심하거나 상처를 주는 일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관계는 늘 피곤하고, 현실은 더 힘들고, 마음은 알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찾게 되고 나를 들여다보고 주저앉았다가도 일어나 나아간다.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늘 휘청대고 미숙할 뿐이고 

어쩔 땐 너무 냉정하고 이기적인 내가 놀랍기도 하다.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으니까. 

그래서 조금은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마음의 모양을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랑과 이별의 말들이란

어쩌면 애초부터 상대방이 아닌

허공에 뿜어놓은 예쁜 비눗방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p.80




금세 사라질 비눗방울 같은 말들이라고, 사랑과 이별을 말들을 허무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더라도.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관계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도.

사랑이 지나가고, 사람이 멀어지더라도 삶은 계속되니까. 그렇게 다시. 

서로를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 마음도, 당신 마음도 더 잘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수영(지은이)의 말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관계가 변해가는 모습에 침잠하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p.110 사람들은 어쩌면 이미 사랑 이야기에 지쳐버렸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사랑을 말하고, 누구나 이별 후의 미련과 집착을 말하고, 그리고 아무나 알지도 못하는 그들에게 괜찮다며 함부로 위로를 하려 한다. 사랑은 커다랗고 거부할 수 없는 삶의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를 감싸고 이는 우리의 소중한 삶과 마음, 그리고 우리라는 인간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보고, 귀를 기울여 봐야하지 않을까. 사랑은 지나가도 우리의 삶은 이 순간에도 여전히 계속된다. 우리의 마음이 과거를 향하고 있을지라도, 우리의 삶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좀 더 돌봐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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