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유영만 지음 / 이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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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험난한 인생아 비켜라, 용기 있게 내가 간다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익숙한 것이 편하고 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좋지만 집도 좋아해서 가만히 앉아서도 오랜 시간 혼자서 잘 놀곤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한데, 어느날 마음이 고장났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 때 참 많이 걸었다.


교수님의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내가 왜 걸었는지 알겠다. 무너지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세우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든든하게 알려준다. 인생은 언제 어떤 장소에서 기회를 맞이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절망과 희망, 걸림돌과 디딤돌, 내리막과 오르막, 슬픔과 기쁨.(p.81) 다양한 이중주가 순환하고 있다고.

문제 생겼을 때 회피하고 도망치고 탓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 문책형 질문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문제에서 벗어날 대응을 위한 학습형 질문으로 안정감을 찾았어야 했다. 자전거 길 위가 아니더라도 내가 나아가는 삶 속에서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 


내 삶의 주름은 자글자글하겠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인생의 주름(p.225)이 생긴다고 해으니. 그러나 주름이 많은 인생이야말로 저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하니 교수님 말 믿고 씩씩하게 걸어가겠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p.283


인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지루한 일상이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이라서 그 안에서 특별함이나 소중함을 느끼기는 어렵게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인생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인 것이다. 지금 당장 나가서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먼저 해야할 것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 


우선 건강한 몸으르 견뎌야 한다(p.81)고 하니 체력을 키워야만....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며 국토종주를 하는 교수님의 여정을 함께 달렸더니 숨이 찬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상상하며 달렸기에. 교수님의 국토종주에 함께한 다양한 시인과 작가들의 책이 더 눈에 띄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이현승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다음 책은 이현승 시인의 시집이다.


문제가 생길 때 두 가지 대응 방식이 있다. 하나는 문책형 질문으로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며 누구 잘못인지 따져 묻는 방식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대응 방식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난국을 돌파할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문제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학습형 질문 방식을 채택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응 방식을 찾아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구사한다. 문책형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걱정에 휩싸이면서 상황은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만, 학습형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다짐과 노력이 필요한지 배운다. p.136


'온전한 사람'을 떠올리면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 인간적으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게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반면에 '완전한 사람'은 완전무결하거나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완전한 사람이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온전한 사람이 되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 인식의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가능한 일이다. '완전함'을 추구하는 여정은 '목표'를 달성하는 피곤하고 지루한 반복이지만, '온전함'을 추구하는 여정은 숭고한 '목적'으 향하는 자기 발전과 자기 재창조의 과정의 과정이다. 자전거 국토종주과정은 완전함을 추구한 '결과'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의 '과정'이다. 끝까지 '종주(縱走)'하고 '완주(完走)'하는 것도 목표지만 길 위에서 내가 '온전(穩全)'히 주인이 되는 '온주(穩走)'를 해서 더욱 행복하고 경이로운 기쁨을 맛보았다. p.159


주름은 마치 구겨진 종이와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삶이 많이 구겨진다.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바깥의 뜻하지 않는 힘에 굴복 당할 때도 있고, 멀쩡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 장애물에 의해 넘어질 수도 있다. 우여곡절의 삶을 살다가 겹겹이 쌓이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구겨진 종이처럼 내 몸에 얼룩으로 남는다. 종이가 많이 구겨질수록 정석대로 접은 비행기보다 멀리 날아간다. 우여곡절이 많은 구겨진 종이일수록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날아간다. 똑바로 접은 비행기는 내 마음대로 날릴 수 없지만 종이를 구겨서 만든 종이비행기는 내 의지와 방향대로 멀리 날아간다. 시련과 역경을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 몸에 각인된 다양한 주름은 세상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p.225


내가 매일 하는 일이 나를 결정하듯, 내가 매일 보내는 순간순간이 이전과 다른 나를 탄생시키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지금 일몰을 바라보는 시간도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다. 아름답고 황홀했던 찰나의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쉽고 그리워질까. 모든 순간이 다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이 되는 이유다. p.286



지금, 여기서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내일 저기 가서도 여전히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다. 남은 나이가 몇 살인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말은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내일 다른 순간을 위해 오늘의 행복한 이 순간을 희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결정적인 순간은 격정적인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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