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힌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 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일찌기나는
#최승자
#이시대의사랑

#문학과지성시인선


최승자 시인을 이제서야 접했다.
첫 시부터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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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시들이었어요...ㅠ

하리 2016-05-21 21: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빠져들 수 밖에..!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김남조,「 설일(雪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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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 좋은 방>이 보인다.
나도 책장에서 꺼낸다.
자야하는데 잘 수 없다.

새벽에 꺼내선 안되는 책인데..

책을 읽지 못한다 생각했다.
책을 읽지 않았던거면서.

오롯이 혼자인 시간,
책을 읽는 시간,
그 순간이 좋으면서도
그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생각없이 살고 싶다.
생각이 너무 많은 게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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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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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가 삿포로에 갔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피곤한 오늘
눈과 사쿠라가 함께있는 그 곳,
삿포로에 가고 싶다.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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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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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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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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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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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5: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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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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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2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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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허기를 지극히 사랑하였다, 이승희

먼 불빛 같은 얼굴로
흘러든 당신의 허기 앞에서
나는 공손한 한 마리의 뱀
사막을 걸어온 듯
당신 발가락 사이에서 모래가
별처럼 쏟아졌다
나는 별 사이를 쏘다니다가
당신의 반짝이는 허기 속으로
귀가한다

살 속이 따뜻하다

#거짓말처럼맨드라미가
#이승희
#문학동네시인선

이승희 시인이 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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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5-14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야~~시도 좋았지만 글씨도 참 이쁘네요 ㅎ 제가 악필이라서 그런지 참 부럽습니다^~^

하리 2016-05-15 01:53   좋아요 0 | URL
어머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