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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송정림 지음 / 달 / 2015년 12월
평점 :

사랑이라니.. 35권의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에 머리가 어질해지는 기분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랑에 대한 독서에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사랑만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불신하고 잘 믿지 않는 나는 어쩐지 자꾸만 불편하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로도 고백하는 요즘, 100일이면 오래 만났다고 하는 시대에
50년을 기다린 사랑이,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사랑이, 사랑을 넘어 집착과 질투로 병들어가는 사랑이 와닿기는 할까.
하지만 결국 인정하고 만다. 우리가 사랑하고 계속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겠지.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혼밥이라는 말이 유행이 되고 SNS로만 소통하기도 하는 지금 우리는 외로우니까. 사랑이 주는 따뜻함은 그 어떤 걸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믿고 싶다.
무작정 서두르는 사람들……급하게 달려가는 사람들……. 그래서 현대인들은 누구를 애타게 기다릴 여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다릴 줄 모르기에 더 외로워지는 건 아닐까? 쉽게 절망하고 쉽게 포기하고 쉽게 권태를 느끼기에 우리 마음이 더욱 고독해지는 건 아닐까? p.168
사랑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진다. 급히 뜨거워졌다가 단번에 식는다.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사랑을 찾는다. 사랑이라는 말, 참 흔해졌다. 그러나 사랑, 참 어려워졌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동경한다. 평생 변치 않는 사람을……. 잘나가고 예쁠 때만이 아니라 늙고 힘 없어도 오직 당신이라며 곁에 머물러주는 사랑을……. p.36
사랑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으면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무리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에 상처입어도 우리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별이 아픈 줄 알지만 사랑을 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질 줄 알면서도 꽃을 피워내는 그 이유와 다르지 않다. p.100
상처없는 영혼, 있을까? 어려움 없는 인생, 있을까? 저마다 상처도 다르고 아픔의 크기도 다르고 상흔의 모양도 다 다르다. 그러나 인생의 아픔을 치료하는 약은 모두 같다. 그것은…… 사랑. p.121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인생의 아픔을 치료하는 약은 사랑일테니까 말이다. 애정없는 관계란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나니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소유한다는 것은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소유하지 않으면 잃지도 않는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소유하지 않고 지니는 것. 소유하지 않고 간직하는 것. 사랑은 그저 그렇게 내 혼 속에 스며들어 머물 뿐이다. p.176
사랑은 어떻게 보면 참 쉬운 일이다.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봐주면 되니까.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을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 가장 쉬운 일을 오래 지속하기가 가장 어렵다.
(...) 너무 사소해서 소중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던 그 사랑을 전하자. 그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키자. 그가 가장 예쁘다고, 멋있다고 말하자. p.194
51년간 한 여자만을 기다리는 플로렌티노처럼은 어렵겠지만. 사랑을 밀어내는 내게 마리아(파울 코엘료, 11분)가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사랑을 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사랑만이 필요하다. 잘못 살 사치를 부리기에는 삶은 너무 짧거나 너무 길다."
다음에 사랑을 한다면 뽀족하고 물러서는 내가 아니라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름답게 봐주고 멋있다고 말해주는 내가 되어야지. 다 읽고나니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에서 흘러나오던사랑에 빠지자인지 사랑합시다인지 그 멜로디가 떠오른다.
Let`s do it, let`s fall in love
그래. 사랑 좀 하자!
(아쉬운 점은 내가 좋아했던 책이 대부분 빠졌다. 자기 앞의 생이나, 제인 에어, 오만과 편견 등 아쉬운 작품이 많다.
그래도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사랑의 묘약, 내일의 기억,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매혹은 꼭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영화화된 것이 많은데 영화로도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읽어야 할 책들이 늘어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결혼이란, 사랑이란, 그렇게 그 사람을 좀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 사람 마음에 미움의 공간을 좁혀주고 사랑의 공간을 더 많이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날 아프게 해도, 그 사람이 날 슬프게 해도, 그 사람이 많은 결점을 지녔는데도……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좋은 것. 그 사람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 그리고 결혼의 유일한 조건이다. p.62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일, 쉽지 않다. 사회가 만든 안경을 쓰고 상대를 바라보니까. 안락함과 평온함이 만든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니까. 마음의 감옥에 족쇄를 채운 채 상대를 대하니까. 그래서 맞지 않으면 다가가지 않으려 한다. 애써 마음에서 밀어낸다. 정작 눈부신 전망이 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 창을 꽁꽁 닫아 거는 일이다. 사랑은 사회에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고, 타인에게 그 답을 구하는 것도 아니라고, 오직 내 마음에 물어보고 내 마음이 흔드는 깃발의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감옥에서 해방돼 진정한 사랑을 찾은 루시가 전해준다. p.146
사랑하던 시간은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각인되는 것이다. 스며들어, 물들어, 새겨들어, 내 영혼이 된다. p.147
지금 이 시간도 흐르면 기억이 되겠지. 미래의 시간들도 언젠가는 기억이 되겠지. 그 속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사랑의 기억이 아닐까? 다른 기억은 다 사라져도 사랑했던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가장 그리운 것은 잊히지 않는다. p.182
누구나의 사랑의 역사는 사소하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 어떤 역사보다 위대하다. p.211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아준다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한 번 더 보듬어 위로한다면…… 삶은 허망하지 않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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