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은 _ 장옥관

멀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깝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풍경 때문에
보이지 않던 먼지 낀 방충망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눈 허기 때문에
놓쳤던 안경알의 지문

흐린 날은 잘 보인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

그 행복했던 날 쏟았던 식탁보의 찻물 얼룩이나
자잔한 확신들이 놓친 사물의 뒷모습

흐린 날 눈 감으면 비로소 보인다

만지면 푸석, 흙먼지 피우며 으스러질
어제의 내 얼굴조차


#장옥관
#그겨울나는북벽에서살았다
#문학동네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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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하는 사람, 이병률

가끔 당신으로 부터 사라지는 상상을 하는
나는 불편한 사람
불난 계절을 막 진압하고도

폭발을 멈추지 않는 사람
강의 좌안과 우안에 발을 걸치고 서서
그래도 앞으로 가야할 이유를 더듬는 사람

시간의 주름들 둘러쓰고도
비를 맞으면 독이 생기는 나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사람

달팽이의 껍데기에 불과한
사람 그림자 모두를 타이르기엔 늦은 저녁

어쩌면 간절히
어느 멀리 멀리서 살기 위해
돌고 돌다
나를 마주치더라도
나는 나여서 불편한 사람

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려는 수작을 부리는
나는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진동을 배우려는 사람
그리하여 그 자장으로 지구의 벽 하나를 멍들이는
사람

#진동하는사람
#이병률
#눈사람여관

너무나 좋아하는 이병률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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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속을 다 내보이면...망합니다. 님. ㅎㅎㅎㅎㅎㅎㅎ

2016-02-22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22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리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하리 2016-02-22 21:30   좋아요 1 | URL
대보름이었네요ㅎ 서니데이님 오곡밥은 드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왜 울컥했어요? 라고 물으니 그가 말했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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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0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20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리님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하리 2016-02-20 21:0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언젠가너에게듣고싶은말 #계피 #임수진

#하리글씨 #하리쓰다 #harigraphy

 

 

 

 

 

 

 

 

 

 

 

 

 

 

 

 

 

 

 

"사랑이 뭔지 몰라도 그냥 소박하게, 내 맘대로 안 되지만 지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고 눈감아주고, 감기 걸리면 목도리 한번 여며주고, 울면 괜찮다고 안아주는 정도로 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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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책. 마지막 장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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