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은 _ 장옥관

멀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깝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풍경 때문에
보이지 않던 먼지 낀 방충망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눈 허기 때문에
놓쳤던 안경알의 지문

흐린 날은 잘 보인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

그 행복했던 날 쏟았던 식탁보의 찻물 얼룩이나
자잔한 확신들이 놓친 사물의 뒷모습

흐린 날 눈 감으면 비로소 보인다

만지면 푸석, 흙먼지 피우며 으스러질
어제의 내 얼굴조차


#장옥관
#그겨울나는북벽에서살았다
#문학동네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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