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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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도 전에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태백 구와우 마을, 비바람에 쓰러진 해바라기가 가득했던 그 곳이다. 그리고 해바라기를 따라 걸으며 보았던 야생화의 이름을 들려주던 이원근 팀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게 바로 작년 여름의 일이다.

 

비오는 여행길이었지만 빗물로 선명해진 초록의 숲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여행사를 통해 가는 국내여행은 처음이었던 그 때 그를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이 곳을 좋아하는구나! 좋아서 하는 여행이구나’ 란 생각을 잠시 했었다.(책은 강원도가 대부분이고, 강원도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라며. 아무데나 간다니!! 얼마나 자유롭고 두근거리는 말인지 모르겠다. 17년간 국내여행만을 했던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릴 때 해외여행만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많다. 국내는 언제든 갈 수 있기에. 그러나 삶의 대부분을 국내여행으로만 다녔던 저자의 책을 보니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싶다. 어떤 페이지를 펴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곳,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이 전해지지만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설렌다는 동강, 고개의 형상이 새가 날아가는 모습이라 붙여진 새비령, 비경의 호수와 아홉가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라는 비수구미, 골짜기를 뜻하는 강원도 말인 고라데이, 수레를 타고 넘었다는 수레너미재, 꽃이 많아 꽃꺼기재, 야생화의 천국인 곰배령. 이름만 들어도 그 아름다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은 모두 이 책에 모여 있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이라는 부제에 맞게 정말 오지마을만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듣는 곳이 너무 많아 한 곳, 한 곳 여행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오지마을이기 때문에 교통편과 식사, 숙박이 쉽지 않다.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그 곳이 더 궁금하고 찾아갔을 때의 기쁨은 더욱 크지 않을까 싶다.

 

내 생애 이 곳들을 전부 볼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곳이 훼손되지 않길 바랐던 저자와 아버지의 바람처럼 언젠가 내가 그 곳을 찾아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길 바래본다. 일단 가장 가까운 보곡마을로 떠나야겠다. 아무데나 가라고 떠밀지 않아도 나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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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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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_ 김동영(생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에게든 혹은 어디서든,

자기 자신이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보니

마치 내가 때마다 갈아줘야 하는 자동차 소모품처럼 느껴졌다. p.18

 

▷ 사실 예전부터 책장에 있던 책이었다. 몇 장 읽다가 만 책.

책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나는 지금 생선처럼 직장을 잃었다.

잘린 것은 아니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갔으니

잘렸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상황이 어찌됐든 내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직장을 잃고나니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처음과는 다른 기분으로 한 장씩 천천히 읽었다.

직장으로 인해 나의 가치가 보여지는 것이 아닌데

지금 상황이 나를 쓸모없이 느껴지게도 했었다.

바닥으로 내려앉아 웅크리고 숨지 않았지만

자동차 소모품이라고 느꼈던 생선의 그 심정이 전보다 더 와닿았다.

200일 이상은 아니었지만 나도 짧은 여행을 떠났었다.

갑자기 텅 빈 듯한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떠나올 때 가졌던 용기만큼만 여행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든 여행의 끝에 가 있을 테니.’

그랬더니 결국 내가 달린 거리만큼 처음에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던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 무언가는 마치 내가 간절히 만나기를 기다렸던 그 누구의 존재 같기도 했다.

최면 같았다.

 

내가 없더라도 내가 떠나온 그곳에선 여전히 찬란한 햇빛이 비치고,

새 계절이 올 것이며, 모두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오직 나만 홀로 떨어져 나왔으니 내가 그곳을 생각하는 만큼

누군가도 날 기억해주길 바랄 뿐.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도 세상은 어제와 같은 것이다.

단지 이렇게 조금, 아주 조금 변한 나 자신만 있을 뿐. p.21

 

▷ 나는 직장을 잃었고 여행을 다녀왔다. 오타루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세상은 평소와 똑같이 돌아간다.

하지만 오타루에 다녀오고 시험을 준비하고.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런 나를 보듬고 나아가고 싶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p.66

 

 

▷ 위로 높아지기보다

옆으로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내 발걸음을 믿고 걷고 싶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p.94

 

▷ 왜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몰라 헤매는 것일까.

정해진 목표가 있다면 좋을텐데.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건 없는 게 미래겠지.

그래서 불안한건지도. 나도 마음으로 울며 달리는지도.

 

 

 

그들이 떠난 자리에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서 생각했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에 대해서.

돌아갈 길을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경험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가끔은 바보가 되어 누군가가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준다는 것이

얼마나 괜찮은 일인가에 대해서도.

지긋지긋한 관계들 속에서 어디론가 조용히 숨고 싶을 때,

난 이 일을 되새기게 될 것 같아.

결국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도를 들고 결국 그 길을 돌아올 테고,

다시 그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고마워하면서 살아갈 테니까.

그렇게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p.125

 

 

▷ 여행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떠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결국 되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것.

관계의 소중함과 돌아갈 곳에 대한 감사함이 바로 여행에서 느껴지는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취향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지는 것. p. 131

 

▷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나는 나의 취향을 고집하지나 너는 나를 따라와야 하는 것,

그 얼마나 이기적인지.

점점 나의 취향을 고집하게 되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제까지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 말고도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인 것 같아요.” p.182

 

▷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그 곳에서 또 나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평범하던 일상의 모든 것이 특별해지고 그 곳에서 만난 이들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계속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 ‘오래된 사람’.

나도, 이 여행을 끝내고 나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보고 또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

여전한 사람.
한결 같은 사람.
그렇게 당신에게 힘이 되는 사람. p.199

 

 

▷ 늘 한결같은 사람.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친근한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변덕스럽고 투덜거리는 내가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행 중에 얻은 또 다른 휴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내가 좋아하는 안선배가 해줬던 말처럼,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 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인지 모른다. p. 229

 

 

▷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미덕인 듯
살아가는 것 같다.
멈춰있는 것은 도태되고 안주한다고
어서 빨리 달려가라며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조차
훌륭한 경험일지 모른다는 그의 한 문장에
'그래,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라고 이해받은 것만 같았다.
어느 누군가에겐 별볼일없는 문장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까.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것.
가난은 숨길 수 있지만,
두려움은 숨길 수 있는 거지만
외로움은 숨길 수 없는 것. p.238

 

 

 

▷ 혼자라도 괜찮다. 외롭지 않다.
그래도 평생 혼자일 순 없는 것이다.
누구도 외로움에서 벗어날 순 없다.
그러니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많은 풍경들에게 일일이 대답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아름다운 길 위에 나를 못질해줘서,
또 나를 찬란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p.298

 

 

▷ 떠나고 나니 내가 보이더라.
모나고 변덕스러운 나도,
아이처럼 설레는 나도,
두려워하는 나도,
행복해하는 나도 보이더라.
다음에 좀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리

세상엔 정말 많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직업이 있다는 건 상상밖의 일이었다.

그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상상하는 것을 크게 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막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을 테니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니까.

그는 그저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맡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황량한 사막은 그야말로 사람을 아무것도 아니게 한다. p.46





훌쩍 떠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건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정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여행 내내 느꼈다.



그러므로 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내가 말하던 방식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말하는 법,

내가 먹는 것만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먹는 법,

그리고 옷을 개는 법,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는 법,

심지어 벌여놓은 짐을 다시 싸는 법까지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나는 그 동안 가방 안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은 전선들처럼

엉망으로 엉켜 있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고 해서 겁을 먹기보다는

새로 배울 것들 앞에서 설레기도 한다. p.59



난 언제부턴가 이 대책 없는 여행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불안했던 건,

내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대책 없이 펼쳐진 풍경들 앞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어차피 난 갈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에 길을 잃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난 바보처럼 자주 길을 잃었다.

망설임이, 불안함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정확한 목적지가 있었다면

오히려 찾아가기 쉬울지도 모르지만 목적지가 없었기에

난 길 위에서 항상 망설였고 자주 서성거렸다. p.63

많이 달라진 그를 탓하기보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게 더 낫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지 못했다고 투덜대기보다는

하루에 세 번 자기가 원하는 걸 기도하는 편이 더 낫다.

많이 먹기보다는 오래된 생각을 버리는 게 더 낫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는 편이 더 낫다. p.75

뭔가에 빠져드는 일, 그 일은 논리가 없다.

해석도 불가능하다. 마치 사랑처럼. p.161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조금은 초라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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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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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천희를 잘 모른다. 키가 큰 뭔가 엉성한 모델? 배우? 정도다.

내가 알고 보았던 이천희라는 사람은 그렇게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확실히 알겠다.

내가 얼마나 편견어린 시선으로 봤는지.

연예인의 이미지라는 게 얼마나 강한지도.

우리는 아는 TV로만 보던 이천희가 아니라 이천희라는 사람 자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

가구 만드는 남자를 읽는 동안이 바로 그 시간이었다.

새로 일하게 된 일도 독서와 관련되어 있다보니 이것저것 읽을 책이 많고 공부를 하느라

조금씩 조금씩 읽을 수 밖에 없었다.(사실 핑계지만ㅜ)

이불 속에서 보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에 뒹굴대며 보기도 하고,

서울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벤치에 누워서도 읽어보았다.

잠깐 잠깐 읽는 그 시간 참 좋은 느낌이다.

책 날개를 주의깊게 보는 편인데, 자신의 삶을 만들가는 가는 사람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은 그저 흘러가듯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구나. 가구만 만드는 게 아니었구나.

배우라는 이미지 뒤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책 속에 밑줄이 그어지고 책 속엔 빈 공간이 많았다.

그 공간엔 내가 하고 싶은 말, 공감가는 글귀에 대해 써보게 했다.

조금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삶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다듬고 깎으며 조립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p.32

거창한 표현이라고 했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삶의 과정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나 싶다.

가구를 만드는 과정, 시간, 노력을 통해 이천희가 느끼는 감정들에 공감하곤 했다.

삶을 살아가는데 생각하고 다듬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분명 필요하니까.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내 삶의 흐름을 두고 구태어 의도된 과정을 만들어 그 흐름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

내 흐름대로 사는 게 가장 나다운 것 같다.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은 그 삶의 주인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방향에 좌우되지 않고, 내 속도와 내 방향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냥 나답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스럽게 살고 싶다. p.60

타인의 시선과 행동에 연연하고 민감한 나는 이천희가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

그리고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방향을 따라 나아가는 삶. 내가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다.

내게 있어 취미의 정의란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하는 순간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p.132

이천희 정의내린 것이라면 나는 취미가 없을수도 있겠다. 못 견딜 정도의 것은 없는데...^^;;

나는 끈기가 없는 편이라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거나 이어가는 것을 잘 못한다.

좋아하는 일은 캘리그라피쓰기와 독서, 여행, 사진인데 어느 하나 제대로 파는 것은 없고 가볍게 하는 편이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하는 순간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맞는 말이다.

취미는 자신의 즐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분명 혼자 떠난 여행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행한다.

부재는 늘 가장 큰 존재로 다가오는 법인가보다. p.187

이번에 일본여행을 혼자 다녀왔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고

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함께하지 않을 때 그 존재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게 비슷한가보다.

삶이라는 여행에서는 언제나 내가 주인공이지만,

세상을 여행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지 깨닫는다.

그러니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삶에 더욱 감사해질 수밖에 없다.

이 보잘것없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무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p.189

배려하되 눈치보지 않고 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존중하고 싶다.

신경스되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의 조언에 귀기울이되 아무나의 이애기에 좌우되고 싶지는 않다.

유행보다 취향을 즐기며 살고 싶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스타일에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즐겁다. p.211

나는 오늘도 내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구하고 배우고 얻는 중이다.

그렇게 내 삶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p.239

결국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는 그것이 아닐까. p.294

이천희- 멋있다!

이렇게 멋진 생각과 삶을 만들어가는 줄 몰랐다.

배우 이천희도, 목수 이천희도,캠퍼&서퍼 이천희도, 남편 이천희도.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글이란 이래서 매력적이다.

그 사람의 다른 매력을, 내면을 더욱 드러내게 해주는 바로 글인 것 같다.

이천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가 궁금해졌다.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게, 더디지만 꾸준히.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특별하지만 튀지 않게.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다.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행동에 자신이 있을 때

이런 사고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느라 지치기 보다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나의 취향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지키고 싶다.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고 아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즐거운 것이 무언인지 늘 생각하고

그것을 하나씩 해내는 삶을 꿈꾼다.

덧) 아쉬운 점이자 조금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그가 대표로 있는 하이브로우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노출되어 있다는 것.

모든 사진의 하이브로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조금 거슬렸다고나 할까.

사진의 감성은 느낌이 좋았는데 아쉽다.

감성하리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게, 더디지만 꾸준히.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특별하지만 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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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3 0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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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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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순간의 연필 테라피라는 책 커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연필로 쓴 책 제목 역시 두근거리게 했다.

연필마니아인 정희재 작가가 들려주는 연필테라피. 그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 역시도 연필을 좋아한다. 연필로 글씨를 쓸 때 그 사각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연필을 자꾸 찾게되고 언제 처음 연필을 썼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연필의 첫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ㄱ.ㄴ.ㄷ. ㅏ.ㅑ.ㅓ.ㅕ 를 배우던 그 시절이 기억이 날 뿐이다. 네모칸이 쳐진 공책에 꾹꾹 눌러쓰던 그 때의 그 연필.

엄마가 깍아주던 그 연필. 내가 스스로 깍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 연필은 그렇게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추억의 일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연필보다 샤프를, 그리고 볼펜을 쓰기 시작했다. 연필이 점점 사라져갔고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글쓰기는 연필로 쓰는 게 좋다고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다시 연필과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왔다.

책을 읽고 난 후 필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펜, 연필, 마카 가리지 않고 써보고 있다.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 하고 있어서 더더욱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자주 있다.

수많은 필기구를 이용해 써보고 있지만 연필로 쓸 때의 느낌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연필을 잡고 쓰는 순간의 고요함. 그리고 사각거림.

정희재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쓰면서 손으로 위로받고, 사각거리는 소리로 세상의 소음을 지운다." p.191

 

그렇다. 쓰는 행위만으로도 위로받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

쓴다는 것만으로 보면 어떤 필기구라 하더라도 상관없겠지만,

나는 연필만의 그 필기감이 좋다.

작가가 굉장한 연필애호가다보니 연필종류나 그로 인한 에피소드에서는 공감을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필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연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분명 연필의 추억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작가를 보면 연필로 쓰면서 수행을 하는 것만 같다. 연필로 인해 깨닫게 되는 것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세상엔 완벽한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 왼손으로는 내 의지대로 쓰지 못하는 것처럼 세상사역시 통제할 수 없다는 것,

행복해지기 위한 문장을 정성들여 쓰면서 행복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단순한 사실이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사실들을 연필을 통해 기억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유가 없고 긴장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 가만히 앉아 연필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깍고 쓰는 것이 시간낭비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연필을 깍고 싶어질 것이다. 연필깍기 아닌 칼로 직접 정성들여. 나는 책을 덮고나서 차분하게 연필을 깍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보았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쓰기의 기능을 구조 조정해

몸의 능동성을 하나씩 잃어가는 동안

인간이기에 지닐 수 있는 소중한 능력도

장작불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사라져가는 것은 아닐까? p.216

손에서 연필을 비롯한 필기구가 사라져가고 키보드. 스마트폰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손으로 쓰던 그 순간의 설렘과 온전히 내 생각에 빠지게 하는 그 고요함을 빼앗아 가버린 것 같아 씁쓸해졌다.

늘 피곤하다하면서도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나를 볼 때도 씁슬해지곤 한다. 이 책은 다시 한번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연필테라피라는 말이 딱 맞다. 내가 똑바로 서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사랑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경험하는 것일 뿐. 그 경험의 한 가운데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똑바로 서는 순간이 내게는 소중하다.

상처받고도 끝내 훼손되지 않는 무엇인가를 연필심처럼 가슴에 품고 세상의 길들을 걷게 되기를 나는 바란다. p.295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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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3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8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 톤도,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김종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톤도라는 곳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필리핀하면 마닐라, 세부 정도? 관광지, 휴양지로만 알고 있었던 필리핀.

그런 그 곳에 행복을 가득 품은 ‘톤도’ 도시가 있었다. 톤도는 세계 3대 빈민촌이다.

엄청난 쓰레기더미 속에 무너질 듯한 판자촌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악취가 몇 주간 잊히질 않는다는 그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톤도라는 곳에 대한 설명만 들어도 불행할 것 같은데 톤도의 아이들이 그렇게 행복하다니 도대체 어떤 곳일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녀야 하는 아이, 통을 들고 있다. 길가에 뾰족한 나무조각이나 쇳조각을 주워 담는다고 했다.

그리고 기도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아이를 어찌 예쁘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톤도에는 교육센터가 있다. 그 곳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커서 좋은 대학에 가게 된다고 한다.

우리와 같이 대기업, 좋은 직장에 취직하길 바라기보다 다시 톤도에 돌아와(충분히 취직할 수 있음에도) 교육센터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쓰레기가득한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그들은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희는 충분히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지긋지긋한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거니?”

그러자 그들이 이렇게 답했다.

“나만의 희망을 키우는 것보다 세상을 위한 희망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그들은 높은 연봉이 아니라 자기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성장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며 희생이 아닌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늘 행복은 물질로만 이루어질 수 없으며 부와 명예, 그런 것들이 행복을 결정짓지 못한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며,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자기합리화를 시키곤 했다. 일단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하잖아.

내가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가졌을 때 행복해지는 거니까, 라며 스스로에게 합당한 이유를 부여했다.

톤도의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일하고 이중적인지도 알았다.

마음으론 행복의 조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껍데기역시 포기하지 못하는 나였다. 내가 가진 것이 많다는 것,

그럼에도 더 갖고 싶어하는 것,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오로지 나의 행복만을 바랐던 것.

그러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행복이 뭐 별건가요? 내가 행복해지고 싶은 만큼, 그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 주면 되는 거죠.

그 마음은 다시 제게 행복이 되어 돌아올 거예요. 저는 지금 정말 행복해요. 아버지가 행복하시니까요!”

“혼자 먹으면 혼자만 행복하잖아요.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는데, 혼자만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죠.

나눌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니까요. 우리 모두가 함께했으니 저는 조금만 먹어도 행복해요.”

상대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 상대가 행복하다는 것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 이런 단순한 진리는 톤도의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에도 세상살이 힘들다며 한탄하기도 하고,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행복을 나누지도 못했던 것만 같다.

왜 나는 나의 행복에만 만족했는지 가슴이 뻐근해진다.

“제 꿈은 선생님이예요.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 모습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려요.

하루라도 빨리 꿈을 이루고 싶어요.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제 꿈은 혼자만 애태우는 짝사랑 같은 것이 아니예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매일 머릿속에, 가슴속에 제 꿈을 그려요.”

내 꿈도 선생님이었다. 학교에서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꿈을 이루긴 했다.

어릴 때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곳에서 봉사하는 것도 꿈꿨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저 아이처럼 꿈과 서로 사랑하지 못했나보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하고 싶었던 꿈이 맞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이 아이가 진정한 꿈에 대해 알려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꿈, 매일 매일 그리는 꿈. 다시 꿈 꾸고 내 꿈을 사랑해야겠다.

유난히 자학적인 리뷰가 되었는데, 그만큼 톤도의 아이들이 해맑은 미소와 행복한 모습. 행복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참 와닿았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그렇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불평, 한탄, 후회보다는 지금 내 앞의 작은 행복과 사랑을 발견해야겠다. 움켜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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