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노래
이석원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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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노래, 이석원


자유롭기 위해,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석원 작가가 이야기하는 ‘관계’와 ‘선택’, ‘창작’에 관하여




이석원 작가는 보통의 존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언니네 이발관으로 활동할 때는 잘 알지 못해서 작가 이석원으로 처음 만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보통의 존재가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읽고난 이후 제대로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보통의 존재도 매우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첫 책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 책은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했던 강연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관계, 선택, 창작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강연한 내용이다보니 영상은 아니지만 강연을 보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문체도 말하는 그대로 쓰여진 것 같아 더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더 성숙해지고 삶에도 관계에도 안정이 올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관계란 언제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 상처와 고민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우리는 왜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과 상처를 받는지, 타인의 시선에 얽메이는지 고민하게 되는데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우리가 타인과 갈등을 빚고, 타인때문에 힘들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도 견해도 기준도 다 다른 개별적인 존재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엊갈릴 수밖에 없고 그 엇갈림에서 많은 문제들이 생길 수밖엔 없는 거죠. p.18


특히나 위험한 건, 사람이 누굴 안다고 믿으면 어떻게 될까요. 타인이 대해서 단정을 짓게 됩니다. p.24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불편하게 하느니 차라리 괴로워도 자신이 힘들고 마는 게 더 나았다는 작가는 관계에서 거절을 잘 할 줄 알아야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거절을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절이 어디 쉬운가. 언젠가 인터뷰인가? 윤여정선생님은 싫은 건 좋게 말할 수 없다며, 좋게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화를 내거나 싸우지 않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 때가 이는 법이다. 나는 거절을 잘 하는 편인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불필요한 경우라면 냉정한 편에 가깝다.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고 싶은데 간혹 무심하고 냉정할 때가 있다. 그래서 관계가 어려운 것 같다. 적당한 온도를 찾기가 어려워서.


일단은 만나서 나 이런 부분들이 힘들고 서운했다, 이게 나만의 오해인 것이냐 묻고 대화를 해야하는데, 어떤 사람에게 그렇게 남한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죽기보다 어려울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런 대화를 하는 순간의 그 불편한 공기를 참느니 차라리 인연을 끊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을 한다는 거죠. 또 애초에 그런 게 가능했으면 내키지도 않는 일은 거절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있었을 테고요. p.43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해받지 못했을 때 가장 고통과 상처를 받게 된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고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타인은 완벽하게 나와 같은 마음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이해의 기준과 폭은 사람마다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타인도 이해하자. 왜, 그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윤리니까. p.53


관계나 어떤 문제 앞에서 회피하기가 쉬운데 실패의 경험만 반복되다보면 자기탓만 하면서 자책하게 된다고. 작가역시도 글쓰기를 회피하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저도 아직은 세상이 나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고, 나도 좋아하는 일 한번 하면서 살아보길 바랐지만 그게 잘 안 되니까 아무리 카드를 긁어도 마음 속 허기는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동그라미는 채우는 게 아니라 그저 안고 살면 되는건데. 동그라미는 누구에게나 있는건데. 그땐 그걸 몰랐죠. p.76


인생은 꼭 내가 선택한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삶의 변수로 작용하는 운과 우연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불필요한 자책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자책과 건강한 자기반성은 분명히 구분되어야겠죠. p.83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인생이 내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속상하고 관계는 애를 쓴다고 노력한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유러워지고 싶고, 남들의 생각과 시선보다 내 생각고 의지대로 살고 싶어한다. 그렇게 나답게, 자유롭게 살아갈 때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강연을 들었던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강연이 책으로 남게 되어 다행이다. 삶은 정해진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기분이었다. 세상에는 오직 본인만이 답을 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므로.


우리는 평생 세상에 어떤 답이 있어서 그걸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답이 존재하지 않거나 답을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직면하면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오직 본인만이 답을 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걸 스스로 정하고 깨우쳐가는 게 어쩌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긴 기다림 끝에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 하나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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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사랑하는 얼굴
웜그레이앤블루 엮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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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사랑하는 얼굴, 송재은 외




거울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얼굴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볼 때 얼굴가장 먼저 보게 되고 얼굴에서 보여지는 인상으로 그 사람을 인식하게 되니 얼굴은 참 중요하다. 아무리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장 먼저 보여지는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얼굴은 어떠한가. 스스로 얼굴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없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쁜 구석 하나는 있겠다만 좋게 말해 귀엽고 객관적으로 말해 못생겼다고 봐야겠다. (대놓고 못생겼다고 하면 상처받습니다?) 그러나 생김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비단 얼굴은 눈, 코, 입, 얼굴형의 생김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얼굴은 눈빛과 표정에서 완성된다. 웃음, 눈가의 주름, 미간, 찡그림, 눈빛의 온도, 눈물 같은 그 사람 고유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얼굴은 달라진다. 특히 눈빛은 속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예쁜 얼굴은 눈빛이 선하고 잘 웃는 사람인 것 같다.


어릴 때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았는지 얼굴이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서 화날 줄 알거나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성격이 보인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얼굴이 얼마나 변할까 궁금해진다. 얼마나 더 나이가 들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무서운 인상으로 안 볼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첫인상부터 편하게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긴 건 이렇지만, 속은 여려요 _ 김현경)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같이 무섭거나 사납다고 보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다가서기 편한 인상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김현경작가님의 말을 빌려서 해본다.


"생긴 건 이렇지만, 속은 여려요."


어린 날의 나는 나를 보호하느라, 나 자신을 지키느라 뾰족한 가시들로 나를 둘러싸고 나를 지적할까봐 내가 먼저 공격태세를 취했던 것 같다. 그게 상대뿐만 아니라 나를 공격하는 일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내가 이해받고 싶고 내가 사랑받고 싶으면 나 역시도 다정하고 예쁜 말을 하고 웃어줄 수 있어야 했음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뚤어진 나라도, 성질머리 더러운 못난 나라도 예뻐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작은 아이가 내 안에 있나보다.



사랑하는 사람하고는 얼굴이 닮는다고 한다. 거울처럼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따라하고 같은 표정을 짓게 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그렇다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잘 웃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잘 울고 잘 삐지고 잘 화내도 웃음으로 잘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지. 결국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잘생긴 얼굴 뜯어먹고 산다지만 마음도 잘 생기면 더 좋겠지요? 욕심쟁이가 따로 없다. 이것저것 바라는 것은 많지만 역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쉬울 수도. 일단 이승용작가의 글에 나온 MJ처럼 애정어린 눈으로 상대를 보며 칭찬하기를 나에게 먼저 해봐야겠다. 그래서 눈빛이 선하고 마음이 따뜻해서 예쁜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다만 늙어가는 얼굴이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처럼 웃을 때 어울리는 얼굴을 갖고 싶다. 조금은 참을 줄도 알고, 여유롭게 대처하고,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하는 얼굴이라면 좋다. (쉽거나 재밌거나 어렵게나 그리고, 못생긴 _ 김택수)


웜그레이앤블루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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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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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아이, 이희영



‘섬’이 된 소년과 ‘선인장’이 된 소년에게 전하는 위로






이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돌봄없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며 외롭게 자랐다. 이수의 엄마는 남자를 만나 우솔이라는 작은 바닷가마을로 이수를 데리고 가게 됐다. 그러니 비극적인 사건으로 엄마와 남자가 죽는 일이 벌어졌다. 그 사건으로 남자의 엄마인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수는 살인자로 낙인찍힌 할머니와 솔도라는 섬에서 산다. 세상은 할머니와 이수를 배제하고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린다. 이수는 슬퍼하거나 서운해하기보다, 무감각해지는 편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미 어릴 때부터 터특한 생존법칙이라는 이수의 말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고등학생이 된 이수는 6년전 사건 이후로 끊임없이 괴롭히는 기윤에게 맞서지도 않고 그저 당해주면서 지낸다. 홀로 떨어진 섬같은 이수에게 전학생 '세아'가 나타나면서 차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외로운 섬과 같은 이수, 겨울처럼 추운 곳에 혼자 서 있는 아이 세아. 두 아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노출된 학교폭력, 가정폭력과 방임, 디지털 성폭력 등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이 가진 악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도 세상은 온갖 문제들로 가득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한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외롭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축복과 안녕과 사랑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 뭉클해졌다.


사람으로 인해 외롭고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결국 사람이 위로가 되고 힘을 준다. 상처입은 당신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상처입은 나의 마음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기를 바란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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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이소담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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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오늘의책 #독서기록

🔖여러분이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을 내뱉었을 때, 그것 때문에 곤란을 겪었을 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그나마 나는 괜찮은 편이네.˝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얻는 대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겠습니다. p.11

#나만그런게아니었어
#요시타케신스케
#김영사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평소에 잡생각이 많고 혼자만의 상상을 잘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이 작가를 생각하면 아주 2015년? 그쯤 일본으로 거슬러올라가게 된다. 그 당시엔 아주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쿄토에 있는 케이분샤라는 아름다운 서점에 갔었다. 그곳에서 원서를 각자 하나씩 골랐는데 너는 있으려나 서점을,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골랐다. 일본어를 모르지만 귀여운 그림의 동화책을 고른 너와 역시나 일본어는 모르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을 고른 나. 취향이 이렇게 달랐다. 나는 아마 허세로 그 책을 골랐던 거 같다. 네가 고른 제목도 못 읽는 그 귀여운 책은 한국에선 아직 번역 안된 책이었을 것이다. 너의 안목 칭찬해🥰

교토의 시간을 생각한다. 잔잔하고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두근거려 소란스러웠던 마음.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과 케이분샤가 있던 조용한 골목길, 토토로를 찾아떠났던 닌넨자카.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했던 오래된 숙소.

도깨비처럼 문을 열면 다른 공간으로 가는 상상을 한다. 슬플 때면 행복했던 순간으로 다녀올 수 있는 문을 갖고 싶다. 하울처럼 허공을 걷듯이 하늘을 산책하고 싶다. 무심하지만 여리고, 냉정하지만 또 다정하고 싶은 나. 나에게도 인형이 필요하다. 마음을 안아줄 사람이 없으니 인형이라도 안아야지.

타인과는 다른 특별함을 갖고 싶기도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공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비슷함에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소심한 관종이라 관심을 바라기도 하지만 너무 큰 관심은 또 부담입니다만...👀

어쨌든 나이가 들어도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설레고 두근거리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생각도 하고 아이처럼 즐거워하기도 하면서. 철 좀 들어라, 라거나 도른자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칙칙하게 늙어가고 싶지 않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목표인데, 둘다 어려운 일이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독서일기 #그림책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읽고싶은책
#읽고싶은책은내가산다
#매일독서 #카페독서 #책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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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마음에게
김현경.송재은 엮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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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마음에게, 

김현경 송재은 엮음





이별과 함께 했던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



스무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이별의 순간들을 담았다. 이별은 헤어지는 그 순간만은 아니다. 헤어지기 전과 헤어지는 순간과 헤어지고 난 후의 마음들이 먼지처럼 부유하고 그 시간들을 감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다 만난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 그 순간순간을 찬찬히 조용히 보았다. 어쩐지 읽었다기보다 본 것만 같다. 20편의 다양한 이별의 순간들. 그 순간이 슬프기도, 아프기도, 토닥여주기도 하면서. 하루종일 영화관에 앉아 단편영화들을 본 기분이 들었다. 감정은 전염되고 물들기 마련이라 행복이나 기쁜 기억보다 이별이라는 것이 마음을 자꾸만 멍들게 했다. 이별은 헤어짐이 전부가 아니라 만남도, 사랑도, 시간이 전부 들어있는 관계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이별에는 관계가 부서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를 잃어버리고 자식의 성장으로 멀어지고 유년시절의 나와 헤어지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보낸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반려동물이든 나자신이든 모든 건 헤어지는 게 이별이다. '이별 앞에서 어떤 모습일까. 애써 감정을 죽인 한낮과 달리 새벽엔 있는 힘껏 숨겼던 마음을 드러내도 되는(p.65)' 것처럼 엉엉 울며 이별을 마주하는 시간도 있다. '늙어간다는 건 가까운 죽음에 익숙해지는 일(p.80)'이건지, 생경한 죽음앞에 멍해지기도 한다.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좋아했던 사람에게서 나와 다른 점이 보이기 시작할 때, 그 차이점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되지 못한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p.178)'했다가도 그냥 이렇게 됐네, 하고 무덤덤하게 넘어가지지 않는 게 이별이기도 하다. '사랑받지 못할까봐, 결국 이별로 끝나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시시한 이유(p.127)'로 미리 끝내버리는 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잃게 될지라도 기억하고 껴안고 싶어하는 마음이 용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p.127)'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시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이도형 작가의 #당신이떠난세계에한권의시집처럼남아 가 기억에 남는다. 허수경이 시인은 이미 세상에 없고 감사하는 마음을 보낼 길이 없다. 그래서 쓴다는 작가의 글이 마음을 울렸다. 시로 인해 위로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슬퍼하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여전히 나는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시를 읽곤 한다. 나역시 시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한다.


우리는 고여 있는 시절과 흘러가는 시간이 뒤섞인 삶을 살아간다. 엉켜버린 채라도 어쩌겠는가. 영원의 안식처는 없어도 어둠 속에서 의지할 작은 빛이 있으니 다행인거지. p.165

#종점이별의로터리 #오종길


오종길 작가의 말처럼 어둠 속에서 의지할 작은 빛을 등대삼아 느리지만 한걸음씩 내딛는거라고 믿는다. 그 빛이 누군가에겐 사람일수도 책일수도 음악일수도 영화일수도 있겠다.


혼자남은 마음에게 말한다. 그동안 함께 했던 이별의 시간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은 늘 만남뿐만 아니라 이별이 함께하므로. 이별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어제의 나와 헤어지고 내일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서둘러 떠나보내지 말고 서서히 이별하기로 한다. 어쩌면 그 끝을 보고싶지 않은지도 모를 일이다. 혼자남은 마음이, 허전한 그 마음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으로 따뜻하게 감싸져 있던 마음이 혼자가 되어버리면, 전에는 혼자서도 잘 버텨냈던 차가움이 훨씬 시리게 느껴(p.202)' 지니까 말이다.


알고보면 이별은 우리의 일상. 우리는 무수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산다. 타인과, 나와, 어제와 그리고 오늘과 자꾸 헤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다만 어떻게 하면 잘 이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잘 남겨지고, 잘 보내는 법. 잘 떠나고 잘 남겨두는 법. 그런 것들을 고민하다보면 나는 애초에 그 무엇도 가질 수 없다는 진실만이 또렷해진다. 그 진실을 기억해야만 잘 이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나는 오늘도 이별하러 간다. p.38

#서서히이별하는일 #박상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웜그레이앤블루 크루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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