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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사랑하는 얼굴
웜그레이앤블루 엮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10월
평점 :
나의 이상하고 사랑하는 얼굴, 송재은 외

거울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얼굴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볼 때 얼굴가장 먼저 보게 되고 얼굴에서 보여지는 인상으로 그 사람을 인식하게 되니 얼굴은 참 중요하다. 아무리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장 먼저 보여지는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얼굴은 어떠한가. 스스로 얼굴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없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쁜 구석 하나는 있겠다만 좋게 말해 귀엽고 객관적으로 말해 못생겼다고 봐야겠다. (대놓고 못생겼다고 하면 상처받습니다?) 그러나 생김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비단 얼굴은 눈, 코, 입, 얼굴형의 생김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얼굴은 눈빛과 표정에서 완성된다. 웃음, 눈가의 주름, 미간, 찡그림, 눈빛의 온도, 눈물 같은 그 사람 고유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얼굴은 달라진다. 특히 눈빛은 속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예쁜 얼굴은 눈빛이 선하고 잘 웃는 사람인 것 같다.
어릴 때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았는지 얼굴이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서 화날 줄 알거나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성격이 보인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얼굴이 얼마나 변할까 궁금해진다. 얼마나 더 나이가 들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무서운 인상으로 안 볼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첫인상부터 편하게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긴 건 이렇지만, 속은 여려요 _ 김현경)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같이 무섭거나 사납다고 보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다가서기 편한 인상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김현경작가님의 말을 빌려서 해본다.
"생긴 건 이렇지만, 속은 여려요."
어린 날의 나는 나를 보호하느라, 나 자신을 지키느라 뾰족한 가시들로 나를 둘러싸고 나를 지적할까봐 내가 먼저 공격태세를 취했던 것 같다. 그게 상대뿐만 아니라 나를 공격하는 일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내가 이해받고 싶고 내가 사랑받고 싶으면 나 역시도 다정하고 예쁜 말을 하고 웃어줄 수 있어야 했음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뚤어진 나라도, 성질머리 더러운 못난 나라도 예뻐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작은 아이가 내 안에 있나보다.
사랑하는 사람하고는 얼굴이 닮는다고 한다. 거울처럼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따라하고 같은 표정을 짓게 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그렇다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잘 웃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잘 울고 잘 삐지고 잘 화내도 웃음으로 잘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지. 결국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잘생긴 얼굴 뜯어먹고 산다지만 마음도 잘 생기면 더 좋겠지요? 욕심쟁이가 따로 없다. 이것저것 바라는 것은 많지만 역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쉬울 수도. 일단 이승용작가의 글에 나온 MJ처럼 애정어린 눈으로 상대를 보며 칭찬하기를 나에게 먼저 해봐야겠다. 그래서 눈빛이 선하고 마음이 따뜻해서 예쁜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다만 늙어가는 얼굴이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처럼 웃을 때 어울리는 얼굴을 갖고 싶다. 조금은 참을 줄도 알고, 여유롭게 대처하고,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하는 얼굴이라면 좋다. (쉽거나 재밌거나 어렵게나 그리고, 못생긴 _ 김택수)
웜그레이앤블루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