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마음에게
김현경.송재은 엮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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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마음에게, 

김현경 송재은 엮음





이별과 함께 했던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



스무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이별의 순간들을 담았다. 이별은 헤어지는 그 순간만은 아니다. 헤어지기 전과 헤어지는 순간과 헤어지고 난 후의 마음들이 먼지처럼 부유하고 그 시간들을 감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다 만난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 그 순간순간을 찬찬히 조용히 보았다. 어쩐지 읽었다기보다 본 것만 같다. 20편의 다양한 이별의 순간들. 그 순간이 슬프기도, 아프기도, 토닥여주기도 하면서. 하루종일 영화관에 앉아 단편영화들을 본 기분이 들었다. 감정은 전염되고 물들기 마련이라 행복이나 기쁜 기억보다 이별이라는 것이 마음을 자꾸만 멍들게 했다. 이별은 헤어짐이 전부가 아니라 만남도, 사랑도, 시간이 전부 들어있는 관계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이별에는 관계가 부서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를 잃어버리고 자식의 성장으로 멀어지고 유년시절의 나와 헤어지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보낸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반려동물이든 나자신이든 모든 건 헤어지는 게 이별이다. '이별 앞에서 어떤 모습일까. 애써 감정을 죽인 한낮과 달리 새벽엔 있는 힘껏 숨겼던 마음을 드러내도 되는(p.65)' 것처럼 엉엉 울며 이별을 마주하는 시간도 있다. '늙어간다는 건 가까운 죽음에 익숙해지는 일(p.80)'이건지, 생경한 죽음앞에 멍해지기도 한다.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좋아했던 사람에게서 나와 다른 점이 보이기 시작할 때, 그 차이점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되지 못한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p.178)'했다가도 그냥 이렇게 됐네, 하고 무덤덤하게 넘어가지지 않는 게 이별이기도 하다. '사랑받지 못할까봐, 결국 이별로 끝나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시시한 이유(p.127)'로 미리 끝내버리는 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잃게 될지라도 기억하고 껴안고 싶어하는 마음이 용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p.127)'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시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이도형 작가의 #당신이떠난세계에한권의시집처럼남아 가 기억에 남는다. 허수경이 시인은 이미 세상에 없고 감사하는 마음을 보낼 길이 없다. 그래서 쓴다는 작가의 글이 마음을 울렸다. 시로 인해 위로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슬퍼하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여전히 나는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시를 읽곤 한다. 나역시 시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한다.


우리는 고여 있는 시절과 흘러가는 시간이 뒤섞인 삶을 살아간다. 엉켜버린 채라도 어쩌겠는가. 영원의 안식처는 없어도 어둠 속에서 의지할 작은 빛이 있으니 다행인거지. p.165

#종점이별의로터리 #오종길


오종길 작가의 말처럼 어둠 속에서 의지할 작은 빛을 등대삼아 느리지만 한걸음씩 내딛는거라고 믿는다. 그 빛이 누군가에겐 사람일수도 책일수도 음악일수도 영화일수도 있겠다.


혼자남은 마음에게 말한다. 그동안 함께 했던 이별의 시간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은 늘 만남뿐만 아니라 이별이 함께하므로. 이별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어제의 나와 헤어지고 내일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서둘러 떠나보내지 말고 서서히 이별하기로 한다. 어쩌면 그 끝을 보고싶지 않은지도 모를 일이다. 혼자남은 마음이, 허전한 그 마음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으로 따뜻하게 감싸져 있던 마음이 혼자가 되어버리면, 전에는 혼자서도 잘 버텨냈던 차가움이 훨씬 시리게 느껴(p.202)' 지니까 말이다.


알고보면 이별은 우리의 일상. 우리는 무수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산다. 타인과, 나와, 어제와 그리고 오늘과 자꾸 헤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다만 어떻게 하면 잘 이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잘 남겨지고, 잘 보내는 법. 잘 떠나고 잘 남겨두는 법. 그런 것들을 고민하다보면 나는 애초에 그 무엇도 가질 수 없다는 진실만이 또렷해진다. 그 진실을 기억해야만 잘 이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나는 오늘도 이별하러 간다. p.38

#서서히이별하는일 #박상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웜그레이앤블루 크루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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