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사람이다 -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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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시인님의 풀꽃문학관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시인님과 문학관 그림도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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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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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 주얼




봄의 길목에서 <여름의 한가운데>를 읽었다. 설레고 두근거렸던 우리가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 다시 겨울을 맞이하고 그렇게 계절이 흐르듯 우리도 흘러간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소설이었다.

매일 필사로 단편마다 필사해서 올렸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마다 생각조각을 이어붙였다. 그 조각들을 모아서 올려본다.




🏷  우리는 조용하게 내리는 비를, 그리고 그 비가 만들어 내는 왠지 모르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 같은 고요하고 평온한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먼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바뀐 듯 했다. 스무 살이었던 그때, 불어오는 눅진한 바람에 비 냄새가 가득했던 그 여름밤의 바닷가로.


✒️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그 흙냄새와 점점 짙어지는 풍경, 빗소리가 가득해지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렇게 어떤 풍경은 우리를 과거로 돌려보낸다. 당신과 함께 있다면 더.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여기에 없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를 보고있지 않다.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도 그때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풍경이 있는 것이다.




🏷  어쩌면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도 옅은 바람이 머물듯 그때의 감정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선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감정은 옅어진다. 강렬했던 기억은 점점 옅어져 어느 순간에는 사라진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안다. 기억은 그렇게 순순히 물러나지 않다는 것을. 바람이 분다. 폭풍우가 아니어도, 옅은 바람에도 흐릿했던 흔적은 순식간에 선명해진다.




🏷  비록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우리에겐 지금보단 서툴렀고 어색했던, 그래도 분명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가득했던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여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오래되어 버린 계절이 빛을 바래고 멀리 밀려났을지언정 우리가 잊지는 않고 있음을. 이제는 그 계절이 비록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할지라도.


✒️ 그때 우리의 시간을 기억하는지. 계절이 흐르듯 우리도 이미 흘러가버렸지만, 그때 그 순간과 그 마음이 불현듯 떠오른다. 여름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만 같은 뜨거웠던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겠다. 잔잔하고 감성적이 문장들에 마음 속에 불이 났다. 오늘은 비까지 내린다.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할지라도, 쓸데없이 후회만 한다 하더라도 그 순간과 그 마음을 오래오래 생각한다.





🔖 계절이든 계절이든 시간이든 추억이든 모든 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희미해지며, 결국 저 멀리 기억의 그림자 저편에서 잊히고 마는 법이니까.


✒️ 모든 건 지나간다는 단순한 사실을 지나고나야 깨닫게 된다. 지금 당장 내가 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영원처럼 지속될 것만 같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영원같던 시간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게 되는 순간이 오히려 아프다.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 거니까.





🔖 내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회사업무와 사람과의 관계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자주 무기력증에 빠지곤 하는 내가 어떤 때는 초라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 지혜는 동아리선배의 결혼식에서 대학시절 남자친구를 다시 마주칠지도 모르는 생각에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지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라해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나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시선이나 부여받은 역할에서 벗어난 나를 드러내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어쩔 수 없이 씁쓸해지는 순간이 올 때면 공작처럼 화려한 날개를 펼쳐보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바로 편한 운동화를 사자고, 그래서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신고 편한 걸음으로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이토록 멋진 하루를 온전히 마음을 다해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 발에 맞지 않는 불편한 구두와 한껏 꾸민 지혜는 동아리 동기를 만나고 태윤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왠지 모두가 자신의 비웃고 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싶다. 그래야 나만의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 좋아하는 것과 살아가기 위해 하는 것. 모두 자신은 해당 없는 아득히 먼 세계의 말처럼 느껴졌다. 자신은 좋아하는 게 있었나? 지금은 무얼하고 있지?


✒️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다하면 그 일이 일상이 되고 그러다 지쳐버리는 일이 생겼다. 살아가기 위해 하는 것은 그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지치는 일이었다. 좋아서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쓴다. 이것도 일이 되면 지칠까. 요즘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 다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이제는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했을 그들의 모습이 수겸은 궁금했다. 별일 없이 잘산다는 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는 것인지, 자신은 별일 없이 잘살고 있는 건지 수겸은 알 수 없었다.


✒️ 지나버린 과거는 그저 머물러 있는 어떤 순간들이라 과거의 그 순간순간들로 되돌아가 다른 미래를 상상해본다.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는건가, 고민이 들때면 나 역시도 별일 없이 잘 사는 게 뭔지 모르겠고 나의 지나간 시간과 인연에 대해 생각하면 어쩐지 쓸쓸해진다. 그렇다고 과거를 되돌리고 싶지도 않다. 별일 없이, 지루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 어쩌면 누군가는 그저 반복되는 나날을 무심히 살아갔고, 그 사이 누군가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누군가는 고요함 속에 우두커니 앉아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끝없이 그리워했다.


✒️ 환절기를 아프게 지나고 나면 계절이 흐르는구나 느낀다. 흐르는 계절는 자꾸만 나를 두고 먼저 가는 기분이다. 나만 저멀리 겨울에 머물러있구나. 부지런히 따라가는 게 어려운 나는 뒤늦은 계절을 앓느라 여전히 제자리다. 그리워하는 건 봄인지 당신인지.





🔖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복잡하거나.괜히 이유 없이 우울할 때면 인적 드문 해변을 찾아가 가만히 바라봐요.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요. 그러면, 말로는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데, 마치 위로받는 것 같은기분이 들어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끔 절응원하는 것같기도 하고요.

그녀는 사진을 응시한채 테이블 위의 따듯한 술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동해나 남해 그 어디라도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 곳에서 작은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며 느리고 조용하게 사는삶이 자신이 꿈꾸는 삶이라며.


✒️ 바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자랐고 지금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바다는 시원하고 한여름 해수욕장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바다는 깊고 푸른 바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사람은 없는 평온한 바다. 평온한 바다를 사랑한다. 바다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파도에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 빗방울이 쏟아지는 흐린 바다. 파도소리만 들리는 까만 밤바다. 해가 지며 붉은 색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바다. 바다도 매일 보면 질릴까. 그럴리 없겠지만 질리게 될 때까지 바다를 보고싶다. 바닷가 작은 카페, 작은 서점. 그녀의 꿈처럼 나도 꿈꾸는 그런 미래.





🔖 소윌길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벗나무는 가지마다 연분홍 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루었다. 무성한 벗꽃이 만들어내는 풍경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와 손을 잡고 그 풍경 속을 천천히 걷던 중 그녀에게 윤종신의 노래가 왜 그렇게 좋은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시간을 들여 생각했다. 마치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말하고 싶은 것처럼.

'음, 뭐랄까,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무엇보다 가사가 참 좋아.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가사가.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거든. 거기엔 흘러가는 일상과 계절이 있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 사랑을 하고, 때론 외로워하고, 또 때론 이별도 해. 그리고 후회를 하고. 그러한 장면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하나하나 펼쳐지는 거야. 난 그게 참 좋아."


✒️ 음악을 좋아하지만 시끄러운 것에 예민해서 오래 듣지는 못한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나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마음이 심란한 밤이면 음악을 듣곤 한다. 어릴 때 카세트테이프나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 있었지. 그땐 한 가수의 음반을 오래도록 듣곤 했었다.(아이돌도 좋아하기도 했지만 자우림을 꽤 좋아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윤아언니 사랑해요)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음악이 TOP100일 경우 그 카페와 마음이 멀어지기도 한다. 일단 시끄러우니까. 이젠 아이돌이나 트로트뿐인 차트가 듣기 버겁다. 가사가 좋은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가사가 한 편의 시이기도 하니까. 가사를 듣다보면 어떤 시간이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함께 들었던 노래일수도 있고 우리의 마음을 노래하기도 한다. 윤종신을 매우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말처럼 윤종신의 가사에는 우리의 일상과 계절이 있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설레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겠지. 


좋아하는 노래는 주간심송으로 열심히 필사하고 있습니다!




🔖 냉정히 생각해 보면 굳이 다툴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한 상황이 초래된 게 고의가 아니었다는걸 분명 모르지 않았기에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지 않는 상대방이 서운했고 답답했다. 결국, 따갑게 내리쬐는 햇별 아래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를 맹렬하게 세우곤 했다. 그리고 끝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입밖으로 밸어내기도 했다. 예를 들면, 난 너의 그 고집스러운 취향을 도저히 이해 못 하겠어, 와 같은.


🔖 그녀와 나는 분명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문제와 갈등의 원인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부담스러워했다. 어쩌면 귀찮아했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적극적으로 치료해 주기보다는, 그저 애써 모른 척하며 시간이 흘러 상처 위에 딱지가 앉아 그 아래에서 자극에 무뎌진 새살이 돋아나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 처음 만나 설레고 행복하던 순간이 있었을텐데 마음이라는 것은 종잡을 수 없고 점점 서운함이나 답답함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분명 이해할 수 있는 문제였을텐데, 좀 더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른 척하거나 숨기지 않고 솔직했다면 달랐을까. 문제 앞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너무 어려운 일이다. 상처는 한쪽만 받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고, 서툴고 무서워서 그저 회피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했었다고 지나고나서야 아프게 받아들일 뿐이다. 




🔖 "특별한 이유란 게 있을까. 그냥, 시간이 흘렀고,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


✒️ 월간 윤종신은 마지막까지 쓸쓸했다. 둘의 생일이 있었던 겨울을 다시 맞이하지 못한 채 특별한 이유없이 변해버린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 월간 윤종신을 들으면 떠오르게 되는 풍경들. 사랑은 사라졌어도 그 때의 풍경을 되살아난다. 그게 음악의 치유이자 벌이기도 하겠다. 시간이 흘러서 그 마음이 처음과 같을 순 없어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려나. 계절과 함께 기억도 흘러간다. 그렇게 선명했던 기억도 점차 흐릿해지겠지. 작가의 말에서 말했듯 지나간 시간이나 기억을 그리워하는, 현재보다는 과거를 떠올리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아련하고 애틋한 소설이었다. 누구에게나 지나간 추억이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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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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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는 크레타 섬을 배경으로 진정한 자유를 찾아 광산으로 떠난 두 남자의 모험담이다. 소문이 자자하고 읽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았던 바로 이 작품. 드디어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거침없이 사는 자유인 조르바와 만나게 되었다.




"자네 말이 맞네, 보스. 보는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겠지. 현명한 솔로몬도 해결 못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니까.... 잘 듣게, 내가 어느날 작은 마을에 갔는데. 아흔 살쯤 된 할아버지가 끙끙대며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었네! '아니 할아버지, 뭐하시는 겁니까!' 내가 소리쳤네. 아몬드 나무를 심으시다니요?'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꼬부라진 허리를 돌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 '젊은이, 나는 내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산다네.' 그래서 내가 워라고 한 줄 아는가? 

'저는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사는뎁쇼.' " p.54


 ‘나’는 크레타로 향하는 항구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조르바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갈탄 광산 감독으로 고용해 함께 크레타 섬으로 갔다. '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책을 읽고(단테의 신곡을 꺼내든다) 글을 쓰며 붓다는 떠올린다. 그런 '나'가 동포를 구하러 떠나는 친우에게서 책벌레라는 핀잔을 듣고 난 후, 크레타로 가서 종이 뭉치가 아닌 행동하는 삶으로 변하기로 결심한다. '나'는 혼자서 크레타로 갔다면 분명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삶이었을 것이다. 조르바를 만났고 조르바와 함께 크레타로 갔기 때문에 '나'는 그전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로 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순간의 행복에 서서히 눈을 뜨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욕망과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발산할 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국이나 이념, 종교가 아닌 오직 나 자신을 믿는 조르바를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 알려준다. 조르바는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웃고 울면서 글이나 말이 아니라 몸으로 표현한다. 춤추고(그것이 춤이라고 할 수 있는지...) 바다에 뛰어들고 산투르(그리스 현악기)를 연주한다.




"아무것도 믿지 않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든겠나? 나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믿지 않네. 오직 나, 조르바를 믿지. 조르바라는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더 나아서가 아닐세. 눈곱만큼도 나은 점이 없지! 다른 놈들과 똑같은 짐승인걸! 하지만 조르바만이 내가 지배할 수 있고 꿰뚫어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서 그렇다네. 나머지는 다 유령에 불과해. 나는 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소화하네. 그 외의 것은 다 유령이야. 내가 죽으면 다 같이 죽는 걸세. 이 조르바의 세계도 몽땅 가라앉는다고!!"


우리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보다 주변을, 다른 사람을, 사회의 흐름을 더 신경쓰며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살아가길 원한다. 비둘기가 아닌데도 비둘기를 따라 걷느라 자신의 걸음걸이를 잃어버린 까마귀처럼 절뚝거리면서. 그러니 까마귀는 까마귀답게, 비둘기는 비둘기답게. 자신을 믿고 자신의 생각과 의지로 살아가자. 조르바처럼 호쾌하고 농탕한 자유인까지는 아니어도 어딘가에 얽메이지 않고 자신자신을 믿어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게 그러니까, 그 까마귀라는 놈이 원래는 보기 좋게 잘 걸을 수 있었더란 말이지. 그냥 보통 까마귀처럼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비둘기처럼 쁨내며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그리고 그날부터 그 불쌍한 까마귀는 본래의 까마귀 걸음을 죽었다 깨어나도 못 걷게 되었지. 다 뒤죽박죽이 된 거야, 알겠나? 그냥 절뚝절뚝 걸어 다녔다고." p.100


조르바는 "나'와 같이 많이 배우거나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오직 신이 전부였던 당시 사람들과 달리 삶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야생의 지식과 연륜으로 신이 아닌 스스로를 구원하는, 자신만을 믿는 조르바 자신을 만들어내다. 그런 조르바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고 책 속 인물인 줄만 알아던 조르바는 실존 인물로서 작가는 그를 힌두교도들의 ‘구루(사부)’와 수도승들의 ‘아버지’에 빗대었다고 한다.




조르바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네."

그가 말했다.

"믿음이 있나? 그렇다면 붉은 문에서 떼어낸 나뭇조각도 성스러운 유물이 되지. 믿음이 없다면? 성스러운 십자가를 통째로 갖다 준대도 벌레 먹은 문설주만도 못할 걸세."

그토록 당당하고 대담무쌍하게 돌아가는 그의 정신과 닿는 곳마다 불꽃이 번쩍 타오르는 그의 영혼에 나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p.320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리는 통하는 모양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딸라 모든 것은 달라진다는 사실 말이다. 이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는 나에게 달렸다. 나는 나를 믿지, 조르바를 믿지 않는다. 그게 조르바가 원하는 거겠지?


** 고전문학을 꼭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 분위기, 사상과 고정관념, 그리고 여성에 대한 시각. 모든 것이 어렵고 불편했다. 특히 화냥X와 같은 여성비하의 단어들이 난무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불쾌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시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도서협찬 감사합니다🙏

#필사모임 #주간심송 에서 진행하는 
#주간심송챌린지 #주간심송필사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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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의 바깥 창비시선 335
이혜미 지음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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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의 바깥, 이혜미





나로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를 쓰면서 다시 사람들 안으로 걸어들어가 그 빛으로 연명하는 법을 배웠다는 시인의 말이 애틋하다. 아름답다는 것이 나답다는 어원을 믿는다는 시인처럼 나도 아름다운 나를 만나고 싶다. 오롯이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빛이 되어준 당신의 곁에서. 빛으로부터 도망치고, 빛을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석 모퉁이 웅크리고 있던 나를 꺼낸다. 발밑으로 빛의 주검들이 흘러내리듯 나를 빛나게 해주는 당신을 오래오래 생각한다. 도망치지 말고 그 빛을 흡수하고 또 반사해야 했음을 깨닫는다.

시를 읽으면서 아름다워지자고, 작은 빛에도 눈부신 위로를 주고받자고, 그렇게 나다워지자고. 언제 또 절망과 우울의 구렁텅이가 빠져 허우적대더라도 이 마음을 잊지 말자고.






물렁한 어둠을 헤집어 사라진 얼굴을 찾는 동안,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시선의 알갱이들이 쏟아진다 산산이 뿌려진

눈빛들이 나를 통과하여 사라져갔다


나는 도망친다

빛으로부터


이제야 나는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눈을 감고

몸 안을 떠다니는 흐린 점들을 바라본다

발밑으로 빛의 주검들이 흘러내렸다

#보라의바깥




시를 쓰면서, 다시 사람 안으로 걸어들어가 그 빛으로 연명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돌연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곁에 있음이 잠잳된 홀로임을 믿는다. 우리는 타인 안에서 자신의 빛나는 지점을 찾기 위해 온생을 바친다. 그렇게 나는 '아름다움'이 '아(我)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어원을 믿는다. 나를 흡수하고 또 반사하며 빛을 보태준 인연들과 사랑하는 부모님, 부족한 첫시집을 믿고 힘을 쏟아주신 창비에 깊이 감사한다.

#시인의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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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음악 말들의 흐름 10
이제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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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음악, 이제니




음악만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썼던

새벽의 아픈 당신에게




첫장부터 터졌다. 새벽은 늘 외로운 시간이다. 잠 못 이루는 새벽에는 혼자였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시인의 새벽에 <아베 마리아>처럼 '가만히 돌아앉아 흐느끼는 울음 같았고, 누군가 대신해서 울어주는 말 없는 위로 같았고.' p.15 새벽의 고요 속에서 음악이, 시가, 문장이 나를 대신해 울었다.


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남겨진것이후에

#그리하여흘려쓴것들


시인의 시를 읽고나면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산문집이었으나 시를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시인의 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듯이.


오랜 시간 쓰는 사람이었다. 그저 읽고 쓰는 사람. 그러나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제대로 쓰는지도 모르겠는 시간들. 써내려가는 말들이 내 안에 있던 마음들을 제대로 꺼내서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마음을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몰라 시를 읽었다. 내가 가진 깊은 우울과 슬픔을 발견했지만 그것이 쓰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나는 그저 읽고 그들의 문장을 배꼈을 뿐이다.


시인의 산문을 읽으면서 자주 울었다. 나의 외롭고 지친 새벽을 위로해주는 건 바로 당신. 삶의 의미없음이, 마음을 물들이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쉽게 변하지 않는 나의 침울한 기질이 작고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할 때 당신의 문장이 나를 다시 딛고 일어서게 한다.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은 미쳐있고, 이상한 구석이 있지. 그러나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적이라는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범주 속에 가둬질 수 없는 개별적인 존재라고(p.99) 말해주는 당신이 있어서 어둠 속에 있었으나 빛이 있었고, 그 어둠을 거쳐 그 한 시절을 견뎌왔다고 말하고 싶다.





삶은 그저 놀이일뿐이니 오롯이 나이면서 온전히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p.64) 그러니 나아가도 좋고 되돌아가도 좋다(p.106)고 말하는 당신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쪽으로든 열려 있는 길을 굳게 껴안으면서 걸어왔고 걸어왔으므로. 네가 껴안은 것은 이전과 이후를 품은 오늘의 너 자신이었으므로 어제의 너는 죽고 싶었는데 오늘의 너는 내일을 계획하며 한 줄 더 써 내려간다. 작고 희미한 가능성이 되어.이 봄의 새싹은 녹색이 아니라 검정이라고 쓰면서.' (p.106)

지금도 이렇게 당신의 아름다운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이런 마음을 써도 되는지 걱정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계절이 흐르는 것을 분명하게 바라보면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꼭 붙잡고서.





_ 당신에 대해 말하려는 내가 바로 당신이 아니라면 나는 또 누구란 말인가. 그리하여 당신이 내가 아니라면 당신은 또 누구란말인가. 다정한 빛이 얼굴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 같은 오래전 우리의 두 손이. 다정함 속의 다정함 속엔 이제는 없는 다정함만이 남아있구나.(p.200)


당신의 문장으로 나는 또 다른 당신을 떠올린다. 나의 당신. 다정한 빛과도 같은 당신과 나 사이에 이제는 없는 다정함만이 남아있지만 이렇게 당신을 떠올리며 당신의 안녕을 빈다.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도 내내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금만 더 울어도 좋다고, 조금만 더 절망해도 좋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만 더 울기로 했다. 조금만 더 절망하기로 했다. 조금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만 더 날아가기 위해서,(p.218)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다. 오늘도 절망한다. 당신이 조금만 더 울어도 좋다고, 조금만 더 절망해도 된다고 했으므로.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너무 많은 문장을 필사했고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며 오래도록 내 안에 두고두고 새겨질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저 읽고 배껴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독자인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시를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시를 읽는 우리에게 전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시를 만나게 될 때 이전과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믿음, 조금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저는 제 읽기-쓰기를 통해 경험하고 있습니다. 빛보다 빠른 언어로 뭉쳐진 그것으로 당신의 시선이 새로워지기를 당신의 마음자리가 드넓게 자유롭기를. 그렇게 삶이라는 이 여행이 그 언어들의 묵묵한 행진으로 인해 조금은 더 즐겁고 굳건해졌으면 합니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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