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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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는 행복했다. 자기 일을 사랑했고 깨끗하게 표지판을 닦으며 칭찬도 받았다.

 

아저씨는 자기가 닦는 표지판과 그 거리를 사랑했으니까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도 '없다'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나가던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닦고 있는 표지판 속 인물들에게 대해 보게 된거다.

 

바흐 거리, 베토벤 거리, 하이든 거리. 자신이 닦는 표지판이 있는 거리의 음악가, 작가들. 아이가 몰랐던 것처럼 아저씨도 그들을 몰랐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바로 코 앞에 두고도 그 사람들에게 대해 아는 것이 없구나, 라고.

 

그 후부터 아저씨는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고, 음악회에 가고, 오페라에 갔다.

 

그리고 일하면서 곡을 외워서 휘파람을 부르곤 했다.

 

그리고 작가들이 궁금해졌고 도서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되고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매일 매일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그러더니 표지판을 닦으며 음악에 대해, 책에 대해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강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명, 두 명 아저씨의 강연을 듣느라 사다리 아래 멈춰져 있는 사람이 들어났다.

 

아저씨는 점차 유명해졌고 대학에서까지 연락이 왔지만 아저씨는 거절했다.

 

자신은 청소부일뿐이라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강연을 하는 것이니 교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저씨는 여전히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로 남아있다.

 

 

 

 

 

 

간략하게 정리했기도 하지만 글이 많지 않은 그림동화책이다. 나는 그림동화를 좋아한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생각을 모으는 사람 등.

 

행복한 청소부는 직업에 대한 가치와 편견,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초등학생들이 읽어야 할 동화지만 동시에 어른들에게 필요한 동화이기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청소부 아저씨가 참 사랑스럽다.

 

현실 속에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제적인 여건과 사회적 지위, 명예가 섞인 복잡한 의미의 직업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개념은 빼버리지 않을까 싶다.

 

동화에서 '청소부가 시와 음악을 안다고?' 라며 놀라는 장면이 있다.

 

그게 우리 사회의 모습인 것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직업으로 인한 시선과 판단을 나도 하고 있기에 부끄럽기도 하다.

 

동화를 읽고난 아이가 청소부가 된다고 하면 부모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동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청소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

 

철부지같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나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고 다른 이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한다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마음이나 의지가 배제된 일이라면 그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부 아저씨처럼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삶이 좋다.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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