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첫눈, 고백 ㅣ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제공 #하리뷰
★사랑은 이기적이고, 욕망은 솔직하다★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깊은 인간을 보여주는 작가★
★300편 작품 중 ‘사랑에 관한’ 대표 단편선★
#첫눈고백
#기드모파상
#머묾세계문학사랑3부작
모파상을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에밀 졸라가 말했던 것처럼 ‘모파상은 단편소설을 완성한 유일한 작가’라는 말을 이해했다. 네 장이 조금 넘는 아주 짧은 단편부터 50장이 넘는 단편까지 다양한 단편이 실려있었다. 인물의 배경이나 서사를 풀어내기만 해도 금세 몇 장을 쓰고 어떤 사건과 그 결말을 만드는데 몇 백장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욕망을 이렇게 잘 드러낼 수 있다니 너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허상과도 같은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로 깊숙이 들어간다. 오롯이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 있을까? 사랑에는 행복과 기쁨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욕망과 이기심, 연민과도 같은 숨기고 싶은 복잡한 마음이 공존한다. 첫사랑의 설렘이나 감정이 시작되는 그 순간의 떨림과 열정,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적인 욕망이나 마음이 변하는 그 작은 틈과 사랑이 사라지고 고독만 남은 마음, 이 모든 걸 보여주는 단편문학의 정숙, 모파상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단편은 목걸이다. 어렸을 때(어린이 아님) 목걸이의 결말이 꽤 강렬했다. 인간의 허영심이란 얼마나 어리석은지, 겉치레만 신경 쓰는 일은 이토록 오래된 인간의 욕망이었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목걸이는 참 재미있고 씁쓸한 소설이었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10년을 군소리없이 고생한 남편이 보였고 은근히 얄미운 잔느가 보였다. 유시민만큼은 아니어도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고전을 나이가 들어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일이 무척 즐거운 일이라는 걸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표제작인 첫눈과 고백도 꽤 인상깊었고 재미있게 읽었다.
첫눈은 내게 아름답고 낭만적이 이미지를 보여주는 단어인데 이 단편을 읽고나니 오들오들 떠는 한 여자의 모습과 난방기는 절대 설치할 수 없다는 망할 놈이 떠올라서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부인 병들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고장을 예찬하는 꼴이라니, 인간은 어쩜 이리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느끼는지
고백은 재미있기도 재미있지만 그당시 남자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어쩌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만 같은 남작부인의 말들이 정말 신기했다. 예나 지금이나 하여튼 남자들이란,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남작부인의 고백은 거의 쇼미더머니에 나간 래퍼마냥 쏟아내는 말들이라 읽는 나까지 숨이 차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등장하니 얼마나 우습겠는가. 배불뚝이에 빨간 코. 나까지 큭큭 웃고 말았다.
사랑의 다양한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장편소설의 긴 호흡이 힘들다면 단편소설의 즐거움을 보여줄 이 책을 읽어보길 적극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