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읽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음.. 이리도 오래도록 읽다니.. 빌려주신 ****님께선 속으로 얼마나 욕하셨을까...ㅠ.ㅠ 뻔순이 날개~
이 대목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권 중에서다.
샌드위치의 명인이 된 주인공 아서 덴트가 말하는 샌드위치 만들기가 두장 빼곡히 써져 있다. 적당한 빵을 고르는 방법에서부터 빵조각의 기하학적 재정의, 필요한 도구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대단하다.."와 함께 "너무 진지해서 웃긴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샌드위치를 만들때 필요한 칼에 대해서만 읽어보면...
전부 합쳐서 세 개의 칼이 필요했다. 첫번째로 빵을 써는 칼이 필요한데, 이는 단단하고 권위적인 칼날로 빵에 확고하고도 결정적인 의지를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
다음으로는 버터를 바르는 칼이 필요했는데, 이런 칼에는 낭창낭창하고 작으면서도 든든한 심지가 필수적이었다. 초창기에 만들었던 칼들은 좀 지나치게 낭창낭창했지만, 이제는 유연성과 강인한 핵심이 결합되어 버터를 극도로 우아하게 바르는데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이었다.
물론, 칼들 중에서도 지존은 고기를 써는 칼이었다. 이는 빵 써는 칼처럼 칼질을 하는 대상을 뚫고 지나가면서 의지를 행사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상과 협력해야만 했다. 힘을 합쳐 고기의 결을 따라가며, 고깃덩어리에서 얄팍하게 접히며 썰려나가는, 최고로 훌륭한 질감과 투명감을 지닌 고기조각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것만 읽어봐도 이 책의 능청스러운 유머를 조금은 아실 수 있을 듯...^^ 읽다보면 꼭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어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모락모락 난다..
음...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