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도대체 네가 뭔데?
아네테 괴틀리허 지음, 김정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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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아무 생각없이 몇개씩 집어먹다가 "어, 다 먹었네?"하는 과자처럼 낄낄 거리며 몇장씩 넘기다 보면 다 읽게 되는 책, 그런 책이다.  며칠전 모신문에 " 어설픈 주말 외출, 지지부진한 영화보다 당신을 열 배쯤 행복하게 만들어 줄 책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책 읽기에 들인 시간만큼 제가 손들고 서 있겠습니다. "라고 되어있는 리뷰를 보고 질렀던 책인데 딱 책값 정도의 재미와 효용만큼만 얻은것 같다. 열배쯤의 행복은 뻥인듯하고.  그 기자에게 손들고 있으라고 전화나 할까?

2.27살의 대학원생이자 잡지사 프리랜서인 마리는 파울이라는 멋진 킹카를 만나 달콤한 키스까지 나누는 황홀한 첫 데이트를 하게된다. 그런데 거기서 끝. 도대체 이 인간이 다시 보자는 전화를 해 오지 않는 것이다. 마리는 갖가지 시나리오를 머리속에서 상상하며 밀고 끌어 당기기를 하게되고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키워 나간다. 자존심 때문에 먼저 연락하기는 죽어도 싫어하지만 한참 만에 툭툭 날아오는 문자메시지에 자지러질 정도로 감격해 하기도 하고...

이 정도의 설명으로도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은 갈것이다. 엄청 튕겨대는 킹카에게 끌리는 여성 심리에 대한 책이랄까?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마리의 심리를 모든 여성에게 일반화 시키는 것은 금물!

3.재미? 아주 재미있다. 웃기기도 하고. 그런데 맥라이언이나 르네 젤위거 나오는가벼운 로맨틱코미디 같은 작품 별로 안 좋아한다면 절대 비추다.

감동? 그런거 없다. 아예 기대 하지마시길.

읽고나서 얻게되는 교양이나 새로운 지식? 거의 없다. 아, 하나 있다.

60쪽에 나오는 바이에른 사람들의 금기사항. 맥주잔에 약 3센티 높이만큼 남아있는 맥주를 노아겔른이라고 부르는데,이것을 마시면 가라앉아 있던 술찌꺼기 때문에 반드시 심한 두통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고 맥주 남길까?

4.누가 읽으면 좋을까?

주말에 비도 오고 외출하기 싫을때 ,비디오 빌리러 가기도 귀찮을때 방에서 뒹굴며 시간 죽이기 좋은책이다.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여자랑 데이트하며 고무줄 당기기 할때 상대 여성들의 심리가 궁금한 남자분들, 다른 여자들도 나랑 같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여자분들 정도에게 권한다.(물론 실전 응용력은 전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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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5-06-1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설픈 주말 외출, 지지부진한 영화 대신 이 책을 고르신걸 보면, 지난번 소개팅 더블헤더 이후 진루타가 잘 안나온거 아닌가라는 의혹이. 히히.

야클 2005-06-1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빙고! -_-;;;

비로그인 2005-07-05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을 아주 재미나게 쓰시는군요. ㅋㅋ 아주 완전 웃어버리고 갑니다. 참 유머러스한 분인것 같아요. 저도 유머러스한 사람이긴한데, 서재를 만드면서 너무 진지하게 변해버린것 같아요 -_-; 요즘 쓰고 있는 글들이 어찌나 무거운지. 흠.. 가끔 님 서재에 와서 웃고가야 할것 같아서 즐겨찾기 추가합니다. ^-^ 참 이글도 퍼가요~

야클 2005-07-0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과찬이십니다. 알라딘서재에 재미있게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도 님 서재에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
 
로마인 이야기 13 - 최후의 노력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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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집에 가면 팝콘이나 새우깡 같은 공짜 안주를 무한대로 주는 곳들이 더러 있다. 주로 대학가에 위치한 맥주집들인데 평소에는 별로 먹지도 않는 새우깡을 거기서는 습관처럼 자꾸 집어 먹게된다. 마치 광고CM송의 가사 '손이 가요 손이 가'처럼.

내게는 <로마인이야기>가 새우깡 같은 책이다. 솔직히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카이사르이야기가 나오던 5권으로 끝이었다. 그후로는 새책이 나오면 습관처럼 주문해서 당연히 읽어야하는 책 처럼 읽고있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새로이 알게된다는 재미,조금씩 내가 박식해지고 있다는 지적허영심 충족 그리고 역사선생님들이 흔히들 말씀하시는 '옛것으로 부터의 교훈'(물론 그 교훈을 배워봤자 내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 내가 무슨 정치를 하는 왕도 아니고. -_-;)을 배운다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히 조금은 지루해지고 있다. 더우기 13권은 거대한 로마호가 서서히 침몰해 가는 이야기 아닌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보면 조금은 불편할 만한 저자의 언급도 잦고(굉장히 반사회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묘사되고 있다), 강대국의 논리를 대변하는 문장도 자주 나오니까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시오노 할머니의 시선으론 로마 아니면 모두 야만족이고 로마의 지배는 곧 평화다.)이라면 치를떠는 분들에겐 절대 비강추다.  하지만 지금까지 로마인이야기를 줄기차게 읽어와서 이미 인이 박힌 분들이라면 읽어야지 별 수 있나. 그래봤자 15권까지인데 마무리는 봐야지.

 

피에쓰: 이 로마인이야기를 비판한 책으로는 주경철교수의 <테이레시아스의 역사>가 있다.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 못마땅하긴 한데 그게 뭔지 알쏭달쏭한 분들에겐 권해본다. 아, 물론 주경철교수라고 모두 맞는 말만했는지,그리고 제대로 된 비판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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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5-29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놀러왔어요.
저는 5권까지만 읽고 안 읽었는데....
새우깡을 별로 안 좋아해서리...ㅋㅋ
시오노 할머니 참 대단하죠? 전 <내 친구 마키아벨리>를 잼 있게 읽었어요.
저도 어데 외국가서 그 나라 얘기 나나미 짝퉁으로 써볼까요? ㅋㅋ

야클 2005-05-2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랑 수선님 책부터 내주세용. sign은 해주실거죠? ^^

sayonara 2005-06-1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매운 새우깡'이 더 좋아서... -_-;;;
.
'로마인 이야기'의 제국주의는 그나마 어느 정도 관대한?! 합리적인!? 제국주의였다고 생각합니다. 식민지 출신의 인물이 왕이 되기도 했구요... 그리고 교육의 불평등도 크지 않았다고 들었구요...(일제는 우리나라에서 기술교육 정도만 허락했죠.)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씨의 착각은 일본의 제국주의를 로마의 그것과 혼동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한일관계의 문제가 "서로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코멘트할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니...
.
'로마인 이야기'의 팬으로서 어떻게든 변호하려고 덧글을 썼는데... 좀 생뚱맞은 글이네요. 애효~ f(__;)

야클 2005-06-1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엔 매운 새우깡이 더 좋더군요 ^^ 공감이 가는 코멘트 감사드려요. ^^

야간비행 2005-06-2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야클님,ㅎㅎ야클님도 로마인 이야기 읽으시나봐요~전 로마인 이야기 매우 좋아해서ㅋㅋ돈이 없는지라 모으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대학교 가면 꼭 모으려구요,ㅎㅎ아직 13권은 학교 도서관에 안 나온지라 못 읽었는데....좀 있으면 나오겠죠;이번에는 어떤 얘기가 전개되나요? 궁금하다~ㅎㅎ

야클 2005-06-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야간비행님, 지금 한창 나른하고 힘든 시기 지나고 계시겠군요. 13권은 아껴뒀다가 14권이랑 같이 수능 끝난후 보세요~ ^^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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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도 그런지 몰라도 노래방에서 가끔 가수 뺨칠 정도의 사람이 노래 부른후엔 솔직히 노래 부를 의욕이 사라진다. 어찌 노래뿐이랴.  책 한권 읽고서 리뷰 비슷한 것 끄적 거리려 하다가도 먼저 쓴 분들의 엄청난 리뷰를 보면 기가 죽는다. 미리 말씀 드리건데 제대로 된 리뷰를 보시려거든 아래에 있는 다른 리뷰를 보시길. 이 글은 리뷰도 아닌, 책 읽은 후의 끄적거림이다. 낙서다.

1.학교 다닐때 국어 시간에 배운 지식에 의하면 이 책은 두괄식이다. 책 맨 앞장에 나오는 말이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본문에 나오는 문장들 중 일부를 발췌한 글이지만 이 책의 주제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키큰 사팔뜨기 여인과 곱추,그리고 전과자의 기괴하고도 엇갈린 사랑이야기인데 슬프면서도 웃긴(슬픈것이 훨씬 더 많지만) 희비극이다.아마도 '가슴이 아리다'라는 표현이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겠지. 아밀리아의 사랑,라이먼의 사랑,그리고 메이시의 사랑. 아름답고 행복에 찬 사랑이야기도 필요하지만 이런 슬픈 사랑이야기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사랑에 버림받은 자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2.이 책은 사랑이란게 얼마나 사람을 긍정적으로,또 부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사랑에 빠진 아밀리아의 변화,그리고 마을의 변화. 사랑에 버림 받은 후의 메이시와 아밀리아의 변화. 사랑에 빠진 순간의 이야기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희극이지만,떠나간 사랑을 바라보는,특히 내 사랑하는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순간의 이야기는 너무 가슴아프다. 어쩌면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묘사부분이겠지만.

3.자꾸 의심하고 논리로 따지고 들면 종교를 가질 수 없듯이,이 책은 논리나 현실성으로 접근해서는 읽을 수 없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읽어야한다.  엇갈린 사랑에 힘들어 해 본 분들, 짝사랑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러고 보니 모든 분들이 해당되나?  2시간 투자해서 이 정도의 둔중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도 흔치 않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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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6-06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는 술 먹고 부르면 평소보다 잘 되는데,글은 아닌 것 같다. 술깬 후 지금 다시 읽어 보니 가관이다. 하긴 맑은 정신에도 글은 엉망이지만. 아,민망민망.-_-;;;;;;;;;;;;;

하이드 2005-05-12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읽기 전에는 리뷰 안 읽는 편이라,슬슬 봤지만, 곧 이 책 읽게 되면 꼭 다시 와서 찬찬히 읽어볼께요. ^^

야클 2005-05-1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볼일 없는 허섭한 리뷰랍니다.^^

2005-05-12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5-1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예요.정말!!!
야클님 리뷰는 참 솔직하고 가식 없어서 좋아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걸 떠나지도 못하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그 기분은 어떨까....
책 한권 더 추천해 드릴까요?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미련,집착, 타성이 얼마나 끈끈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예요. 이 책 또한...2시간 투자로 충분한 얇은 책이랍니다.
비 많이 오네요. 비 온다고 술 넘 많이 푸진 마세요!^^

야클 2005-05-1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수선님 민망합니다. 앞으로는 리뷰 잘 쓰라는 격려지요? ^^ 감사합니다.

2005-05-18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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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워낙 알라디너 여러분들의 출중하고 유려한 리뷰들이 많긴 하지만....그리고 한참 뒷북이긴 하지만... 더군다나 근무 시간이긴 하지만 ....너무 일하기가 싫어서 몇자 끄적거린다 -_-;

책 산지 반년이 넘은 며칠전에서야 이 책을 기억해 내고  몇장만 훑어 본다는게 읽다보니 어느덧 이책에 빠져들고 있었다. 600쪽이 넘는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뭐라고 말해야할까?  음산함,괴기스러움,공포 같은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독특한 분위기의 추리소설이다.  굉장히 현학적인 소설이면서 치밀한  구조의 소설이다. 과학적인듯 하면서도 무척이나 비과학적이다. 또한 말도 안되는 듯한 상식을 뒤엎는 황당한 설명들이 역설적으로 무척 설득력이 있기도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컬트적인 성격이 강한 퓨전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늘 읽어 오던 고전추리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후반부의 몇가지 소소한 반전들도 수준급이다. 물론 추리매니아라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는 재미있게 그리고 치밀하게 잘 짜여져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지만   화려한 수상경력을 보니 역시 대단한 역량을 가진 작가임을 확인케된다.

사람이 죽거나 범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추리소설 쟝르를 읽고 기분이 Up된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겠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너무 가슴이 아리고 묵직하다. 특히 교꼬와 료꼬... 영화가 아니라 책이라서 이 두 자매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보는 것도 내겐 큰 재미였다.  추리소설 권할 때 늘 하는 얘기지만 훤한 대낮 보다는 잠 안오는 밤에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오랫만에 머뭇거림 없이 별 다섯개를 주면서 곧 출간될 이 작가의 후속 번역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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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지 않은 리뷴데 꼭 읽어보고 싶게 쓰셨어요.
사게 되면 땡스투 다시 한번 꼭 누를게요.^^

야클 2005-04-1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로드무비님. 이 허섭한 리뷰에... 엉엉 ㅠ.ㅠ (감격의 눈물)

하이드 2005-04-1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 여름에 아주 더운날 땀 삐질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식은땀이었을꺼에요. ㅎㅎ 특이한 탐정들이 기억에 남는 정말 대단한책!

야클 2005-04-1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일본 추리소설의 저력이 느껴지더라구요. 역시나 알라딘 추리소설 고수분들의 호평을 받는 책들은 믿고 볼 만 하다니까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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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제 3개월간의 힘든 시즌이 끝나자마자 얼마전에 주문했던 이 책을 집어들었다.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에세이라는 쟝르 특성상 한 호흡에 읽을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또 이미 신문에서 연재되던 글들이라 이미 읽은 글들임에도) 새벽까지 내쳐 다 읽어버렸다.

이미 <내 생애 단 한번>이란 책에서도 느꼈지만 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읽고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뀐다. 내가 보지 못하던 세상풍경, 느끼지 못하고 무심히 흘려보낸 다른 사람들의 시선, 이미 읽었지만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던 문학작품들의 숨은 이야기들까지 새롭게 눈뜨게된다. 

신문에 연재되던 글들이라 짧은 글들이지만 가볍게 미소지을 수 있는 글도 있고,가슴찡한 글도 있으며(이런 글이 제일 많다)교훈적인 글도 있다.  소녀같은 감수성 풍부한 글들이라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글 마지막들을 장식하는 문장 하나하나는 예리하기까지 하다. 또 시를 별로 안 읽는 사람들에게 시를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그녀의 미소때문에...그녀의 모습...그녀의

부드러운 말씨...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마흔살의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던,그리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던 브라우닝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이며 쓴 연시라고 한다.

이런 낭만적인 시를 청첩장에 써서 보냈다는 장교수님의 제자도 멋지고(그 스승에 그제자?)그 결혼의 축하카드에 아래와 같은 멋진시를 답시로 써서 보냈다는 장교수님의 감성도 부럽기 그지 없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방법을 꼽아 볼게요.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넓이 만큼, 그 높이 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사는게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 내가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 남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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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5-04-0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군요...ㅎㅎ 요즘 못된 맘만 품는 것 같음...^^;;;;
아..그러고 보니..님을 자주 볼 수 있는 4월이군요...ㅎㅎ

야클 2005-04-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놀자님 잘 지내셨나요? ^^ 에~~ 설마 못된 맘을 품으시려고.

kleinsusun 2005-04-0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샀어요. 장영희 선생님 글은 항상 마음을 훈훈하게 해줘요.
장영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슬픈 카페의 노래> 추천합니당.
사랑의 속성을 섬뜩하게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예요.

야클 2005-04-0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겠슴다~~ ^^

2005-05-06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5-0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명인간님/ 동감...또 동감. 그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