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다섯 시 부터 쐬주 깠습니다. 술꾼들이 대개 그렇듯이 술잔 넘기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좀 취했군요. 근데 마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다 읽었거든요,.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모두 여섯 권을 다 "해치웠습니다."

  어떻게 생긴 책이냐 하면, 이렇습지요.

 

 

 

  다 읽으면 당연히 즉시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천만의 말씀을. 일단 장광설의 대명사 토마스 만의 여섯 권짜리 장편소설, 무려 3천 쪽에 달하는 소설을 읽어치웠다는 것을 자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내자에게 쇠고기 좀 사와, 하고 일단 공양을 바친 다음, 하여간 정말 있다면 , 분명히 없을 것이지만, 쇠고기 탄 미세먼지를 흠향하신 그분 다음으로 한 판 구워 쐬주 한 병, 만 원에 네 캔하는 맥주 한 캔 깠습지요. 크하하하하..... 누가 있어서 비 기독교인이자 유물론자이기도 한 폴스타프가 이 책을 완주할 줄 알았겠습니까!

  근데, 이거 정말 읽을 만합니다. 구약, 창세기 안에 등장하는 요셉이 유머와 장난끼의 대명사일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또한 그것을 유머로, 장난으로, 짓궂은 하느님의 예견된 순서로 해석하는 토마스 만의 입담이 말씀입지요, 아후, 이 책(들)을 영업할 수밖에 없게 만들더라니까요.

  내친 김에 토마스 만의 소설 올 클리어에 도전해야겠습니다. <대공전하>, <선택된 인간>만 더 읽으면 되는데, 번역한 게 있을지 모르겠군요. 아, <대공전하>는 아직 번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택된 인간>이라도 올해 안에 읽어야겠습니다.

  자꾸 읽을 책만 많아집니다. 그게 인생입지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0-09-05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만리장성을 종주 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ㅎ 기념으로 2차도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완독 축하드리고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Falstaff 2020-09-05 19:18   좋아요 1 | URL
음하하하.... 고맙습니다. 일품 안동소주 40도로 집구석에서나마 2차를 즐기겠습니다. ㅋㅋㅋㅋ

초딩 2020-09-0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의산 중 한권을 아름다운 가게에서 업어 왔는데 한권오 무지 두꺼워 모셔만 두고 있습니다.
우헐 6권에 삼천페이지!!!
자축 경축 하셔도 되겠네요,~~~
아 저도 소주로 소독하고 파요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Falstaff 2020-09-05 20:14   좋아요 0 | URL
에이, 별거 아니예요. 마의 산, 그냥 해치워버리세요.
기껏해야 소설밖에 더 됩니까. ㅋㅋㅋㅋ
읽으신 다음에 장하게 쐬주 한 잔 하시면 되는 겁지요. ^^

박균호 2020-09-0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이 책이 대단한 작품이라는 소리만 듣고 감히 읽어 볼 엄두를 못내고 있는 처지라서요.

Falstaff 2020-09-06 06:56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요, 그저 독자일 뿐인 걸요.
하여튼 대작을 읽은 김에 축배 한 잔 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서요. ㅋㅋㅋㅋ
 

 

커피? 저는, 100 그램에 만 원 넘어가는 건 절대 내 돈 주고 사마시지 않겠다,는 주의입니다. 그래 알라딘이 고맙지요. 저렴하게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요즘 즐기는 커피 보실래요?

 

  오른쪽부터 보겠습니다. 정확하게 100그램에 만 원짜리, 근데 부가세 별도. 그럼 만천 원짜립니다. 200g 이니까 22,000원. 당연히 제 돈 주고 안 샀습니다. 작은 아이가 뭐 특별 에디션이라나 뭐라나 해서 사다 주더군요. 자세히 따져보니 '예가체프'입니다. 다락방님의 아우님이 예가체프에서 청국장 맛이 난다고 했답니다. 이 예가체프, 상당히 덜 볶은 커피에서 정말로 청국장 냄새가 납니다. 커피도 영어로 하면 coffee bean, 커피 "콩"이잖아요. 적당히 열을 가하면 진짜 청국장, 된장 냄새가 난다고, 마누라가 알려주더군요.

  몇 년 전,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정말 딱 찍어서 이런 이유를 대더라고요) 회사에서 대기발령 받고 인사담당자에게 "들어올 땐 회사에서 뽑았지만 나갈 때는 내가 결정할 테니까 너무 신경들 쓰지 말고 한 6~7년 편안하게 기다려."라고 말했을 당시, 아내가 몇 달 후 허리에 손을 척, 얹고 하는 말이, "오늘부터 나도 바리스타야. 드러워서 회사 다니기 싫으면 당장 때려 치워. 내가 카페라도 해서 먹여 살릴게." 했거든요. 에휴, 젊어서 둘 다 성질머리 드러웠을 때 팍 갈라지지 않기 다행입니다. 그죠?

  오른 쪽에서 두 번 째, 비료푸대 같은 봉지에 담긴 것이 제가 여태까지 커피 사다 마신 이 동네 커피 가게, 야매로 자기들이 볶아 파는 무면허 가게에서 사 온 예가체프입니다. 제 취향을 알아서 하얗게 태운 백탄 숯을 사용해 직화로 볶아주는데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근데 저게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 사람들이 두 명이 동업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끄덩이 잡고, 둘 다 남자들입니다, 말이 그렇다 이거지요, 대판 싸우고 갈라서서 깨졌습니다.

  백숯에 살짝 볶아 산미도 세고, 고소한 맛도 일품이고 그랬는데, 저 커피를 살 당시 아내가 데리고 간 아줌마가, 자기는 쓴 게 좋다고 좀 달달 볶아달라고 해서 그만 마지막 저 봉지 안의 커피는 쓰기만 한, 개떡이 됐습니다. 이젠 살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커피 볶는 이가 일본에 유학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도쿄에서 이름난 커피 집에 취직해 그것만 배우고 온 한량이라고 합니다.

  왼쪽에서 두 번 째가 이번에 알라딘에서 산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8월 24일 볶은 겁니다. 100자 평에도 쓴 적 있듯이, 그저 씁니다. 쓰기만 합니다. 좀 덜 볶은 게 있으면 한 번 더 시도해보겠지만 알라딘 커피공장에 대중이 제일 좋아할 로스팅 방식으로 레시피가 있어서 제가 원하는 건 나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앞으론 선택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맨 왼쪽이 "시다모 난세보." 알라딘에서 산 제일 맛난 커피였습니다. 적당히 시고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쓴 커피. 가격대비 만족도 최고였습니다. 근데 잘 보시면 볶은 날짜가 7월 2일. 이상하지요?

  속에 든 커피는 정작 시다모가 아니고, 100g에 무려 9만9천원 하는 '블루 마운틴'입니다. 당연히 제 돈 주고 산 거 아니고요, 마누라가 어디서 한 50그램 얻어온 겁니다. 맛이요? 개떡이더군요. 왜 그런고 하면, 만일 저한테 100g에 10만 원 짜리 커피가 있다고 쳐보세요. 그거 함부로 마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사실 있기는 있지만 그저 장식용이 되고 마는 겁니다. 저것도 커피 볶고 아무리 짧게 잡아도 1년은 넘었을 겁니다.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다가, 똥 된 겁니다. 그러니 맛이 있을 턱이 없지요. 비싼 몸으로 제 집에 굴러와서도 겨우 한 번 갈리고, 이후 다시는 손도 대지 않으니 나중엔 갈려서 삼겹살 먹은 다음에 프라이 팬 세척용으로나 쓰일 거 같습니다.

  하여간 제 주의는, 100g 당 만 원 넘는 커피는 안 마시겠다, 하는 겁니다.

 

 

  이 커피가 젤 좋은데, 계속 판매하지는 않겠지요?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09-0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청국장, 저는 된장 혹은 간장 향을 느꼈는데 그 커피에 대해 그런 평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제 동생과 저 밖에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시다모 난세보 좋아서 몇 번 사 마셨어요. 그게 일등이다가 지금은 엘 보르보욘하고 막상막하에요. 저는 엘 보르보욘도 너무 좋았어요!
시다모 난세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지금은 이번달의 커피인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마시고 있는데, 이거 다 마시면 시다모 난세보 마셔야겠어요.

Falstaff 2020-09-04 09:50   좋아요 0 | URL
저는 사진처럼 한 번에 보통 세 종류의 커피를 장만해서 이것 저것 마시는 게 좋더라고요. 아내가 몰래 타서, 이게 무슨 커피? 하고 맞추기 장난, 만 원 내기도 합니다. ㅋㅋㅋ
저도 라스 로마스도 한 번 마셔봐야겠네요.
근데 솔직히, 인스턴트도 좋아요. 특히 맥심 부드러운 블랙. ㅋㅋㅋㅋ

잠자냥 2020-09-0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시다모 난세보는 정작 안 마셔봤네요. 판매 중지되기 전에 한 번 마셔봐야겠어요.
두 번째 그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 커피 맛 궁금합니다. 백탄 숯을 사용해 직화로 볶는 커피콩이라.... 생각만 해도 기막힌 맛일 거 같네요.

Falstaff 2020-09-04 10:11   좋아요 0 | URL
판매 중지는 한참 있다가나 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제가 오버가 좀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 사람들 다시 화해하거나(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세상일을 누가 압니까?), 커피 볶는 남자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 전화번호 가르쳐드릴께요. 일 시작하면 분명히 저한테도 연락이 올 거니까요. ^^

hnine 2020-09-04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기엔 아쉽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개성 뚝뚝 드러나게 글을 잘 쓰시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커피라면 전 그저 맥심 모카이니, 할 말 없고요.

Falstaff 2020-09-04 10: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개성은 모르겠는데, 잘 쓰는 글은.... 아닌 거 같습니다..... 창피한 일입니다만, 제가 쓴 콩트도 하나 올린 적 있답니다.
https://blog.aladin.co.kr/729554277/10737554
저도 맥심 부드러운 블랙 봉지 커피 좋아해서 회사에서 마시고요, 집에는 인스턴트 테이스터스 초이스도 있습니다! 간편해서 좋아요.

단발머리 2020-09-04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시던 맛난 커피숍 없어지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둘이 싸운 이야기 자세히 듣고 싶은데 말이지요. 극적힌 화해를 기대하면.... 너무 늦었나요?
전 알라딘 커피 하나씩 먹어보고 있는데 아직 맛을 감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제 먹은 코스타리카가 너무 신선하고 고소해서 알라딘 다시 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9-04 12:30   좋아요 0 | URL
아, 거기는 커피숍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가 2층 구석에서 커피만 볶는 야매집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아닌게 아니라 커피 집하다가 말아 먹었기도 했고요.
이 양반들이 다른 먹는 장사를 하느라 한 명은 자본을, 다른 한 명은 노동을 대기로 했는데 때를 제대로 맞춰 그 때가 코로나 창궐 1주일도 아니고 3일 전, 2월 말이었습지요. 쫄딱 망하면, 부부도 이혼을 하는게 요즘 세월인 바에 동업이야 뭐 저절로 깨지게 된 것입지요.
게다가 둘 다 어려서부터 부잣집 도련님 출신이라 지금이야 쫄딱 망해서 벌어 먹을 걱정을 하고 있지만 도무지 참을성들이 없어요. 에휴, 진작 강남에 건물이나 하나 사지들 말입니다.

coolcat329 2020-09-04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떡‘ ‘똥‘ ㅋㅋ 이런 묘사 참 제가 폴스타프님 글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ㅋㅋ
저는 알라딘도 비싼듯 하여 더 싼곳에 정착했는데 주변에 추천하니 모두들 좋아합니다. 비싸다고 맛있는게 아니더라구요.

잠자냥 2020-09-04 14:1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어떻게 생각하면 비싸지 않은 게, 커피 사고 100자평 올리면 담달에 천 원 적립금으로 돌려주고, 플래티넘 회원은 다달이 커피 3천원 할인권 주고, 커피 스탬프 10개 모으면(새로 나온 커피 사면 무려 스탬프 4개 줍니다. 그러니까 10개 모으는 건 금방이죠) 적립금 4천원 또는 5천원 할인권 주니까요. (알라딘 무슨 영업사원 같네요;;)

Falstaff 2020-09-04 14:44   좋아요 1 | URL
쿨캣님: 에구... 저런, 저런. 저는 그런 단어 좀 안 쓰려고 나름 애쓰는데 불쑥 튀어나오는 건데요. ㅋㅋㅋㅋ 그래도 흉하다 하지 않고 좋아하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잠자냥님: 억, 100자 평이 그렇습니까? 레알 몰랐는 걸요! 다달이 커피 3천원 할인권은 또 뭐예요? 이런 것도 알아야 챙겨 먹지 모르니깐 영... ㅋㅋㅋㅋ 근데 정말 커피 할인권은 어떻게 받는 거예요? 저도 플랫 등급입니다만....

잠자냥 2020-09-04 16: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pc화면에서 마이페이지 눌러보면.... 오른쪽 상단에 영화할인권/커피원두 할인쿠폰 있어요. 그거 클릭해보세요. 이걸 아직 모르셨다니.. ㅠㅠ 전 다달이 3천원 할인 쿠폰 받았는데... (좀 더 쉽게 보자면... 멤버십 등급 : 플래티넘 --- 자세히 보기 이거 클릭해보세요. 그럼 바로 ‘영화/커피원두 할인쿠폰 받기‘떠요)

100자평 이벤트는 새로 나오는 원두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평 남기면 담달 초반에 적립금 천원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락방 2020-09-04 16:04   좋아요 0 | URL
헉.. 다달이 커피 할인권 언제부터 제가 안쓰고 있었을까요..까맣게 잊었어요. 아 밥통 ㅠㅠ

잠자냥 2020-09-04 16:05   좋아요 0 | URL
100자평 이벤트 페이지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9725

잠자냥 2020-09-04 16:06   좋아요 0 | URL
캭.... 이분들이... ㅠㅠ 아, 아깝다... 내가 왜 아깝지;;; 다락방 님 커피도 많이 사셨으면서... ㅠㅠ

다락방 2020-09-04 16:0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그 존재도 알고 사용한 적도 있는데 언제부터 잊었을까요? 아 억울해서 속쓰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요 며칠간도 드립백이랑 원두랑 엄청 샀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속쓰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억울해서 지금 또 커피 사야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0-09-04 16: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탬프 10개 금방 모으시겠네 ㅋㅋㅋㅋㅋㅋ 그땐 또 꼭 잊지말고 적립금 4천원이나 5천원 쿠폰으로 교환하세요!!

Falstaff 2020-09-04 16:17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이런 참 나 원, 아주 똥을 쌌네요 그동안. 으 척척해... ㅋㅋㅋㅋㅋ
앗참. 고맙다는 말씀을 안 드렸네요.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겨. ^^

초딩 2020-09-0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잠시 쉰다고 북플 스크롤 하다 몸을 기울였는데, 이렇게 댓글 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너무 잼있어요~~~!!!!
봉다리들의 사연 잼있어요 ㅋㅋㅋ

Falstaff 2020-09-04 14: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요셉과 그 형제들 2 - 청년 요셉
토마스 만 지음, 장지연 옮김 / 살림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셉과 그 형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 요셉은 어느 새 열일곱 살의 미소년, 그것도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인간의 자녀들 중 가장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했다. 청춘의 아름다움은 우아함이고, 우아함의 본질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중간에 있는 법. 그러나 거친 목축시대의 아름다움이란 창백한 지성이 만들어낸 생각이요 꿈일 뿐 아니었을까. 이 미소년은 열 명이나 되는 형들과 달리 양을 돌보는 목자 일에 매달리는 대신 현명한 가정교사이자 아버지 야곱의 이복형제인 것처럼 보이는 엘리에젤로부터 글 읽기와 쓰기, 주님에 관한 비의秘義 같은 것을 배우기에 이른다. 주님이 모든 식물과 동물을 만든 연후 가장 늦게 사람을 창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요셉은 거침없이 대답한다. 첫째가 어떤 인간도 창조에 동참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고, 두 번째가 쇠파리조차 나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점을 통해 인간에게 겸손 하라는 뜻이며, 세 번째가 모든 준비를 갖춘 후 손님인 인간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라고. 스승이 하나를 알려주면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갖춘 요셉은 열을 아는 총명함까지 지니고 있다. 다만 두 번째 이유를 통해 알아야 했을 “인간의 겸손”이 치명적으로 결핍된 채.
  요셉의 총명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숫자, 특히 별자리와 시간에 관한 것에 특출한 명민함을 보인다. 1초와 1분, 1시간, 하루, 일 년을 태양력과 태음력과 관련할 줄 알고, 그리하여 1,460년이라는 긴 시간까지 양력과 음력을 확장하여 이들 사이의 수에 의한 연결을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이며, 가외로 꼭 알아야 할 질병과 이의 치료법, 지구상의 여러 민족에 관한 지식까지 섭렵하는데, 이것들은 훗날 가장 위대한 나라 이집트에 정착해 농경과 치수, 의료에 혁혁한 위력을 발휘할 기본 자질로 작용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 《요셉과 그 형제들 - 청년 요셉》은 요셉의 17세 시절에 벌어졌던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이집트에서의 활약은 아직까지는 그저 짐작일 뿐.
  모두 열두 명의 형제 가운데 열한 번째 아들이자 정실부인의 장남이며 아름다운 외모에 총명한 두뇌를 소유했으나 결코 겸손하지 못했던 요셉. 동복의 아우 벤야민을 제외한 열 명의 이복형제들은 소와 양, 염소를 몰며 황야를 떠돌다가 파종을 하거나 수확을 할 때는 태양 볕에 피부를 태워가며 농사일을 해야 했던 시절, 성스런 테레빈 나무 그늘에 앉아 엘리에젤로부터 글쓰기와 읽기, 그리고 형제들 눈에는 잡담일 뿐인 교훈과 지식을 배우기만 하면 되는 요셉에게 질투를 느꼈던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 여기에 요셉은 또한 형들의 행동거지를 모두 근엄하고 경이로운 정신의 아버지에게 일일이 고해바치는 고자질쟁이임에야 형들이 요셉을 미워해, 처음에는 ‘점토서판을 읽는 자’라는 별명으로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미움을 산 연후에는 ‘꿈꾸는 자’로 불리기에 이른다. 요셉은 또한 힘만 세고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황야의 거친 형제들을 ‘선과 악을 모르는 자들’ 심하게는 ‘개대가리들’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으니 형제들의 요셉에 대한 미움은 어쩔 도리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여기에 아버지 야곱은 대놓고 한 명의 아들을 위해 열 명의 형제를 버릴 수 있을 것처럼 노골적으로 요셉만 총애하고 또 총애해 이미 열 명에 이르는 레아와 첩들이 낳은 아들들의 상실감은 어쩔 수가 없었을 것.
  이미 전에 레아가 낳은 맏이 르우벤은 정처 라헬의 몸종이자 아버지 야곱의 첩인 빌하와 동침한 것이 들통이 나 장자의 자리를 빼앗긴 적이 있고, 둘째와 셋째 시므온과 레위는 세겜 고을을 학살, 약탈한 것 때문에 이미 야곱의 눈 밖에 나서 아직 장자의 자리를 비워두어, 열 명에 이르는 거친 형제들은 열한 번째 아들인 요셉이 장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야곱이 요셉만 특별하게 아끼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심지어 요셉 당사자에게도 확실하게 보이는 터라, 요셉은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들 자신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단단한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열 명의 거친 형들도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와는 달리, 요셉 자신을 본인들보다 더 사랑하겠거니 라고 여기면서 스스로의 초년 사주를 망칠 준비를 한다.
  기억해두면 좋다. 열 명의 이복형제들은 얄밉고, 성격 고약하고(오해다.), 안하무인이며, 교만하기 짝이 없는(진실이다.) 요셉이 자신들을 제치고 장자의 자리에 올라, 자신들의 경배를 요구하는 일을 참을 수 없어 한다.
  이 집에 일종의 보물이 있다. 야곱이 결혼한 날 죽을 때까지 사랑한 라헬이 입었던 웨딩드레스, 베일 달린 케토닛 파심. 몇 년 전 요셉이 접신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아버지 야곱은 좋은 선물을 하겠다고 요셉에게 언질을 준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야곱과 요셉이 장기를 두다가 요셉이 일부러 장기를 져주며 약속했던 선물을 달라고 집요하고, 귀여워 도무지 거절할 수 없게 졸라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가문의 보물, 라헬의 것이었지만 결혼 첫날밤에는 라헬의 언니 레아가 입고 신방에 들었던 케토닛을 받는다. 세상 어려운지 모르고 커 온 요셉은 곧바로 이 옷을 입고 자랑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세겜에서 목자 일을 하고 있던 형들까지 정말로 아버지가 요셉에게 그 옷을 주었는지 확인하러 사흘 길을 달려와 직접 보고난 다음 극심하게 실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모두 아시다시피, 요셉은 소위 로열 블러드. 아브라함-이사악-야곱에 이은 적장자. 적장자 또는 축복받은 자들은 어떤 통로든지 앞날에 대한 예시를 경험하는데 요셉의 경우에는 꿈으로 현시가 된다. 첫 번째 꾼 꿈은, 양을 돌보다가 하늘을 바라보고 풀밭에 누웠는데 황소만 하고 머리에 뿔이 달린 독수리가 자신을 어금니에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거였다. 이때 요셉은 비명도 지르지 않는데, 들판에 사람이 없어 아무도 비명을 듣지 못해서이고, 숨이 막혀서이며, 무엇보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 않아서, 그만큼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 거였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독수리는 암피엘 천사의 모습으로 변신해 하늘나라로 진입, 제불(제6 하늘)을 거쳐 일곱 번째 테라스인 아라보트에 도착해 급기야 주님을 배알하기에 이른다. 하느님께서 이르기를;
  “여기 있는 이 자에게 내 손으로 36만5천 번의 은총을 내려 위대한 자, 숭고한 자로 만들겠다. 너에게 열쇠를 맡길 테니 아라보트 하늘 문을 열고 닫는 일을 네가 알아서 하라. 그렇게 되면 너는 모든 무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가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요셉은 이 꿈 이야기를 동복동생 벤야민에게만 하고, 현명한 꼬마 벤야민은 요셉으로부터 다른 누구에게도 이 꿈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겠노라 약속을 받아낸다.
  그러나 그걸로 끝. 열 명의 형들과 자신까지 다 모여 추수를 하던 중 점심 먹고 잠깐 자는 동안 꾼 꿈을 그대로, 그 자리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요셉.
  “형제 열한 명(어린 벤야민 제외)이 추수를 하는데 제가 가운데 있고 열 명의 형들이 저를 중심으로 원을 이루어 둥그렇게 추수를 해 곡식단을 쌓았어요. 일을 마치고 가다가 뒤를 돌아다보니까, 제 곡식단은 곧게 서 있고, 형들의 곡식단들이 전부 요셉의 것에 절을 하고 있더라고요.”
  형들, 꼭지가 돌아버렸다. 그러나 차마 한 대 쥐어박지도 못했다. 그랬다 하면 요셉이 또 야곱에게 고자질을 할 것이고 자신들은 더 곤란한 지경으로 떨어질 테니. 반면에 천진한 악동 요셉은 아버지에게 달려가 추수하는 장소에 들러서 형들한테 격려 좀 해주라고 해 다음 날 당장 타작마당 차일 친 곳에 도착한다. 다들 엄한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쭈볏쭈볏 하던 차에 요셉이 분위기를 잡는답시고 또 어젯밤 꿈꾼 이야기를 한다.
  “하늘에 해와 달과 열 개의 별이 떴는데, 다 내 별에 절을 하더라고요.”
  분위기 눈치 챈 야곱이 요셉을 꾸중한다. 물론 립 서비스. 속으로는 무척 기쁘지만 다른 형제들을 위해 야단치는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열 명의 형제들은 추수를 마치자마자 아버지에게 자기들은 집 안에서 별 볼일 없는 쭉정이들이니 세겜에 가서 양이나 치겠다고 이별을 고해버린다. 나중에 사달이 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야곱은 형제들 간 화해를 시키기 위해서 요셉 혼자 나귀를 타고 세겜에 가서 형들에게 절을 하고 선물도 주고 오라고 명을 내린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환상에 빠져 있는 요셉이 장자 상속권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화려한 예복 케토닛 파심을 입고 범 같은 형들이 무려 열 명 씩이나 있는 세겜으로 행차를 하니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토마스 만은 형제들을 변호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동안 과하게 이복형제들에게 비난이 집중되어 왔다고 하면서 그들의 끝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내와 속으로만 삭여둔 차별, 편애 같은 것에 동정을 보낸다.
  읽으면서 점점 흥미로워진다. 구약성서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러나 원시 종교들과 신들에 관한 묘사와 종교에 대한 사색 부분이 길게 이어지는 건 신이 존재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믿는 독자가 전혀 수긍하지 않으며 읽기엔 징글징글하게 장황한 느낌이 든다. 다음번 3책 《요셉과 그 형제들 - 이집트에서의 요셉》은 곧바로 스토리로 접어들어 그나마 다행이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0-09-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약성서보다 훨씬 재미있다니..... 재미없다는 소리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9-02 12: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역시 독해력은 잠자냥님 당할 사람이 읎어요. ㅋㅋㅋㅋ
 
황금가지 동서문화사 월드북 39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황금가지>. 프레이저 필생의 역작. 작업이 워낙 방대하여 작가 스스로 내용을 요약한 축약본. 축약본이라도 나로 하여금 닷새에 걸쳐 정독하게 만든 흥미진진하고 사색할 만하고, 즐거이 다른 분들께 일독을 권하게 하는 걸작. 이런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한 것이 생전에 몇 번이나 되었는가!

 그러나 주의하시라. 인류학 또는 신화학이 나하고 맞아서 이 책을 이리도 찬미하는 것. 만일 당신이 프레이저가 평생을 바친 이 학문과 맞지 않는다면, 비록 이 책이 유려한 문장과 번역으로 만들었을지라도 한 얘기 또 하고, 비슷한 얘기 보태고, 거기에다 한 번 더 반복하고, 반복한 것과 비슷한 얘기 다시 하는데 질릴 것이고, 책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도 여전히 같은 부분을 읽고 있는 듯한, 두꺼운 책 읽을 때의 곤혹스러움을 아주 제대로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다. 자, 이 정도면 주의줄 것은 줬으니, 내 말을 믿고 책을 읽어볼 것인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당신 뜻에 달렸다. 아울러 읽고난 다음에 후회를 할 것인가, 뿌듯해 할 것인가도 역시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어떤 얘기를 먼저 해야 하는가. 이 점이 참 곤란했다. 제목 '황금가지'는 분명히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아이네이아스가 죽은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나러 지하 명부를 방문할 때, 손전등 대신 쥐고 가던 황금가지를 얘기하는 것으로, 이 책은 그놈의 우라질 '황금가지'가 도대체 어떤 것이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를 밝히는 긴 탐색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는 아도니스 신화. 산돼지에 물려죽은 아도니스. 지하 명부로 떨어진 아도니스를 찾아 아프로디테가 명부로 내려가 페르세포네와 담판을 지어, 두 라이벌이 1년의 1/3씩(또는 1/2씩) 나눠 갖기로 한 것에 대한 의미. 책을 관통하는 순환고리, 죽음과 부활, 수확과 파종에 대한 인류학과 신화적 해석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난 어떤 얘기를 먼저할까를 궁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공평하게 결정하기를, "둘 다 얘기하지 말자". 왜냐하면 지금 쓰는 독후감의 목적은 다른 때와 다르게 이 독후감을 읽는 분께 <황금가지>의 일독을 권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실 분이 정말 읽고난 다음엔 어차피 다 아시게 될 것이라서.

 글을 쓰는데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니까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문제가, 그럼 독후감으로 뭘 얘기할 건데? 하는 점. 제일 중요한 두가지를 다, 처음부터 인간살이에 있어본 적도 없는 '공평'이란 이유로 말하지 않기로 하고,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써놓는 것도 아니라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그럼 뭐가 중헌디?

 이 책은 인류학과 신화학에 관한 것이다. 신화학? 띄어쓰기 한 번 하면 '신 화학'. 새로운 화학? 그럼 주기율표에 뭔가 더 보태졌나? 그렇다. 당신은 모르겠고, 내 뇌에 각인되어 있던 인류사적 주기율표에 대단히 특이하고 강력한 합성원소 하나가 보태졌다. 인류사의 또 다른,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발전 단계. 주술-종교-과학에 이르는 흐름을 관장하는 새로운 원소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거다. 문제의 새로운 원소는 아직도 여전히 주술-종교-과학 이후에 도래할(어쩌면 이미 우리 앞에 나타난) 다른 형태의 인류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자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면 책 <황금가지> 영업은 할 만큼 한 것 같다. 그럼 책에 나오는 재미난 것 좀 더 얘기한다고 구박받지는 않겠지.

 289쪽에 말레이 반도의 어떤 부족이 행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주술적 처방'에 관해 써놓았다. 그게 대단히 아름다워서 소개한다.


"이제 막 떠오른 달이 동쪽 지평선에 붉게 떠올랐을 때, 바깥에 나가 달빛을 받으면서 왼쪽 엄지 발가락 위에 오른쪽 엄지 발가락을 포개고 오른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나는 화살을 쏜다. 내가 화살을 쏘면 달빛이 흐려지리라.

 나는 화살을 쏜다. 그러면 햇빛도 흐려지리라.

 나는 화살을 쏜다. 그러면 별빛도 흐려지리라.

 그러나 내가 쏜 것은 해도 달도 별도 아니다.

 마을의 그 아가씨,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이다.

 꼭! 꼭! 그대의 영혼이여, 이리와서 나와 함께 걷자.

 오라, 내 옆에 앉으세요.

 오라, 나의 베개를 같이 베고 잠 자리.


 이것을 세번 되풀이하여 부르고 그때마다 휘파람을 분다."


 왜 왼 엄지발가락을 오른 엄지발가락으로 누른 상태에서 이런 노래를 불러야 주술이 먹히는 걸까? 오른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달빛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말들을 세번 외칠 때 왼손은 어디다 두고 있었을까? 왜 한국에선 아들 낳고 싶으면 애 만들 때 아빠가 오른 엄지발가락에 잔뜩 힘을 준 상태에서 사정을 하라고 농담할까? 혹시 말레이 반도의 주술이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문화권에서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어째서 난 이 아름다운 노래를 읽으면서도 이따위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을까?

 아, 나의 고뇌는 갈수록 깊어져만 간다.


 농경시대로 접어든 주술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주술은 강우(혹은 제우制雨)능력이다. 비는 주술사가 얘 비구름아, 이제 비를 좀 뿌려라, 해서 내리는 것이지 자연 현상으로 내릴 만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비를 충분히 내리게 하고, 과하면 더이상 내리지 않게 하는 게 주술사 또는 주술사가 진화해서 생긴 왕의 능력이었다. 주술사(또는 왕)가 나이먹어 힘이 좀 빠진 듯 보이면 종족들의 손에 의하여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이들의 팔자였는데, 그걸 지금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유난히 재미난 강우 주술 하나를, 읽다가 배꼽이 빠질 것 같았던 걸 소개한다. 비가 오는 거,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현상. 인간의 몸에 합법적이고 가장 자주 물을 쏟아내는 것, 그중에 적출할 수 있는 것이 남성의 비뇨기. 근데 그걸 그냥 적출, 싹둑 잘라내는 거냐고? 에이, 천만에. 다음을 읽어보시라.

 "디에리 족은 할례 때 젊은이에게서 잘라 낸 포피 또한 비를 부르는 힘을 가진 것으로 믿는다. 그러므로 '부족총회'에서는 가뭄을 대비해서 언제나 얼마 가량의 포피를 비축해둔다. 그것들을 늑대나 얼룩구렁이의 기름과 함께 싸서 조심스럽게 감추어둔다. 여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포장을 펴보아서는 안 된다. (강우)의식이 끝나면 포피는 효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땅에 묻는다." (제 5장 날씨의 주술적 조건. 110쪽. 괄호는 내가 쓴 주석)

 웃겨 죽는줄 알았다. 할례, 포경수술할 때 잘라낸 포피를 뚫고 물, 즉 오줌이 나왔으니까 그것도 강우주술의 재료로 썼다는 거다. 그걸 책에선 동종주술이라고 하는데(그게 뭔지 궁금하시면 책 읽어보시라), 수년간 뭔가를 싸고 있었던 포피를 잔뜩 모았다가 잘 써먹은 인간을 나도 한 명 안다. 이건 실화고, 이런 야만이 벌어질 수 있는 대한민국 집단은 군대밖에 없다. 내가 복무했던 주둔부대 바로 옆의 의무대에 고등학교 동창이 하나 있었다. 나보다 두달 가량 고참이었는데 군대가서 만났다. 걔네 군의관 한 새끼가 얼마나 내 친구를 괴롭히고 두드려 패고 했는지 얘가 이를 뽀도독 갈더니 사단 병력 가운데 지원자는 누구나 다, 빠짐없이 무료로 할례를 해주고 디에리 족의 주술사처럼 인간의 포피를 냉동실에다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하루 날을 잡아 냉동실 문을 연 친구가 그걸 들고 식당 조리실에 가서 참기름을 잔뜩 친 후라이팬에다가 들들 볶아 귀한 맛소금에다 후추가루 까지 살살 뿌려, 진로소주 한 병 곁들인 다음 문제의 군의관 새끼한테 소고기 맛난 특수부위라고 구라를 치고 상납을 했다.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꼭꼭 씹어보니, 씹는 맛이 기가 막힌지라,

 "이게 소고기 어디 부위냐?"

 "그게 제가 휴가나가서 집 앞에 정육점에다 얘기한 거거든요. 이름은 잊었는데 소 한 마리 잡아도 한 줌 나올까 말까하는 진짜 특수부위랍니다."

 "그래? 거 쫀득쫀득하니 맛이 괜찮구먼."

 하면서 내 친구한테 너도 한번 맛이나 봐라, 란 얘기 한 번 없이 혼자서 그 많은 흠흠흠... 조껍데기를 다 처먹더란 거다. 그 다음 부턴 제대할 때까지 한 대도 안 맞았다나? 그랴, 무료할례를 그렇게 많이 해주었으니 내 친구가 복 받은 거다. 나? 아니다. 난 직장생활 해서 번 내 돈 내고 떳떳하게.... 깠다.


 근데 성탄절이 왜 12월 25일, 동지 부근에 있는 줄 아셔? 1월 6일까지 성탄 트리를 달아놓는 이유는?

 다 책에 나와 있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0-09-0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명작이죠. 게다가 흥미진진하기까지. 이런 작품이 정말 고전입니다요. 프레이저 이 양반 정말 대단함. ㅎㅎ

Falstaff 2020-09-01 10:11   좋아요 0 | URL
옙. 말이 필요없는, 꼭 직접 구입을 해서 책장에 꽂아 놓아야 하는 책입니다. ㅋㅋㅋ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8월 24일에 볶은 커피는요, 써요. 쓰기만 합니다. 고소하지도 않고 산미도 없고,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청국장 냄새도 없습니다. 그냥 써요. 맛을 못 느끼면 코로나라고요? 전 음성입니다. 너무 많이 볶았습니다. 물론 제 취향에 그렇다는 말입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