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저는, 100 그램에 만 원 넘어가는 건 절대 내 돈 주고 사마시지 않겠다,는 주의입니다. 그래 알라딘이 고맙지요. 저렴하게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요즘 즐기는 커피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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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보겠습니다. 정확하게 100그램에 만 원짜리, 근데 부가세 별도. 그럼 만천 원짜립니다. 200g 이니까 22,000원. 당연히 제 돈 주고 안 샀습니다. 작은 아이가 뭐 특별 에디션이라나 뭐라나 해서 사다 주더군요. 자세히 따져보니 '예가체프'입니다. 다락방님의 아우님이 예가체프에서 청국장 맛이 난다고 했답니다. 이 예가체프, 상당히 덜 볶은 커피에서 정말로 청국장 냄새가 납니다. 커피도 영어로 하면 coffee bean, 커피 "콩"이잖아요. 적당히 열을 가하면 진짜 청국장, 된장 냄새가 난다고, 마누라가 알려주더군요.
몇 년 전,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정말 딱 찍어서 이런 이유를 대더라고요) 회사에서 대기발령 받고 인사담당자에게 "들어올 땐 회사에서 뽑았지만 나갈 때는 내가 결정할 테니까 너무 신경들 쓰지 말고 한 6~7년 편안하게 기다려."라고 말했을 당시, 아내가 몇 달 후 허리에 손을 척, 얹고 하는 말이, "오늘부터 나도 바리스타야. 드러워서 회사 다니기 싫으면 당장 때려 치워. 내가 카페라도 해서 먹여 살릴게." 했거든요. 에휴, 젊어서 둘 다 성질머리 드러웠을 때 팍 갈라지지 않기 다행입니다. 그죠?
오른 쪽에서 두 번 째, 비료푸대 같은 봉지에 담긴 것이 제가 여태까지 커피 사다 마신 이 동네 커피 가게, 야매로 자기들이 볶아 파는 무면허 가게에서 사 온 예가체프입니다. 제 취향을 알아서 하얗게 태운 백탄 숯을 사용해 직화로 볶아주는데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근데 저게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 사람들이 두 명이 동업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끄덩이 잡고, 둘 다 남자들입니다, 말이 그렇다 이거지요, 대판 싸우고 갈라서서 깨졌습니다.
백숯에 살짝 볶아 산미도 세고, 고소한 맛도 일품이고 그랬는데, 저 커피를 살 당시 아내가 데리고 간 아줌마가, 자기는 쓴 게 좋다고 좀 달달 볶아달라고 해서 그만 마지막 저 봉지 안의 커피는 쓰기만 한, 개떡이 됐습니다. 이젠 살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커피 볶는 이가 일본에 유학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도쿄에서 이름난 커피 집에 취직해 그것만 배우고 온 한량이라고 합니다.
왼쪽에서 두 번 째가 이번에 알라딘에서 산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8월 24일 볶은 겁니다. 100자 평에도 쓴 적 있듯이, 그저 씁니다. 쓰기만 합니다. 좀 덜 볶은 게 있으면 한 번 더 시도해보겠지만 알라딘 커피공장에 대중이 제일 좋아할 로스팅 방식으로 레시피가 있어서 제가 원하는 건 나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앞으론 선택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맨 왼쪽이 "시다모 난세보." 알라딘에서 산 제일 맛난 커피였습니다. 적당히 시고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쓴 커피. 가격대비 만족도 최고였습니다. 근데 잘 보시면 볶은 날짜가 7월 2일. 이상하지요?
속에 든 커피는 정작 시다모가 아니고, 100g에 무려 9만9천원 하는 '블루 마운틴'입니다. 당연히 제 돈 주고 산 거 아니고요, 마누라가 어디서 한 50그램 얻어온 겁니다. 맛이요? 개떡이더군요. 왜 그런고 하면, 만일 저한테 100g에 10만 원 짜리 커피가 있다고 쳐보세요. 그거 함부로 마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사실 있기는 있지만 그저 장식용이 되고 마는 겁니다. 저것도 커피 볶고 아무리 짧게 잡아도 1년은 넘었을 겁니다.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다가, 똥 된 겁니다. 그러니 맛이 있을 턱이 없지요. 비싼 몸으로 제 집에 굴러와서도 겨우 한 번 갈리고, 이후 다시는 손도 대지 않으니 나중엔 갈려서 삼겹살 먹은 다음에 프라이 팬 세척용으로나 쓰일 거 같습니다.
하여간 제 주의는, 100g 당 만 원 넘는 커피는 안 마시겠다,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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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피가 젤 좋은데, 계속 판매하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