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 깊고 진하게 확장되는 책 읽기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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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의 인생책은?

 

북튜버가 소개하는 북튜버의 인생책에 관한 책이다

북튜버라면 한번은 봤을 테고 어쩌면 이미 구독하고 있을지도 모를 채널 겨울서점의 주인장 김겨울님의 책이다

 

#김겨울 #활자안에서유영하기 #북튜버


얄븐독자의 주제넘는 삐딱한 책읽기 #얄븐독자


https://www.youtube.com/channel/UCaRlJJGCu0A7YQCwl0duhXw?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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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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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행해질 권리가 없는 <<멋진 신세계>>

1-1 소설의 배경과 줄거리 요약

1-2 잡썰 - 우리는 과연 이 멋진 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i) ‘야만인 존이라는 인물에 관한 것

ii) ‘불행해질 권리라는 것


2. 번역 비교 및 각 판본의 장단점 소개

2-1 번역 비교

2-2 두 출판사 번역본의 장단점


ps 리뷰를 마치며



1. 잡썰 우리는 과연 이 멋진 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제목 <<멋진 신세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51장에서 따온 것이다.

제목 그대로 멋진 미래 세계에 대한 소설로 받아들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반어법적 제목일 거라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1930년대에 쓰여진 소설을 거의 100년에서 10년 빠진 2020년에 읽다보니 어쩔수 없이 좀 심심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당시의 헉슬리가 상상한 미래가 곧 현재일 수도 있다보니 지금 읽다보면 식상함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충분히 얼마든지 오징어를 씹듯 곱씹을만한 작품은 맞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의 100여 년이 지나가는 동안 잊혀졌을 것이다.


여러 장면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를 뜯어보자면

17장에서 통제관과 야만인 존이 나누는 대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

하지만 난 불편한 편이 더 좋아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통제관이 말했다. “우린 편안하게 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_362 소담

 

이 대화 장면에 대해 대략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할 것인데

첫째는 이 야만인 존이라는 인물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야만인이 주장하는 불행해질 권리에 대해서다


i) 설득력이 떨어지는 야만인 존


1946년 개정판의 머리글에서 헉슬리는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20년 전에 저지른 문학적인 결함들에 집착하는 행위, 처음 작품을 만들 때

이룩하지 못했던 완벽성을 성취하기 위해 좋지 못한 작품을 뒤늦게 보완하려는

시도, 지금과는 크게 달랐던 젊은 시절에 저질러 놓은 예술적인 미숙함을 바

로잡기 위해 헛되이 중년 시절을 낭비하는 짓-이는 모두 분명히 쓸모없고

허황된 행위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새로 내놓는 이 <<멋진 신세계>>

과거의 작품과 다를 바가 없다.

_009




헉슬리 자신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솔직히 <<멋진 신세계>>의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고 본다특히나 야만인 존은 좀 오버스러웠다초등학생의 입에서 대학생의 의견이 막 터져나오는 것 같았다작가가 등장인물과의 거리 두기에 실패한 경우라고 본다작가가 인물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충분히 성장시켜놓지 못한 인물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입한 느낌이다.

작품의 후반부를 휘젓게 하고 싶었다면 존의 출생과 성장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어야 설득력이 높지 않았을까 했다물론 헉슬리가 생각하는 부족한 부분과 독자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같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머리글에서 언급한 것 가운데 이것 아니면 저것이어야 했던 존의 선택지를 개정판에서 적당한 타협안을 하나 더 제시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 작품의 의미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어쨌든 헉슬리는 예술가로써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작품을 뒤집어엎는 허황된 노력은 하지 않은 듯 싶지만 아주 미미한 부분에서는 개정판을 내며 수정을 가하지 않았나 하는 흔적은 남아 있고 그것에 대해서는 뒤에 나올 번역과 판본 비교에서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ii) ‘불행해질 권리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불행과 권리라는 말의 조합부터가 모순적이다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불행해질 권리라는 걸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세계국의 모든 인간들은 외견상 불행한 인간은 없다조금만 불행의 기운이 들 것 같으면 소마라고 하는 알약을 삼킴으로써 불행을 떨쳐낼 수가 있다마치 우리가 으실으실 감기 기운이 들 때 감기약을 미리 복용하고 한 잠 푹 자고 나면 감기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초의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기 전을 생각해보면 쉽겠다.

선악과를 먹음으로 선과 악을 알고 불행 또한 따라왔으니 선악과 이전의 인간에게 불행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야만인 존이 불행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최초의 인간처럼 신의 에덴동산에서 뛰쳐나오는 것으로 해석하면 과장된 무리수일까.


디스토피아적 미래와 그 앞에선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식상할 수준이긴 하다그런 내용의 영화나 소설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것이 주는 환기효과도 한몫할 것이라 본다영화 블레이드 러너매트릭스 등을 비롯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인간의 미래처럼 결국 인간의 미래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멋진 신세계>>가 발표된 1932년으로부터 2020년 현재까지를 돌아봤을 때 우리 인간의 세계는 유토피아에 한 발 다가섰을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졌을까당신의 세계는 어디쯤 있나 궁금키도 하지만 당신의 1인용 세계가 어디에 놓여 있든 상관없이 인류의 세계가 시궁창이라면 당신의 세계 역시 그 안에 속할 뿐이니 나의 안온한 세계 같은 건 그저 시궁창 위의 종이배일 뿐이다.


다시, ‘잡썰 – 우리는 과연 이 멋진 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로 돌아와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헉슬리가 상상한 세계와 유사해져 가고 있는 이 세계에서 과연 깊숙이 담그고 있는 두 발을 빼낼 수 있느냐보다 과연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있느냐를 먼저 물어봐야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맨얼굴은 쫓겨날까 싶어 울며불며 무릎 꿇던 버나드에 가까울 것 같다.

그 버나드의 마음이 이해 못할 마음도 아니란 생각도 든다인간의 신세계는 소설 속 세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당연히 말할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세계국의 인간들처럼 살아가면 왜 안되나 그건 진짜로 인간이 가면 안되는 길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야만인 존이 말하는 세계가 너무 순진한 거 아니냐 싶다 그 말이다.

선과 악을 모른 채 결코 불행할 일 없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게 왜 인간적인 세계가 아닌 건지알파베타감마델타로 태어나 타인과 비교하는 걸 모른채 살아가는 그런 세계가 왜 타파해야 할 세계인 건지평등하다지만 대놓고 자행되는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빈부의 격차가 계층이 아닌 계급이 되었고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된 이 세계가 소설 속 세계보다는 낫다고 말할 자신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나 금수저를 입에 물고 있는 인간이라면 지금 이 세계가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말하거나 안주하려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헉슬리가 마무리 지어놓은 결말은 단순하고 순진한 것도 같다.


2. 번역 비교 및 두 출판사 번역본의 장단점


비교를 하기 전에 밝혀둘 것은 읽은 것은 소담출판사의 안정효 번역본이고 비교해 본 것은 문예출판사본이란 것이다.


다음은 굳이 다른 한 권을 꺼내보게 한 시발점이 된 문장과 비교 문장이다.


국장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피대皮帶 위에서는 받침대에 가득 얹힌 시험관들이 커다란 금속 상자로 들어갔고, 그러면 시험관이 잔뜩 얹힌 또 다른 받침대가 나타났다.

_34 소담


이 문장을 읽고 저 피대란 게 무엇인지 궁금했고, 일반적으로 저 단어가 많이 쓰이는 단어일까 의아했고, 그래서 다른 책은 어떻게 번역했나 찾아보게 되었다.


소장은 지적했다. 매우 서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 위에 놓인 시험관이 가득한 선반이

큼직한 금속 상자 속으로 들어가고 또 하나의 시험관이 담긴 선반은 거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_11 문예


문예출판사본이 영어 그대로 컨베이어라고 옮겨놓은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번역 때문에 짜증이 좀 나겠구나.

대부분 이런 직감은 그대로 적중하는 편이다.

한번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해보기 시작하니까 뭔가 좀 매끄럽지 못하거나 다른 번역은 어떻게 번역했을까 하는 호기심과 짜증 같은 게 끊이지 않으니까 과속방지턱이 1 미터마다 있는 도로 위를 지나가는 것과 같은 읽기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독특한 개성이란 미덕과 행복에 이바지하지만 보편성이란 지적인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_31 소담


그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전문적 지식은 덕과 행복을 증진시키나 전반적인 이해는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

_8 문예


가서 죽어버려요!” 격분한 목소리가 안에서 소리쳤다.

_266 소담


되는 대로 하면 되잖아요.” 방에서 격분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_218 문예


인간이 만일 행복에 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_272 소담


행복에 대한 사색을 허가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_223 문예


하지만 순결은 욕정신경 쇠약증을 의미합니다.

_358 소담

 

순결은 정열을 의미하며 신경쇠약을 의미하는 거야.

_301 문예


배아가 돋아나면 거의 죽음에 이를 상태까지 알코올로 축인다.

_35 소담


발아가 끝나면 사멸할 정도까지 알코올에 담근다.

_11 문예


유리병 담당 계원 다음에는 입병원入甁員들의 차례였다.

_39 소담


그 담당계원들 다음에는 난자삽입 담당이 서 있었다.

_16 문예


상실배桑實胚 _39 : 상실기태아 _16


염분 용액 _39 : 염기성용액 _16


낭창浪瘡 _41 : 결핵성 부스럼 _17


숙사 _62 : 공동 침실 _36


다음의 예로 든 문장들은 교정 과정에서 놓친게 아닐까 싶은 것도 있고

굳이 이런걸 다 지적하는 나처럼 굳이 번역을 이렇게 했나 싶은 것들이다


색인표가 88제곱미터에 달합니다.”

_40 소담


팔십팔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색인 카드입니다

_16 문예


촘촘히 들어선 내쏘고 치기 탑들이 나무들 사이에서 반짝였다. ‘양치기의 숲Shepherd’s Bush’근처에서는 2,000의 베타 마이너스 혼성 복식조가 정구를 치고 있었다.

_113 소담


원심식 범블-퍼피 경기탑들이 나무 사이에서 빛났다. 셰퍼즈 버시 근처에서는 2천 명의 베타 마이너스 계급이 혼합복식으로 리만 평면식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_79 문예


반공일을 위해서는 2분의 1그램, 주말을 위해서는 1그램, 화려한 동양으로의 여행을 위해서는 2그램

_104 소담


주말에는 반 그램, 휴일에는 일 그램, 호사스런 동방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 그램

_72 문예


“2,000명의 약학자藥學者들과 생화학자들은 포드 기원 178년에 보조금을 받았어.”

_101 소담


포드 기원 178년에 와서 이천 명의 약사와 생화학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던 거야.”

_69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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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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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오늘 소개하는 <<외로움의 철학>>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철학 교수 라르스 스벤젠의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자유를 말하다>>, <<노동이란 무엇인가>>, <<패션:철학>> 등이 있다.


차례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외로움을 여러모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1 장 외로움의 본질

2 장 외로움이라는 감정

3 장 외로운 자는 누구인가 ?

4 장 외로움과 신뢰

5 장 외로움, 우정, 사랑

6 장 개인주의와 외로움

7 장 고독

8 장 외로움과 책임감


그 가운데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정도를 살펴볼까 한다


1. 외로움, 고독, 혼자 있음의 구분 에 대하여 살펴보고

2. 외로움은 어떻게 감소 되는가 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1. 외로움, 고독, 혼자 있음의 구분


외롭다고 말하든 외롭지 않다고 말하든 어쨌거나

우리는 외로움 이라는 말을 비교적 많이 쓰며 산다

그런데 그 외로움 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할 때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언제 처음 느꼈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철학자가 말하는 외로움이란 무얼까 싶어 책을 읽어 봤다


제목이 <<외로움의 철학>> 이라고 해서 철학책이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철학책이라기 보단 외로움에 관한 연구서나 보고서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주장이나 사실 관계의 제시에 있어서 철학적 접근보다

관련 논문들과 실험 데이타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다


외롭다는 것, 외로움이라는 것이 뭐냐고 할 때

뭔가 떠오르는 건 있는데 명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외로움의 사전적 뜻은 다음과 같다


외로움 :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흔히 외로움 이라고 하면 고독이라는 것을 떠올리기 쉽고 그 두 가지는 비슷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을 것이다. 고독이라는 말의 사전적 뜻은 다음과 같다


고독 :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과 외로움의 사전적 뜻의 한국어 풀이만으로는 차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는 어떠한지 저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영어에서는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이 별개의 단어로 구분되어 있다. (...)

외로움은 부정적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고 고독은 긍정적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_16


!

외로움은 고독보다 명확하게 정의된다. 외로움의 근간에는 결핍이 있지만,

고독은 다양한 경험, 생각, 감정에 제한 없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외로움은 반드시 고통이나 불편한 느낌을 포함하지만,

고독은 꼭 특정한 감정을 포함하라는 법이 없다.

고독은 좋은 감정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고 아예 감정상 중립적일 수도 있다.

_162


여기에서 외로움혼자라는 것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

영어에서 외로운(lonely)’이라는 단어가 글로 쓰인 가장 오래된 용례는

셰익스피어의 <코리올라누스>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외로운

완전히 홀로된 상태를 가리킨다.

이 사실에서 외로움(loneliness)이 홀로 있음(aloneness)의 동의어처럼

쓰였으리라 추정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외로운 사람은 혼자인 경우가 많고

혼자인 사람이 더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흔하게 퍼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앞으로 보겠지만 외로움은 혼자 있음과 논리적으로 또한 경험적으로 별개다.

_24


!

혼자인(alone)’은 기본적으로 수()와 관련된 물리적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로, 어느 한 사람 주위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사태 외에는 지시하는 바가 없다. 이 단어는 그 사태의 좋음이나 나쁨을 평가하지 않는다. (...) 반면에 외로운(lonely)’에는 늘 가치가 개입된다. ‘외로운은 대부분 부정적인 상태 표현에 쓰인다. 반면에 우리는 혼자 지내는 즐거움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혼자인에는 필수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 차원이 외로운에는 포함되어 있다.

_27


각 언어마다 특정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제 각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외로움, 고독, 혼자 있음 의 차이를 따라 구분하고 써야 하는건 아닐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언어권 언어가 더 효율적으로 구사되고 있다면 그 언어를 통해 내재된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저자의 설명 덕분에 각 낱말의 의미나 느낌을 좀 확실하게 해둘 수 있었다.



2. 외로움은 어떻게 감소 되는가


우리는 흔히 현대사회로 오며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개인은 더더욱 외로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나 관련 연구를 찾아봐도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없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으로 개인의 sns 사용 시간 역시 자연스레 증가했다 그것으로인해 개인은 더욱 외로워졌을거라 자연스레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주장 역시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주장에 나 역시 동의하는 점이 많은 편이다 궁금한 저자의 주장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것으로 남겨 두겠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저자는 외로움고독그리고 혼자 있음을 구분했다. 그 가운데 외로움을 감소시키기 위해 고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7장 고독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와 본다


!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외로움이 아니라 너무 미미한 고독일지도 모른다.

_186


!

아무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지 않고, 추구하지도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고독 역량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토마스 마초는 이른바 고독 기법”, 다시 말해 자기 자신과 교제하는 기술에 대해 썼다. 외로움 속에서는 자기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인 반면, 고독 속에서는 자기 자신과 더불어 있는 것이다. 고독 기법들의 일반적 성격은 자신을 이원화하는 데 있다. 나와 정확히 똑같은 분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더불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혼자 있으면서도 타인들의 부재보다는 나 자신의 현존으로 충족이 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_188 ~ 189


!

모든 인생에는 외로움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수한 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견디는 법, 될 수 있으면 외로움을 고독으로 변화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_208


한 마디로 말하자면 외로움을 고독으로 변화시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외로움의 실체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외로움의 여러 측면을 설명한 것이다.


한편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려 고독이 외로움으로 변하는 경우를 설명하기도 했다.


!

고독이 외로움으로 변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 내가 나를 하나 속의 둘로 쪼개지 못했기 때문에 나 자신과 교제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고나 할까.

_190


딱히 내 의견을 많이 첨가할 리뷰는 아닌 것 같다. 외로움이니 고독이니 어찌보면 뜬구름 잡기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잡히지도 않는 뜬구름 한 조각을 아무렇게 뜯어다가 내 맘대로 주물러 놓은것도 같다.

애시당초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어놓고 자랑질이나 하려했는지 모르겠다

돼지우리의 돼지에게도 외로움이나 고독의 시간이 있을까

잠시나마 그런 이야길 하고 있는 돼지도 있지 않나 상상을 해본다

돼지우리의 돼지는 살이 찌지 않는다면 돼지로써의 실존을 상실한 돼지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나 소가 생매장 당하는 이유다

돼지처럼 살을 찌우는데만 혈안이 된 우리 대부분에게 고독이니 외로움이니 그딴 것들을 논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고독이 밥 먹여 주냐고 고독에서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고

쌀도 중요하고 밥도 중요하다 그런데 지구촌 어느 한 구석에는 돼지우리를 탈출해 먹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어떤 정신나간 돼지도 있지 않을까 하는 외롭고 고독한 상상을 해본다



어쨌든 나는 당신들이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고독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귀를 막고 돌아설건가

마지막으로 올라브 하우게의 시 한 편을 옮겨놓는다


달콤하구나, 고독이란.

다른 이들에게 돌아갈 문이

열려 있는 한.

결국, 그대는

자기 힘으로 빛나지 않는다


Hauge, ‘Attum einsemds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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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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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1. 호들갑스런 소개와 추천사 리뷰?

2. 책의 여백에 나도 슬쩍 숟가락을 얹어보다

-덕업일치를 이룬 끝판왕 슈피넨

-‘사인된 책선물받은 책에 관하여

3. 그럼에도 불구하고



1. 호들갑스런 소개와 추천사 리뷰?


책덕후들을 위한, 책쟁이들을 위한, 한 마디로 책에 환장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랄까

물론 책에 대한 책이 지금까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런 책이 또 한 권 나왔다 그래서 뭔 책이냐 하면

바로 이 책 되시겠다


!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의 <<책에 바침>>


일단 거두절미 하고 차례를 통해 이 책이 어떤 책인데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나 살펴보겠다

서문과 맺음말을 제외하고 본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책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몸체에 대하여

사용에 대하여

전문성에 대하여

모여 있는 책들


책이라는 사물이 가진 물성적인 측면과 사용자에 의해 다뤄지는 형태에 대하여 분류하기도 했고 한 가지 책이라도 그 판본과 사용처에 따라 살펴보기도 했다 그리고 책들이 모여 있는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 대하여 까지 살펴본 그야말로 책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탈탈탈 털어 까발려 본 책이 아닐까 싶다


차례의 세세한 분류에 대해서는 잠시 뒤에 살펴보도록 하고


책에 대한 책이니만큼 유명 책덕후 인사들의 추천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 서평가 로쟈 이현우 선생과 유튜브에서 북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주인장으로 활동중인 김겨울님의 추천사를 잠깐 살펴 보자


로쟈 이현우 선생의 추천사는 144p<개인 도서관>이라는 꼭지를 읽고, 김겨울님은 62p<부적절한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쓰인 것이라고 한다




추천사에서 이현우 선생은 자신이 장서가로 접어들게 된 경로를 살짝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 많은 책덕후들의 모습과 겹치지 않나 싶었다. 나 역시 처음엔 본가에서 들고 간 책 몇 권이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레 그 몸집이 부풀고 부풀어 이사 때마다 책보따리를 싸며 진절머리가 났지만 부피는 여간해서 줄지 않았다. 장서가라고 불리는 이들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일 뿐이다. 여하튼 최악의 이삿짐보따리일 뿐인 책들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이고 지고 사는 일은 이현우 선생의 말처럼 어떤 미친 사랑의 한 예임은 분명한 것 같다.


저자 슈피넨은 서문의 시작을 19세기 말 세계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던 말이야기로 시작한다. 뜬금없이 무슨 말 이야기냐 했는데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했던 말이 순식간에 자동차나 탱크와 같은 동력기관에 그 자리를 내주었듯 종이책 역시 말의 자취를 따르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 자신은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큰 사람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김겨울님 역시 기마병이 사라졌듯 종이책도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초콜릿이 사라질 수 없듯 종이책도 사라질 수 없다고 믿는다면 그것 역시 이 책에서 발견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이미 읽었거나 읽을 사람이라면 분명 책이란 사물을 다른 사물과는 다른 마음의 위치에 놓아두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로또에 당첨 된다면 분명 넓은 서재로 쓸 공간과 크고 많은 책꽂이를 장만해 온라인 서점의 보관함에 넣어두고만 있던 책들을 모조리 현실 세계로 소환해 그의 입맛에 맞는 분류를 하고 꽂아두는 일을 할 것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거기에 내 소박한 500원을 걸어 본다

그것이 바로 개인 도서관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싶고 그는 그렇게 장서가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물론 이미 그런 멋진 1인용 도서관을 구축해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고 있는 사람 역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나 추천사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2. 책의 여백에 나도 슬쩍 숟가락을 얹어보다


-덕업일치를 이룬 끝판왕 슈피넨


책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서는 책의 저자 자신이 상당한 책덕후여야 한다.

저자 소개에서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은 그야말로 이 바닥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않았나 싶다.

무슨 소린가 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최종 목표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이 책을 내기 전 1991년 독일 최고의 데뷔 소설에 주어지는 아스펙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뒤이어 잉게보르크 바흐만 상과 카롤리네 슐레겔 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장편소설과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야말로 책덕후라면 끝판왕이요 만랩이랄수 있으니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사인된 책선물받은 책에 관하여


이 책의 모든 꼭지가 흥미롭지만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사용에 대하여> 편으로 묶인 꼭지들이다.

그 세부 항목들을 나열해봤을 때 책덕후들이라면 대부분 해당할 것이고 얼마든지 쏟아낼 이야기들이 넘쳐날 것이다


좋아하는 책, 알맞은 책, 부적절한 책, 비싼 책과 싼 책, 발견된 책,

선물받은 책, 사인된 책, 독점된 책, 빌린 책, 분실된 책, 훔친 책,

두고 간 책, 버린 책, 금지된 책, 학대받은 책, 불살라진 책


모든 꼭지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렇게 하자면 날 밤을 새울 자신도 있겠으나 혼자 떠드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끝까지 봐줄 것도 아닌걸 알아서 이 가운데 두 꼭지 정도 이야기해 본다


사인된 책에 관한 꼭지에 제일 먼저 솔깃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간 출간 행사 때 일부러 저자 사인본을 사지 않기 위해 기다리는 편이다. 그러니 출판사들은 제발 비 사인본도 함께 초판본으로 내주면 좋겠다.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일리는 없다고 믿는다. 중고서점에서 어쩌다 사인본을 만나면 단 한 권이 남아 있다 해도 구입하지 않는다. 저자 사인본이기 때문에 중고가가 높아진다 해도 살 마음은 없다.

요즘의 사인본은 수백 수천 권 만들어지는데 저자의 이름 석자 씌여지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라고 사인본 증정이나 저자 사인회를 하는지 나는 끝내 이해 못 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 입장이다보니 과연 슈피넨은 사인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 그는 사인회 까지 해 본 작가가 아닌가 말이다.

슈피넨의 입장은 사인본은 영원한 원본이 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각각의 사인본이 오로지 그 한 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나는 사인회를 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항을 넣겠다.


그리고 선물받은 책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야기해 본다


채식주의자인 당신이 육포셋트나 갈비셋트를 선물 받았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책선물이 그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책만큼 취향이 다양해서 선물 받는 당사자에게 안성맞춤인 책으로 선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도서상품권이 나을 것이다

선물의 기준은 받는 사람에게 있어야 할 것인데 많은 경우 주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다

저자 역시 그런 점을 언급하고 있다 책만큼 가격과 크기 그리고 품위 면에서 주는 사람에게 부담되지 않는 건 없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말해 땜빵으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 선물에서 제외된다면 많은 출판사와 그 관계자들이 실직자가 될 만큼 선물용 책 시장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인정해야 할 일이다.

작가 입장에서 자신의 책이 선물용으로 전달되어 읽히지 않고 책꽂이 한 켠에 꽂혀 있기만 하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누군가 내게 100만 권 이상이 팔렸지만 내 취향이 아닌 어떤 책을 덥석 선물한다면 나는 깨끗한 상태로 팔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장 중고서점으로 달려갈 것이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맺음말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는 사실은 이 책의 초고를 받아 읽어본 출판사 대표는 우울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이 출간된 해인 2016년에 저자는 예순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었고 종이 텍스트 문화와 디지털 텍스트 문화가 혼재한 세상에서 종이책의 종말을 염려하며 여생을 보내는 심정이 자연스레 원고에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껏 호들갑스런 마음으로 이런저런 책 이야길 했고 이 책 역시 기쁜 마음으로 펼쳐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의 염려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책을 볼 수 있게 되어 책을 안 보던 저자의 친구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보게 되었다는 것에서도 결국 종이책 특유의 존재감을 느꼈고 느끼기를 바라는 세대는 이제 사라지는게 아닐까 하는 저자처럼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종이책을 누렸던 세대가 종이책이 누렸던 그 간의 품위에 바칠 수 있는 마지막 헌정사 같은 게 아닐까 싶어 호들갑스런 마음 한 편에서 서글픔이 피어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끝날 때 끝나더라도 사과 나무를 심는다고 하듯

모든 책덕후들은 읽든 읽지 않고 모셔두든 지금 당장 이 책을 질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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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푸른사상 시선 116
성향숙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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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 시인의 말

00:28 장님거미

01:58 안녕, 뭐 해?

03:26 물어본다 -신해철에게

05:42 나의 죽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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