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 북스톤 / 256쪽
(2018. 9. 5 .)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읽느냐고요.
그 질문을 받고 생각해봤어요.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성공하려고?
돈을 많이 벌려고?
삶의 위안을 얻으려고?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운동선수가 매일매일 훈련한다고 해서 모두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책읽기도 마찬가지예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만으로 성공한 삶을 보장받을 수는 없어요.
그럼 뭐 하러 힘들게 읽느냐고요?
책을 읽으면 잘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해드리고 싶어요.
정해진 운명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요.
우리의 삶은 수많은 크고 작은 결정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요.
이때 '생각의 근육'을 키워두면 조금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겠죠.
이런 것들이 쌓이면 정해진 운명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요.
그리고 혹시 모르죠, 운명조차 바꿔버릴지도요.
(P.5)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가 쓴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읽어가는 것이에요.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적어 출판한 것이 책이잖아요.
연설이나 노래나 강연 등 수많은 표현수단 중에서
그 저자는 책을 선택한 것이죠. 즉 책은 수단이고,
그것도 많은 수단 중 하나라는 뜻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는 동안 텍스트(활자)에 집중하는 바람에
이것만 신성시하게 돼요.
더욱이 저자의 생각은 책 안에만 담겨 있지도 않아요.
보조적으로 저자의 강연 동영상,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라든가
블로그, 소설미디어, 기사, 또는
다른 저자의 책 안에 담겨 있기도 해요.
(P.40)
머리말과 목차를 읽으면 절반은 읽은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생각을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이 있어요.
독자가 아닌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만든다고 역순으로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은
사고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주제라면
첫 번째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 머리말 또는 서론에 적고,
그 다음에 동양 사람과 서양 사람이 각각 어떻게 생각하며
역사적 근거는 무엇인지,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서술하기 위해
생각의 지도를 만들고 하나씩 목차로 잡아가겠죠.
서론과 목차까지 잡는다면 책 쓰기의 절반 이상은 한 셈이에요.
대학에서 논문을 쓸 때에도 그러잖아요. 먼저 교수님과 몇 달
동안 상의하고 주제를 정하면 초록(머리말)을 정리해보자고 하죠.
사실 이 부분에 논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 담겨 있어요.
그다음에 목차까지 짜면 교수님과 친구들이 뭐라고 하죠?
반은 썼다고 하잖아요. 머리말과 목차에 저자의 생각 대부분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다음에는 각 목차의 소주제들에 맞춰
사례와 근거를 찾아 내용을 담아내면 되죠.
이처럼 저자의 생각은 대부분 머리말과 결론에 담겨 있고,
생각을 풀어내는 논리적 구조는 목차에 들어 있어요.
그러니 책을 읽을 때 머리말과 목차를 놓치지 말아야 해요.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려면 무조건 읽어야 해요.
머리말과 목차를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미리 가늠해보세요.
또 각 목차별 핵심 포인트는 다시 해당 섹션의
처음과 마지막에 담겨 있다는 점도 참조하시고요.
책을 쓸 때 머리말과 목차를 작성하면 절반은 쓴 것처럼,
머리말과 목차를 잘 읽으면 절반은 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P.74)
고전을 통해 내가 사는 세상의 메커니즘을 공부해보세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고전을 읽으면 왜 좋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느낀 건 이런 거예요.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죠?
자본주의 사회, 시장경제 체제.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수많은 철학적 토론을 통해 나은 것이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를 알아내는 데
책, 특히 고전만큼 좋은 게 없어요.
민주주의는 가장 좋은 제도인가, 민주주의의 기본적 구조는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 왜 정당 제도는 지금과 같은가.
시장경제 체제는 어떻게 자리 잡게 됐는가....
이런 문제들은 누가 갑자기 나타나서 딱 정해준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결정된 구조를 알려면 당시의 고민과 토론내용을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고전을 읽어야 해요.
예컨대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것 중에는 돈의 구조도 있어요.
무조건 돈만 많이 벌겠다고 할 게 아니라 철학적인 구조로 접근해서
알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저는 그런 것들이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사는 세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P.86)
책을 읽으며 조심해야 하는 게 있어요.
책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공고하게 만드는 데에만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에요.
물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책은 변명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예요. 정말 그렇게 읽고 있다면
잘못된 독서법을 하고 있는 것이죠. 내가 듣고 싶은 말,
듣기 좋은 말만 가득한 책을 읽고 있는 거예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변명을 찾기 위해서도
위로를 찾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 고정관념을 깨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위함이에요.
매번 책을 읽으며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예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게으르다." -비트겐슈타인
(P.108)
자신이 과거에 한 생각과 의견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관성 있어 보이지만, 반대로 지적인 면으로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에요.
세상을 한쪽의 시각으로만 치우쳐서 보려 하고, 세상의 다양한
견해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 하지 않는 것이죠.
도끼가 필요해요. 스스로를 깨부술 수 있는 도끼.
“책은 우리 안에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 카프카
(P.113)
머리말에서 '책을 읽으면 잘 살 수 있나요?'란 질문을 통해 책읽기에
대한 의미를 살펴봤는데요.
전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다 잘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결정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해나갈 수는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큰 운명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정해진 운명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 지혜를 키울 수 있겠죠.
우리는 이것을 삶의 지혜라고도 하죠.
소크라테스는 지혜 중의 지혜. 궁극의 지혜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무지의 지'라고 했어요. 공자도 같은 맥락에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하는 것이다"라고 했죠.
책은 이런 것을 알려줘요. 아무리 감명 깊게 책을 읽어도 다 기억할
수 없고,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겠죠. 이것을 깨달으면 겸손해져요.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지혜 중 하나가
'겸손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함은 생각의 경직이 아닌 유연함을 가져다줘요.
위대한 현인들도 어떤 부분에서는 오류가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오류가 없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게 하죠.
강인함과 겸손이라는 말이 어울릴까요?
겸손에 대해 마키아벨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약한 자가 자신을 높이는 것은 허풍이고,
약한 자가 자신을 낮추는 것은 비굴이며,
강한 자가 자신을 높이는 것은 거만이고,
강한 자가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다.”
겸손함이란 강한 자의 특권이라는 거죠.
생각의 강함이란 책읽기를 통해 쌓인 '생각의 근육'이 늘어나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생각의 근육이 약한 사람은 누군가의 생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이 제시해주는 생각대로 살게 되는
약한 자의 비굴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죠.
한 인간이 정말 잘 살았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크게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겠죠.
이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에요.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만 진정 자유로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힘을 갖게 돼요.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