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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금비늘 (1) (이외수 / 동문서)

 


(2) 황금비늘 (2) (이외수 / 동문서)


 

(3) 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 / 메디치미디어)

 

 

(4) 캐주얼 베이컨시 (1) (조엔 K. 롤링 / 문학수첩)

 

 

 

(5) 캐주얼 베이컨시 (2) (조엔 K. 롤링 / 문학수첩)

 

 

 

(6) 오즈의 마법사 (L. 프랭크 바움 / 현대문학)

 


(7) 왜 나는 눈앞의 고릴라를 못 보았을까? (리처드 와이즈먼 / 세종서적)

 


 

(8) 구글+아이폰 200% 업무 활용법 (이임복 / 한빛미디어) 

 

 

 

(9) 자기앞의 생 (로맹 가리 / 문학동네)

 

 

 

(10)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11)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 양철북)

 


 

(12)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 싸앗을 뿌리는 사람)

 


 

(13)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 달)

 

 

 

(14) 정재승+진중권 크롯 (정재승,진중권 / 웅진지식하우스)

 

 

(15) 이코노믹 싱킹 (로버트 프랭크 / 웅진지식하우스)

 

 

(16)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17) 불안 (알랭 드 보통 / 이레)


 

(18) 박주석의 사진이야기 (박주석 / 눈빛)


 

(19) 창업국가 (사울 싱어 / 다할미디어)


 

(20)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 갤리온)


 

(21)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김의기 / 다른세상)

 


(22)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 / 삼성경제연구소)

 

 

(23)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 민음사)


 

(24) 초등 고전 읽기 혁명 (송재환 / 글담)

 


(25) 레미제라블 1 (빅토르 위고 / 범우사)

 


(26)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브레네 브라운 / 북하이브)

 


(27) 초등 고전읽기 혁명 (실천편) (송재환 / 글담출판사)

 

 

(28) 주름 (파코 로카 / 중앙북스)

 


(29) 레 미제라블 2 (빅토르 위고 / 범우사)

 


(30)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 문학동네)

 


(31) 레미제라블 3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2) 레미제라블 4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3) 레미제라블 5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4) 레미제라블 6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5) 웬디수녀의 미국미술관 기행 1 (웬디 베케트 / 예담)

 

 

 

(36) 웬디수녀의 미국미술관 기행 2 (웬디 베케트 / 예담)

 


(37)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 웅진닷컴)

 


(38)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 웅진닷컴)

 


(39)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 웅진닷컴)

 


(40)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 웅진닷컴)

 


(41) 변신이야기 1 (오비디우스 / 민음사)

 


(42) 고령화 가족 (천명관 / 문학동네)

 


(43)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 을유문화사)

 


(44)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토마스 불핀치 / 창해)

 


(45) 인문학으로 창조하라 (김상근 / 멘토프레스)

 


(46)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프랭크 모스 / 알에이치코리아)

 


(47) 은교 (박범신 / 문학동네)

 


(48)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 사이먼 슈타인하트 / 위너스북)

 

 

(49) 일리아스 (호메로스 / 숲)

 

 

(50) 올 어바웃 커피 (윌리엄 H. 우커스 / 세상의아침)

 

 

(51) 1984 (조지오웰 / 민음사)

 

 

(52)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만화) (신승현 / 주니어김영사)

 

 

(53)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 삼인)

 

 

 

(54) 정치학 (아리스토넬레스 / 숲)

 

 

(55) 데카메론 1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56) 데카메론 2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57) 데카메론 3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58) 고래 (천명관 / 문학동네)

 

 

(59)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강대전 / 그린비)

 

 

(60)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 천병희 / 숲)

 

 

(61) 신곡(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62) 신곡(연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63) 신곡(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64)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65) 그리스 비극 걸작선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 천병희 / 숲)

 

 

(66)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향연 (플라톤 / 천병희 / 숲)

 

 

(67)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 예담)

 

 

(68)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 예담)

 

 

(69)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 / 와이즈베리)

 

 

(70)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강대전 / 그린비)

 

 

(71) 발해고 (유득공 / 홍익출판사)

 

 

(72) 영혼의 자서전 (상)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73) 영혼의 자서전 (하)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74)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심재천 / 웅진지식하우스)

 

 

(75)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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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 민음사 / 440쪽
(2013. 12. 22.)

 

 


사람들은 자신이 알던 알지 못하든 누구나 자신만의 색채를 갖고 있다. 자기만이 특별한 색채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자키 쓰쿠루에게 하루키가 부여한 색채는 어떤 색일까....
하루키에 대한 인연이 특이한것 같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처음 읽은 책이 '1Q84'이고 고전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처음 들게해 준 책은 '상실의 시대'였다. 올해의 마지막 책이 하루키 책이 된것도 우연이었을까? 도서관 책꽂이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하루키의 신간을 발견했을때의 그 소소한 기쁨을 간직하며 올 한해 책읽기는 이것으로 마무리!!

 

쓰쿠루는 일본어로 作의 발음이다.
만들다는 뜻이란다. 창조의 創과 같은 발음이라고 한다.
쓰크루의 아버지는 이 두가지 단어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作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에 색채가 들어있는 모든 인물들과는 다르게 색채없는 쓰쿠루는 어쩌면 이 모든 색채를 한데 어울어 지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색채없는 다카키 스쿠루의 색채를 찾아 떠난 여행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다카키의 자기의 색채를 찾아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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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자키 쓰쿠루를 제외한 다른 넷에게는 아주 사소하고 우연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름에 색깔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남자 둘은 성이 아카마쓰(赤松)와 오우미(靑海)이고 여자 둘은 성이 시라네(白根)와 구로노(黑야??)였다. 다자키만이 색깔과 인연이 없었다. 그 때문에 다자키는 처음부터 미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물론 이름에 색깔이 있건 없건 그 사람의 인격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건 잘 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애석하게 생각했고, 스스로도 놀란 일이지만 꽤 상처를 받기도 했다. 다른 넷은 당연한 것처럼 곧 바로 서로를 색깔로 부르게 되었다.
(P. 13)

 

 

"사고란 수염 같은 것이다. 성장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가 한 말 같은데." 쓰쿠루가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볼테르입니다." 하고 연하의 학생이 말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웃음이 밝고 티 없이 맑았다. "그렇지만 그 말은 딱 맞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난 아직 수염은 거의 없지만 어릴 적부터 사색하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과연 그의 얼굴은 매끈한 것이 수염의 흔적도 없었다. 눈썹은 가늘고 짙었으며 귀는 아름다운 조개껍질처럼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
"볼테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사고보다 오히려 성찰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하고 쓰쿠루가 말했다.
상대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성찰을 낳는 것은 아픔입니다. 나이도 아니고, 하물며 수염은 더더욱 아니죠."
그의 이름은 하이다였다. 하이다 후미아키(灰田文紹).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여기에도 색이 있는 인간이 있다.'라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미스터 그레이. 회색은 물론 눈에 잘 안 띄는 색깔이기는 하지만.
(p. 69)

 

 

어떤 피아노 곡 레코드를 듣다가 쓰쿠루를 예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곡이란 것을 깨달았다. 제목은 몰랐다. 작곡가도 몰랐다. 그렇지만 조용하고 애절함이 가득한 음악이었다. 시작이 단음으로 천천히 이어지는 인상적인 테마. 그 안온한 변주. 쓰쿠루는 읽던 책에서 눈을 들어 무슨 곡인지 하이다에게 물었다.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예요.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에 들어 있죠.
"내가 아는 여자애가 자주 그 곡을 쳤거든.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나도 옛날부터 이 곡을 좋아했아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요 그 친구라는 분, 피아노 잘 쳤어여?"
"이 피아니스트는 누구야?"
"라자르 베르만(Lazar Berman).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인데 섬세한 심상 풍경을 그리듯이 리스트를 치지요.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일반적으로 기교적이고 표층적이라는 평을 받아요. 물론 개중에는 기교 위주의 작품도 있지만 전체를 주의 깊게 들어 보면 내면에 독특한 깊이가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장식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요. 특히 이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이 그래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에서 리스트를 올바르고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비교적 요즘 사람 가운데에는 베르만이 뛰어나고, 예전 사람 가운데서는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iu) 정도가 아닐까 해요.
(p. 78)

 

 

"물론 재능이란 덧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걸 최후의 순간까지 지탱하는 인간은 거의 없을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거기서 태어나는 것은 가끔씩 정신의 위대한 도약을 이루어 냅니다. 개인을 넘어 보편적인, 거의 독립적인 현상으로서."
(p. 105)

 

 

"따져 보면 참 기묘한 이야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대를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사람에 대해 대량의 정보에 둘러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런 정보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몰라."
(p. 167)

 

 

아카가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사실이란 모래에 묻힌 도시 같은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래가 쌓여 점점 깊어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모래가 날아가서 그 모습이 밝게 들어나는 경우도 있어."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스는 없어."쓰쿠루는 사라의 말을 떠올리고 그것을 외우듯이 말했다.
아카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p. 229)

 

 

여행 준비를 끝낸 다음, 오랜만에 리스트의 「순례의 해」레코드를 꺼냈다.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하는 세 장짜리 LP. 15년 전 하이다가 남겨 둔 것이었다. 그는 거의 레코드를 들을 목적 하나만으로, 아직도 구식 레코드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다. 첫 장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2면에 바늘을 올렸다.
제1년 스위스. 그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르 말 뒤 페이」는 그 소곡집의 여덟 번째 곡이고, 레코드에서는 2면의 첫 번째였다. 그는 그 곡부터 듣기 시작하여 제2년 이탈리아의 네 번째 곡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제47번」까지 듣곤 한다. 거기서 레코드가 끝나고 바늘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르 말 뒤 페이」. 조용한 멜랑콜리가 어린 그 곡은 그의 마음을 감싼 형체 없는 슬픔에 조금씩 윤곽을 그려 준다. 마치 허공에 잠겨 든 투명한 생명체의 표면에 수없이 많은 가느다란 꽃가루가 달라붙어 전체 형상을 눈앞에 조용히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이윽고 사라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민트 그린의 반소매 원피스를 입은 사라.
가슴의 동통이 다시 살아났다. 격렬한 통증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격렬한 통증의 기억이다.
(p. 288)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그것이 쓰쿠루가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에리와 에어질 때 했어야 할, 그러나 그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의식의 꼬리에 매달린 빛이 멀어져 가는 마지막 특급 열차처럼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작어지더니 밤 가운데로 빠져들어 사라졌다. 그리고 자작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만 남았다.
(p.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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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만점 수기
심재천 / 웅진지식하우스 / 298쪽
(2013. 12. 18.)



 

  지금까지 내 토익 최고점은 590점이다 - 리스닝 290점, 리딩 300점.
  이 점수로는 한국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여자들한텐 인기가 없고, 취직도 안된다. 대학을 4년씩이나 다녔는데도 나는 리스닝이 무섭다. 리스닝 1번 문제부터 패닉에 빠져버리니까 리딩도 죽을 쑨다.
  토익 만점은 990점. 거기에 비교하면, 590점은 어디 가서 말하기도 창피한 점수다. 반타작을 조금 넘긴 수준. 만점을 받으려면 400점을 더 보태야 한다. 앞이 캄캄한 일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만점을 받은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토익 만점은 뭐, '나 눈 두 개 달렸소'하는 것과 같지."
  겸손도 아니었고, 농담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찡 울렸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p. 17)

 


  "미안하지만, 거기에 있으면 내 영어가 늘지 않아."
  내가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군. 너처럼 영어를 잘하는 어학연수생을 본 적이 없어."
  "아냐, 부족해. 많이 부족해."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나는 스티브를 세워두고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도 시티브 덕분에 토익 실전문제집에서 805점이란 점수를 맞을 수 있었다. 또, 스티브는 내게 콘플레이크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타월도 마음대로 쓰게 해줬다. '앉아 쏴'를 강요하거나 변기 뚫는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인질 신분에서 매니저, 파트너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기쁨도 주었다. 스티브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를 매정하게 돌려 보내서 마음이 무거웠다.
(p. 207)

 

 

  외출한 김에 교보문고에 갔다. 광화문은 그새 많이 변해 있었다.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못 보던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엔 이순신 장군 동상이 버티고 서 있다. 거대한 남자가 둘이나 있으니, 거리가 영 우중충했다. 홀아비 냄새가 난다. 차라리 인어공주를 세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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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서전(하)
니코스 카잔차키스 / 안정효 / 열린책들 / 737쪽
(2013. 12. 15.)

 


 
 어느 날 생트주느비에브 도서관에서 독서에 몰두했던 나에게 한 소녀가 다가왔다. 그녀는 어떤 남자의 사진이 실린 책을 손에 들었는데, 밑에 적힌 이름이 보이지 않게끔 손으로 가린 채였다. 허리를 굽히고 경이에 찬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녀는 사진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머리를 저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이건 당신이에요 - 아주 똑같아요! 이마와 짙은 눈썹, 푹 들어간 눈을 봐요. 이 사람은 큼직한 콧수염이 축 늘어졌는데 당신은 수염이 없다는 점만 달라요."
 나는 깜짝 놀라서 사진을 보았다.
 "그럼, 이 사람이 누구죠?" 이름을 보려고 소녀의 손을 밀어내려 하며 내가 물었다.
 "보면 몰라요? 이 사람 처음 보세요? 니체예요!"
 니체라니! 얘기는 들었지만 나는 아직 그가 쓴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었다.
 "『비극의 탄생』이나『차라투스트라』도 안 읽어 봤어요? 영원회귀나 초인에 대해서도요?"
 "하나도 못 읽었어요, 하나도." 나는 창피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잠시 후에 그녀는 『차라투스트라』를 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보세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두뇌가 있기나 한지, 그리고 그 두뇌가 굶주렸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당신의 두뇌를 위한 견실하고 용맹한 양식이에요!"
(p. 435)
 
 
 나의 젊은 시절 중 가장 중대하고, 가장 굶주린 순간에 니체는 나에게 견실하고 용맹한 자양분을 주었다. 나는 푸짐하게 기름을 발랐고, 인간이 스스로 몰락한 상태와 인간에 의해 몰락한 그리스도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나 답답함을 느꼈다. 비겁한 자와, 노예가 된 자와, 서러움을 받는 자로 하여금 위안을 얻어 주인 앞에 참고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들이 유일하게 확신하는) 현세의 삶을 인내하게끔 만들기 위해 내세의 보상과 벌을 심어 놓은 종교는 얼마나 교활한가. 나는 격분해서 소리쳤다. 현재의 삶에서는 하찮은 것을 내놓으면서 내세에서의 불멸이라는 재산을 주도록 알량하게 계산하는 주님의 계획서 같은 종교는 얼마나 약삭빠른가! 얼마나 단순한고, 얼마나 간악하며, 얼마나 인색한가! 그렇다. 천국을 바라거나 지옥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유로울 리가 없다. 희망의 술집이나 공포의 지하 술 창고에서 취하는 우리들은 부끄러운 존재이다. 이것은 깨닫지 못하며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던가! 격렬한 선지자가 나타나 나로 하여금 눈을 뜨게 했다는 사실은 필연이었다.!
(p. 455)
 
 
 인간의 마음은 어둡고 굴북할 줄 모르는 신비이다. 그것은 영원히 입을 벌리기만 하는 구멍 뚫린 독이니, 지상의 모든 강물을 부어 넣어도 그냥 비어 목이 마르다. 가장 큰 희망도 그것을 채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가장 큰 절망으로는 채워질 수 있을까?
(p. 474)

 


  끝없이 펼쳐진 러시아의 대지처럼 나의 작은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나도 역시 의식했다. 내 인생이 마침내 목적의 단일성을 위하게 되리라고, 수많은 형태의 노예 생활로부터 나 자신을 해방시키리라고, 두려움과 거짓과 싸워 이기리라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움과 거짓과 싸워 이기도록 내가 도와주리라고 나는 맹세했다. 인간은 너무나 오랫동안 불의를 저질러 왔으며, 나는 더 이상 그것을 용납하지 않으리라. 대지의 모든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공기와 장난감과 교육을, 여자들에게는 자유와 따뜻한 정을, 남자들에게는 친절과 예우를, 그리고 꼬리를 치는 쇠약한 말과 같은 인간의 마음에게는 한 알의 밀알을 우리들이 마련해 줘야 한다.
  이것이 러시아의 목소리라고 나는 자신에게 말했으며, 나는 죽을 때까지 그것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p. 561)

 

 

  내 삶에 가장 큰 은혜를 배푼 요소는 여행과 꿈이었다. 죽었거나 살았건, 내 투쟁에 도움이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 영혼에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면 나는 아마 호메로스와, 붓다와, 니체와, 베르그송과, 조르바를 꼽으리라. 첫 번째 인물은 - 내가 생각하기에는 - 기운을 되찾게 하는 광채로 우주 전체를 비추고 태양처럼 평화롭고 찬란하게 빛나는 눈이었으며, 붓다는 세상 사람들이 빠졌다가 구원을 받는 한없이 깊은 새까만 눈이었다. 베르그송은 젊은 시절에 해답을 얻지 못했던 나를 괴롭히는 철학의 온갖 문제들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며, 니체는 새로운 고뇌로 나를 살찌게 했고, 불운과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도록 가르쳤으며, 조르바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힌두교에서는 이른바 구루라고 일컫고, 아토스 산의 수사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주어졌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으리라. 그 까닭은 글쓰는 사람이 구원을 위해 필요로 하는 바가 그것을 그가 갖추었으니, 화살처럼 허공에서 힘을 포착하는 원시적인 관찰력과, 마치 만물을 항상 처음 보듯 대기와 바다와 불과 여인과 빵 따위의 영구한 일상적 요소에 처녀성을 부여하게끔 해주며 아침미다 다시 새로워지는 창조적 단순성과, 영혼보다 우월한 힘을 내면에 지닌 듯 자신의 영혼을 멋대로 조종하는 대담성과, 신선한 마음과 분명한 행동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라한 한 조각의 삶을 안전하게 더듬거리며 살아가기 위해 하찮은 겁쟁이 인간이 주변에 세워 놓은 도덕이나, 종교나, 고향 따위의 모든 울타리를 때려 부수려고 조르바의 나이 먹은 마음에서 회생의 힘을 분출해야 하던 결정적 순간마다 인간의 뱃속보다도 더 깊고 깊은 샘에서 쏟아져 나오는 야수적인 웃음을 그가 지녔기 때문이었다.
(p. 619)

 

 

  글을 더 많이 쓰면 쓸수록 나는 작품에서 내가 아름다움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투쟁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깨달았다. 진실한 작가와는 달리 나는 구원을 추구하며 고통스럽게 투쟁하는 인간이엇, 미사여구를 지어내거나 멋진 운을 맞추려는 데서는 기쁨을 얻지 못했으며, 나 자신의 내적인 암흑으러부터 해방되어 암흑을 빛으로 바꿔 놓고, 내면에서 고함치는 무서운 조상을 인간으로 바꿔 놓고 싶었다. 나는 모든 역경을 이겨 내는 인간 영혼의 능력을 보며 용기를 얻으려 했고, 그런 까닭에 가장 숭고하고 힘든 시련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위대한 인물들을 소생시키기를 원했다. 어렸을 적에 내 눈앞에서 벌어졌던 바로 그런 싸움이 아직도 끊임없이 내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또한 쉴 새 없이 전 세계에서도 터져 나온다는 현실, 나는 그것을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내 모든 작품에서는 두 명의 투쟁자가 항상 주인공이었다. 내가 글을 썼다면, 투쟁을 돕는 유일한 수단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크레타와 터키, 선과 악, 빛과 암흑은 내 아픔 속에서 한없이 싸웠고,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의식하게 된 내 글쓰기의 목적은 크레타와, 선과, 빛을 최선을 다해 도와서 이기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 작품의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구원이었다.
(p. 628)

 

 

  나는 이곳 마을 학교의 교장입니다. 이곳에서 마그네시아 광산을 운영하던 알렉시스 조르바가 지난 일요일 저녁 6시에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 드리려고 편지를 씁니다. 그는 임종의 고통을 겪는 중에 나를 불러 말했습니다. "이리 와요. 선생님, 내 친구 한 사람이 그리스에서 살아요. 내가 죽은 다음에 그에게 편지를 써서, 내가 죽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정신이 멀쩡했고, 끝까지 그를 생각했다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내가 한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요. 그가 잘 지내기를 바라며, 이제는 정신 좀 차리라는 얘기도 하세요. 그리고 혹시 어느 신부가 와서 고해시키고 영성체를 주려고 하면, 저주나 내리고 꺼져 버리라고 해요! 나는 살아가며 별의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사실은 별로 한 것이 없어요! 나 같은 사람은 천 년을 살아야 하죠. 안녕히 주무세요!
(p. 635)

 

 

  언젠가 올리브나무에서 유충을 떼어 손바닥에 놓았던 기억이 난다. 투명한 꺼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보였다. 그것이 움직였다. 비밀스러운 과정은 틀림없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 미래의 나비는 아직 갇힌 채로 껍질을 뚫고 햇빛으로 나올 성스러운 시간을 조용히 떨며 기다렸다. 그 나비는 서두르지 않았다. 신의 영원한 법칙과, 따스한 공기와, 빛을 자신 있게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조급했다. 어서 빨리 기적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기를 바랐고, 육체가 무덤에서 나와 어떻게 영혼이 되는지 보고 싶었다. 웅크리고 앉아서 나는 유충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 주기 시작했고...... 보라! 유충의 등이 저절로 찢어지더니 껍질 전체가 꼭대기에서 밑까지 서서히 갈라지고, 날개가 비틀리고 다리는 배에 달라붙어 한 덩어리로 뭉친 채 아직 덜 자란 연둣빛 나비가 나타났다. 그것은 얌전히 꼼지락거리며 따스하고 끊임없이 불어 주는 내 입김을 받아 점점 더 살아났다. 움트는 포플러 잎사귀처럼 파리한 한쪽 날개가 몸에서 저절로 떨어지더니, 길게 펼치려고 경련을 일으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날개는 반쯤 펼쳐진 채로 쭈그러졌다. 곧 다른 쪽 날개도 움직여서 펼쳐 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반쯤만 펴진 채로 떨렸다. 인간의 뻔뻔스러움을 지닌 나는 모을 쭈그리고 계속해서 따스한 입김을 '찌그러진 날개에 불어 주었지만, 이제는 돌멩이처럼 뻣뻣하고 맥없이 축 늘어지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속이 뒤집혀다.내가 서둘렀기 때문에, 영원한 법칙을 감히 어겼기 때문에, 나는 나비를 죽였다. 내 손에는 시체만 남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나비의 시체는 그 후 줄곧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눌렀다.
  인간은 서두르지만 신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작품은 북활실하고 불완전하지만, 신의 작품은 결점이 없고 확실하다. 눈물을 글썽이며 나는 영원한 법칙을 다시는 어기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나무처럼 나는 바람에 시달리고, 태양과 비를 마음 놓고 기다릴지니, 오랫동안 기다리던 꽃과 열매의 시간이 마침내 오리라.
(p.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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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서전(상)
니코스 카잔차키스 / 안정효 / 열린책들 / 350쪽
(2013. 12. 07.)

 


카잔차키스의 자서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자서전과는 다르다.
일생동안 그의 영혼의 여행과 고뇌에 대한 기록이다.
신, 종교, 크레타... 그의 영혼이 평생 거쳐 추구했던 삶의 지향점은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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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자서전』은 자서전이 아니다. 나 한 개인의 삶은 오직 나에게만 지극히 상대적인 약간의 가치를 지닌다. 그 삶에서 내가 인정하는 가치라고는 그것이 지닌 힘과 끈질긴 인내심에 의존하여, 내 나름대로 <크레타의 경지>라고 이름지은 가장 높은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독자여, 그대는 이 지면에서 내 핏방울들이 남긴 붉은 자취를, 인간과 정열과 사상을 찾아다닌 내 여로의 자취를 찾게 될 것이다.
(p. 7)

 

 

  내 생애에 항상 나를 괴롭히고 채찍질을 한 단어는 언제나 <오름> 하나뿐이었다. 여기에서 진실과 환상을 섞어 가며 나는 산을 오르느라고 남긴 붉은 발자국과 함께 이 오름을 기록하고 싶다. 대지에서 내가 지나가며 남긴 자취는 그 핏자국뿐이므로, <검은 투구>를 쓰고 흙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나는 어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마음이 초조하다. 내가 글로 썼거나 실제로 한 행동들은 무엇이든 다 물에다 쓰고 행하였으므로 벌써 사라졌다.
  나는 기억하기 위해 내 기억력을 더듬었고, 허공에서 내 삶을 엮었으며, 장군 앞의 병사와 같은 자세로 그리스인에게 이 말을 한다. 그 까닭은 그리스인은 나와 같은 흙으로 빚어졌고, 과거나 현재의 어떤 투자자보다도 나를 더 잘 이해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위에 똑같은 붉은 자취를 남기지 않았던가?
(p. 8)

 

 

  내 삶에서 가장 처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이렇다. 아직 일어설수도 없었던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문턱으로 갔고, 두려움과 갈망을 느끼며 마당의 바람 속으로 내 자그마한 머리를 매닐었다. 그때까지 나는 유리창을 통해서 바깥을 내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었다. 이제 나는 세상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얼마나 놀라운 광경이었던가! 우리 집 작은 마당이 가없어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 마리의 벌이 붕붕거렸고, 취하게 만드는 향기에, 따스한 태양은 꿀처럼 짙었다. 공기는 칼날처럼 번득였고, 그 광채들 사이로 움직이지 않는 날개가 달린 천사 같은 온갖 빛갈의 곤충들이 나에게 거침없이 곧장 달려왔다. 나는 겁이 나서 소리를 질렀고, 눈물이 가득 고여 세계가 사라졌다.
(p. 48)
 
 
 내 말은 거짓도 진실도 아니었으니, 논리와 윤리의 한계를 넘어 경쾌하고 자유로운 뜻을 지닌 말이었다. 혹시 거짓말이라고 누가 따졌더라면 나는 창피해서 울었으리라. 내 손에 든 깃털은 수탉에서 뽑은 것이 아니라, 천사가 준 깃털이 되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깃발을 든 그리스도가 우리 할아버지이며, 공포에 떠는 경비병들은 터키인들이라고 굳게 믿었다.
 아주 훨씬 뒤에,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한 다음에는 나는 이런 비밀스러운 조작이 <창작>이라고 일컬어짐을 깨달았다.
(p. 92)
 

 글을 쓰는 사람은 억압되고 불행한 숙명을 산다. 그것은 그가 맡은 일의 본질이 어휘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데, 다시 말하면 내적인 격렬한 흐름을 정체시켜야 함을 뜻한다. 모든 어휘는 위대한 폭발적인 힘을 내포하는 견고한 껍질이다. 그 의미를 찾아내려면 인간은 내면에서 폭탄처럼 그것이 터지게 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안에 갇힌 영혼이 해방된다.
(p. 113)

 
 젊음은 눈멀고 사리를 분별치 못하는 야수이다. 젊음은 먹이를 탐하지만 먹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며, 발길에 채는 행복을 마음만 먹고 주우면 되는데도 줍지 않고, 샘터로 가서 시간이라는 물을 쓸데없이 흘러 말라 버리게 그냥 내버려 둔다. 스스로 야수인 줄을 모르는 야수 - 그것이 젊음이다.
(p. 174) 

 
  위대한 고전 시대의 작품을 보라.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삶의 진동으로 넘친다. 비행의 절정에서 머뭇거리는 수리가 날개를 쳐도 우리 눈에는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는 것처럼, 고대 조각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살아서 움직인다. 예술적 전통을 지속시키고 예술의 미래가 나아갈 길을 마련하는 어느 불멸의 순간에 그것은 시간의 세겹 분출을 고정시켜 완벽한 평정을 이룬다.
(p. 222)

 

 

  절정이란 가장 어렵고 위험한 균형이며, 혼돈 위에 얹힌 순간적인 평정이다. 한쪽이 조금만 더 무거워도 기울어진다.
(p. 231)

 

 

  지성인들이라고 해야 하찮은 시기심과, 시시한 언쟁과, 잡담과, 교만함뿐이었다. 나는 내면의 함성을 쏟아 내어 자신이 터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덱사메니 광장에 있는 커다랗고 위험한 말벌 같은 문인들이 벌집으로 자주 올라가서 한쪽 구석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나는 잡담을 않고, 술집을 자주 드나들지 않고, 카드놀이도 하지 않았으며 - 나는 역겨운 존재였다. 나의 처음 세 가지 비극은 마음속에서 고통스럽게 형태를 감추는 중이었다. 미래의 시구들은 아직 음악이었고, 단순한 음향을 초월하여 언어가 되기 위해 투쟁했다.
  위대한 세 인물 오디세우스,니키포로스 포카스, 그리스도는 내 마음속에서 얼굴을 감추고 내 몸에서 분리되었고, 나 또한 자유가 되게끔 스스로 해방이 되려고 애를 썼다.
(p.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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