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읽은 책들)

 

(01)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 돌베개 / 420쪽

 


(02)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로버트 뉴튼 펙 / 김옥수 / 사계절 / 182쪽

 

 

(03) 전쟁과 평화 3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범우사 / 534쪽

 

 

(04) 투명인간 / 성석제 / 창비 / 372쪽

 

 

(05) 전쟁과 평화 4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범우사 / 534쪽

 


(06)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 박윤규 / 푸른책들 / 158쪽

 

 

(07) 다크 플레이스 / 길리언 플린 / 유수아 / 푸른숲 / 568쪽

 

 

(08)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 216쪽

 

 

(09)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 / 김상욱 / 창비 / 288쪽

 

 

(10) 어릴 적 그 책 / 곽아람 / 앨리스 / 328쪽

 

 

(11)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 704쪽

 

 

(12)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하)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 736쪽

 

 

 

 

 

 

 

 

 

 

 

 

 

 


(13) i전여옥 / 전여옥 / 현문미디어 / 288쪽

 

 

(14) 그림책365 / 학교도서관저널 선정위원회 / 학교도서관저널 / 400쪽

 

 

(15) 해저 2만리 / 쥘 베른(지은이) / 김석희 / 작가정신 / 568쪽

 

 

(16) 마흔 이후, 인생길 / 한기호 / 다산초당 / 2014 / 272쪽

 

 

(17) 제가 살고 싶은 집은 / 이일훈 / 송승훈 / 서해문집 / 2012 / 320쪽

 

 

(18) 안나 카레리나 1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문학동네 / 464쪽

 

(19) 책. 어린이. 어른 / 폴 아자르 / 햇살과 나무꾼 / 시공주니어 / 2001 / 235쪽
 

 

 

(20) 123명의 집 / 악투스 / 나무수 / 728쪽
 

 

 

(21)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 천명관 / 창비 / 2014 / 224쪽

 

(22)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 김병완 / 아템포 / 2013 / 272쪽

 

(23) 연필 깎기의 정석 / 데이비드 리스 / 정은주 / 프로파간다 / 2013 / 236쪽

 

(24) 안나 카레니나 2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문학동네 / 606쪽
 

(26) 안나 카레니나 3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문학동네 / 558쪽

 

(27) 스코치 트라이얼 / 제임스 대시너 / 공보경 / 문학수첩 / 512쪽


(28) 그림책의 그림 읽기 / 현은자 외 / 마루벌 / 2004 / 222쪽

 

(29)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바바라 오코너 / 신선해 / 다산책방 / 264쪽

 

 

 

 

 

 

 

 

 

 

 

 


(30) 데스큐어 / 제임스 대시너 / 공보경 / 문학수첩 / 475쪽

 

 

 

 

 

 

 

 

 

 

 

 

 


(31) 지하로부터의 수기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김연경 / 민음사 / 232쪽

 

(32) 공부란 무엇인가? (우리시대 공부의 일그러진 초상) / 이원석 / 책담 / 192쪽

 

(3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현대문학 / 456쪽

 

(34) 창의성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노혜숙 / 북로드 / 467쪽

 

(35) 청춘을 달리다 / 배순탁 / 북라이프 / 264쪽

 

 

 

 

 

 

 

 

 

 

 


(36)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임호경 / 열린책들 / 512쪽

 

(37) Paint It Rock (1) / 남무성 / 북폴리오 / 364쪽

 

(38) 우리 아빠는 엉뚱해 / 파트릭 모디아노 글 / 장 자끄 상뻬 그림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07쪽

 

(39) Paint It Rock (2) / 남무성 / 북폴리오 / 348쪽

 

(40) 악령(상) /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김연경 / 열린책들 / 319쪽

 

(41) Paint It Rock (3) / 남무성 / 북폴리오 / 312쪽

 

(42) 캐스터브리지의 시장 / 토마스 하디 / 김의락 / 글모아출판 /  476쪽

 

(43) 악령(중) /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김연경 / 열린책들 / 385쪽

 

(44) 생산적 책읽기 50 / 안상헌 / 북포스 / 256쪽

 

(45) 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 / 문학동네 / 217쪽

 

(46) 엄마 인문학 / 김경집 / 꿈결 / 296쪽

 

(47) 칼의 노래 / 김훈 / 생각의 나무 / 459쪽

 

 

 

 

 

 

 

 

 

 

 

 


(48) 순수의 시대 / 아디스 워튼 / 송은주 / 민음사 / 457쪽

 

(49) 모비딕 / 허먼멜빌 / 김석희 / 작가정신 / 720쪽

 

(5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 돌베개 / 400쪽

 

(51) 남편의 서가 / 신순옥 / 북아비북 / 276쪽

 

(5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 창비 / 301쪽

 

(53) 애니 / 토머스 미핸 / 이재경 / 미래인 / 248쪽

 

(54) 소수의견 / 손아람 / 들녘 / 444쪽

 

(55) 아담비드(1) / 조지엘리엇 / 유종인 / 현대문화 / 464쪽

 

(56) 표백 / 장강명 / 한겨례출판 / 352쪽

 

(57) 하늘을 나는 교실 / 에리히 캐스트너 / 문성원 / 시공주니어 237쪽

 

(58)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 더글러스 애덤스 / 공보경 / 이덴슬리벨 / 388쪽

 

(59) 디 마이너스 / 손아람 / 자음과모음 / 528쪽

 

(60)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 민음사 / 204쪽

 

(61)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쓰쓰이 야스타카 / 김영주 / 북스토리 / 248쪽

 

(62) 내 인생의 성장소설 (교사가 말하는) / 학교도서관저널 / 280쪽

 

(63) 헝거게임 / 수잔 콜린스 / 이원열 / 북폴리오 / 376쪽

 

(64) 캐칭 파이어 / 수잔 콜린스 / 이원열 / 북폴리오 / 380쪽

 

(65)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 생각의 길 / 292쪽

 

(66) 모킹 제이 / 수잔 콜린스 / 북폴리오 / 408쪽

 

(67)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 한겨례출판 / 356쪽

 

(68) 천국에서 한 걸음 / 안나 / 박윤정 / 미래인 / 256쪽

 

(69) 아담 비드 2 / 조지 엘리엇 / 유종인 / 현대문화센터 / 456쪽

 

(70) 해방전후사의 인식 / 백기완, 송건호, 임헌영 / 한길사 / 6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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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인식
백기완, 송건호, 임헌영 / 한길사 / 668쪽
(2015. 12. 30.)

 



  1980년대는 책의 시대였다. 폭력적인 권위주의 권력과 대응하는 출판문화 운동이 치열하게 그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젊은이들은 책을 읽었다. 80년대에 이 당의 젊은이들은 인문사회과학적 독서를 통해 스스로의 정신과 이론과 사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오늘 우리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의 민주화와 진보와 개혁은 그렇게도 치열하게 전개된 출판운동 및 독서운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 80년대의 한가운데에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서 있었다. 80년대를 힘차게 산 젊은이들은 해방전후사의 애독자였고, 89년까지 전6권으로 간행되는 '해전사'의 필자들이었다. 특히 해전사의 제1권은 우리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의 민주화와 통일문제를 생각하는 젊으이들의 정신과 이론과 사상을 공급하는 한 원천이었다. 80년대는 책을 읽는 젊은이들의 시대였지만 또한 해방전후사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6)

 


  지난날이나 또 오늘날이나 자주적이 못 되는 민족은 반드시 사대주의자들의 득세를 가져와 민족 윤리와 민족 양심을 타락시키고 민족 내분을 격화시키고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며 부패와 독재를 자행하여 민중을 고난의 구렁으로 몰아넣게 마련이다. 민족의 참된 자주성은 광범한 민중이 주체로서 역사에 참여할 때에만 실현되며 바로 이런 여건하에서만 민주주의는 꽃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미 반세기가 지난 8.15가 도대체 어떻게 민족의 정도에서 일탈해 갔고 그로 말미암아 민중이 어떤 수난을 받게 되었는가를 냉철하게 구명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구명은 결코 지난 역사의 구명이 아니라 바로 내일을 위해 산 교훈이 될 것이다. 8.15의 재조명은 이런 점에서 바로 오늘을 위한 연구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P.20)

 

 

  일제하에 민족적으로 어떤 오점이 있는 사람일수록 히스테리컬하게 반공적이 되고 그 당연한 결과로 이들이 공산주의 위협으로부터 민족을 보호하는 민족주의의 담당 세력처럼 되어 버렸다. 바구어 말하면 본래 민족 주체 세력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마치 그 주체 세력인 것처럼 행세하게 된 것이다. 민족의 '자주'니 '주체'니 하는 말이 우리 사회처럼 요란스런 나라가 없으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처럼 사대주의가 만연하고 어떤 자주적 행동도 볼 수 없는 나라도 없다. 이들에게 있어 민족주의 하면 '구호'의 민주주의이지 행동의 민족주의가 아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P.39)

 


  미군정 기간은 비록 짧은 시기였지만 그것이 한국의 정치,사회와 경제,문화 등에 미친 영향은 사실상 지대한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군정 시기는 그 이후의 한국 정치의 구조를 형성시켰던 기반이기도 했다. 이러한 성격을 가졌던 미군정에 대해서 당시의 한국 지도층이 보여 주었던 움직임은, 미군정의 공과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이들 지도층에 대한 비판이 우선되어야 할 당위성가지 제공해 주고 있다. 미군정 자체가 보여준 온갖 비리와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혁파하고 미군정의 비민족적 영향력으 단절을 철저히 시도해야 할 지도 계층의 인사들 중 일부는 오히려 미군정 이후의 권력 장악을 위한 정치투쟁에만 집착함으로써, 종식되어야 할 미군정적 성격을 그 뒤에까지 지속되게 했으며, 특히 ㅇ리제 친일했던 반민족적 세력을 여전히 존속하도록 방치해 둔 미군정의 책임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P.78)

 


  백범은 1876년 7월 11일에 세상에 태어나서 1949년 6월 26일 분열주의자의 하수인에게 무참히 저격됨으로써 불행하게도 민족자주통을 위한 싸움의 문턱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이 파란만장한 일생은 그대로가 우리 민족의 근대사를 전부 포괄한다. 백범이 세상에 태어나던 1870년대로 말하면, 일본 제국주의의 출발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1853년, 동경만에 침입한 미국 군함 페리호에 굴복하던 치욕을 한민족에게 강요하던 시기였다. 또 백범이 값진 생명을 빼앗기던 1949년은 한민족데 대한 일제으 직접적 지배는 끝났으나 도 다른 외세에 의한 조국 분단이 국내적으로는 남과 북에 각기 이념상으로 상반하는 정부의 수립으로 귀결되고, 이로써 국제적으로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냉전의 전략 단위로서 부각되던 시기였다.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 그대로 침략과 항쟁, 그리고 해방과 좌절, 그리고 또 항쟁의 내력이었다.
(P.329)

 

 

  91세의 긴 생을 산 이승만도 역사적 기준에서 본다면 결국 '분단과 통일' 그 어느 편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를 따져야 할 것이며, 그 밖의 다양한 평가는 민족사적 의미와는 별개의 것이 될 것이다. 한반도 남쪽에서 오늘 이 시대의 기본 성격의 양면 가운데 한 면인 분단을 만든 가장 결정적 계기는 이승만과 그 지지자들이 정치적 지배력을 확립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승만은 한반도 남족에서 오늘 이 시대를 형성함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P.361)

 

 

  몽양 여운형도 민족사의한 장을 피로써 기록하는 결과가 되었다. 몽양은 민주, 시베리아, 상해, 그리고 남양 각지를 여행할 때에도 많은 위험과 고난을 겪었고, 직접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를 당한 일도 실로 여러 번 있었다. 몽양의 죽음이 나라와 겨레의 불행과 슬픔을 뜻하는 하나의 큰 참사였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참사는 해방 직후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의 산물이었던 동시에, 당시의 일부 정치인들의 왜곡된 생리 및 심리가 가져온 추악,불미한 결과이기도 하였다.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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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비드 2 
조지 엘리엇 / 유종인 / 현대문화센터 / 456쪽
(2015.12.11.)

 

 

 

  강제성은 처음에는 정직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아가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 사람을 좋지 않게 변한 자가 자신과 화해시킨다. 그 이유는 두 번째로 저지른 잘못은 자신이 어쩔 수 없었다는 정당성으로 위장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잘못을저지르기 전에는 상식과 영혼의 건강한 눈이라 할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신선한 느김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하고 난 뒤에는 그 행동이 사죄라는 정밀한 렌즈로 관찰된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 추하다고 하는 모든 것들이 똑같은 질감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을 정밀렌즈를 통해 알 수 있다.
(P.74)

 

 


  용서가 인간의 의무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나는 용서란 단지 복수할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용서한다고 해서 반드시 예전의 좋았던 감정을 되살려야 한다는 건 아닐거야. 그럼, 예전처럼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P.80)

 

 


  천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말을 잉태한 생각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표정은 아름다움으로 둘러싸인 한 여자의 영혼을 초월하고 훨씬 능가하는 의미를 갖는다. 여자의 눈을 보고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그 여자의 사랑보다 더 많은 의미 때문이다. 이처럼 미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애정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다른 모든 것들과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고매한 본성을 가진 사람도 미인을 바라볼 때에는 대부분 인격이 아닌 아름다운 얼굴 그 자체만을 본다. 그래서 고매한 본성을 지닌 사람도 아름다움으로 감싸고 있는 여성이 어떤 성격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신적인 철학자들이 그런 종류의 실수를 피하게 해주는 최고의 비법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생에는 앞으로 오랫동안 비극이 지속될 것 같아 나는 두렵다.
(P.142)

 

 

  정열적인 사람들은 강인하게 맞서야 할 모든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대처하면서도, 가끔씩 극심한 고통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나약한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오히려 쩔쩔매면서 냉정한 사람처럼 도망치려고 한다. 그들은 처절한 괴로움에 압도당하면 넋을 잃어벌니다. 그들은 너무 나약한 상대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자신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그들이 찢긴 상처에 뭔가 닿기만 하면 움츠러드는 것과 흡사하다.
(P.259)

 


  우리는 마음속에서 슬픔을 완전히 없애버리지 못하는 대신 다른 형태로 바꾸는 힘이 있다. 슬픔뿐만 아니라 어떤 감정이라도 마찬가지다. 고통을 공감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여, 우리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공감이란 말은 비록 초라한 단어이지만,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꿰뚫어 보고,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P.359)

 


  고통은 우리의 인생에서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려서, 우리가 완벽하게 편안한 생활을 누린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욕망에 휘말리지 않고, 비통함을 말없이 견디고, 앞으롣 ㅚ고로워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면, 우리는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든, 현재에도 미래에도 언제나 중심은 '나'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힘처럼 새록새록 솟아날 것이다.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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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한 걸음

안나 / 박윤정 / 미래인 / 256쪽
(2015.12.09.)

 

 


  엄마의 손은 모래처럼 거칠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엄마 손은 언제나 거칠었다. 아침이면 엄마는 손으로 우리의 잠든 얼굴을 어루만지고, 이마와 뺨을 쓰다듬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일어나야지. 학교 갈 시간이야."
  엄마는 손은 좀체 쉴 틈이 없었다. 엄마는 손이 곧 당신의 삶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손이 책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만 보고 싶어 했다. "이걸 쓰고 살아야 해." 당신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손이 너무 혹사를 당해서, 우리의 손은 엄마 손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P.239)

 

 

  엄마의 손을 꼭 감싸 쥐고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우리가 어렸을 적에 느꼈던 엄마의 손힘이 세월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엄마의 손을 오므려 잡은 다음, 하나 둘 엄마의 손가락들을 펴준다. 그러면 엄마의 손금들이 하늘을 향해 스스로 이야기한다. 이것들은 세월과 삶의 역사가 남긴 자취라고,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손금들과 숱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얻은 손금들을 분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분간할 수 있다.
  삶의 역사가 담긴 이 손금들을 더듬다 보면, 이것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이 상처들을, 베인 자국들을 지워버리고, 갈라진 잔금들도 메워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엄마의 손을 감싼다. 그러곤 꼬옥 두 손을 움켜쥐고 기도하듯 말한다.
  "이 상처들을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엄마가 부드럽게 손을 뺀다. 잠시 못 박힌 살갗을 바라보다가,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영주야, 이건 내 손이야."
  내 길고 곧은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고는 엄마가 내 허리에 팔을 두른다. 우리는 계속 해변을 따라 걷는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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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 한겨례출판 / 356쪽
(2015.12.06.)

 

 


  나는 영주를 보지 못했다. 영주가 타고 있는 작은 나무배는 이미 봉해져 있었고, 그 뚜껑을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못한다는, 생사의 중한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이 배는 용기 있게 네모난 철문을 열고 들어간 후 단호하게 뒷모습을 감추었는데, 그곳은 아무리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도 이승에 남은 한 가닥 미련조차 털어버리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도록 화산처럼 뜨겁고 끈덕진 불로 수 천 번 단근질하는 곳이었더. 영주가 그곳에서 혼자 불바다를 건너는 동안 남은 우리 식구들은 유리문 뒤로 쫓겨나서 우리도 그 철문안으로 들어가 영주와 같이 바다를 건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P.297)



  "살다 보면 아픔이 많지. 어려운 일을 겪다 보면 서로 섭섭한 일도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런 걸 모두 다 네가 잘했다, 내가 잘했다 따지면 안 되는 거야. 무조건 서로 이해해주면서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매우 훌륭한 가족이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제대로 따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원수가 되어 앓아누웠고 아버지와 나는 지금 식은 탕수육 국물을 앞에 놓고 망가진 가족을 재건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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