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 한겨례출판 / 356쪽
(2015.12.06.)

 

 


  나는 영주를 보지 못했다. 영주가 타고 있는 작은 나무배는 이미 봉해져 있었고, 그 뚜껑을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못한다는, 생사의 중한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이 배는 용기 있게 네모난 철문을 열고 들어간 후 단호하게 뒷모습을 감추었는데, 그곳은 아무리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도 이승에 남은 한 가닥 미련조차 털어버리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도록 화산처럼 뜨겁고 끈덕진 불로 수 천 번 단근질하는 곳이었더. 영주가 그곳에서 혼자 불바다를 건너는 동안 남은 우리 식구들은 유리문 뒤로 쫓겨나서 우리도 그 철문안으로 들어가 영주와 같이 바다를 건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P.297)



  "살다 보면 아픔이 많지. 어려운 일을 겪다 보면 서로 섭섭한 일도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런 걸 모두 다 네가 잘했다, 내가 잘했다 따지면 안 되는 거야. 무조건 서로 이해해주면서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매우 훌륭한 가족이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제대로 따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원수가 되어 앓아누웠고 아버지와 나는 지금 식은 탕수육 국물을 앞에 놓고 망가진 가족을 재건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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