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우 - 권교정 단편시리즈 2
권교정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붕우유신'. 오륜(五倫)의 마지막에 위치하며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벗 붕(朋), 벗 우(友). 국어사전에서 '벗'을 찾아보면, 서로 가까이 사귀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서로 가까이 사귀는 사람이며, 그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친구란, 벗이란, 그런 사이여야한다.

같은 스승 밑에서 수학한 방연과 서하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서로 실력을 겨루는 사이이지만, 서하는 그냥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고, 방연은 성공하고자 하는 야심이 있는 남자이다. 세월은 흘러서 서하는 고향에서 그대로 살지만, 방연은 조정에 출사해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쟁이 터진 어느날, 방연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친구 서하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것이 비극의 전조였다. 스승의 딸이자, 방연의 아내인 위부인의 모략으로 서하는 방연을 의심하게 되고, 방연은 오히려 더 크게 오해하도록 만든다.

서하가 살아있음을 알고 웃으며 갔던 방연과 방연의 진심을 모르고 웃던 서하는 벗이었으나, 벗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벗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 서하는 거리낌없이 방연을 죽일 수 있었고, 벗이 살아있음을 알게된 방연은 웃으며 죽어갈 수 있었다. 서하는 불행했고, 방연은 행복했다?로 간단히 정의될 수는 없겠지.. 벗을 믿지 못한 서하는 그로인해 더이상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벗의 믿음을 잃어버린 방연은 죽기, 아니 서하가 살아있음을 알기 전까지 힘들어했다. 서하가 진실을 알아야 했는가? 그건 답을 못하겠다. 아마도 방연은 서하가 진실을 알기 원치 않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위부인의 편지가 서하에게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믿는다.

단편집에 실린 두번째 작품, 권교정이 새로이 해석한 '피터팬'의 후크가 너무나도 내 마음에 든다. 아, 그 남자 너무 귀엽다. 내가 아는 후크는 비열하다. 똑딱악어를 무서워하고, 피터와 아이들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피터팬을 책으로는 읽은 적이 없다. -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책이 없었고, 외삼촌이 보내주었던 책들은 전부 전래동화류나 위인전류였다. - 그래서인지 부록(?)으로 삽입되어 있던 후크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다, 아니 것보단 상당히 흥미롭다. 원작의 '후크' 도 상당히, 멋있는 남자다.

후크를 괴롭히는(?) 피터팬이 너무 너무 미울 정도로 권교정의 후크가 맘에 든다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의도대로 된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팅커가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피터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은 잊혀지는게 무서워서 이다. 후크는 아이들을 원래의 세계로, 네버랜드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하지만, 차마 어린 시절의 친구 팅커를 해칠 수 없다. 곱게 아이들을 원래의 세계로 내보내고, 잡아온 아이들의 식사를 꼼꼼히 챙기면서도, 그 진심을 내보이지 않는다. 조금 심술궂다. 어쨌든, 그는 사실은 아이들을, 팅커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사실 그는 누구보다(네버랜드의 아이들보다) 순수한 건지도 모른다.

아,그래. 나는 벗이(혹은 벗이었던 이) 살아있음을 알고 웃으며 갔던 방연(비록, 슬프더라도)과 무뚝뚝하고 못돼고 괴상한 듯하면서도 사실은 너무나 자상한 후크가 너무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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