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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평점 :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의 77번째 수록 작품인 '1984', 책의 뒷면을 보면 민음사에서 번역해 놓은 전세계의 다양한 문학책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우수한 작품들 뿐이다.(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모두 읽는 것은 필자가 가진 하나의 목표이다.). 목록을 보면 흥미로운 것이 각각의 문학작품들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면 대학교에서 추천도서라든지, 노벨 문학상 출신 작가의 책이라든지 그런식으로 보여주는데 1984의 경우 <타임>지에서 선정한 현대 100대 소설로 뽑힌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추천경력(?)이 없다. 그런데도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에서 대출된 책 중 1위로 선정되고(2005년 부터 2009년),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을 보면 책의 가치는 어떤 상을 받았는지 혹은 어떤 비평을 받았는지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필자가 짐작하기에 이 책은 한국에서 유별나게 인기가 많은 도서인데,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떤 한 나라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리와 아직 휴전중이고, 책에서 예견한 사회가 어느정도 현실이 나라. 바로 북한이다.
필자는 이 책을 세번 정도 읽었는데, 첫번째 두번째로 읽었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단순히 감시당하는 사회의 폭력성, 폐해, 자유를 잃어버린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들로만 가볍게 이해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읽었을때는 느낌이 사뭇 달랐는데, 책을 고르고 나서 곧바로 든 생각이 왜 책의 제목이 '1984'라는 의문이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작가가 미래를 예견하며 쓴 작품이기에 미래 년도 중 하나를 택했다라고 얼렁뚱땅 넘어갔었지만 이제서야 왜 하필 1984년을 선택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명쾌한 답변을 찾을 수 없었기에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작가가 이 책을 쓴 년도는 1948년이다. 보통 미래 사회를 예측하며 쓰는 작품들은 적어도 100년씩은 건너 뛰는데 40년도 안되는 미래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1940년대 당시에 1984년이 특별한 목표를 가진 년도도 아니었는데, 아주 평범한, 기억하기 힘든 년도이다. 그에 따라 생각한 것이 작가는 이 내용을 미래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상 가까운 미래, 즉 현재가 될 수가 있다고 우리에게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별한 년도 예를 들어 2000년도나 1999년도가 아닌 극히 평범한 년도를 선택함으로써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 시민의 무기력함이 언제 어디서 찾아오는 것이 아닌 항상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시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을 연달아 읽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3번을 읽음으로써 그제서야 제목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수 있었던 나의 무지를 보면 한 권의 책마다 5번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주인공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연합의 국가 슬로건 3가지이다. 나중에 주인공이 받은 금서, 반동분자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드스타인이란 사람이 쓴 책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되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속된 전쟁을 통해 국가 내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유를 예속하여 질서를 구축하고, 무지를 강요함으로써 반란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지배층 위주의 사회를 잘 설명하는 글인가. 골드스타인의 설명에 의하면 사회는 언제나 상,중,하층 계급으로 분리되어있었고, 상층은 현재를 지키기 위해, 중층은 상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하층은 제도를 뒤엎어 버리기 위해 서로가 싸운다고 하였다. 계속된 반란과 전쟁 후 현재(1984)가 되었고, 이제 상층부는 반란이나 혁명을 억제할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읽으면 북한이란 나라가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남도발을 끊임없이하고 최근 장성택의 처형에서 알 수 있듯이 끊임없이 자유를 구속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은 형편 없는 나라. 하지만 이것이 꼭 북한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끊임없이 종북론을 만들어내며 시선을 돌리는 정부와 일인당 독서량이 한달에 채 한권도 되지 않는 국민들, 점점 무지해져만 가는 국민들( 나 역시 분명히 포함된다)을 보면 1984의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주인공 윈스턴의 직업은 교정국에서 과거 기록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과거보다 좋다고 말하기 위해 과거의 기록을 바꿔 현재를 돋보이게 하고, 멀쩡히 존재했던 인물을 없애고 혹은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 멀쩡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 보면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라는 말이 나온다.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가 끊임없이 과거를 조작하는 것을 보며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국사교과서 문제가 떠오른다. 과거를 기록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들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침탈이 어쩔수없는 선택이었다느니, 위안부들이 스스로 일본군을 따라다녔다고 하는 교학사의 교과서 내용을 보면 이것을 승인한 국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심히 의심된다. 은근슬쩍 계속 과거를 조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잘 알지 못하고 그것을 그대로 배우는 미래의 시민들이 대체 어떤 사상을 가지게 될지 현재 정부는 '빅 브라더'가 되고 싶은 건지 참으로 궁금하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고 하였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역사는 항상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를 공부하면 할수록 미래를 보는 눈이 좋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에 대해 그리 가치를 두고 있지 않은데, 필자 역시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와서야 역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는데 배워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고등학생의 역사과목 기피율은 매우 높고 6.25전쟁이 언제 발생했는지 모르는 청소년들도 수두룩하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승인한 국사교과서가 오류투성이라니, 개탄할 일이다.
혹자는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감시사회가 더 심화될 것이고 우리의 자유를 잃어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런 물질적인 감시보다 정신적인 무지가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다는 것. 이번 철도 민영화에 관한 이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슈였다. 하지만 깨우친 한 청년의 글에 의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깨어날 수 있게 되었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정부의 승리였다. 파업은 끝이 났고, 수서발 자회사 건립은 승인 되었다.)우리는 깨우쳐야된다. 현실을 공부해야하고 정확히 알고 있어야한다. 물질적 억압은 정신마저 억압할 순 없다. 주인공 윈스턴도 신체적으로 구속받을 때조차 자신의 신념이 있었지만 결국 정신적으로 패배하고 체제에 순응하게 된다. 몸은 구속되어있을지 몰라도 정신은 구속되면 아니 될 것이다.
윈스턴이 그의 반체제적 행동의 시작인 일기에 남긴 글로 마치고자 한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